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는 천둥 같았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돌이 포탄에 깨져나갔다.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고, 그 속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성벽 위에 서 있었다. 피와 석분이 뒤섞인 공기를 마시며, 그는 자신의 제국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7천 명. 그것이 전부였다.
오스만의 15만 군대를 상대하기 위해 비잔틴이 보유한 모든 것이 7천 명의 병사였다. 포위는 완벽했다. 메흐메드 2세의 대포들은 성벽을 무자비하게 깎아내렸다. 비잔틴의 대포들—낡고, 적고, 느렸다—은 이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했다.
황제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분노였다. 천년의 제국이 이렇게 끝나는가?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의식이 침몰했다. 깊은 심연으로 빨려 내려가는 느낌.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속삭였고, 그 다음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
눈을 뜬 순간, 혼란이 밀려왔다.
천장이 보였다. 금박이 입혀 있고, 그 위에 종교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스도와 성인들. 마리아의 슬픈 얼굴.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영어로 생각하던 뇌가 갑자기 그리스어로 감지하기 시작했다. 두 언어가 겹쳤다. 혼재했다.
*Where am I? Πού είμαι;*
남자가 깨어났다.
비단 시트, 무거운 담요에 누워 있었다. 창밖으로는 황금의 뿔 만이 보였고, 그 너머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스만의 진지에서 나는 연기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언제인지는 알았다. 역사 책에서 읽었던 이 날. 1453년 4월 6일. 콘스탄티노플의 최후가 시작되는 이 날.
거울이 있었다. 벽에 붙은 작은 거울.
남자는 일어났다. 다리가 흔들렸지만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는 자신이 아닌 남자가 비쳤다. 40대 중반, 수염이 자라 있고, 눈 아래에는 검은 자국이 있었다. 황제의 얼굴.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얼굴.
그 순간 손이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입이 열렸다.
"내가 들어가 있다."
비잔틴 그리스어였다. 그런데 남자는 그 말을 한 기억이 없었다.
두통이 폭발했다. 뇌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거울 속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같은 얼굴이 두 겹으로. 아니, 다른 표정이었다. 절망에 찬 표정. 죽음 앞의 표정.
성 소피아 대성당의 촛불이 떠올랐다. 흰 예복을 입은 성직자들. 그들의 입술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라틴어? 그리스어? 남자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다.
'누가 누구지?'
남자는 영어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멈췄다. 자신이 영어를 했다는 것에.
침실의 문이 열렸다. 노인이 들어왔다. 검은 옷을 입은 비잔틴 성직자였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폐하께서 일어나셨습니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폐하, 괜찮으신가요? 당신께서 성벽에서 돌에 맞으셨을 때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의술사가 밤새 당신을 간호했습니다."
돌에 맞았다. 남자는 그 기억을 더듬어 봤다. 성벽. 포격. 절망. 그리고 그 다음은—
'의식이 끊겼다. 그리고 깨어났다.'
"물을 가져다오."
남자가 말했다. 비잔틴 그리스어로. 자신도 모르게.
성직자가 물을 떠 왔다. 남자는 그것을 마셨다. 목이 탔다. 심하게. 물은 차갑고 쓸었다. 그는 세 잔을 더 마셨다.
"폐하, 오스만이 다시 공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노바의 지우스티니아니 롱고 지휘관이 당신을 뵙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팔라이올로스 공작 데메트리우스도 회의에 참석하기를 원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은 없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5월 29일. 그때까지 54일.'
역사는 정해져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은 5월 29일에 함락된다. 메흐메드 2세는 성공한다. 비잔틴은 끝난다. 그것이 기록된 역사다.
하지만 지금 남자의 뇌 속에는 다른 것들이 있었다.
화약 배합. 질산칼륨과 목탄과 황의 비율. 포 배치의 각도. 포탄의 궤도. 모두가 명확했다. 마치 자신이 수십 년을 군사학을 공부한 것처럼.
"회의실로 가자."
남자가 일어섰다. 다리가 흔들렸다. 피로가 깊었다. 하지만 정신은 맑았다. 두통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것을 밀어내고 일어설 수 있었다.
침실을 나가며, 남자는 창밖을 봤다. 오스만의 진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포대 위에 줄지어선 대포들. 포장에서 움직이는 병사들. 메흐메드 2세의 15만 대군.
그들의 포격은 산발적이었다. 비효율적이었다. 주변을 향한 무차별 포격. 포탄들이 성벽 이곳저곳을 때렸다. 그들은 정확한 목표를 가지지 않은 채 단순히 성벽을 깎아내려 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실수들.'
남자는 생각했다. 포대 배치가 잘못되어 있었다. 사각 지대가 있었다. 포격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장전 속도가 느렸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안에는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팔라이올로스 공작 데메트리우스가 맨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옆에는 제노바의 용병단장 조반니 지우스티니아니 롱고가 서 있었다. 다른 귀족들, 군사 고문들, 성직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모두가 황제를 봤다. 그들의 눈에는 의문이 있었다. 황제가 어제 정신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을 것이다.
"폐하께서 회복되셨군요."
데메트리우스가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짓된 존경이 담겨 있었다.
옆의 성직자가 십자를 그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신의 뜻인가, 아니면 악마의 속삭임인가. 다른 군사 고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의심. 경외. 그리고 불안.
남자는 앉았다. 황제의 의자. 금으로 장식된 의자. 그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앉았다.
"오스만의 다음 공격이 언제냐?"
"아마도 내일 또는 모레, 폐하. 그들은 성벽의 약점을 찾고 있습니다."
지우스티니아니가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간결했다. 실무자의 목소리였다.
"성벽의 약점을 알고 있다."
남자가 말했다.
"폐하?"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중앙부, 특히 팔라이올로스 공작의 저택 근처. 그곳의 석벽이 가장 약하다. 오스만은 그곳을 집중 포격할 것이다."
데메트리우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저택이었다. 그곳이 무너지면 성벽 전체가 무너진다는 뜻이었다.
"폐하께서 어떻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책이다."
남자가 일어섰다. 회의실의 맞은편 벽에 성벽의 도면이 붙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봤다. 정확한 도면이었다.
"우리의 대포들을 모두 중앙부에 집중시킨다. 5문을 나란히, 그 뒤에 3문을 엇갈려 배치한다."
"폐하, 그렇게 하면 다른 부분이..."
"오스만은 중앙부를 공격한다. 그곳에 우리의 모든 힘을 쏟는다."
남자가 도면을 손가락으로 그었다.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포탄의 장전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인다. 포수들을 재훈련한다. 5초 카운트로 장전과 발사를 진행한다."
지우스티니아니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순간 그 명령의 의미를 이해했다. 현재 비잔틴의 포 발사 속도는 오스만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폐하, 그것은..."
데메트리우스가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포수들은 훈련받지 않았고, 화약의 순도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5초 장전은 포 자체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포 자체보다 도시가 더 중요하다."
남자가 차갑게 답했다.
"그리고 화약 순도는 개선할 수 있다. 화포 제조소의 생산 방식을 변경한다. 질산칼륨의 결정 크기를 균일하게 만들고, 혼합 비율을 정밀하게 조정한다."
"폐하, 그러한 기술은..."
"가능하게 만든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확신이 있었다. 회의실 안의 공기가 변했다. 몇몇 귀족들은 경외의 눈으로 그를 봤다. 다른 이들은 의심으로 눈을 좁혔다.
성직자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이것은... 신의 뜻인가요?"
"아니면 저주인가요?"
다른 성직자가 덧붙였다.
데메트리우스는 다시 항의하려 했으나, 남자의 시선이 그를 꿰뚫었다.
"각각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라. 지우스티니아니, 포 배치와 포수 재훈련을 담당한다. 데메트리우스, 저택 근처의 방어선을 강화한다."
"폐하, 저택을..."
"저택은 버릴 수 있다. 도시는 버릴 수 없다."
데메트리우스의 입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그의 손이 주먹으로 쥐어졌다.
남자가 계속했다.
"그리고 화포 제조소의 책임자를 불러라. 내가 직접 지시를 내릴 것이다."
—
밤이 깊었다.
성벽 위에서는 비잔틴 병사들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렸다. 포 주변에서는 목수들과 대장장이들이 밤새 일하고 있었다. 포들을 보강하고, 각도를 조정하고, 새로운 포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자는 화포 제조소로 내려갔다. 지하 깊숙한 곳. 횃불로 밝혀진 통로. 벽에서는 습기가 흘렀다.
제조소의 내부는 혼란스러웠다. 노동자들이 화약을 섞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다. 화약 먼지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남자는 화약 더미에 다가갔다. 손가락으로 한 줌을 집어 올렸다. 검은색 가루. 그는 그것을 비비고, 냄새를 맡았다. 톡 쏘는 황의 냄새. 그리고 흙내음. 질산칼륨의 결정이 불완전했다. 순도가 낮았다. 75% 정도. 현대 기준으로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이 화약의 순도를 높인다. 결정 크기를 균일하게 만들고, 혼합 비율을 조정한다."
남자가 책임자에게 말했다.
"폐하,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24시간 안에 끝낸다."
"폐하, 불가능합니다."
남자는 책임자의 눈을 봤다.
"질산칼륨을 더 세밀하게 분쇄하고, 목탄은 목재를 완전히 태운 후 가루로 만든다. 황은 따로 분리해서 마지막에 섞는다. 이렇게 하면 혼합 균일성이 높아진다."
책임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현재 비잔틴의 화약 제조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폐하, 그러한 방법은..."
"가능한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만, 시간이..."
"시간은 없다. 그리고 화약의 양을 두 배로 늘린다. 모든 가용 자원을 사용해서."
"폐하, 초석이 부족합니다. 현재 저장량으로는..."
"항구에서 수입된 초석이 있다. 그것을 가져온다. 제노바 상인들에게 요청한다. 그들도 도시가 함락되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남자는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화약 더미를 바라보며, 남자는 계산했다. 200배럴의 화약을 5초 간격으로 발사하면 약 40분간 지속적인 포격이 가능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더 필요할까?
'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전부였다.
발걸음이 들렸다. 뒤에서.
남자가 돌아봤다.
팔라이올로스 공작 데메트리우스였다. 그는 화포 제조소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의심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의 손에는 횃불이 들려 있었다.
"폐하께서 밤중에 이곳에 오신다니."
데메트리우스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화약 무기. 포격 전술. 그리고 이제 화약 제조소의 야간 증설. 국고의 소진."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황제께서 갑자기 이단의 기술을 신봉하신다니... 이것이 제국의 구원일까, 아니면 최후의 저주일까?"
남자는 데메트리우스를 똑바로 봤다. 그의 눈은 차갑고 명확했다.
"내일부터 포 발사 훈련을 시작한다. 5초 카운트. 5초 안에 포를 장전하고 발사한다."
"5초? 폐하,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포수들은 그러한 속도로..."
"포수들은 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해야 한다. 오스만의 포들을 보면 그들이 10분 간격으로 발사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우리가 5초 간격으로 발사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120배 더 많은 포탄을 퍼부을 수 있다."
"폐하, 그렇다 하더라도 화약의 순도, 포의 내구성..."
"모두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남자가 화약 더미를 가리켰다.
"이 화약의 순도를 높이고, 포들을 보강한다. 그리고 포수들을 훈련한다. 그것이 전부다."
데메트리우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폐하, 저택 근처를 포격하라는 것은... 그곳에는 제 가족이..."
"가족은 도시 밖으로 피신시킨다."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저택은 버려진다. 그것이 전략이다. 오스만이 저택을 목표로 포격할 때, 우리는 집중 포격으로 그들의 포대를 파괴한다. 그 순간이 우리의 기회다."
"폐하, 이것은..."
데메트리우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 저택을 희생하라는 것입니까? 제 백성들을..."
"당신의 저택과 제국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남자가 차갑게 물었다.
그 순간, 남자의 시각이 흔들렸다.
두통이 폭발했다. 이전과는 다른 강도였다. 뇌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마치 두 개의 의식이 같은 두개골 안에서 충돌하는 것처럼.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내 저택이다. 내 백성들이다.'
절망이 밀려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망감. 누군가의 절망. 누군가의 배신감. 화약을 태워 죽인다는 죄책감. 자신의 저택 근처를 포격하라는 명령. 제국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백성을 살상하라는 것.
'이것은 배신이다.'
남자는 벽에 손을 짚었다. 의식이 흔들렸다. 그의 눈 앞에는 두 개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화포 제조소의 횃불과 성 소피아 대성당의 촛불. 불타는 성벽과 흰 예복을 입은 성직자들. 그들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라틴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도? 저주?
그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누군가의 비명. 여인의 비명. 아이의 울음.
그리고 그 모든 것 너머에서 들려오는 절망적인 목소리.
'나는... 죽었다. 아니, 죽고 있다.'
'누가... 누구지?'
'내가... 누구인가?'
남자는 생각했다. 그의 정체가 흔들렸다. 콘스탄티누스 11세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 그는 누구의 손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누구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가.
화포 제조소의 벽이 흔들렸다. 아니, 남자의 의식이 흔들렸다.
데메트리우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폐하? 폐하!"
하지만 남자는 더 이상 그것을 듣지 못했다. 두통 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내가... 죽었나?'
성 소피아 대성당의 촛불이 흔들렸다. 그리고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