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성벽 위의 포연

황제의 머리가 깨지듯 아팠다.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성벽 중심부의 지휘소에서 무릎을 꿇었다. 손이 돌에 부딪혔다. 피가 났다. 포연 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목소리였지만 자신이 아닌 것.

*우리는 이미 죽었다. 신은 우리를 버렸다. 왜 계속하는가?*

절망. 그것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천년 제국의 마지막 황제로서 느끼는 무게. 하지만 그는 이를 깨물었다. 손이 성벽의 돌에 부딪혔다. 현대인의 확신이 절망을 밀어냈다. 이것은 내 전투다. 나는 이미 미래를 봤다.

황제는 눈을 크게 떴다.

포연이 걷혀가고 있었다.

오스만군의 포탄이 빗발쳤던 지난 몇 시간 동안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남동쪽 구간이 무너져 내렸다. 돌담은 회색 먼지를 흩날리며 붕괴되고, 그 사이로 오스만의 예니체리 보병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황제의 곁에 섰다. 제노바 용병단장의 얼굴은 철회색이었다.

"포격 집중도가 첫 공격의 세 배입니다."

황제는 망원경을 내렸다.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절망의 목소리는 배경음이 되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습니까?"

조반니의 질문에 황제는 지도를 펼쳤다. 종이에는 손글씨로 표시된 포격 각도와 반사각 계산이 가득했다. 현대의 포술 이론을 15세기의 종이에 옮겨낸 것이었다. 초석의 비율, 장약의 무게, 포신의 각도—모든 것이 수학이었다.

"호각 포진을 남쪽으로 이동시킨다. 오스만의 포탄 착지점을 역산하면 그들의 주 포대는 여기다."

황제의 손가락이 지도 위 한 지점을 찍었다. 갈라타 요새 북쪽, 약 300걸음 떨어진 언덕의 능선 위.

조반니는 지도를 들었다. 경험 많은 용병단장은 순간적으로 계산했다. 그 지점에서 성벽을 타격하려면 반드시 그 고도가 필요했다. 황제의 계산이 맞다면, 비잔틴의 화포들은 그 궤적을 역으로 따라 오스만의 포대를 명중시킬 수 있었다.

"이게 작동합니까?"

"작동한다."

황제는 조반니를 직시했다. 그의 눈에는 의심이 없었다. 확신만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조반니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움직입니까?"

"지금이다."

황제는 신호수에게 손을 올렸다. 횃불. 성벽 위의 나팔수들이 신호를 받으면 제노바 함대가 골든혼 만에서 나설 것이었다. 이미 어제 밤 비밀 회의에서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다.

횃불이 올라갔다.

***

귀족 회의실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팔라이올로스 공작 데메트리우스가 황제의 가톨릭 화해 선언을 들은 지 하루가 지났다. 회의실의 테이블 양쪽에 앉은 귀족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창밖으로 오스만의 포격음이 들렸다.

"폐하께서 정말로 가톨릭과 연합하시려 하십니까?"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 뒤에 서 있는 귀족들의 시선이 황제에게 몰렸다. 안나 팔라이올로스는 테이블 한구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계속 아버지와 황제 사이를 오갔다.

"천년의 정통성을 버리라는 말씀이신가요?"

스트라티오티 기사단의 대표자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황제는 일어섰다.

"정통성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다. 죽은 제국의 정통성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메흐메드의 포탄이 우리의 신앙을 존중하지 않는다. 오스만의 칼이 우리의 전통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죽으면서 자존심을 지키거나, 살면서 제국을 재건하거나."

데메트리우스 공작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것은 배신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제안하는가? 기도하다 죽을 것인가? 아니면 기술과 동맹으로 산을 시도할 것인가?"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 귀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노바 용병단은 정말 우리를 도울 것입니까?"

"도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산다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황제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이해관계는 신앙보다 강하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의 뒤에 선 귀족들 사이에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이는 눈을 감았다. 스트라티오티 기사단의 대표자는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렸다. 그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황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

전장은 지옥이었다.

포연이 뿌연 성벽 위에서 황제는 비잔틴의 화포 진지를 재배치했다. 조반니의 신호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계획된 것이었다. 제노바 함대가 골든혼 만에서 나타나기 위해서는 최소 10분이 필요했다. 그 10분 동안 비잔틴의 화포들은 오스만의 주 포대를 정확히 파괴해야 했다.

황제는 포수들 앞으로 나갔다. 그들의 얼굴은 땀과 검댕이로 검게 물들어 있었다. 포탄의 충격으로 몇몇은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호각 진지의 포신을 15도 상향. 장약은 표준량의 1.2배. 포탄 간격은 30초."

포수들이 움직였다. 황제는 망원경으로 오스만의 포대를 확인했다. 예상 궤적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발포!"

포신의 불길이 하늘을 가르며 솟아올랐다. 포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오스만의 주 포대가 있는 언덕 위로. 정확히 황제가 계산한 그 지점으로. 첫 포탄이 명중했을 때 황제는 눈을 떴다. 절망의 목소리는 아직도 울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배경음에 불과했다. 세 발, 네 발, 다섯 발이 계속 날아갔다.

오스만의 포대가 점화되기 시작했다.

연쇄 폭발. 포탄 창고가 터졌다. 오스만의 주 포대는 불덩이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성벽 남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제노바! 제노바!"

조반니의 기사단이 진지에서 뛰어나왔다. 갈라타 요새의 측면 보병 500명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창과 칼을 들고. 그들은 오스만군의 측면을 강타했다. 동시에 황금의 뿔 만에서 제노바 함대가 나타났다. 작은 갈선 3척이 오스만의 해상 보급로를 차단했다. 제노바 본국과의 거래 채널이 살아있다는 신호였다. 제노바는 콘스탄티노플의 생존에 자신들의 이익을 걸었다.

오스만군이 혼란에 빠졌다.

포격이 끝나고 보병 돌격이 예상되던 순간, 측면에서 적이 나타났다. 그들은 예비군을 투입해야 했고, 그러자 주 포대가 파괴되었다. 메흐메드의 계획이 흔들렸다.

황제는 성벽 위에서 외쳤다.

"이것이 제국의 힘이다!"

포수들이 황제를 바라봤다. 조반니가 성벽 아래에서 오스만군을 몰아치고 있었다. 제노바의 기사들은 칼을 휘두르며 진격했다. 갈라타 요새의 측면 보병들은 오스만군의 진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2시간의 격렬한 전투였다. 비잔틴의 화포가 계속 명중했고, 제노바의 측면 공격이 오스만군을 분산시켰다. 오스만의 보병들은 성벽에 도달하지 못했다. 메흐메드가 예니체리 근위대를 투입하려 할 때, 이미 오스만군의 손실은 예상을 훨씬 초과했다.

신호가 울렸다. 오스만의 나팔음. 철수 신호였다.

오스만군이 물러났다. 포위선의 동쪽 구간에서 메흐메드는 쌍안경을 내렸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

승리의 함성이 콘스탄티노플을 뒤덮었다.

성벽 위의 비잔틴 병사들이 무기를 높이 쳐들었다. 거리의 백성들이 창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황제가 성벽을 내려왔을 때, 조반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노바 용병단장의 갑옷은 오스만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황제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조반니가 무릎을 꿇었다.

황제는 조반니를 일으켰다. 그 순간 가슴 속에 뭔가가 부풀어 올랐다. 승리감.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졌다. 귀울음이 귀를 때렸다. 손이 떨렸다. 포연 속에서 시체들의 냄새가 풍겨왔다.

"당신의 500명이 측면을 잡지 않았다면, 화포만으로는 보병 돌격을 막을 수 없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의 손실은 얼마인가?"

조반니가 지도를 꺼냈다. 그 위에 표시된 숫자들은 냉정했다.

"비잔틴 보병 80명 전사, 150명 부상. 제노바 기사단 45명 전사, 70명 부상. 화포 4문 파괴, 포수 12명 사망."

황제는 숫자를 읽었다. 그리고 계산했다. 오스만의 손실은 최소 600명 이상. 예니체리만 300명 이상이 전사했을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 있는 시체들, 울부짖음, 절망을 생각하면 승리감은 빠르게 식어갔다.

"메흐메드의 손실은 우리의 10배 이상이다. 하지만 그는 자원이 우리보다 많다. 포위를 유지하는 한, 그는 계속 공격할 것이다."

조반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만의 포대는 재정비 중입니다. 최소 5일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성벽 남동쪽 구간을 보강하고, 새로운 화포를 만들어야 합니다."

"화포 제조 시간은?"

"표준 크기라면 10일. 하지만 포수 훈련까지 포함하면 2주입니다."

황제는 침묵했다. 그의 눈이 지도 위를 움직였다. 성벽의 손상된 구간, 오스만의 포위 진영, 제노바 함대의 위치. 모든 것이 다시 계산되고 있었다.

"다음 공격은 더 강할 것이다. 메흐메드는 우리의 화포 사거리를 알았다. 포격 거리를 늘리고, 측면 보호를 강화할 것이다."

조반니가 지도를 들었다.

"3주 안에 다시 공격이 올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우리는..."

황제가 갑자기 멈췄다. 그의 손이 성벽의 돌에 부딪혔다. 피가 다시 났다.

세상이 어두워졌다.

***

안나 팔라이올로스가 황제의 팔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의 눈에는 진정한 걱정이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것도 있었다. 의심. 두려움.

"황제께서 괜찮으신가요?"

황제는 여전히 두 세계 사이에 있었다. 어둠 속의 목소리가 아직도 울리고 있었다.

*왜 하는가? 멸망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닌가?*

"황제께서 방금 포수들을 대하신 방식이... 이상했습니다."

안나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녀는 황제의 눈을 들여다봤다.

"황제께서 포수들을 죽음의 도구처럼 세셨습니다. 아버지도 그렇게 하신 적이 없습니다."

황제는 안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누구인가? 자신은 누구인가?

"내가... 이상한가?"

황제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안나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황제께서 지금 누구신가요?"

그 질문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심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의심은 반란의 시작이었다.

황제는 천천히 일어섰다. 성벽 위의 포연이 걷혀가고 있었다. 오스만군은 물러났다. 이것은 승리였다. 기술과 동맹의 승리였다.

하지만 어둠 속의 목소리는 계속 말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창밖에서 오스만 진영의 횃불이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메흐메드는 이미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이제 깨달았다. 자신이 싸우고 있는 것은 외부의 적만이 아니었다.

자신 안에 있는 것—원래 황제의 절망과 기억. 그리고 이제 궁전 안에도 적이 생겼다. 스트라티오티 기사단 대표자의 손가락 신호. 귀족들의 속삭임. 그리고 안나의 의심. 데메트리우스 공작의 음모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황제는 성벽 위에 서서 오스만 진영을 바라봤다. 멀리 메흐메드의 진영에서는 새로운 대포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3차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성벽 아래에서 비명이 들렸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의 기사들이 성벽 남쪽 진지를 포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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