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소피아 대성당의 회담
성 소피아 대성당의 어둡고 소복한 내실. 황금 십자가가 벽면을 비추고, 기도용 양초들이 희미한 그림자를 만든다.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는 황제의 거만함을 본다. 황제복 위에 포화(砲火)의 그을음이 묻어 있다. 손가락에는 화약 배합으로 인한 검은 자국. 이것이 신의 종을 만나러 온 자의 모습인가.
"전하께서는 어떤 신봉하신 신앙을 가지고 이 자리에 오셨습니까?"
총대주교의 목소리는 낮지만 날카롭다. 나이 일흔에 가까운 눈빛은 수십 년의 신학과 신앙으로 단련되었다.
황제는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계산이 일어난다. 현대인의 머리로 천년 제국의 종교 권력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총대주교 폐하. 저는 신이 주신 지혜를 사용하러 왔습니다."
"지혜?"
제레미아스가 일어난다. 그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권위로 가득하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그것은 화약입니다. 불과 검은 가루. 이것이 신의 지혜입니까? 아니면 신의 섭리를 거역하는 인간의 오만입니까?"
황제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가 총대주교를 마주본다.
"신께서 인간에게 지혜를 주셨습니다. 수학, 물리, 화학의 원리—모두 신의 창조물입니다. 우리는 그 원리를 관찰하고 응용했을 뿐입니다. 제국의 백성이 죽어가는 이 시간에, 신이 주신 지혜를 외면하는 것이 신의 뜻일까요?"
제레미아스의 얼굴이 굳어진다.
"성벽이 무너질 때, 오스만의 칼이 우리 백성을 베어 내릴 때, 신께 기도만 할 것입니까? 아니면 신께서 주신 지혜로 그들을 막을 것입니까?"
총대주교는 창 밖을 본다. 바깥에서는 포격음이 울린다. 제레미아스는 알고 있다. 종교적 신념만으로는 성벽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영혼의 구원이 육체의 생존보다 중요합니다."
제레미아스의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제국이 멸망하면 교회도 사라집니다. 성 소피아도, 우리의 신앙도, 우리 백성의 영혼도 모두 오스만의 칼 속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황제는 이 말을 기다렸다. 제레미아스가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폐하께서 제 고뇌를 아실까요?"
제레미아스가 다시 앉는다.
"나는 천년 교회의 수장입니다. 교회 내 보수파는 이미 귀족들과 결탁하여 전하의 개혁을 '이단의 기술'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나는 황제를 도와주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배신자입니다."
황제가 한 발 앞으로 나간다.
"종파 화해입니다. 가톨릭 세계와의 연합."
침묵이 성당을 가득 채운다.
제레미아스의 손이 떨린다.
"가톨릭? 천년의 단절을 깨뜨리라는 말입니까?"
"네, 폐하."
황제의 대답은 냉정하다.
"가톨릭의 군사 지원 없이는 오스만을 격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전략이자 현실입니다."
"천년 전, 1204년. 십자군이 이 도시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한 것이 무엇입니까? 약탈, 강간, 살인.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제단에 말을 묶었습니다."
제레미아스의 목소리가 성당의 돔에 울린다.
"그 이후, 우리는 가톨릭과 단절했습니다. 우리는 동방 정교회의 순수성을 지켰습니다. 그것이 천년의 침욕에서 우리 영혼을 구한 방법입니다."
황제는 제레미아스의 말을 듣는다. 역사를 듣는다.
"역사는 변합니다, 폐하. 천년 전의 원한이 오늘의 멸망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우리 백성이 오스만의 칼에 죽어가는데, 우리는 과거의 치욕에 집착합니까?"
제레미아스가 황제를 바라본다. 그 눈빛. 이것은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눈빛이 아니다.
"전하는 영혼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압니다. 그래서 여기 왔습니다."
황제는 천천히 총대주교에게 다가간다.
"폐하께서 두려워하시는 것은 가톨릭과의 화해가 아닙니다. 교회 내 보수파의 반발입니다. 그들이 폐하를 '신앙의 배신자'라 낙인찍을 것입니다."
제레미아스는 대답하지 않는다. 침묵이 그의 대답이다.
"하지만 폐하, 생각해보십시오. 제국이 멸망하면 그 모든 권위도 함께 사라집니다. 교회의 보수파도, 그들의 신앙도, 그들의 명예도. 모두 오스만의 검 속에서 끝날 것입니다."
황제가 마지막 한 발을 내딛는다.
"황제는 단순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황제는 제국의 영혼입니다. 저는 육체와 영혼 모두를 구하려 합니다. 당신의 신앙은 그 과정에서 더욱 빛날 것입니다."
제레미아스는 한 번, 두 번, 세 번 숨을 쉰다. 그의 손이 십자가 목걸이를 만진다.
천년의 신앙과 현실의 절박함 사이에서, 한 사람의 영혼이 갈린다.
"만약 전하의 화포가 정말 오스만을 격퇴할 수 있다면, 만약 제국이 정말 살아날 수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요?"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는 종파 화해를 고려하겠습니다."
제레미아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이 약속입니까?"
"약속입니다."
황제의 대답은 명확하다.
제레미아스는 다시 한 번 십자가를 만진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번민으로 가득하지만, 결정은 내려졌다.
"교황청에 사절을 보내겠습니다. 하지만 전하, 기억하십시오. 교회 내 보수파는 이를 배신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 것입니다."
황제는 이 말을 주목한다. 데메트리우스. 그 이름은 이미 그의 계산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을 설득하십시오, 폐하. 당신은 신의 대리인입니다."
"신의 대리인도 현실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제레미아스가 중얼거린다.
황제는 회담을 마친다. 그는 성 소피아를 빠져나가며, 제레미아스는 남겨진 어둠 속에서 십자가를 붙잡는다.
***
성벽으로 향하는 돌길. 황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다. 안나 팔라이올로스가 뒤에서 따라온다.
"전하, 회담이 순조로웠습니까?"
황제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발걸음이 잠시 흔들린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는다.
"안나, 당신이 니콜로 바르바로를 찾아야 합니다. 화포 생산을 3배로 늘려야 합니다. 모든 화약 자원을 동원해야 합니다."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황제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흔들린다. 마치 물 위에 비친 상이 파동하는 것처럼. 그는 벽에 손을 짚는다.
"전하?"
안나가 다가온다.
"괜찮습니다."
황제가 대답한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린다. 그는 이마를 누른다. 두개골 안에서 뭔가가 맥박치는 것 같은 느낌.
*"콘스탄티노플... 내 제국..."*
희미한 목소리.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황제는 눈을 감는다. 그 목소리는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성벽으로 갑시다."
황제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안나는 그를 바라본다.
***
귀족 회의실의 문이 열린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나온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그의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다. 그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보수 귀족들을 규합하고, 종교 보수파와 결탁을 강화하고, 황제의 '이단의 기술'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세 명의 귀족이 있다.
"황제는 제레미아스와 무엇을 논의했는가?"
한 귀족이 묻는다.
"종파 화해입니다. 가톨릭과의 연합을 추진하려 합니다."
데메트리우스의 목소리는 차갑다.
"제레미아스가 동의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합니까?"
또 다른 귀족이 묻는다.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황제는 시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회의 권위는 훼손될 것입니다."
데메트리우스가 창 밖을 본다. 성벽 위에는 황제가 도착하고 있다. 멀리서 포격음이 울린다.
"오스만의 공격이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황제는 성벽으로 갈 것입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움직여야 합니다."
"무엇을 하려 하십니까?"
"제레미아스를 압박합니다. 그가 황제의 결정을 철회하도록 강요합니다. 만약 그가 거부한다면, 교회 내 보수파가 그를 이단으로 낙인찍을 것입니다."
데메트리우스의 계획은 정교하다.
"그리고 황제의 화포 생산 계획도 방해해야 합니다. 화약 자원을 통제하는 귀족들에게 압력을 가합니다."
한 귀족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이 있습니까? 오스만은 계속 공격할 것입니다."
"72시간입니다. 그 안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데메트리우스가 돌아선다.
"지금 바로 귀족 회의를 소집합니다. 황제의 정책이 제국을 멸망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보수파 귀족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움직인다. 그들의 발걸음은 빠르고 결연하다.
***
성벽에 도착한 황제는 포격 진지로 달려간다. 하늘이 울음을 터뜨린다.
포격음이다. 하지만 이전의 포격음과는 다르다. 더 많고, 더 조직적이고, 더 격렬하다.
"전하!"
안나가 소리친다.
성벽 곳곳에서 포탄이 폭발한다. 성돌이 하늘로 솟구친다. 먼지구름이 도시 전체를 덮는다.
황제는 성벽 위로 올라간다.
오스만의 포대가 더 많아졌다. 메흐메드 2세의 군대가 재편성되었다. 어제의 포격은 탐색사격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공격이다.
"모든 화포를 배치하라!"
황제의 목소리가 성벽을 가른다.
"이제 우리가 보여줄 차례다."
포탄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성벽이 울린다.
포수들이 즉시 움직인다. 이제 그들은 이 남자의 지시를 의심하지 않는다. 어제의 성공이 모든 의심을 깨뜨렸다.
"각도를 3도 상향하라. 오스만 포대의 배후 진지를 겨냥해야 한다!"
황제가 소리친다.
포탄들이 새로운 각도로 날아간다.
멀리 오스만 진지에서 폭발이 터진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정확한 명중이다. 오스만군의 포탄 적재소가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불기둥이 하늘을 찢는다.
하지만 오스만의 반격도 즉각이다. 성벽의 좌측 구간에 집중 포격이 쏟아진다. 성돌이 무너지고, 포수 중 일부가 날려간다. 비명이 울려 퍼진다.
"좌측 포대,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
황제가 외친다.
"포 2문 파괴, 포수 5명 사상입니다!"
한 장교가 소리친다.
황제는 즉시 계산한다. 화포의 수가 줄어들었다. 오스만이 비잔틴의 포격 지점을 파악하고 역포격을 시작한 것이다.
"우측 포대로 배치를 변경하라. 오스만 포대의 좌측 진지를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라!"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성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제노바 용병단장의 눈은 차갑지만 정확하다.
"좌측 성벽 제3포대, 각도 조정하라. 오스만 기마 집결 지점을 목표로!"
황제가 또 다른 지시를 내린다.
포탄들이 날아간다. 오스만의 기마 집결지가 혼란에 빠진다. 병사들이 흩어진다.
하지만 오스만의 포격은 계속된다. 성벽의 일부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성벽 위의 포진지가 위험해진다.
"포수들, 진지를 이동하라! 우측 50미터!"
황제가 명령한다.
포수들이 포를 옮기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혼란스럽지만 신속하다. 포 하나를 움직이는 데는 10명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또 다른 포탄이 성벽을 명중한다. 성돌이 무너지고, 포수 3명이 매장된다.
"계속하라! 멈추지 말고!"
황제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하다.
새로운 진지에서 비잔틴의 포들이 다시 불을 뿜는다. 이번엔 오스만의 포대 자체를 목표로 한다. 정확한 계산이 담긴 포격이다.
오스만의 포대 하나가 침묵한다. 명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포대도 침묵한다.
오스만의 포격 강도가 줄어든다. 포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
"계속하라! 우리가 우위다!"
황제가 외친다.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고개를 끄덕인다.
"좌측 성벽 제3포대, 각도 조정하라. 오스만 기마 집결 지점을 목표로!"
황제가 또 다른 지시를 내린다.
포탄들이 날아간다. 오스만의 기마 집결지가 혼란에 빠진다.
포격이 계속된다. 비잔틴의 포들이 오스만 진지를 짓누른다.
그리고 마침내, 오스만 진영에서 신호 나팔이 울린다. 철수 신호다.
메흐메드 2세는 이 공격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술적 승리입니다."
조반니가 말한다.
성벽 전체에서 환호가 터진다. 병사들이 손을 들고 외친다.
하지만 황제는 환호에 동참하지 않는다. 그의 머리는 여전히 울리고 있다.
*"이것이 승리인가... 아니면 더 큰 죽음의 시작인가..."*
원래 황제의 목소리가 더욱 명확해진다.
황제는 성벽의 포진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안나가 그를 붙잡으려 한다.
"전하!"
"화포 생산을 3배로 늘려라. 모든 화약 자원을 동원하라."
황제가 명령한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떨린다.
"메흐메드가 다시 올 것이다."
조반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전술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정확합니다."
황제가 돌아선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니콜로 바르바로를 찾아라. 그에게 전하겠습니다. 제국이 살면 그의 무역 네트워크는 동지중해 전체로 확장될 것이라고. 그리고 죽으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조반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황제가 안나를 바라본다.
"안나, 당신이 바르바로에게 이 말을 전하십시오. 상인은 당신의 얼굴을 더 신뢰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레미아스에게 전하십시오.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화포가 성공하면, 종파 화해를 추진하겠다고."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전하, 당신은 괜찮으십니까?"
황제는 안나의 눈을 본다. 그 눈에는 걱정이 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황제는 성벽의 모서리에 기댄다. 그의 손이 돌을 누른다. 손가락이 파르르 떨린다.
하늘이 다시 울기 시작한다. 이번엔 포격음이 아니다. 종소리다. 성 소피아의 종이 울린다. 제레미아스 2세가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황제의 귀에는 그것이 다르게 들린다.
*"나의 제국... 나의 백성..."*
원래 황제의 목소리가 더욱 강렬해진다. 두개골 안에서 맥박치는 통증이 심해진다.
황제는 눈을 감는다.
안나가 황제의 팔을 잡는다.
"전하, 휴식이 필요하십니다."
"휴식은 나중입니다."
황제가 눈을 뜬다. 그의 눈은 다시 초점을 찾는다.
"지금은 전쟁입니다."
황제는 성벽에서 내려간다. 그의 발걸음은 불안정하지만 결연하다.
조반니가 따라간다.
"전하, 다음 공격을 대비해야 합니다. 방어 진지를 재정비하고, 포탄 비축을 확인하고..."
"모두 하십시오. 그리고 귀족 회의에 소집 명령을 내리십시오. 내일 정오에 궁전에서 회의를 열겠습니다."
조반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의문이 있다.
"전하, 이것이 현명한 결정입니까?"
"필요합니다. 데메트리우스가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보수파 귀족들을 규합하고, 내 권위를 무너뜨리려 할 것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귀족들 앞에서 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조반니는 이해한다.
"알겠습니다. 소집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
궁전의 복도. 안나 팔라이올로스가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다.
상인 바르바로는 궁전의 무기고 근처에 있다. 그는 화약과 화포 부품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계산으로 가득하다.
"바르바로."
안나가 나타난다.
상인이 돌아본다.
"팔라이올로스 부인. 영광입니다."
"황제께서 당신을 찾으십니다. 화포 생산을 3배로 늘려야 합니다. 모든 화약 자원을 동원해야 합니다."
바르바로의 얼굴이 굳어진다.
"3배?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화약의 원료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72시간입니다."
안나가 말한다.
바르바로는 침묵한다. 72시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상인이다.
"만약 제국이 살면?"
안나가 묻는다.
"당신의 무역 네트워크는 동지중해 전체로 확장될 것입니다. 황제께서 약속하십니다."
바르바로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죽으면?"
"모든 것을 잃을 것입니다."
안나가 말한다.
바르바로는 한 번, 두 번, 세 번 숨을 쉰다.
"72시간이면 가능합니다.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습니다. 나의 모든 배를 출항시키겠습니다."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제레미아스 총대주교에게도 전하십시오. 황제께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화포가 성공하면, 종파 화해를 추진하겠다고."
바르바로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알겠습니다. 즉시 움직이겠습니다."
바르바로가 돌아선다. 그의 발걸음은 빠르다.
안나는 그를 바라본다.
***
귀족 회의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보수파 귀족들을 모으고 있다.
"황제는 미쳤습니다."
한 귀족이 말한다.
"가톨릭과의 화해? 천년의 신앙을 버리고?"
"화포로 전쟁을 이기려고 합니다."
데메트리우스가 말한다.
"신의 섭리를 거역하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황제는 그것을 신의 지혜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이단입니다."
보수파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 귀족 회의가 소집됩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황제의 정책을 반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제국의 전통을 지키는 자들입니다."
한 귀족이 손을 든다.
"하지만 황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습니다. 오스만을 두 번 격퇴했습니다."
"전술적 승리일 뿐입니다."
데메트리우스가 대답한다.
"전략적으로 보면, 우리는 여전히 패배하고 있습니다. 오스만은 계속 공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화약이 떨어질 것입니다."
데메트리우스의 계획은 명확하다. 시간을 끌고, 황제의 정책이 실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레미아스도 압박해야 합니다. 그가 황제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면, 교회 내 보수파가 그를 이단으로 낙인찍을 것입니다."
보수파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 회의에서 우리는 황제의 정책을 반대합니다. 그리고 만약 황제가 계속 고집한다면..."
데메트리우스의 말 속에는 암시가 있다.
***
성 소피아 대성당. 제레미아스 2세는 혼자 기도하고 있다.
그의 앞에는 십자가가 있다. 천년 신앙의 상징이다.
제레미아스는 알고 있다. 데메트리우스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수파가 자신을 배신자로 낙인찍으려 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또한 알고 있다. 제국이 멸망하면 모든 신앙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그 순간, 안나 팔라이올로스가 대성당에 나타난다.
제레미아스가 돌아본다.
"팔라이올로스 부인."
"황제께서 전하겠습니다.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화포가 성공하면, 종파 화해를 추진하겠다고."
제레미아스는 이 말을 듣는다. 그것은 약속이자 위협이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그것은 절박함의 표현이다.
"황제께서는 정신이 명확하신가요?"
제레미아스가 묻는다.
안나는 잠시 침묵한다.
"명확하십니다. 하지만 무언가 변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황제는 두 사람처럼 보입니다."
제레미아스는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팔라이올로스 부인, 당신이 황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입니다. 황제가 정말 콘스탄티누스 11세입니까?"
안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내일 귀족 회의가 있습니다. 데메트리우스가 황제의 정책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안나가 묻는다.
제레미아스는 십자가를 본다.
"나는 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신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
밤이 깊어간다. 황제는 성벽 위에 서 있다.
성벽 아래로는 오스만 진영이 보인다. 메흐메드 2세의 군대는 재편성되고 있다.
황제는 성벽의 돌에 손을 짚는다. 그의 머리는 여전히 울리고 있다.
*"누가... 나를 지배하는가..."*
원래 황제의 목소리가 계속 울린다.
황제는 눈을 감는다. 그 목소리 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
안나가 황제 곁에 나타난다.
"전하, 휴식이 필요하십니다."
"휴식은 죽음입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황제는 성벽에서 돌아선다. 그의 눈은 궁전을 향한다.
"내일 귀족 회의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입니다."
안나가 황제를 바라본다.
"당신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황제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하늘을 본다. 별들이 떠 있다.
"나는 제국을 지켜야 합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제의 몸이 흔들린다. 또 다른 통증이 밀려온다. 두개골 안에서 뭔가가 격렬하게 움직인다.
황제는 성벽의 돌에 무릎을 꿇는다.
*"콘스탄티노플... 나의 제국..."*
원래 황제의 목소리가 절규한다.
그 순간, 멀리 오스만 진영에서 새로운 신호 나팔이 울린다.
메흐메드 2세는 이미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국의 운명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