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후의 전투, 열린 미래
새벽 3시 52분. 성벽 위의 공기가 떨렸다.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신체가 경련했다. 어제밤 의식 융합 이후 처음으로 의식이 흔들렸다. 그의 손가락이 성벽의 돌을 할퀴었고, 눈이 한 순간 초점을 잃었다. 현대인의 신경과 원황제의 육체가 다시 충돌하는 신호였다.
"황제!"
안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그의 눈이 다시 초점을 맞췄다. 성벽 남동쪽 2km 떨어진 곳에서 오스만의 나팔이 울렸다. 길고, 낮고, 절대적인 음성. 그 소리는 수천 명의 군화가 흙을 밟는 울음과 겹쳤다.
메흐메드의 본대가 일어섰다.
망원경을 들었을 때, 콘스탄티누스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15만 오스만군이 일렬로 진격하는 형상이 렌즈에 들어왔다. 제일 앞에는 예니체리 정예부대. 그 뒤에 보병. 그 뒤에 기병.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가 곁에 섰다. 제노바 용병단장의 얼굴은 돌처럼 경직되어 있었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
"포병대는?"
"12문 모두 배치됐습니다."
조반니의 목소리가 끊겼다.
"화약 재고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이전과 다릅니다. 메흐메드가 포위 전술을 바꿨습니다. 측면 접근로를 넓혔고, 예비 부대를 더 가깝게 배치했습니다."
콘스탄티누스가 망원경을 내렸다. 그의 눈이 조반니의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이겼다."
"네. 하지만 술탄은 그 패배를 분석했을 겁니다."
성벽 아래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가 기도를 외우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주여, 이 도시를 지켜주소서..."
그의 옆에는 가톨릭 기사단의 추기경이 서 있었다. 지난밤의 종파 화해가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신앙의 경계가 무너지고,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의 기도가 한 목소리로 성벽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도 속에 균열이 보였다. 추기경의 목소리가 제레미아스의 기도에 완전히 겹치지 않았다. 마치 두 개의 악기가 음정을 맞추지 못하는 것처럼.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보병 진영에서 갑옷을 입고 있었다. 어제 쿠데타의 주모자가 오늘은 제국의 수호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딸 안나가 그 옆에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아버지의 창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
안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저는... 정말로 이것이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데메트리우스는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 안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가락이 창자루를 꽉 쥐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귀족의 기득권을 지키려던 내가 왜 지금 싸우는가, 그런 뜻인가?"
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제국이 살아남지 못하면,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도 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황제가... 진짜라는 것을."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비로소 깨달은 어떤 것이 들어있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비잔틴의 진리. 천년의 제국이 배운 마지막 교훈.
하지만 그의 옆에 선 귀족 기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었다. 그들이 정말로 이 변화를 받아들였는가? 아니면 단지 생존을 위해 무릎을 꿇은 것인가?
오스만군이 500미터 거리까지 접근했다.
"포병대!"
콘스탄티누스의 음성이 성벽을 울렸다. 그의 왼손이 위로 올라갔다.
첫 포성은 제일 왼쪽 포대에서 터졌다. 12문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화약의 냄새가 성벽을 가득 채웠고, 포탄은 호를 그리며 오스만군의 대열로 날아갔다.
첫 번째 일제사격. 예니체리 300명이 땅에 쓰러졌다.
오스만군은 멈추지 않았다. 메흐메드가 이미 계산했을 것이다. 포격 후 재장전에 3분이 걸린다는 것을. 그 사이에 진격하면 성벽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메흐메드는 콘스탄티누스의 준비를 모르고 있었다.
"이동포대!"
성벽 남쪽의 숨겨진 위치에서 추가 포 4문이 나타났다. 이것들은 미리 배치된 예비 포대였다. 메흐메드의 포격으로 파괴되지 않기 위해 성벽 안쪽에 숨겨두었던 것이었다.
이동포대의 포성이 울렸다. 오스만 기병 200명이 진격 중 낙마했다.
"300미터!"
조반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성벽의 오른쪽 끝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제노바 용병단의 기사들이 말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은 햇빛에 반짝였다.
"측면 공격!"
조반니의 신호가 내려졌다. 갈라타 요새에서 출격한 300명의 기병대가 오스만군의 오른쪽 측면을 향해 돌진했다.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오스만군의 진격이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한 측면 공격에 대열이 흐트러졌다. 메흐메드가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호가 전달되기 전에, 조반니의 기병대가 오스만 기병 500명을 맞부딪쳤다.
금속음. 비명. 피.
전투는 이제 근접전이 되었다.
"보병대!"
콘스탄티누스가 외쳤다. 비잔틴 보병 2천 명이 성벽에서 내려왔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제일 앞에 섰다. 그의 검은 햇빛에 반짝였다.
"제국을 위하여!"
그의 비명이 성벽을 울렸다. 귀족 기사 100명이 그 뒤를 따랐다. 어제까지 쿠데타의 주모자였던 자들이 오늘은 제국의 수호자가 되어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보병 진영의 뒤쪽에서 일부 귀족 기사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전투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데메트리우스의 변화가 모든 귀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신호였다.
성벽 아래는 이제 지옥이 되었다.
오스만의 예니체리 정예부대 1천 명이 성벽 기슭에 도달했다. 그들의 활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비잔틴 보병 30명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포병대! 재장전 완료!"
콘스탄티누스가 두 번째 신호를 보냈다. 12문의 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두 번째 일제사격. 예니체리 250명이 땅에 쓰러졌다. 그들 뒤의 보병 500명이 진격을 멈추고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콘스탄티누스의 무릎이 꺾였다.
안나가 외쳤다.
"황제!"
그의 눈이 떨렸다. 뇌 깊숙한 곳에서 뭔가 갈라지는 통증이 터져 나왔다. 시야가 이중으로 겹쳤다. 한쪽은 성벽 아래의 전투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완전히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이었다.
"버텨야... 한다..."
"제국을... 살려야..."
두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의 성대가 두 개의 음성을 동시에 내보냈다. 현대인의 이성과 원래 황제의 절규가 한 몸 안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성벽 위에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돌 위에서 피를 흘렸다.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무릎을 꿇은 그의 몸이 다시 경련했다. 마치 두 개의 영혼이 한 육체 안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것처럼. 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누가... 누구인가..."
현대인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황제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혹은 그 반대였다. 콘스탄티누스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가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십시오."
가톨릭 추기경도 다가왔다. 그의 라틴어 기도가 그리스어 기도와 겹쳤다. 두 종교의 목소리가 한 점으로 모여 콘스탄티누스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뭔가가 바뀌었다.
두 목소리가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융합했다. 그는 느꼈다. 현대에서 온 자의 기술이 원래 황제의 절박함과 만나는 것을. 두 시간대의 의지가 한 점에서 만나는 것을. 그리고 그 위에 종교의 기도가 얹혀지는 것을.
그는 일어섰다.
"나는... 콘스탄티누스 11세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하나였다. 명확하고, 차갑고, 절대적이었다.
"현대에서 온 자이지만, 이 제국의 황제다."
안나가 그의 손을 잡았다.
성벽 위에서 그는 다시 포병대를 지휘했다.
"세 번째 포격!"
조반니가 측면 공격을 계속했다. 제노바 기병대가 오스만 기병을 밀어붙였다. 300명이 200명으로, 150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조반니는 성벽 뒤쪽을 재빠르게 돌아봤다. 보병 진영의 귀족 기사들 중 일부가 말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투 대열을 정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방향은 성문을 향하고 있었다.
조반니의 눈이 좁혀졌다. 그는 즉시 신호를 보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귀족 기사 30명이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조반니는 그 순간을 정확히 포착했다. 도망치는 귀족들의 맨 앞에 있는 자가 오스만 진영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것은 신호였다. 마치 누군가 미리 약속된 제스처를 행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신호에 응하듯, 오스만군의 진격이 일시적으로 약해졌다. 마치 그들이 귀족들의 탈출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처럼.
조반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부 첩자. 그것은 명백했다. 누군가 오스만과 이미 거래를 했다. 화약 부족에 대한 정보. 그리고 탈출의 신호.
조반니는 즉시 콘스탄티누스를 바라봤다.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전했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다는 신호였다.
조반니 자신도 화약 재고를 정확히 계산했다. 아침 포격 3회차 후, 남은 화약은 4회차 공격에 충분했지만, 5회차는 불가능했다. 그것을 귀족들에게 알린 것은 어제였다. 비상 회의에서 전술을 논할 때였다. 그리고 그 정보는 어딘가에서 오스만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화약 부족. 그것이 신호였다.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가 성벽을 따라 걸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주여, 우리의 도시를 보호하소서!"
가톨릭 추기경이 옆에서 라틴어로 기도했다.
"Pater Noster, qui es in caelis..."
하지만 두 종교의 기도가 완전히 한 목소리가 되지 않았다. 제레미아스의 기도가 끝나고, 추기경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마치 서로 다른 신에게 바치는 기도처럼. 명령 체계가 뒤틀렸다. 가톨릭 기사들이 그리스 정교회 병사들의 신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측면 방어가 0.5초 늦었다. 그 틈에 오스만 기병 50명이 성벽 쪽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병사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은 여전히 개신교도, 가톨릭 신자, 이교도였다. 그들은 콘스탄티노플의 수호자가 되려고 했지만, 그 정체성은 여전히 분열되어 있었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오스만 보병 30명을 상대했다. 그의 검이 날았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의 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 뒤의 귀족 기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전투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데메트리우스가 돌아봤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그는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예니체리가 성벽에 사다리를 세웠다.
"이동포대! 근거리 사격!"
콘스탄티누스가 외쳤다. 성벽 기슭의 포대가 예니체리 진영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다. 사다리들이 무너졌다. 예니체리 200명이 포격에 쓰러졌다.
하지만 포대의 포성이 점점 약해졌다. 화약이 부족해지고 있었다. 콘스탄티누스는 그것을 느꼈다.
오스만군의 대열이 흔들렸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메흐메드가 후방에서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었다.
조반니의 기병대가 오스만 기병의 마지막을 격퇴했다. 하지만 50명만 남아 후퇴하지 않았다. 100명이 남아 재편성되었다.
제노바 기사들의 함성이 약해졌다.
오스만의 예니체리 정예부대가 후퇴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진격했다.
"포병대! 마지막 일제사격!"
콘스탄티누스의 목소리가 성벽을 울렸다. 그의 눈과 조반니의 눈이 만났다. 한 번의 눈빛 교환. 이번에는 다른 의미였다. 더 이상 거래자 관계가 아니었다. 신뢰였다. 죽음 앞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믿는 것.
12문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하지만 포성이 약했다. 화약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예니체리 500명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 뒤의 보병 1천 명이 계속 진격했다.
성벽 위의 비잔틴 병사들이 흔들렸다. 이것이 예상과 다른 상황이었다.
그 순간, 데메트리우스 공작의 뒤에 선 귀족 기사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뒤로 물러섰다. 한 명이 말을 탔다. 그 뒤 다른 귀족들도 따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있었다.
조반니가 외쳤다.
"기사들! 돌아와!"
하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망치는 귀족들은 성문을 향해 직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스만의 기병 50명이 그들을 추격했다. 하지만 추격이 아니라 호위였다. 마치 그들의 탈출을 보호하는 것처럼.
"도망친다!"
한 비잔틴 병사가 외쳤다.
"귀족들이 도망친다!"
공포가 성벽을 타고 퍼져나갔다.
데메트리우스가 돌아봤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딸 안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아버지! 계속 싸워야 합니다!"
데메트리우스는 한 순간 움직이지 않았다. 어제의 쿠데타 주모자가 오늘 제국의 수호자가 되려는 그 순간, 그의 계급 동료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것은 배신이었다. 혹은 현실이었다. 귀족들은 제국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사랑했다.
그는 한 발을 내디딛었다. 도망치는 귀족들을 막으려는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오스만 기병 50명이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들은 도망치는 귀족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데메트리우스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귀족 기사 30명이 성벽에서 내려갔다.
콘스탄티누스의 눈이 그들을 따라갔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그는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모든 병사! 성벽을 지켜라!"
그의 목소리가 성벽을 울렸다.
조반니가 말했다.
"화약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포격은 마지막입니다."
콘스탄티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것을 마지막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의 눈이 성벽 아래의 오스만군을 바라봤다. 100미터 거리. 50미터 거리.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가 성벽에서 기도했다. 가톨릭 추기경도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도는 여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것이 병사들의 명령 체계를 흐트러뜨렸다. 우측 방어진이 0.3초 늦게 반응했다. 그 틈에 오스만 기병 30명이 더 깊숙이 들어왔다.
"지금이다!"
콘스탄티누스가 외쳤다.
12문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마지막 포격. 마지막 화약.
예니체리 1천 명이 진격 중 쓰러졌다. 그들 뒤의 보병들이 더 이상 진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후퇴하지 않았다. 성벽 기슭에서 멈췄다. 활을 들었다.
"방패! 방패!"
조반니가 외쳤다.
화살이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비잔틴 병사 50명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성벽 위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그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의 환호였다.
"제국! 제국! 제국!"
비잔틴 병사들의 함성이 하늘을 울렸다. 제노바 용병의 함성. 가톨릭 기사의 함성. 귀족 기사의 함성(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평민 병사의 함성. 모두가 한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는 약했다.
메흐메드는 후방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의 참모가 다가갔다.
"술탄께서는?"
메흐메드가 오래 침묵했다. 그의 손이 검자루를 놓았다 잡았다를 반복했다.
"저들의 황제를 봤는가?"
"네, 술탄께서."
"그 자는 두 명이다."
메흐메드의 목소리는 낮았다.
"한 명은 이 제국의 황제. 다른 한 명은 다른 시간대의 인간. 전투 중반에 그의 무릎이 꺾였다. 그 순간 포격이 약해졌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신호였다."
그의 눈이 지도 위의 콘스탄티노플을 가리켰다.
"저들은 지금 연합되었다. 귀족, 종교, 용병, 기사. 하지만 그 연합은 이미 균열이 생겼다. 귀족 중 30명이 도망쳤다. 그들이 도망친 타이밍은 정확했다. 화약이 거의 남지 않았을 때였다."
메흐메드의 눈이 도망친 귀족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오스만의 호위를 받으며 진영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 귀족들 중 한 명이 우리의 사람이다. 어제 비상 회의에서 화약 재고 정보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우리에게 전했다. 우리는 그 신호를 기다렸다. 화약이 부족해질 때까지. 그리고 그때 귀족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도망칠 시간이라는 신호를."
그의 목소리는 절대적이었다.
"저들의 연합이 깨지는 것을 보라. 귀족은 도망쳤고, 병사들의 사기는 무너졌다. 종교 지도자들의 기도는 여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것이 명령 체계를 방해했다. 측면 방어가 늦어졌다. 그리고 그 황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를 따라 움직였다.
"이번은 멈춰야 한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저들의 화약은 이제 완전히 떨어졌다. 다음 공격에서 우리는 포격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황제의 불안정성도 알았다. 그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마다 명령이 흐트러진다. 우리는 그것을 이용한다."
그의 눈이 다시 성벽을 향했다.
"저들의 연합이 완전히 깨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귀족들의 도망으로 병사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종교의 분열은 명령 체계를 방해한다. 그리고 그 황제의 정체성 불안정성은 우리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다. 다음 공격에서, 우리는 그 모든 약점을 동시에 공략한다."
오스만의 나팔이 후퇴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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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누스의 의식이 흔들렸다. 성벽에서 내려오면서, 그의 눈이 감겼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종류의 암흑이었다. 완전한 의식 상실이 아니라, 뭔가가 융합되는 감각.
그는 꿈을 봤다. 아니, 기억을 봤다.
1453년 5월 29일 오전 4시. 메흐메드의 최종 공격. 성벽의 붕괴. 그의 죽음. 제국의 멸망.
동시에 다른 기억도 봤다.
현대의 도시. 자동차. 전기. 콘크리트. 그리고 그곳에서의 자신의 이름. 그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감각이 들어왔다.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마치 누군가 그의 심장을 직접 만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 감각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원황제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것. 더 오래되고, 더 깊고, 더 낯선 무언가.
그는 깨어났다.
침실의 창에서 아침 해가 들어오고 있었다. 안나가 그의 곁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황제..."
"나는 깨어났다."
콘스탄티누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명확했다. 하지만 그 명확함 속에는 불안정함이 숨어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경련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자가 그의 팔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처럼.
"황제? 괜찮으십니까?"
안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콘스탄티누스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경련했다.
"아니, 움직인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다. 누군가 다른 자가 움직이고 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피로했지만 밝았다.
"황제께서 제국을 구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가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의 갑옷에는 혈흔과 흙이 묻어있었다. 그의 눈은 피로했지만 명확했다.
"콘스탄티노플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멈췄다.
"화약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그의 목소리가 끝났다.
콘스탄티누스가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경련했다.
콘스탄티노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성 소피아 대성당의 돔이 햇빛에 반짝였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골든혼의 물이 아침 빛에 물들어 있었다.
도시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메흐메드는 여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오스만군은 후퇴하지 않았다. 단지 공격을 멈추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성벽 아래에는 귀족 기사 30명이 도망친 자리가 비어있었다.
"귀족들이 도망쳤다고 들었습니다."
제레미아스가 말했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을 제외한 귀족 기사 30명이 전투 중반에 후퇴했습니다. 그것이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콘스탄티누스가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자가 그의 신체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처럼.
"황제!"
안나가 그를 붙잡았다.
"아버지가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귀족들을 데려오겠다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약했다.
조반니가 말했다.
"메흐메드는 이번 패배를 분석했을 겁니다. 다음 공격은 더 정교할 것입니다. 귀족들의 도망 신호를 정확히 포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눈이 콘스탄티누스를 마주했다.
"그리고 우리의 화약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그 황제의 불안정성도 알았을 겁니다."
제레미아스가 덧붙였다.
"종파 화해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가톨릭 추기경과 저의 기도가 여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병사들이 그것을 느꼈습니다. 명령이 제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콘스탄티누스의 눈이 창문 밖의 도시를 바라봤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경련했다. 그리고 그 경련 속에서, 새로운 감각이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 다른 자의 기억이 그의 뇌 속으로 침투하는 것처럼. 그것은 1453년의 기억이 아니었다. 더 오래된 기억이었다. 더 깊고, 더 어둡고, 더 낯선 무언가.
그는 느꼈다. 자신이 정말로 두 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두 명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인가?"
그가 중얼거렸다.
"현대인인가, 아니면 이 제국의 황제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안나가 그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당신은... 우리의 황제입니다."
제레미아스가 말했다.
"제국은 살아났습니다."
조반니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용병단장의 직관이었다.
"메흐메드는 물러섰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의 약점을 알고 올 것입니다."
밤이 다시 내려왔다.
성벽 위에는 여전히 초불이 타고 있었다. 오스만의 진영에서도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포위는 계속되었다.
메흐메드는 그의 천막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하지만 그의 눈은 명확했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 위의 콘스탄티노플을 가리켰다.
"저들의 황제는 불안정하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전투 중반에 무릎을 꺾었다. 그 순간 포격이 약해졌다. 우리는 그것을 정확히 측정했다. 포탄의 궤적, 포성의 크기, 모두가 변했다."
그의 참모가 다가갔다.
"술탄께서는?"
"저들의 귀족도 분열되었다. 30명이 도망쳤다. 그것은 연합의 균열이다. 그들이 도망친 타이밍을 봤는가? 화약이 거의 남지 않았을 때였다. 정확한 신호였다."
메흐메드의 눈이 지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공격에서, 우리는 그 황제의 정체성 불안정성을 이용한다. 그의 신체가 흔들릴 때, 우리가 공격한다. 그리고 귀족들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들이 또 도망치게 만든다. 그러면 병사들의 사기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절대적이었다.
"콘스탄티노플은 결국 나의 것이 될 것이다. 이번이 아니라면, 다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황제의 정체성이 완전히 무너질 때,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밤이 깊어갔다.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에서는 여전히 기도 소리가 들렸다. 동방 정교회의 기도와 가톨릭의 기도가 섞여있었다. 제노바 용병의 노래도 들렸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는 약했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 위에, 한 명의 황제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콘스탄티누스 11세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현대에서 온 자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제국의 황제였다.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더 오래되고, 더 깊고, 더 낯선 무언가.
그는 누구인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제국이 살아났다.
하지만 그것의 대가는 무엇인가?
그리고 미래는 정말로 열려있는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