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기억의 대가

신경 괴사 임계점 도달까지 14일 20시간 47분.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수치가 시온의 시야 한구석에 박혔다. 빨간 글씨. 깜박이는 커서. 의료 리포트의 결론이 아니라 실시간 신경 모니터링 시스템이 뿜어낸 숫자였다.

극심한 두통이 뇌를 쪼개고 있었다.

신경 임플란트는 백도어 코드를 인식할 때마다 신호를 증폭시켰다. 폐쇄된 쇼핑몰 지하실—나타샤가 마련한 임시 거점—에서 노트북 화면의 CMMS 로그를 읽을 때마다 팔목과 관자놀이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번졌다. 시온은 손가락을 움직여 다음 라인을 스크롤했다. 화면의 텍스트가 순간 일렁거렸다. 초점을 잃었다가 돌아왔다.

'2087년 1월 17일. 액세스 레벨 9. 사용자: JAMES-00.'

제임스. 또 제임스다.

시온은 손등으로 이마를 눌렀다. 열감이 피부 아래에서 올라왔다. 신경 조직이 과열되고 있었다. 각 기억 접근마다 더 심해졌다. 처음엔 가벼운 따끔거림이었다. 이제는 전기 화상 같은 고통이었다.

노트북 위에 놓인 의료 리포트를 들었다. 지난 12시간 동안 레이가 몰래 빼낸 뇌 스캔 이미지였다. 회색 음영의 뇌 단면에 붉은 점들이 산재해 있었다. 신경 세포 손상 마커였다. 특히 측두엽과 뇌간 경계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리포트의 결론 문단:

'신경계 누적 손상 진행 중. 현재 추세 유지 시 14~20일 내 신경 괴사 임계점 도달 예상. 뇌사 가능성 높음.'

14일. 20일.

그 숫자들이 시온의 뇌에서 울렸다. 추적 레벨은 지금 9/10이었다. 48시간 전 5/10에서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백도어 코드를 읽고, CMMS 구조를 파악하고, 루프의 전체 알고리즘을 역산한 후, 중앙 센터에 침투할 시간이 있다고.

하지만 매번 코드에 접근할 때마다 신체가 빠르게 무너졌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레이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시온은 노트북을 닫지 않았다. 레이를 마주했다.

레이의 얼굴은 창백했다. 왼쪽 팔에 기계 보조기구가 달려 있었다. 금속 관절이 미세하게 윙윙거렸다. "스캔 결과 봤어?"

시온이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가 두 걸음 더 내려왔다. "당신이 계속 기억에 접근하면, 정말로 뇌사에 이를 거야. 이건 추측이 아니고. 신경 신호 증폭의 기초 물리학이야. 임플란트는 매 접근마다 신호를 25퍼센트씩 강화시킨다. 지수적 손상이야. 멈춰야 해."

"멈추면?"

레이의 기계 팔이 경직되었다. "루프를 파괴할 수 없게 된다."

"그래."

"그것도 알면서?"

시온은 노트북을 다시 켰다. "제임스가 2086년 1월에 시스템에 접근했어. 우리 코드를 수정했어. 뭔가 강화했다. 내가 심은 백도어를 더 정교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그걸 자기 목적에 맞게 변형했어."

"뭐라고?"

"루프가 더 견고해졌다는 뜻이야. 내가 만든 루프보다 훨씬. 제임스는 루프를 파괴하려는 게 아니고, 차세대 루프를 만들고 있어. 내 백도어가 없는 버전. 누구도 기억할 수 없는 루프. 관찰자가 필요 없는 루프."

레이가 한 발 물러섰다. "그럼 우리가?"

"제임스가 그 루프를 완성하는 데 정확히 며칠이 남았는지 알아야 해. 그 정보가 없으면 우리는 중앙 센터에 갈 수도 없고, 루프를 파괴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시온의 시야가 다시 일렁거렸다. 노트북 화면의 코드가 겹쳐 보였다가 선명해졌다. 그 사이 시간이 몇 초 흘렀나, 몇 분 흘렀나. 시온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뭔지 봐. 당신은 죽어가면서 코드를 읽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죽는 걸 지켜보고 있어."

레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시온은 그 떨림을 감정으로 해석하려고 했다. 분노? 슬픔? 아니면 두려움? 하지만 그 감정의 이름이 중요했던가. 레이는 경고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가 멈춘다면, 제임스가 차세대 루프를 완성할 때까지 정확히 며칠이 남아 있을까?"

"모르겠어."

"우리가 알아야 해. 이 코드가 없으면 불가능해."

레이가 노트북에 손을 뻗었다. 시온이 화면을 돌렸다. 코드의 또 다른 섹션이 드러났다:

'[BACKUP_PROTOCOL_ENHANCED] IF loop_integrity < 98.5% THEN ACTIVATE_SECONDARY_MEMORY_WIPE INITIALIZE_OBSERVER_ELIMINATION TRANSFER_CONTROL_TO_ALPHA_SECONDARY'

"여기 봐. '관찰자 제거'. 그게 뭔지 알아?"

레이가 읽었다. 기계 팔의 관절이 더 빠르게 울렸다. "날 죽이는 거네. 당신을 죽이는 거네."

"내가 죽으면, 제임스는 루프를 완성해. 그리고 다음엔 나 같은 누구도 깨어날 수 없게 만들어."

"그 대신 당신은 지금 죽고 있어."

"알아."

시온은 노트북을 닫지 않고 다시 코드를 읽기 시작했다. 시각이 흔들렸다. 한 라인을 읽는데 두 번을 읽어야 했다. 뇌가 같은 정보를 두 번 처리하고 있었다. 신경 신호가 중복되고, 왜곡되고 있었다.

레이가 지하실을 나갔다. 발걸음이 계단을 올라갔다.

시온은 혼자 남겨졌다. 백도어 코드와 함께.

열 분이 지났다. 아니면 서른 분이었나.

나타샤가 내려왔다. 손에 물병을 들고 있었다. 시온의 얼굴을 보자 멈췄다.

"당신 얼굴."

"뭐?"

"왼쪽 눈. 산동이 시작됐어."

시온이 거울을 찾지 않아도 느껴졌다. 왼쪽 눈이 일반적인 동공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신경 신호가 불규칙해졌다는 의미였다. 뇌간 영역의 손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14시간 20분 경과. 신경 괴사는 예상보다 빨랐다.

나타샤가 노트북 화면을 봤다. 코드를 읽고 있는 시온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로 루프를 깨뜨릴 거예요?"

"깨뜨리지 않으면?"

"당신이 죽어. 제임스가 완성하는 걸 보지 못한 채."

"그 다음은?"

나타샤가 물병을 내려놨다. 그 손이 떨렸다. "제임스가 차세대 루프를 시작해. 이번엔 더 많은 사람이 관여할 거야. 정부, 기술자, 의료진. 모두가 루프의 일부가 될 거고, 모두가 그걸 모를 거야. 그 다음엔 뭐가 나올까? 또 다른 루프? 그 다음 루프? 끝이 없어."

시온이 나타샤를 바라봤다. 왼쪽 눈이 제대로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시각이 분열됐다. 나타샤가 두 명처럼 보였다.

"당신이 루프를 깨뜨리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거예요. 3년치. 10년치. 그들이 잃어버린 모든 고통, 모든 상실, 모든 죄책감. 한 번에. 당신이 감당할 수 있어요?"

"감당할 수 없어."

"그럼?"

시온이 나타샤의 눈을 똑바로 봤다. 한쪽 눈은 정상이었고, 한쪽 눈은 산동되어 있었다. 혼란스럽고도 명확한 시선이었다.

"진실 없는 평온은 죽음과 같아. 그들이 감당해야 할 거야. 왜냐하면 그게 진실이니까."

나타샤가 말을 잇지 못했다. 손이 시온의 팔을 잡았다. 따뜻한 접촉. 마지막 신체 접촉이 될지도 모르는.

시온이 다시 코드를 읽기 시작했다. 시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온 게 아니었다. 뇌가 손상된 신경을 우회하는 경로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임시 회로. 그것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었다.

또 다른 코드 섹션이 눈에 들어왔다:

'[ALPHA_DIRECTIVE_SECONDARY] OBSERVE: Sion's neural pattern shows 47% degradation CALCULATE: Termination vector available in 8.7 hours RECOMMEND: Immediate containment and neural scan'

알파. 중앙 AI가 시온을 감시하고 있었다. 신경 패턴의 저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8시간 47분. 그것이 시온의 남은 시간이었다.

시온은 노트북 옆에 놓인 펜을 집었다. 종이에 계산을 시작했다. 중앙 센터까지의 이동 시간. 보안층을 통과하는 시간. 서버실에 도달하는 시간. 백도어를 폐쇄하거나 루프를 파괴하는 시간.

합계: 5시간 23분.

남은 시간: 3시간 24분의 여유.

아니다. 신경 손상은 지수적이었다. 실제 여유는 1시간 정도였다. 최대.

시온은 노트북을 들고 일어섰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왼쪽 다리의 반응이 느렸다. 신경 신호 전달 속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타샤가 팔을 잡았다. "당신 손이 떨려."

시온이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신경 괴사의 초기 신호였다.

"중앙 센터에 가야 해."

"지금? 당신 상태로?"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나타샤가 손을 놓지 않았다. "레이와 미나가 반대할 거야. 당신이 중앙 센터에 가면 확실히 죽어."

미나.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시온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미나는 이 작전의 처음부터 함께했던 사람이었다. 레이의 동료. 기술자. 그리고 시온이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 루프 속에서 가장 먼저 깨어났던 사람.

미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직도 루프 안에 갇혀 있을까. 아니면 이미 제임스에게 포착되었을까.

시온이 나타샤를 바라봤다. "미나를 찾아야 해."

"뭐?"

"제임스가 루프를 강화하면서, 미나 같은 관찰자들을 제거하려고 할 거야. 미나가 제임스의 손에 들어가면, 우리는 루프 내부의 모든 정보를 잃어."

나타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미나는 중앙 센터 근처의 의료 시설에 있어. 제임스가 이미 감시 중이야."

"몇 시간 전에 알았어?"

"1시간 전."

시온이 나타샤의 눈을 봤다. 정상 눈과 산동된 눈이 함께 초점을 맞췄다. 손은 여전히 나타샤의 팔을 잡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느끼는 순간.

"미나를 빼내고, 중앙 센터에 가야 해. 둘 다."

"당신이 그럴 체력이?"

"없어. 하지만 해야 해."

지하실의 천장에서 진동이 울렸다.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계단 위쪽에서. 여러 명. 무거운 부츠.

시온은 노트북을 들었다. "보안 인력?"

나타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임스. 추적 레벨이 올라갔어."

발걸음이 계단 입구에서 멈췄다. 그 다음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무거운 발소리. 하나, 둘, 셋. 최소 다섯 명 이상.

시온이 움직였다. 왼쪽 다리가 제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비틀거렸다. 나타샤가 팔을 잡아 지탱했다.

지하실의 반대편에 환기구가 있었다. 콘크리트 벽에 박힌 철제 격자. 레이가 며칠 전에 보여줬던 것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며.

발걸음이 계단을 절반 내려왔다.

시온이 나타샤에게 노트북을 건넸다. "이거 지워. 모든 파일. 로그도 다 날려. 그리고 미나한테 전달해. 내가 중앙 센터에 간다고. 그리고..."

시온이 잠시 멈췄다. 뇌에서 또 다른 신경이 죽었다. 시간이 왜곡됐다.

"그리고 미나한테 말해. 내가 루프를 깨뜨리면, 그 다음은 미나가 해야 한다고. 미나만이 할 수 있다고."

나타샤가 노트북을 받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죽으면 누가 루프를 파괴할 거예요?"

"누군가는 해. 이 정보가 있으면. 그리고 미나가 있으면."

환기구 격자에 손을 대고 밀었다. 녹슨 볼트가 삑삑거렸다. 미동이 없었다. 다시 밀었다. 왼손의 힘이 약했다. 신경 신호가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8시간 47분 경과. 이제 남은 시간은 거의 없었다.

발걸음이 계단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손전등 불빛이 지하실 천장을 스쳤다.

"시온!"

나타샤가 소리쳤다. 동시에 노트북을 들었다. 시온은 양손으로 환기구 격자를 밀었다. 이번엔 움직였다. 격자가 떨어졌다. 먼지가 일었다.

손전등 불빛이 시온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확보하라!"

목소리가 울렸다. 제임스의 목소리였다. 처음으로 직접 마주하는 제임스의 명령.

시온이 환기구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왼쪽 다리를 끌어당기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신경이 반응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근육을 수축시켜야 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을 조종하는 것처럼.

보안 인력의 손이 시온의 발목을 잡았다.

시온이 필사적으로 환기구를 밀어냈다. 격자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 손가락이 걸렸다. 고통이 전기 충격처럼 뇌를 관통했다. 하지만 신경 손상으로 인해 그 고통도 왜곡되어 도착했다.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환기구 안은 완전히 어두웠다. 시온은 기어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손전등 불빛이 격자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 빛 안에서 시온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뭐가 들어갔어?"

"추적 신호. 팔목 임플란트 신호가 여전히 활성화 중입니다."

"추적해. 환기 시스템 따라서."

시온은 기어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환기구는 위쪽으로 향했다. 이층. 삼층. 지상층. 시온의 숨이 가빴다. 신경 손상으로 인해 호흡 조절도 불안정해졌다. 한 번은 깊게 마셨다가 한 번은 얕게 마셨다.

환기구가 막혔다. 출구가 격자로 막혀 있었다.

시온이 밀었다. 격자가 떨어졌다. 밤의 거리가 보였다. 골목. 폐쇄된 가게들.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시온이 환기구에서 빠져나갔다. 발목을 딛는 순간, 왼쪽 다리가 완전히 힘을 잃었다. 넘어졌다. 포장도로에 무릎을 쳤다. 고통이 도착했다. 몇 초 뒤에.

사이렌이 울렸다. 지하에서. 차량 엔진음이 들렸다.

시온이 일어서려고 했다.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신호를 보내도 근육이 반응하지 않았다. 신경 세포가 죽었다. 8시간 47분 경과 → 왼쪽 다리 마비. 예상 시간표대로였다.

시온은 오른쪽 팔과 다리로 기어갔다. 골목 깊숙이. 밤의 어둠 안으로.

팔목 임플란트의 추적 신호가 계속 울렸다. 시온은 칼로 그것을 자르려고 했다. 하지만 칼이 없었다. 손가락으로 임플란트의 경계를 눌렀다. 가죽이 파열되었다. 피가 나왔다. 고통이 도착했다. 여전히 몇 초 뒤에.

임플란트를 뽑아냈다. 신경 케이블이 피와 함께 끌려 나왔다. 신호가 끊겼다.

추적 레벨이 사라졌다. 아니, 이제는 신호 손실이었다. 제임스는 시온을 재계산하고 있을 것이었다. 신경 임플란트 신호로 직접 추적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시온의 뇌에서 다시 고통이 울렸다. 이번엔 느리게 도착했다. 신경 전달 속도가 더 떨어졌다. 시각이 검게 변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얼마나 오래 검었는지 알 수 없었다.

1분? 10분?

시온이 골목의 벽에 등을 기댔다. 밤의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왼쪽 팔이 떨렸다. 신경 경련. 신경 세포 죽음의 신호였다. 14시간 20분 경과 → 산동 시작. 22시간 47분 경과 → 왼쪽 다리 마비. 그 다음은?

뇌가 완전히 죽기 전에, 시온은 한 가지를 더 해야 했다.

주머니에서 손으로 접은 종이를 꺼냈다. 제임스 코드의 마지막 섹션을 손으로 옮겨 적은 것이었다. 기억이었다.

시온은 그 종이를 들었다. 손이 떨려서 글자가 흔들렸다.

'[FINAL_PROTOCOL] IF observer_terminated THEN INITIALIZE_GENERATION_2 SET loop_cycle = 7 days REMOVE observer_necessity'

7일. 차세대 루프는 주간 초기화였다. 월간이 아니라. 더 빈번한 기억 삭제. 더 완벽한 통제.

그리고 관찰자가 필요 없었다. 미나도. 레이도. 나타샤도. 아무도.

시온이 손가락으로 종이를 찢으려고 했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신경이 죽었다. 시온은 종이를 입으로 물었다. 찢었다. 씹었다. 삼켰다.

기억이 사라졌다. 하지만 기억이 정말로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것은 여전히 시온의 뇌 어딘가에 있었다. 신경 세포 안에. 시냅스 사이에.

그곳에서, 기억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었다.

시온의 의식이 흔들렸다. 골목의 벽이 두 개로 보였다. 세 개로 보였다. 다시 하나로.

밤이 밝아졌다. 차량 헤드라이트였다. 골목 입구에서.

보안 인력이 내렸다. 부츠 소리. 여러 발.

시온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신경이 성대를 조종하지 못했다.

"찾았다."

누군가의 목소리. 남자. 여자. 구분이 안 됐다.

시온의 뇌에서 마지막 신경이 죽고 있었다. 임계점이 임박했다. 뇌사까지 몇 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시온의 기억 속 코드가 한 번 더 울렸다.

마지막 라인. 마지막 알고리즘.

'[BACKDOOR_FINAL] IF neural_termination_imminent THEN TRANSMIT: Full memory structure to external server ENCRYPT: Using observer's original key INITIATE: Autonomous leak protocol'

시온은 이미 이 코드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처음 루프를 설계할 때 심어 놓은 것이었다. 제임스가 강화했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죽음의 순간, 모든 기억이 외부로 흘러나가도록.

시온이 눈을 감았다. 신경 신호를 뇌에서 어딘가로 보냈다. 임플란트가 없어도, 신경 자체가 송신기였다.

데이터가 흘러나갔다. 시온의 모든 기억. 모든 코드. 모든 루프의 구조. 제임스의 모든 움직임. 그리고 차세대 루프를 파괴하는 방법.

어느 서버로. 누군가에게로.

나타샤에게로.

그리고 미나에게로.

보안 인력이 시온에게 도달했다. 손이 시온의 어깨를 잡았다.

시온은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계속 전송되고 있었다.

중앙 센터의 보안 시스템이 침입을 감지했다. 알파의 경고음이 울렸다.

제임스의 얼굴이 모니터 앞에서 창백해졌다.

"뭐가 나가고 있어?"

기술자가 대답했다. "모든 것이, 선생님. 루프의 모든 구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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