# 9화 「쿠데타의 위협, 최후의 선택」
궁전의 북쪽 탑에서 횃불이 세 번 깜박였다. 신호였다.
갈라타 요새에서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는 즉시 일어섰다. 제노바 용병단 200명이 무장을 마쳤다. 그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사흘간 데메트리우스의 움직임을 감시해온 정찰병들의 보고를 받았고, 황제가 선택할 순간을 예측했다.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그들은 갈라타를 빠져나가 궁전으로 향했다. 200미터의 거리. 조반니의 눈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갑고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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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궁전의 대전 계단. 콘스탄티누스는 침실에서 내려오며 손을 떨고 있었다. 어제 밤 또 다시 의식이 흔들렸다. 현대인의 기억과 원래 황제의 기억이 뒤섞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되던 순간들. 그 사이로 천년 제국의 무게가 쏟아져 내렸다. 로마의 영광,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후손으로서의 책임, 마지막 황제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한 절규. 현대의 화약 지식만으로는 그 무게를 짊어질 수 없었다.
"폐하."
안내 관리가 경배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귀족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궁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누스의 심장이 멈췄다. 지난 사흘간 감지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명확해졌다. 귀족들의 모임. 종교 지도자들과의 밀담. 팔라이올로스 가문의 사병들이 궁전 주변에 배치되는 것.
쿠데타다.
대전의 문이 열렸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서 있었다. 그의 뒤에 펠라기우스, 아가라, 라스카리스 같은 고위 귀족들이 몰려 있었다. 모두 검을 찼다. 그들의 얼굴은 결연했지만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폐하."
데메트리우스가 무릎을 꿇지 않았다. 이것이 선전포고였다.
콘스탄티누스는 한 발 물러섰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진의를 들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신들은 제국을 죽이고 싶은가?"
데메트리우스의 얼굴이 경련했다. 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우리는 제국의 영혼을 지키려 한다는 것을 폐하께서 아실 것입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이것은 반역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형태였다. 잘못된 사랑. 그래서 더 위험한 사랑.
"천년을 지탱한 것이 무엇인가요? 로마의 피입니다. 기독교의 신앙입니다. 귀족의 명예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무엇을 세우려 하십니까? 화약? 이단의 기술? 가톨릭과의 타협?"
데메트리우스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다른 귀족들도 움직였다.
"제국이 멸망하더라도 영혼이 온전하다면, 그것이 진정한 제국입니다."
콘스탄티누스의 머리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대인의 기억과 원래 황제의 기억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쪽은 현실주의로 외쳤다. 제국이 살아야 한다. 5월 29일을 막아야 한다. 다른 한쪽은 절규했다. 천년의 명예. 영혼의 순수성.
'내가 누구인가?'
그의 손이 대리석 기둥에 닿았다. 시각이 흔들렸다. 귓가에서 두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현대인의 냉철한 음성과 원황제의 절망적 울음. 그 사이에서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의 몸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변화의 주인공인가? 아니면... 멸망의 목격자인가?"
귀족들이 검을 뽑았다.
그 순간, 궁전의 문이 부서졌다.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제노바 용병단 200명과 함께 들어섰다. 그들은 전투복을 입고 창과 검을 들고 있었다.
"황제께서 제국을 구했습니다."
조반니의 목소리는 선언이었다.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데메트리우스가 검을 들었다. 다른 귀족들도 따랐다. 제노바 용병단이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천년 제국의 심장 안에서, 두 세력이 대면했다.
비잔틴 궁병들이 진격했다. 칼이 부딪혔다. 창이 흔들렸다. 궁전의 바닥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멈춰!"
콘스탄티누스가 외쳤다. 모두가 멈췄다.
그는 일어섰다. 몸은 흔들렸지만 눈은 명확했다. 현대인의 차가움과 원래 황제의 절망이 하나로 합쳐져 무언가 새로운 것이 되었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검을 들었다. 콘스탄티누스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조반니가 손을 올렸다. 제노바 용병단이 물러섰다.
둘이 대면했다.
"당신이 제국을 사랑한다면, 이 순간 나와 함께 싸워라. 제국은 멸망하지 않는다. 변한다. 그것이 생명이다."
데메트리우스의 검이 떨렸다.
"천년 제국은 이미 죽었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그들의 유령이다. 그 유령에 묶여 있는 한, 제국은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도 살지 못한다."
데메트리우스의 손이 떨렸다. 그는 황제를 바라봤다. 저 남자가 정말 콘스탄티누스인가? 그 불확실성 속에서 데메트리우스는 자신이 지키려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천년의 영혼이 아니라, 단지 죽음 앞에서 눈을 감지 않으려는 절박함이었다.
그는 침묵했다. 황제의 말이 맞다면, 자신이 지킨 것은 무엇인가. 천년 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제국? 그것은 이미 역사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제국은 무엇인가. 그것은 저 황제의 눈빛이다. 죽음 앞에서도 변화를 택한 그 눈빛.
데메트리우스는 자신의 선택을 깨달았다. 과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충성이다.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새로운 제국을 만들자. 화약의 제국. 변화의 제국. 그것이 천년을 지탱한 유산을 받는 길이다."
그 순간, 포격이 울렸다. 궁전이 흔들렸다. 천장의 석조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오스만의 포탄이 궁전의 북쪽 벽을 명중했다.
메흐메드 2세가 최종 공격을 명령했다.
데메트리우스가 무릎을 꿇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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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에서 성벽까지의 거리는 200미터였다. 콘스탄티누스는 그 거리를 뛰었다. 데메트리우스와 제노바 용병단, 그리고 비잔틴군의 절반이 뒤를 따랐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궁전 안에서 귀족 세력과 대치하고 있었다.
콘스탄티누스는 뒤를 돌아봤다. 궁전 내부에서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펠라기우스와 라스카리스는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데메트리우스의 항복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저항을 계속할 것인가.
성벽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콘스탄티누스는 명령을 내렸다.
"궁전의 귀족 세력에게 전하라. 지금 이 순간, 제국은 하나다. 함께 싸우거나 길을 비워라. 제3의 선택은 없다."
비잔틴 장교가 달려갔다.
성벽 위는 전장이었다. 오스만의 포격이 1시간마다 한 번씩 울렸다. 포탄이 벽을 흔들었다. 비잔틴 병사들이 무너진 부분을 흙과 돌로 메우고 있었다.
갈라타 요새에서 제노바 함대의 신호등이 깜박였다. 조반니의 신호였다. 그는 이미 성벽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의 제노바 용병단이 남쪽 구간을 점령했다.
성벽의 동쪽에서 또 다른 신호등이 깜박였다. 총대주교 제레미아스 2세가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나왔다. 그의 뒤에는 300명의 신도들이 따르고 있었다. 검을 들지 않은 그들이 왜 나왔는지, 제레미아스 자신도 명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황제가 그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리고 더 중요한 것, 자신이 더 이상 동방정교회의 주교가 아니라 제국의 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가톨릭 십자군 기사단이 북쪽 성벽에 배치되었다. 120명의 라틴 기사들. 그들은 방금 갈라타를 통해 들어왔다. 교황청의 약속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었다. 너무 늦었지만.
니콜로 바르바로는 제국 내 상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화약 자원을 수집했다. 초석, 목탄, 황. 모두가 수집되었다. 그는 이제 실리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투자를 결정했고, 투자는 반드시 수익을 내야 했다. 성벽 위에서 그는 제노바 상인들과 비잔틴 귀족들이 함께 화약을 운반하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천년 제국의 마지막 날에, 그들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안나 팔라이올로스가 말을 타고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뒤에는 가정 노예들이 들고 있는 상자들이 있었다. 그 속에는 황제 궁전의 보물들이 들어있었다. 금화, 보석, 그리고 천년 제국의 상징들. 그것들을 가져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궁전을 버린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가족을 버린다는 뜻이었다.
"당신이 누구든, 저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안나가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충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버리고 새로운 누군가가 되기로 한 선택. 팔라이올로스 가문의 딸이기를 포기하고, 제국의 한 구성원이 되기로 한 선택.
"그리고 제국도 당신을 따를 것입니다."
콘스탄티누스는 그 순간, 다시 한 번 의식이 흔들렸다. 현대인과 원래 황제의 기억이 충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합일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목소리로 울었다.
"감사합니다. 모두."
그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제국을 구하거나 함께 죽는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메흐메드의 포격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동쪽 성벽이었다. 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오스만의 나팔이 울렸다.
15만 대군이 성벽을 향해 진격했다. 보병, 기병, 공성사다리, 무수한 화살. 메흐메드의 최종 공격이 시작되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성벽 위에 올라섰다. 그의 손에는 화포 조준기가 들려 있었다. 그의 뒤에는 모든 세력이 선 채로 있었다. 귀족, 종교 지도자, 제노바 용병단, 가톨릭 기사단, 그리고 일반 시민들.
제국이 하나가 되었다.
"이것이 제국의 마지막 전투다!"
그의 목소리는 성벽 전체에 울렸다.
"모두 제자리에!"
첫 번째 포격 신호가 울렸다. 12문의 화포가 동시에 불을 뿜었다. 포탄들은 오스만의 전진 대형을 향해 포물선을 그렸다. 명중. 진격하던 보병 대열이 흔들렸다.
8문이 재장전을 마친 화포에서 포탄이 날아갔다. 측면의 기병 부대를 노렸다. 포탄이 지면에 떨어지자 먼지와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5문의 화포가 공성사다리를 향해 포격했다. 목재가 산산조각 났다. 사람들이 떨어졌다.
오스만의 전투 대형이 흔들렸다.
메흐메드는 진영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비잔틴이 이렇게까지 저항할 리가. 그들의 군대는 7천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성벽 위에서 그는 수만 명의 결연한 목소리를 들었다.
메흐메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이미 다음 전술을 계산하고 있었다. 야간 공격. 화포 재배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제국의 내부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
하지만 지금 그 내부 분열은 사라졌다.
제국이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 순간에.
포격이 계속됐다. 오스만의 포탄이 성벽을 흔들었다. 비잔틴의 화포가 오스만의 진영을 흔들었다. 그 사이에 1만 명의 오스만 보병이 성벽 아래에 쌓여갔다.
콘스탄티누스는 성벽 위에서 외쳤다.
"계속 쏴! 정확히! 낭비하지 마!"
현대인의 목소리와 원래 황제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서 외쳐졌다.
해는 지고 있었다. 5월 22일의 해가 지고 있었다. 7일 뒤, 5월 29일. 역사는 그 날짜에 고정되어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날로.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날짜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콘스탄티누스는 성벽 위에서 이중의 존재로 서 있었다. 현대인으로서 역사를 알고, 원래 황제로서 제국을 사랑하는 존재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제국은 변하고 있었다.
죽음이 아니라 진화로.
오스만의 포격이 밤새 계속되었다. 하지만 비잔틴의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화포가 계속 울렸다. 비잔틴의 포탄이 오스만의 진영을 계속 흔들었다.
새벽 4시, 메흐메드는 진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첫 번째 공격이 격퇴되었다.
하지만 메흐메드는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야간 공격. 화포 재배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콘스탄티노플 내부의 반역 세력과의 접촉.
제국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성벽 위에서 콘스탄티누스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화포 조준기가 흔들렸다. 현대인의 기억과 원래 황제의 기억이 더욱 심하게 충돌했다.
"누가... 있는가?"
그의 입에서 두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한쪽은 낮고 차갑고, 다른 한쪽은 높고 절박했다.
"내가... 누구인가?"
시각이 흐려졌다. 성벽이 두 개로 보였다. 오스만의 진영이 세 개로 보였다. 귓가에서는 오스만의 나팔과 비잔틴의 함성이 뒤섞여 울렸다. 그 사이에서 또 다른 목소리들이 들렸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목소리. 현대인의 목소리. 그리고 누군가 다른 목소리.
그는 무릎을 꿇었다.
"폐하!"
안나가 달려왔다. 그의 몸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성벽 위에서 쓰러졌다.
의식이 사라지기 전,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빙의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나가 그의 손을 잡았다.
"폐하, 버티십시오. 제국이 당신을 필요합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는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두 개의 기억 사이의 틈에서, 그는 떨어지고 있었다.
5월 22일. 7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