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의의 균열, 신앙의 갈등
성벽 위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충돌했다.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원래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목소리였다.
"아니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주인공이 저항했다.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 제국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의 기술, 당신의 전술, 당신의 화포—이 모든 것이 우리를 살릴 수 없습니다."
"왜 지금 말하는가?"
"왜냐하면 당신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의식을 잃을 때마다, 저는 더 강해집니다. 당신의 신체는 원래 주인의 것입니다."
원황제의 목소리가 선언처럼 울렸다.
"당신은 손님일 뿐입니다."
주인공은 성벽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목구멍에서 끊겼다. 오직 침묵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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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침실의 어두운 공간에서 의사들이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었다. 촛불이 벽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각하, 동공이 정상입니다."
의사의 말이 먼 곳에서 들렸다. 주인공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봤다. 뺨이 뜨거웠다. 눈을 떴을 때 시각이 일순간 왜곡되었다. 성벽의 돌이 두 겹으로 보였다가 다시 하나로 돌아왔다.
"두 시간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각하."
두 시간. 그 시간 동안 무엇이 일어났나? 주인공은 기억을 더듬어 보려 했다. 성벽 위에서 포격음이 울렸다. 그리고 나서—
어떤 것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다. 한쪽은 화포를 재배치하는 수학적 계산이었고, 다른 한쪽은 검은 말 위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명확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은 일어나 앉았다. 의사들이 놀라 물러섰다.
"밖에 나가시오."
목소리가 낮았다. 마치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 같았다.
의사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가장 나이 많은 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두 명을 이끌고 침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혔다.
주인공은 침대에 앉아만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은 속삭임처럼 나왔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콘스탄티누스 팔라이올로스, 콘스탄티노플의 황제."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또 동시에 사실이었다. 주인공은 머리를 싸안았다. 두통이 밀려왔다. 이전의 두통과는 다른 것이었다. 통증이 아니라 무언가가 찢어지는 감각이었다.
창밖의 하늘이 검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5월의 밤. 오스만의 포격이 일시적으로 멈춘 시간대였다.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렸다. 주인공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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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팔라이올로스가 들어왔다. 그녀는 황제의 얼굴을 재빨리 훑어본 후 문을 닫았다.
"두통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알았나?"
"표정입니다."
안나는 침대 옆에 앉았다. 매우 조심스럽게, 마치 깨진 항아리를 다루듯이. 주인공은 그것을 알아챘다.
"당신은 알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진술이었다. 안나의 눈이 흔들렸다.
"당신이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아니라는 것을 말인가요?"
주인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나가 계속했다.
"저도 처음엔 낯선 점들이 많았습니다. 당신은 우리 황제가 결코 하지 않을 말들을 합니다. 포격 패턴을 숫자로 설명하고, 성벽의 약점을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제노바 용병단과 거래하듯 대화합니다. 그리고 가장 낯설게는—당신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상관없습니다."
안나의 목소리가 낮았지만 명확했다.
"당신이 누구든, 당신이 어디서 왔든, 당신은 제국을 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다른 귀족들은 전통을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전통만으로는 성벽을 지킬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은 안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당신이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은 신의 뜻일 수도 있습니다. 신이 당신을 여기로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신은 나를 보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여기에 있을 뿐이다."
"상관없습니다."
안나는 황제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주인공은 그 온기가 자신의 것인지 원래 황제의 것인지 모를 수 없었다.
밤이 깊어갔다. 안나가 나간 후, 주인공은 침실에서 일어나 창밖을 봤다. 콘스탄티노플은 조용했다. 포격이 멈춘 것은 메흐메드가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나이는 육십을 넘었지만, 그의 눈은 젊은 불빛을 담고 있었다.
"각하. 제가 온 것을 용서하십시오. 밤 늦은 시간이지만,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일어나 앉았다. 두통이 다시 밀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것을 무시했다.
"당신이 온 이유를 말씀하시오."
"2차 공격 격퇴 이후, 저는 밤새 성 소피아에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옳습니다."
총대주교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은 우리를 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종파 화해를 추진하겠습니다. 가톨릭 세계와의 연합을 위해, 제국의 구원을 위해."
주인공은 그 말을 곱씹어 봤다. 종파 화해. 천년의 신앙을 버리는 것. 그러나 동시에 제국을 살리는 것.
"무엇이 당신을 변하게 했나?"
총대주교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당신의 말입니다. '신앙과 생존이 모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은 우리를 살기를 원하는 것 아닌가?' 당신이 처음 저를 만났을 때 한 말입니다. 저는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영혼의 순수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죽은 영혼은 순수할 수 없습니다.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신앙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말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총대주교가 계속했다.
"저는 이것이 제국의 영혼을 파괴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교황청은 조건을 제시할 것입니다. 보수파 귀족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당신의 결정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의 신은 그것을 받아주실까?"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시도해야 합니다."
총대주교는 황제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주인공은 그 차가움에서 오래된 신앙의 무게를 느꼈다.
"감사합니다, 총대주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총대주교의 눈이 밝아졌다.
"내일 새벽, 교황청 특사 안토니오 미켈레스키가 갈라타 요새에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그를 만나 종파 화해의 조건을 협상하겠습니다. 동시에 보수파 귀족들—특히 루카스 노타라스 가문에 접근하여 설득을 시작하겠습니다."
"보수파가 반발할 것이다."
"예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3차 공격을 격퇴한다면, 그들도 움직일 것입니다. 생존이 신앙보다 강한 법칙입니다."
주인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총대주교, 당신의 용기를 기억하겠습니다."
"저도 당신의 결정을 기억하겠습니다, 황제."
총대주교가 나간 후, 주인공은 침실을 나와 성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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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타 요새의 제노바 함대 사령관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성벽 위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단호했다.
"3차 공격이 내일 새벽이 될 것 같습니다, 각하."
"정보인가?"
"추측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추측입니다."
조반니는 오스만의 진영을 가리켰다.
"포병 배치가 변했습니다. 주 포대가 남동쪽으로 이동했고, 신규 포대가 북쪽에 설치되었습니다. 이것은 성벽의 두 지점을 동시에 공격하려는 의도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전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조반니의 말을 들으며 오스만의 진영을 관찰했다. 조반니가 맞았다. 포대 배치가 변했다. 메흐메드는 학습하고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제안하나?"
"더 많은 포를 필요로 합니다. 지금의 12문으로는 두 지점을 동시에 방어할 수 없습니다."
"자원이 없다."
"제노바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조반니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대가가 있습니다. 만약 이번 공격을 격퇴한다면, 제노바는 당신의 동맹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는 오스만과 협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라타 요새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인공은 조반니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거짓이 없었다. 제노바인은 단순히 현실주의자였다.
"만약 내가 이번 공격을 격퇴한다면?"
"그러면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제노바의 모든 자원이 당신의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이것이 거래입니다, 각하."
주인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공정한 거래였다. 하지만 공정함은 생존을 보장하지 않았다.
"포 4문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포수가 부족합니다."
"내가 포수를 배치하겠다. 내일 새벽 공격 전에 남동쪽 성벽에 2문, 북쪽에 2문을 배치하라."
주인공은 성벽의 약한 지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와 여기. 이 두 지점이 메흐메드의 주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포를 이곳에 배치하면 교차 사격이 가능하다. 오스만의 포병 대형을 분산시킬 수 있다."
조반니는 주인공의 지시를 주의 깊게 들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은 이것을 이미 계산했군요."
"이미 계산했다."
주인공은 오스만의 진영을 바라봤다. 불빛이 여기저기서 움직였다. 메흐메드의 군대가 3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반니, 당신의 자원을 믿겠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믿는다."
조반니는 황제의 눈을 마주쳤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일 함께 이길 것입니다."
조반니가 물러나고, 주인공은 성벽에 기대어 선 채 오스만의 진영을 바라봤다. 불빛이 여기저기서 움직였다.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아니, 울린 것이 아니라 깨졌다. 마치 얇은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것처럼.
시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성벽의 돌이 두 개로 보였다. 그것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또 두 개로 나뉘었다.
"누구인가? 누가 나를 본다?"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니었다. 원래 황제의 목소리였다. 더 이상 속삭임이 아니라 비명에 가까웠다.
"나다. 나는 여기 있다."
주인공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내 몸을 빼앗았다. 내 도시를 빼앗았다."
"나는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다. 나는 구했을 뿐이다."
"구했다? 당신은 파괴했다. 천년의 신앙을 파괴했다. 종파 화해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은 성벽에 기대며 무릎을 굽혔다. 두통이 극심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두개골을 드릴로 뚫고 있는 것 같았다. 눈앞이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신앙이 죽은 영혼을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죽겠다. 하지만 순수하게 죽겠다."
주인공은 성벽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낮은 신음으로만 나왔다.
야간 보초들이 주인공을 발견했을 때, 그는 성벽에 기대어 있었다. 의식은 있었지만,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에서는 끊임없이 중얼거림이 나오고 있었다.
"구해야 한다. 구해야 한다."
보초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황제를 침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중얼거림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없었다.
침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창밖을 바라봤다. 오스만의 진영에서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메흐메드가 3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촛불 앞에 종이와 펜을 놓고 명령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글씨는 명확했다. 두 의식이 충돌하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펜을 정확히 움직였다. 이것이 자신의 의지인지 원황제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명령은 내려져야 했다.
첫 번째 명령: 교황청 특사 안토니오 미켈레스키와 총대주교 제레미아스 2세의 종파 화해 협상을 공식 승인한다.
펜이 멈췄다. 원황제의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안다."
주인공은 펜을 다시 들었다.
두 번째 명령: 보수파 귀족의 반발에 대비하여 황제 근위대를 전투 배치한다. 루카스 노타라스 가문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명령 거부 시 즉각 체포할 준비를 갖춘다.
세 번째 명령: 제노바 함대의 포 4문을 추가 배치한다. 남동쪽 성벽에 2문, 북쪽에 2문을 배치하고, 포수 배치를 완료한다. 내일 새벽 공격 전에 모든 준비를 완료할 것.
네 번째 명령: 3차 공격에 대비하여 전 병력을 전투 상태로 유지한다. 격퇴 후 즉시 성벽 보수를 시작할 것.
주인공은 명령서에 서명했다. 손이 크게 떨렸지만, 서명은 명확했다. 그것은 주인공의 서명이 아니라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서명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명령서를 들고 복도로 나간 주인공은 근위대장을 불렀다.
"이 명령들을 즉시 전달하라. 총대주교,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 그리고 성벽 사령관들에게."
근위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서를 받아들었다.
"각하, 혹시 당신은..."
"나는 괜찮다. 내일을 기다리면 된다."
주인공은 침실로 돌아갔다. 창밖의 콘스탄티노플은 조용했다. 포격이 멈춘 밤.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는 밤.
주인공은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계속 충돌했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우리는 순수해야 한다."
"신앙과 생존은 모순되지 않는다."
"신앙 없는 생존은 죽음과 같다."
주인공은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봤다. 촛불이 천장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그림자는 마치 두 개의 얼굴처럼 보였다.
한쪽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다른 한쪽은 원래 황제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겹쳐 있었다.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성벽 아래, 갈라타 요새의 한 방에서 조반니는 손에 든 지도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황제가 버틸 수 있을까?"
니콜로 바르바로가 옆에서 물었다.
"모른다. 하지만 내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반니는 창밖의 성벽을 바라봤다. 별빛 아래,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거대하게 서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것도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조반니는 포 4문의 배치 지도를 다시 펼쳤다. 황제의 지시가 정확했다. 그 지점들에 포를 배치하면 교차 사격이 가능했다. 메흐메드의 포병 대형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황제는 전술가다."
니콜로가 중얼거렸다.
"전술가일 뿐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기도 하다."
조반니가 대답했다.
"그가 누구든, 내일 우리는 그와 함께 싸울 것이다."
조반니는 지도를 접고 창밖을 바라봤다. 오스만의 진영에서 불빛이 움직였다. 메흐메드의 군대가 3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일 새벽.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