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포탄이 성벽을 갈라놓았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동쪽 구간에서 돌과 회반죽이 소용돌이쳤다. 콘스탄티노플의 방어선이 인간의 신체처럼 떨었다. 비잔틴군 병사들이 외쳤다. 누군가는 기도했다. 누군가는 무기를 놨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성벽 위의 사령탑에 서 있었다. 오스만의 대포 진지가 1.5킬로미터 거리에서 연달아 불을 뿜었다. 포탄의 궤적이 하늘을 그었다. 5초, 10초, 15초.

그의 머리는 계산했다. 원래 황제의 머리가 아니라, 현대인의 머리가.

"포격 간격을 기록하라."

음성이 명령조였다. 참모들은 서로 눈을 맞췄다. 황제의 얼굴에는 공포가 없었다. 그곳에 있어야 할 공포가.

"다음 포탄은 정확히 32초 후 저 지점에 떨어진다. 포대 북쪽 토루 방향."

포병 지휘관 에우스타티우스는 황제의 손가락을 따라 성벽 너머를 봤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32초 후, 포탄이 정확히 그 지점에서 폭발했다.

"신이시여..."

"신은 물리학이다. 움직여라."

황제는 돌아섰다. 성벽 아래 화포 배치지로 향했다. 보병들이 따라갔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다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 포들을 북쪽과 동쪽 구간에 집중시켜라. 오스만의 주 포대는 저 위치들이다. 포격 거리는 1.5킬로미터. 우리 포의 사정거리가 정확히 그 거리를 커버한다."

에우스타티우스가 서둘러 뒤따랐다. "황제께서 그 거리를 어떻게..."

"계산했다. 더 이상 물을 시간이 없다."

화포 제조소의 지하실에서 밤새 조정해온 포들이 성벽 위의 진지로 옮겨졌다. 총 12문. 비잔틴 제국의 모든 화포였다. 병사들은 이들을 목재로 만든 포가(砲架)에 고정했다. 화약통이 옆에 쌓였다. 포탄 더미가 솟았다.

황제가 손을 들었다.

"발사 준비. 간격 5초. 일제 사격은 하지 말고, 연속 사격으로 오스만의 재장전 시간을 주지 말아라."

포수들이 포에 장전했다. 도화선이 준비됐다. 성벽 위의 긴장이 응고됐다.

오스만의 다음 포탄 무리가 하늘을 그었다. 황제의 눈이 그것을 따랐다. 그의 손이 내려갔다.

"발사!"

첫 번째 포가 불을 뿜었다. 반동이 성벽을 울렸다. 포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5초 후, 두 번째 포가 발사됐다. 세 번째, 네 번째...

12문의 포가 만드는 리듬은 악곡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박자였다.

오스만의 주 포대 지점에서 첫 번째 포탄이 명중했다. 폭발이 일어났다. 연쇄 반응이 시작됐다. 포약통이 터졌다. 오스만군의 포수들이 날아갔다. 불이 퍼졌다.

포병 지휘관은 명령을 소리쳤다. "재장전! 빨리!"

두 번째 포탄이 도착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12문의 포가 만드는 연속 사격은 오스만의 포대를 삼켜버렸다. 연쇄 폭발이 하늘을 밝혔다.

메흐메드 술탄의 포대 진지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포병들이 제 발로 도망쳤다. 포들이 뒤집혔다. 화약 저장소가 폭발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비잔틴의 성벽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황제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포격을 멈추지 말고, 다음 표적은 북쪽 진영. 포격 간격은 10초로 단축해라. 오스만이 재편성할 시간을 주지 말아라."

병사들이 움직였다. 포들이 회전했다. 새로운 목표물이 조준됐다. 도화선이 불붙었다.

하늘에서 오스만의 다음 포탄 무리가 날아왔다. 그것은 이미 황제가 계산한 궤적이었다. 그는 손을 들었다.

"저 포탄들이 떨어질 시간을 이용해서 반격 사격을 개시하라. 포탄이 착지하는 순간, 우리 포는 이미 오스만의 다음 포대를 맞추고 있을 것이다."

명령이 실행됐다. 비잔틴의 포들이 오스만의 포탄이 떨어지는 것과 정확히 같은 순간 발사됐다. 하늘에서 두 갈래의 죽음이 교차했다.

포탄들이 성벽에 떨어졌다. 돌이 부서졌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비잔틴의 패배를 의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스만의 포대에서는 이미 화염이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포병 지휘관 에우스타티우스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전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술이었다.

30분이 지났을 때, 오스만의 포격이 급격히 약해졌다. 주 포대가 침묵했다. 메흐메드의 포병들은 재장전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포는 부서져 있었고, 포수들은 죽었거나 도망쳤다.

황제가 손을 들었다.

"포격 중단. 다음 지시까지 대기 상태 유지."

성벽 위의 침묵은 무거웠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이해하려 애썼다. 한 명의 남자, 한 시간의 전술, 오스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의 침묵.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오스만 진영의 나팔이 울렸다. 길고 낮은 음성이었다. 돌격 신호였다.

"보병 공격이 온다!"

누군가가 외쳤다. 성벽의 긴장이 다시 살아났다.

검은 물결이 밀려왔다.

오스만의 보병 5천 명이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향해 몰려왔다. 그들은 사다리를 들고 있었다. 곡괭이를 들고 있었다.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비명을 질렀다.

비잔틴군 7천 명이 성벽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은 화살을 준비했다. 돌을 들었다. 창을 세웠다.

황제는 성벽 위의 중앙 사령탑에 섰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포병은 포병의 역할을 한다. 보병은 보병의 역할을 한다. 겹치지 말고, 간섭하지 말고, 각자의 영역을 지켜라."

포병 지휘관이 물었다. "포격을 계속하나?"

"보병 돌격대가 성벽 100미터 거리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라. 그때가 최대 살상 거리다."

오스만의 보병들이 달려왔다. 50미터. 40미터. 30미터.

성벽 위의 비잔틴군이 화살을 퍼부었다. 오스만군이 쓰러졌다. 그러나 나머지는 계속 달려왔다. 그들은 사다리를 세웠다.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황제의 손이 내려갔다.

"발사!"

화포들이 성벽 아래의 오스만 돌격대를 향해 일제히 발사했다. 포탄이 보병 밀집지에 떨어졌다.

세상이 흔들렸다.

폭발의 중심에 있던 오스만군 수백 명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몸이 산산조각 났다. 불이 타올랐다. 연기가 피어났다.

보병들의 비명이 하늘을 찢었다.

그러나 오스만군은 계속 밀려왔다. 사다리 위에 오른 병사들이 성벽 위의 비잔틴군과 맞닥뜨렸다. 검이 부딪쳤다. 창이 날아갔다. 몸이 쓰러졌다.

황제의 명령이 계속됐다.

"포격 간격 7초. 다음 표적은 좌측 집결지. 우측은 보병이 담당한다."

포들이 다시 발사됐다. 오스만의 우측 집결지에서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그 사이 비잔틴의 근전 병력이 성벽 위에서 오스만군을 밀어냈다. 사다리가 뒤로 넘어갔다. 오스만군이 떨어졌다.

30분이 지났을 때, 오스만의 돌격은 끝났다.

메흐메드의 나팔이 다시 울렸다. 후퇴 신호였다. 검은 물결이 빠져나갔다. 오스만군은 성벽 앞에 시신들을 남기고 물러났다.

성벽은 침묵했다. 그것은 피와 연기의 침묵이었다.

그 순간, 황제의 머리에서 뭔가 터졌다.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마치 누군가 두개골 안에서 망치질을 하는 것 같았다. 시야가 흔들렸다. 무릎이 꺾였다.

그리고 다른 감정이 밀려들었다.

절망. 무거운, 검은 절망감. 이 전투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연하는 것일 뿐이라는 깨달음. 결국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될 것이고, 이 백성들은 노예가 될 것이고, 이 황제는 죽을 것이다. 모든 것이 헛되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것은 원래 황제의 기억이었다. 콘스탄티누스 11세 팔라이올로스의 깊은 절망. 1453년 5월의 마지막 날, 그가 느꼈던 바로 그 절망.

현대인 빙자자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의 정체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두 개의 의식이 한 몸에서 충돌했다.

역사 속의 황제는 말했다. 포격은 헛되다. 화약은 소용없다. 결국 우리는 죽는다.

현대인은 반박했다. 포격이 작동했다. 화약이 적을 격퇴했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역사 속의 황제는 웃음을 흘렸다. 이 하루뿐이다. 내일, 모레, 그 다음날. 결국 우리는 패배한다. 천년 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성벽 위에서 죽는다. 이것이 역사다.

현대인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1453년 5월 29일, 이 성벽은 함락될 것이다. 이 황제는 죽을 것이다. 이것은 정해진 역사다.

두 의식이 충돌했다. 계산과 숙명 사이에서. 현대의 지식과 역사의 무게 사이에서. 그는 찢어지고 있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눈앞이 검어졌다. 절망감이 뜨거운 철처럼 뇌를 지져갔다.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모든 계산이, 이 모든 전술이, 이 모든 승리가?

결국 끝이다. 결국 죽음이다.

"황제께서!"

누군가가 팔을 잡았다. 안나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아니, 가까웠다.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온기가 전해졌다.

"황제께서! 정신을 차리세요!"

황제는 눈을 떴다. 안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보고 있었다. 현대인 빙자자를 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그를.

"나는... 괜찮다."

그 말은 거짓이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절망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뜨거운 연철처럼, 그것은 그의 뇌의 어딘가에 박혀 있었다.

그는 안나의 손을 느꼈다. 그것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그 온기, 그 압력. 그것이 그를 이 순간에 붙들고 있었다.

"황제께서 넘어지셨습니다."

포병 지휘관과 병사들이 황제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눈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황제께서 우리를 구하셨습니다. 오스만을 격퇴하셨습니다!"

누군가 외쳤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성벽 위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비잔틴군은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종교적 외침, 전사의 외침, 살아남은 자의 외침.

"황제! 황제! 황제!"

성벽 아래 콘스탄티노플의 시민들이 집에서 나왔다. 그들은 위를 봤다. 성벽 위에는 황제가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비잔틴의 화포들이 있었고, 그 너머로는 격퇴된 오스만군의 뒷모습이 있었다.

그들은 외쳤다. 작은 목소리로 시작한 것이 점점 커졌다. 여성들, 아이들, 노인들. 모두가 외쳤다.

"황제! 황제! 황제!"

천년 제국의 첫 번째 승리. 그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황제는 그 환호 속에서 서 있었다. 환희의 목소리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일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망감은 여전히 박혀 있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깊숙이 내려앉았을 뿐이다. 마치 상처처럼. 마치 죽음의 예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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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렸다.

황제는 혼자 갈라타 요새의 외벽 위에 서 있었다. 그 아래로는 황금의 뿔(골든혼) 만이 검게 반짝였다. 제노바 함대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의 불빛이 건너편 해안을 밝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낮 동안 느꼈던 절망감이 완전히 걷혀나가지 않았다. 그것은 피부 아래에 남아 있었다. 신경을 타고 흐르는 독처럼.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안나였다. 그녀는 황제 옆에 섰다.

"조반니 롱고가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네. 그는 제국의 눈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분 후, 제노바 용병단장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나타났다. 그는 중년의 남자였다. 전투로 거친 얼굴, 냉철한 눈. 그는 단도직입적이었다.

"당신의 화포가 작동한다."

"그렇다."

"당신이 오스만을 격퇴했다."

"우리가 했다."

조반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상인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사의 미소였다.

"나는 당신을 믿기로 결정했다. 제노바는 콘스탄티노플이 살아야 산다. 그리고 당신이 이 도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제안하는가?"

"정식 동맹이 아닌 비밀의 것. 당신이 오스만의 다음 공격을 견딜 때, 제노바의 함대가 골든혼을 통해 지원을 보낼 것이다."

조반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무기, 물자, 필요하면 병력도. 그 대신 콘스탄티노플이 살아남으면, 제노바는 무역 특권을 인정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 도시의 재건에 참여할 권리를."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 구체적인 물자 규모는?"

"화약 200통. 무기 1천 자루. 병력 500명. 모두 내일 새벽 전에 도착할 수 있다. 제노바 본국과 이미 통신했다."

조반니가 손을 내밀었다. 황제가 그것을 잡았다. 악수는 계약이었다.

그 순간, 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황제께서 제노바 용병단과 비밀 거래를 하셨군요."

황제와 조반니가 돌아섰다. 어둠 속에서 팔라이올로스 공작 데메트리우스가 나타났다. 그는 황제의 뒤를 따라왔던 것이다. 성벽에서의 전투를 지켜본 후, 그는 황제의 행동을 의심했고, 그 의심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데메트리우스의 얼굴은 차갑고 조용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신념의 불이었다.

"공작께서 우리를 따라오셨군요."

"당신의 행동이 제국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보기 위해 따라왔다."

데메트리우스는 조반니를 노려봤다. 그 눈빛은 명확했다. 이교도를 향한 혐오가 아니라, 신앙의 배신을 향한 분노였다.

"당신은 이교도들과 손을 잡고 있다. 제노바인들과. 그들은 천주교도들이다. 우리의 신앙과 다른 자들이다."

"제국을 살리기 위해—"

"제국을 죽이고 있습니다!"

데메트리우스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념이었다. 그의 신념이 깨어지는 소리였다.

"천년 제국의 영광은 우리의 신앙에 있습니다. 우리는 정통 기독교의 수호자입니다. 그 신앙을 버리고 이교도의 무기로 살아남는 것이 무슨 의미합니까? 우리는 멸망하더라도 순수해야 합니다!"

조반니가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황제가 먼저 말했다.

"공작, 당신은 틀렸습니다."

데메트리우스가 황제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상처가 드러났다.

"신앙이 중요합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신앙이 없다면 우리는 짐승입니다."

황제가 한 발 다가갔다.

"그러나 신앙만으로는 성벽을 지킬 수 없습니다. 신앙만으로는 포탄을 막을 수 없습니다. 공작, 당신은 이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도 오늘 보았지 않습니까? 신앙이 아닌 것이 우리를 살렸다는 것을."

데메트리우스의 입술이 떨렸다. 그가 말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킬 것은 무엇입니까?"

"생명입니다. 백성의 생명입니다."

황제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당신은 제국이 멸망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도 압니다. 그 역사를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멸망을 지연시키는 것입니다. 그 지연 속에서 백성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황제가 데메트리우스의 눈을 직시했다.

"그것이 황제의 책임입니다. 신앙을 지키되, 백성을 버리지 않는 것. 신앙을 지키되, 생명을 외면하지 않는 것."

데메트리우스는 입을 열었다. 그의 손이 들렸다. 마치 무언가를 거부하려는 듯. 그러나 그 손은 다시 내려갔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그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 순간, 급사가 달려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꿇었다.

"황제께서! 긴급 소식입니다!"

"말해라."

"오스만군이 재편성을 완료했습니다. 정탐꾼 보고에 따르면, 메흐메드 술탄이 새로운 포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급사가 숨을 골랐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번에는 첫 번째 포대보다 세 배 이상 규모입니다. 포의 수만 36문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리고?"

"화약 운송대가 오스만 진영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정탐꾼들은 메흐메드 술탄이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들의 모든 화약, 모든 포, 모든 병력. 이번이 마지막 대공격입니다."

황제의 눈이 고정됐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역사를 알고 있었다.

메흐메드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격퇴는 그를 분노하게 만들 것이고, 그 분노는 더 큰 공격으로 변할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언제?"

"내일 새벽, 제2차 대규모 포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탐꾼들은 메흐메드 술탄이 이번 포격을 견디지 못하면 성벽이 함락될 것이라고 봅니다."

황제는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무엇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데메트리우스가 중얼거렸다.

"이것이 당신의 신약속입니까? 이것이 당신의 화약의 신입니까?"

황제가 데메트리우스를 봤다. 그의 눈에는 피로가 있었다. 낮 동안 느꼈던 절망감의 흔적이.

"공작, 당신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

"내일 포격이 시작되면, 귀족들이 흔들릴 것입니다. 일부는 항복을 주장할 것입니다. 일부는 신앙을 지키는 것이 죽음보다 낫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들을 규합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황제가 한 발 더 다가갔다.

"당신이 나를 따르면, 귀족들도 따를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버리면, 귀족들도 흩어질 것입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데메트리우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이상과 생존 사이에서. 그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마치 말하려는 듯. 그러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내일 아침, 귀족들을 모으십시오. 그들에게 말씀하십시오. 신앙을 지키되,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고. 신앙을 지키되, 백성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황제가 조반니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십시오. 제노바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배신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우리의 신앙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해진다고.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백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기 때문입니다."

데메트리우스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손이 들렸다. 그리고 내려갔다. 다시 들렸다. 다시 내려갔다.

마치 천칭처럼. 신앙과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는 천칭처럼.

황제가 돌아섰다. 갈라타 요새를 내려가며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모든 포병 부대에 알려라. 내일 새벽 포격 시작 전에 최종 점검을 완료하라. 포가, 도화선, 포탄 모두."

그는 멈췄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그리고 화약 비축량을 확인하라. 정탐꾼 보고가 맞다면, 내일 포격은 오늘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다. 우리의 화약이 오스만의 화약보다 오래 버텨야 한다. 그것이 승리의 조건이다."

조반니가 뒤따랐다. "화약 부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그렇다. 만약 우리의 화약이 먼저 떨어진다면, 성벽은 방어할 수 없을 것이다."

황제가 조반니를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제노바 함대가 가져올 수 있는 화약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제노바의 저장소에 충분한 양이 있습니다. 내일 새벽 전에 골든혼을 통해 운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반니가 주저했다.

"다만?"

"오스만 함대가 골든혼 입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운송 중 적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황제가 생각했다.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라. 운송대를 두 개로 나누어라. 첫 번째 운송대는 오스만의 감시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그 사이 두 번째 운송대가 화약을 운반한다. 그리고..."

황제가 안나를 바라봤다.

"안나, 당신은 두 번째 운송대와 함께 가십시오. 화약이 성벽 저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직접 감시하십시오. 누구도 그것을 빼돌리거나 숨길 수 없도록."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황제께서."

밤은 깊어갔다. 콘스탄티노플의 성벽 위에서 병사들은 무기를 점검했다. 포병들은 포탄을 세었다. 의사들은 붕대를 준비했다.

포병 지휘관 에우스타티우스는 화약 저장소를 돌아다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저장된 화약의 양을 세어보니, 내일의 장시간 포격을 견디기에는 부족했다. 최대 4시간.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는 황제를 찾아갔다.

"황제께서, 화약이 부족합니다."

황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침착했다.

"제노바의 화약이 도착할 것이다. 그것을 믿어라."

"만약 도착하지 않는다면?"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성벽 위에 섰다. 오스만 진영의 불빛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서 메흐메드 술탄은 내일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더 많은 포. 더 강한 포격. 마지막 공격.

황제는 알고 있었다. 내일 포격이 시작되면, 그의 절망감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절망감 속에서 그는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항복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싸울 것인가.

그리고 어딘가에서, 데메트리우스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신앙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제국을 지킬 것인가. 그 선택은 내일 아침이 되면 명확해질 것이었다.

밤은 계속됐다. 별들이 하늘을 밝혔다. 그리고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2차 대공격의 새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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