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의식이 돌아올 때마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지하 화포 제조소의 천장을 노려보며 눈을 떴을 때, 남자는 손가락 끝의 파르르한 떨림을 느꼈다. 벽에 기대어 일어서는 순간, 시야가 왜곡되었다. 천장이 두 겹으로 겹쳤다가 다시 하나로 돌아왔다. 그는 눈을 비볐다. 정상이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남았다.

거울을 찾아 비쳤다. 거울 속 눈이 두 개였다. 한쪽은 그의 눈이고, 다른 한쪽은 아닌 것 같았다.

"폐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청년 기술자 하나가 달려왔다. 남자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지하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었다.

불빛 아래 여섯 대의 포 틀이 놓여 있었다. 나무와 철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들. 그 옆에는 장인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망치와 정이 들려 있었다. 화약 냄새가 공기 전체를 점유했다—초석과 목탄, 그 아래 묻혀 있는 황의 쓰디쓴 향.

남자는 손을 들어 올렸다. 떨림이 여전했지만, 목소리는 명확했다.

"현황을 보고하라."

"예, 폐하. 어제 명령하신 포신 강도 계산에 따라 내관 여섯 명이 철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화약 배합 비율도 조정했습니다. 초석 비율을 3할에서 3할 5분으로 올렸고, 목탄 입자를 더 고르게 갈았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입을 닫았다. 눈이 흔들렸다.

"그런데?"

"몇몇 장인이 불안해합니다. 이렇게 높은 비율의 초석을 사용하면 포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걱정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우려는 이해가 갔다. 지금까지 비잔틴이 사용해온 화약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은 이제 사치였다.

"그들을 모아라."

다섯 분이 채 안 되어, 화포 제조소의 모든 기술자와 장인이 남자 앞에 모였다. 대략 서른 명 정도였다. 나이는 오십에서 오십대 초반. 십년, 이십년을 포를 다루어온 손들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의심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남자는 가장 늙은 장인,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이름은?"

"마르키아노스입니다, 폐하."

"마르키아노스, 당신은 포 제조에 몇 년을 바쳤는가?"

"사십 년입니다, 폐하."

"그렇다면 당신은 현재의 화약 배합으로 만든 포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안다. 몇 발을 쏠 수 있는가?"

마르키아노스는 입을 다물었다. 답은 분명했다. 서너 발이면 포신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열 발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십 발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폐하."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포 하나가 백 발을 쏠 필요는 없다. 오십 발이면 충분하다."

남자는 천천히 돌아다니며 말을 이었다. 손을 움직여 화약의 입자를 가리켰다.

"초석의 비율을 올리면 화약의 폭발력이 증가한다. 그만큼 포신에는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포탄이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는 것이다. 오스만의 포 한 문이 우리 성벽을 맞힐 때마다 우리는 사람을 잃는다. 포신의 수명이 아니라 우리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이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내가 지시한 대로 따르면, 이 포들은 오스만의 포보다 더 멀리 날아갈 것이고, 더 정확하게 맞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질문이 있는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좋다. 다시 일하라."

---

4월 9일 이른 아침, 첫 번째 화포가 완성되었다.

검은 철의 포신은 햇빛을 반사했다. 목재로 만든 포 틀은 튼튼해 보였고, 바퀴는 미끄러운 움직임을 약속했다. 남자는 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살펴보았다. 마르키아노스가 뒤를 따랐다.

"강도를 다시 확인했습니까?"

"예, 폐하. 망치로 두드렸을 때 소리도 좋습니다."

남자는 포신의 내부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균일한 표면. 나선형의 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파여 있었다. 그것들이 포탄에 회전을 가하고, 더 정확한 탄도를 만들 것이다.

"테스트 발사를 준비하라. 성벽에서 거리 백 보 떨어진 목표물에 겨냥한다."

"목표물이란, 폐하?"

"돌 더미를 쌓아라. 크기는 팔뚝 정도면 충분하다."

---

귀족 회의는 오전 열 시에 소집되었다.

황제의 궁전 내 회의실은 천년의 역사를 담은 공간이었다. 천장은 금박이 벗겨진 장식으로 뒤덮여 있었고, 벽에는 역대 황제들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그 주변에는 고급 직물로 덮인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남자가 입장했을 때, 귀족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데메트리우스 공작이 맨 왼쪽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모두가 일어섰다. 절을 했다. 하지만 움직임 속에 저항이 있었다. 남자는 그것을 느꼈다. 존경이 아니라 의무로 행해지는 경배.

남자는 테이블의 머리 자리에 앉았다.

"상황을 보고하라. 오스만의 포위 진행 상황은?"

한 귀족이 일어섰다. 얼굴이 창백했다.

"폐하, 오스만군은 여전히 성벽을 포격하고 있습니다. 손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이틀간 오십 명 이상의 병사가…"

데메트리우스가 손을 들었다. 발언을 원한다는 신호였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데메트리우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나이는 육십을 넘었고, 얼굴에는 권력의 무게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 이틀간 폐하께서는 이상한 명령들을 내려오셨습니다. 화약 배합을 바꾸고, 포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조하고, 기술자들에게 낯선 이론을 주입하고 계십니다."

"제국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폐하, 천년 제국은 신앙과 명예로 지탱되어 왔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신의 은총 아래에서 이 제국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는…"

데메트리우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교적 기술, 마술의 냄새가 나는 그것을 신봉하고 계십니다. 초석과 황을 섞어서 불을 만드는 것이 신의 뜻입니까?"

"그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입니다."

"자연의 법칙? 폐하, 당신은 누구입니까?"

침묵이 날카로워졌다.

다른 귀족들이 몸을 굳혔다. 데메트리우스의 질문은 표면적으로는 정중했지만, 내면의 의미는 명백했다. 당신은 정말 콘스탄티누스 11세입니까?

남자는 천천히 일어섰다. 테이블 위로 손을 얹었다. 그 순간, 그의 목소리가 한 번 떨렸다. 두 개의 음성이 겹쳐지는 듯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제국의 황제입니다. 그리고 나는 제국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폐하, 그렇다면 제국은 무엇입니까? 이 성벽입니까? 이 도시입니까? 아니면 우리의 신앙입니까?"

"제국은 우리의 백성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백성의 영혼은 어떻게 됩니까? 폐하께서 이단의 기술을 받아들이신다면, 우리는 신의 은총을 잃을 것입니다. 우리는 멸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명예 속에서 멸망할 것입니다."

"명예 속에서의 멸망은 멸망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제국이 전통으로 죽는 것과 혁신으로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명예로운 것인가? 나는 우리 백성을 죽음으로부터 구하는 것이 황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다르게 생각하십니까?"

데메트리우스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눈빛은 냉철했다. 다른 귀족들도 따라 앉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동의가 아니라 전술적 후퇴처럼 보였다. 회의실의 공기가 변했다. 표면적인 순종 아래로 깊은 갈등이 흐르고 있었다.

왼쪽 석벽에 앉은 세 명의 귀족이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고개를 기울였다. 오른쪽의 다섯 명과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전통파와 개혁파. 이미 귀족 내부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

회의는 계속되었지만, 남자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이미 지하 화포 제조소로 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 깊숙한 곳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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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안나 팔라이올로스가 나타났다.

그녀는 황제의 침실 근처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녀 두 명을 데리고 있었지만, 남자에게 다가갈 때 그들을 물러나게 했다.

"폐하, 말씀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창문이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창밖으로는 오스만의 진영이 보였다. 포연이 하늘을 그었다.

"아버지가 화났습니다."

안나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나도 안다."

"폐하께서 아버지의 말씀을 무시하셨습니다."

"그는 제국을 지키는 방법을 모른다."

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갈등이 있었다.

"아버지는 제국의 명예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명예는 산 자의 것이다. 죽은 자의 명예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안나가 한 발 물러섰다. 그 말은 황제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폐하, 아버지는 당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들의 우려를 무시한다면, 귀족들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아버지는 전통파 귀족들을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기술을 악마의 도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그녀의 말은 맞았다. 하지만 그가 느낀 것은 논리적 인정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이 장면을 본 것처럼.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안나가 잠시 말을 멈췄다.

"저는 제국이 살아남기를 원합니다, 폐하. 그리고 가족도."

"둘 다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제국을 위해 가족을 버리시겠습니까? 아니면 가족을 위해 제국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안나의 질문은 예리했다. 그녀는 황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이 한 순간 다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절망. 그리고 어떤 다른 시간의 고통.

"폐하?"

남자는 창밖을 바라봤다. 오스만의 진영에서 또 다른 포성이 울렸다.

"당신은 나를 도와야 한다. 귀족들을 설득해라. 아니면 그들이 나의 길을 막지 않도록 해라."

"폐하, 그것은 저에게 불가능합니다. 아버지는 이미 결심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안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도 당신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를 버릴 수 없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남자는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비탄이었다. 그리고 죄책감이었다.

"그렇다면 이 방을 나가라."

안나는 남자를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실망과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로는 연민도 있었다. 마치 그녀가 황제 안에 갇혀 있는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제국의 미래가 무엇이든, 당신만의 길로 가지 마세요. 아버지와 다시 만나세요. 그들의 말을 들어세요."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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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 니콜로 바르바로의 첩자가 화포 제조소에 나타났다.

그는 상인으로 위장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옷은 평신도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날카로웠다. 그는 마르키아노스에게 다가갔다.

"내가 와인을 사러 왔는데, 여기서 판다고 들었소."

마르키아노스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여기는 화포 제조소입니다. 와인은 없습니다."

"아, 그렇다면 화포를 구입할 수 있습니까? 제 주인이 흥미로워하고 있습니다."

마르키아노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는 첩자를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첩자는 이미 본 것들을 머릿속에 담았다. 완성된 포 한 대. 거의 완성된 포 다섯 대. 화약의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자들의 얼굴에 있는 신뢰.

첩자는 갈라타 요새로 돌아갔다. 니콜로 바르바로에게 전할 것이었다: 황제의 화약 기술은 거짓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정보는 즉시 베네치아의 상인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갔다. 황제는 전통적인 귀족뿐 아니라 상인들까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것은 정치적 위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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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테스트 발사가 시작되었다.

성벽 위의 한 지점에 포가 설치되었다. 돌 더미는 백 보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바람이 잠깐 멈췄다. 마치 세상 전체가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포 옆에 서 있었다. 마르키아노스는 도화선을 들고 있었다. 기술자들과 젊은 병사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귀족들도 성벽 위에 섰다. 데메트리우스는 팔을 끼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냉소적이었다. 그 옆의 전통파 귀족들도 같은 자세였다. 반대편의 개혁파 귀족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발사하라."

마르키아노스가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불이 포 위로 타오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굉음이 성벽 전체를 흔들었다.

포신에서 불꽃이 분사되었고, 포탄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그것은 백 보를 날아가서, 돌 더미에 명중했다. 돌들이 폭발하듯 흩어졌다. 먼지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침묵이 흐르다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젊은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기술자들이 손을 모으며 경탄했다. 마르키아노스는 입을 벌렸다. 개혁파 귀족들도 환호했다.

남자는 포연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통쾌함이 가슴을 채웠다. 이것이 진짜 힘이다. 이것이 제국을 구하는 방법이다. 포신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는 오스만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데메트리우스와 전통파 귀족들의 표정이 변했다. 놀라움은 이미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냉철한 계산만 남았다. 그들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왼쪽 석벽에 앉은 세 명의 귀족이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고개를 기울였다. 무언의 신호. 이제 행동할 때라는 신호.

남자는 성벽 너머를 바라봤다. 오스만의 포진지가 보였다. 대포들의 검은 입이 성벽을 향해 열려 있었다. 마치 배고픈 괴물처럼.

남자는 손을 들어 올렸다.

"반격을 준비하라. 오스만의 포탄 배치지를 목표로 한다. 이 포와 동일한 배치로 만든 나머지 포들을 모두 동원하라. 네 시간 내에 준비가 끝나면 황혼 때 발사한다."

"폐하, 아직 다른 포들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포 한 대로는…"

"그렇다면 이 포를 옮긴다. 다섯 번 발사한다. 다섯 번 안에 오스만의 포대를 침묵시켜야 한다."

마르키아노스는 남자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합리성이 아니라 결정이 있었다. 장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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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내려앉았을 때, 포는 준비되었다.

남자는 성벽 위의 다른 위치로 포를 옮기도록 명령했다. 이동식 포대. 오스만이 예상하지 못한 위치. 포탄이 장전되었고, 도화선이 준비되었다.

남자는 포 옆에 서서 오스만의 진영을 노려봤다. 저 멀리서 포성이 울렸다. 성벽에 포탄이 떨어졌다. 먼지가 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남자가 손을 내렸다.

"발사."

포가 울렸다. 포탄이 날아갔다. 그것은 오스만의 포탄 배치지를 정확히 맞혔다. 폭발이 일어났다. 오스만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시."

포탄이 장전되었다. 다시 포가 울렸다. 다시 명중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매번 포탄은 목표물을 정확히 맞혔다. 오스만의 포대는 침묵했다. 혼란이 일었다. 오스만의 기병들이 움직였다. 포진지를 버리고 후퇴하는 것처럼 보였다.

성벽 위의 비잔틴 병사들이 환호했다. 기술자들이 소리를 질렀다. 개혁파 귀족들도 손을 모으며 환영했다.

남자는 포연 속에서 서 있었다. 포 위에 손을 얹고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오스만의 진영을 바라봤다. 승리의 감정은 없었다. 오직 냉정한 만족만 있었다. 이것이 진짜 힘이다. 이것이 제국을 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리 깊숙한 곳에서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절망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

밤이 깊었다.

남자는 침실에서 깨어났다. 다시 두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통이 아니라 분열이었다. 침실의 벽이 두 겹으로 보였다. 한 겹은 현재의 벽이고, 다른 한 겹은 다른 시대의 벽이었다.

*천년 제국의 명예…*

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것은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 오래된 목소리였다. 더 깊은 곳에서 온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비탄으로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남자는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두 개였다. 한쪽은 차가운 결정을 담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깊은 고통을 담고 있었다.

문이 두드려졌다.

"폐하?"

안나의 목소리였다.

"폐하께서 총대주교를 만나야 합니다. 제레미아스 2세 총대주교께서 당신을 파문하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결집되고 있습니다."

남자가 문을 열었다. 안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혼란이 쓰여 있었다.

"더 있는가?"

"예, 폐하. 더 심각한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제레미아스와 만났습니다. 전통파 귀족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연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제거하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진정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눈이 한 번 더 깜빡였다. 이번에는 명확했다. 그것은 그의 눈이 아니었다.

"내일 아침 총대주교를 소집하라. 나는 그를 만날 것이다."

"예, 폐하."

안나는 돌아섰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 변했음을 느꼈다. 황제는 여전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무언가가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두 개의 강이 같은 침대에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강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다시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눈이 한 번 더 깜빡였다. 이번에는 명확했다. 그것은 그의 눈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오래된 눈이었다. 더 깊은 곳에서 온 눈이었다.

남자는 침대에 넓게 누웠다. 천장을 노려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내가 누구인가?"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오직 포성만이 먼 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포성 속에서, 남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비탄이었다. 그리고 경고였다.

"당신은 나를 대체했지만, 나는 아직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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