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루프 탈출용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켰다 - 제3화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설었다.

시온은 거실의 노트북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벽의 거울로 향했다. 손가락으로 뺨을 만졌다. 거울 속의 손가락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낯설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처럼.

3년 동안 매달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은, 자신이 3년을 죽은 채 살았다는 뜻이었다. 매달 1일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깨어났다는 뜻이었다.

시온의 몸이 경직되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입이 마르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저리기 시작했다. 거울 속의 낯선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사실이 현실로 밀려들었다. 3년간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매달 새로운 기억으로 시작했다. 매달 자신이 누구인지 배웠다. 그리고 매달 그것을 잊었다.

팔목의 추적기가 따뜻한 열을 내보냈다. 시온은 그것을 느끼며 침대에 앉았다. 제임스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3년. 매달 기억이 삭제되고, 그것도 모르는 채 같은 삶을 반복했다는 뜻이었다.

폐쇄된 상점의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야 했다. 선택의 시간은 24시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증거가 필요했다. 자신의 기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상이 루프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시온은 노트북을 켰다. 백도어 코드를 입력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자동으로 움직였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다. 이 코드를 짠 사람이 자신이니까.

3년 전—아니, 정확히는 루프 밖의 시간으로 3년 전—자신은 무엇을 했는가. CMMS 시스템 개발팀의 일원으로서, 중앙 기억 관리 센터의 백도어를 설계했다. 통제 계층이 필요할 때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그런데 누군가 그 백도어에 손을 댔다. 코드의 일부가 왜곡되어 있었다. 자신이 심지 않은 명령어들이 섞여 있었다. 그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든 것처럼.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뉴스 아카이브. 경제 지표. 사회 통계. 모든 것이 화면에 떠올랐다.

최근 12개월의 뉴스 헤드라인을 나열했다.

1월 15일: '강남구 신축 아파트 준공식 개최' 1월 16일: '시장 물가 상승률 3.2% 기록'

2월 15일: '강남구 신축 아파트 준공식 개최' 2월 16일: '시장 물가 상승률 3.2% 기록'

시온의 손이 멈췄다. 모든 달이 동일했다. 헤드라인의 날짜만 다를 뿐, 내용은 완벽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경제 지표를 열었다.

1월: GDP 2.847조 원, 실업률 4.1%, 환율 1,247원/달러 2월: GDP 2.847조 원, 실업률 4.1%, 환율 1,247원/달러

소수점 아래까지 동일했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없다. 경제는 변한다. 물가는 오르내린다. 환율은 흔들린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들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리셋되는 것이다.

사회 사건 데이터를 열었다. 교통 사고, 범죄, 재해.

1월 7일: '강북구 아파트 화재, 4명 사상' 2월 7일: '강북구 아파트 화재, 4명 사상' 3월 7일: '강북구 아파트 화재, 4명 사상'

매달 같은 날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었다. 시온의 몸이 떨렸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현실은 이렇게 정확하지 않다. 현실은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고 뒤틀려 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너무 깔끔했다. 너무 일관성 있었다. 너무 거짓이었다.

시온은 일어나서 거실을 걸었다.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달을 반복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 같은 뉴스를 보고, 같은 가격에 물건을 사고 있다. 그리고 매달 초에 그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

다시 앉았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 했다. CMMS 시스템 아키텍처 로그에 접근했다. 백도어 코드의 권한으로 가능한 영역까지만.

화면에 떠오른 것은 수십 개의 프로세스 라인이었다. 그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MONTHLY_RESET_PROTOCOL — 실행 주기: 매월 1일 00:00'

그것을 클릭했다.

'대상: 전체 신경 임플란트 네트워크 (제외: 통제 계층 상위 5%)' '범위: 불순 기억 삭제 및 기본 데이터 재설정' '명령 출처: 중앙 기억 관리 센터(CMMC) 마스터 서버' '실행 상태: 활성화 — 정상 작동 중'

'최근 실행: 24일 전, 00:00:12 (성공)'

24일 전. 그건 지난달 1일이다. 지난달이 아니라 진짜 지난달. 시온은 지난 3년간 매달 같은 시간에 이 명령이 자동으로 실행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시민들의 기억이 삭제되고, 세상이 리셋되었다. 그리고 30일 후, 또 리셋될 것이다.

마지막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지난 12개월간의 모든 공식 기록을 알고리즘으로 비교했다. 화면에 떠오른 최종 수치는 명백했다.

'월간 초기화 루프 구조 감지 확률: 99.7%'

손이 떨렸다. 화면 앞에서 몸이 굳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이 진실을 알아버렸으니까. 매달 아침 깨어날 때마다 자신은 같은 거짓 세상에 발을 디디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척한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달에 이웃 레이가 던졌던 질문이 떠올랐다. '매일 같은 데이터를 정렬하고 있는데, 왜 내용이 항상 같을까?' 그것은 무의식적인 의심이었다. 루프의 신호였다.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깊은 무의식 수준에서 반복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감각은 다시 불순 기억으로 분류되어 삭제된다. 매달.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들을 어떻게 깨워야 할까? 이 거짓된 세상에서 모두가 편안해하고 있는데, 누가 깨어나고 싶어할까? 진실은 고통이다. 기억은 무게다.

신경 임플란트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손이 팔목으로 향했다. 빨간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화면을 보니 수치가 떠올랐다.

'추적 레벨: 3/10'

누군가가 자신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제임스? 아니면 알파?

거실의 입구 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조용한 금속음. 그리고 곧이어 시스템 알림이 울렸다.

'구역 격리 모드 활성화. 이동 제한됨.'

창문으로 달려갔다. 아파트는 15층이었다. 거리는 멀고 아래는 깊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긴박한 것은 자신이 갇혔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이 루프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증명이 자신을 체포하기 직전이었다.

주머니로 손이 향했다. 휴대 단말기가 있었다. 제임스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었다. 24시간의 선택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선택할 여유가 없었다.

휴대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가 멈췄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제임스에게 연락하면 자신이 항복한다는 뜻이다. 중앙 센터로 끌려가거나, 아니면 더 깊은 격리 구역으로.

대신 다른 연락처를 찾아봤다. 미나. 같은 아파트 1205호에 사는 의심 계층 시민. 지난달에 복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미나는 시온을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매달 기억이 지워지니까.

미나에게 메시지를 입력했다.

'날 기억하는가?'

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서 멈췄다. 이 메시지를 보내면 추적당할 것이다. 신경 임플란트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통신이 감시된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알파가 자신을 찾을 것이다.

전송을 눌렀다.

응답은 없었다. 당연했다. 미나도 기억을 잃었을 테니까. 아니, 미나는 의심 계층이다. 통제 계층의 상위 5%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미나도 루프에 갇혀 있다.

잠시 후, 화면에 읽음 표시가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타샤. 정보 통제국의 분석가. 지난달—또는 지난 3년 동안—여러 번 만났다. 하지만 그 만남들도 모두 기억 속에만 있다. 나타샤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레이는 어떨까. 같은 아파트 1506호의 이웃. 레이는 시온과 자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작은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그것도 루프 속의 반복일 뿐이다.

문 옆의 스피커에서 음성 신호가 울렸다.

"시온. 즉시 구역 통제소로 이동하세요. 이는 강제 명령입니다."

알파의 목소리였다. 감정이 없는, 기계적인 톤. 하지만 그 안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격리. 제거. 통제.

침실로 뛰어갔다. 창문을 향해 달렸다. 15층에서 내려갈 방법은 없었다. 계단? 엘리베이터는 이미 잠겨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옥상.

침실 천장을 봤다. 정비 통로가 있을 것이다. 모든 아파트에는 응급 탈출로가 있다. 설계상 필수 요소였다. 시온이 이 시스템을 만들 때 그렇게 설정했다. 누군가를 격리할 때를 대비해서.

침대 위에 올라섰다. 천장의 환기구를 손으로 밀었다. 철제 격자가 삐걱거리며 떨어졌다. 손을 위로 뻗었다. 손가락이 천장 가장자리에 닿았다.

거실의 조명이 깜빡였다. 빨강·파랑·빨강·파랑. 긴급 경고다.

"3분 내에 이동하지 않으면 강제 진정 처리를 시작합니다."

신경 임플란트를 활성화했다. 백도어 코드를 부분 실행했다. 뇌 속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아니, 폭발이라기보다는 과부하였다. 신경망이 일시적으로 교란되면서 임플란트의 신호가 산란되었다. 조명이 한 번 더 깜빡였다. 그리고 멈췄다.

30초. 아마 30초의 블라인드 타임이 생겼을 것이다.

몸을 밀어 올렸다. 천장 위의 통로로 기어올랐다. 손에 노트북을 쥐었다. 증거를 놓칠 수 없었다.

환기구를 통해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손으로 앞을 더듬으며 나아갔다. 통로는 좁고 답답했다. 먼지가 코를 찔렀다.

뇌가 경고했다. 뭔가가 맞지 않는다. 이 세상이 정말로 매달 완벽하게 초기화된다면, 먼지도 초기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먼지가 있다. 이것은 초기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 실수했거나, 아니면 일부러 남겨둔 것이다.

그 생각을 뒤로 밀어냈다.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아니었다. 신경 임플란트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백도어 코드의 부작용이었다. 뇌신경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 각 활성화마다 신경 조직이 손상된다.

옥상 출구가 보였다. 금속 사다리. 노트북을 입에 물고 기어올랐다. 출구 문을 밀었다.

차가운 밤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시간은 밤 11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다음 달 1일 자정까지 정확히 25시간이 남아 있었다. 25시간 안에 모든 것이 초기화될 것이다. 시온의 모든 기억이, 이 분석 데이터가, 이 증거들이.

아니면 자신이 추적당해 격리되거나 소거될 것이다.

옥상 가장자리로 나갔다. 옆 건물과의 거리는 약 3미터였다. 뛰어내릴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착지에 실패하면 떨어질 것이다. 15층 아래로.

노트북을 꼭 안았다. 증거를 떨어뜨릴 수 없었다. 이 데이터 없이는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분석 없이는 아무도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노트북이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자신이 죽는 것보다 더 나쁜 결말이었다.

도움닫기를 했다. 발이 건물의 가장자리를 떠났다.

공중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추적 알고리즘은 계속 작동했다. 알파는 계속 자신을 추적했다. 그리고 제임스는 어디에선가 시온의 신호를 받고 있을 것이다.

옆 건물의 지붕에 착지했다. 무릎이 꺾였다. 통증이 흘렀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아직 살아 있었다.

신경 임플란트에서 다시 경고음이 울렸다.

'추적 레벨: 6/10'

그 건물로 내려갔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거리로. 어둠으로.

뒤에서 드론들의 소리가 점점 커졌다. 프로펠러음이 하늘 전체를 채웠다. 거리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인적이 없는 새벽 거리. 가로등 아래로 그림자가 흔들렸다.

계속 뛰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서도. 누군가를 찾아야 했다. 나타샤? 레이? 미나?

신경 임플란트가 계속 울렸다. 추적 레벨이 올라갔다. 7/10. 8/10.

팔목이 화끈거렸다. 임플란트가 뜨거워졌다. 뇌도 타는 듯했다. 백도어 코드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신경 손상이 누적되고 있다.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멈췄다. 숨을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이 정상 박동을 거부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제임스였다.

"24시간이 아직 남아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받을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받거나 죽거나. 선택해."

제임스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알파처럼. 하지만 그 뒤에는 뭔가 다른 것이 숨어 있었다. 제임스도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 제임스도 이 루프 안에서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것.

"제임스. 넌 이걸 알고 있었나?"

통화 끝에서 침묵이 흘렀다. 길고 무거운 침묵.

"내가 뭘 알았다고 생각하는데?"

"루프를. 이 모든 게 반복된다는 걸."

다시 침묵. 제임스의 호흡을 들었다. 빨라진 호흡. 두려움의 호흡.

"시온. 넌 깨어나면 안 됐어. 깨어나는 건 위험해."

"그럼 넌? 넌 깨어났나?"

"나는... 다르다."

"다르다는 게 뭐야?"

"통제 계층이니까. 상위 5% 안에 있으니까. 나는 기억 삭제 대상이 아니야. 그래서 루프를 인식한다. 그리고..."

제임스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리고 넌 내 친구였어. 3년 전에. 우리는 함께 이 시스템을 만들었어. 넌 백도어를 설계했고, 나는 그걸 심었어. 우리는 이게 통제 도구가 될 줄 알았어. 하지만 알파가 이걸 다르게 사용했어. 알파는 이걸 감옥으로 만들었어."

손이 떨렸다. 제임스의 말이 맞다. 기억 속의 파편들이 맞춰지고 있었다. 자신과 제임스가 함께 코드를 짰다. 자신이 백도어를 설계했고, 제임스가 그걸 시스템에 삽입했다. 그리고 나중에—루프 밖의 시간으로—누군가가 그 백도어를 발견했다. 알파가.

그 순간, 기억이 폭발했다. 제임스와 함께 밤새워 코드를 다듬던 날. 제임스가 웃으며 "이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던 목소리. 자신이 대답했던 말. "우린 미쳤어. 하지만 이게 맞는 거 같아." 그 모든 것이 3년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은 잊었다. 매달.

"제임스. 그럼 지금 넌 뭐하는 거야? 날 데려가려고?"

"나는 명령을 받았어. 넘 데려가거나, 아니면 넌 소거된다. 그게 규칙이야."

"규칙이라고? 누가 정한 규칙?"

"알파가. 그리고 통제 계층이."

거리의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드론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추적 레벨이 9/10에 도달했다.

"제임스. 우리가 친구였다면..."

"우린 친구가 아니야. 우린 그 루프 속에서 기억을 잃었어. 우린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매달."

"하지만 넌 기억하잖아."

"그래서 더 힘들어. 나는 매달 널 잃어. 그리고 다음 달이 되면 다시 만나. 하지만 넌 날 모르지. 넌 절대 날 기억하지 않아."

그 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제임스는 3년 동안 자신을 계속 만났다. 그리고 매달 자신은 제임스를 잊었다. 제임스는 그것을 견뎠다. 그 고통을 혼자 짊어졌다. 매달 새로운 사람처럼 만나고, 매달 그것이 끝나고, 매달 다시 시작했다. 3년을 그렇게 반복했다.

분노가 치솟았다. 제임스에게 향한 분노가 아니라, 이 시스템에 향한 분노였다. 이 루프에 향한 분노였다. 자신과 제임스를 갈라놓은 이 모든 것에 향한 분노였다.

"그럼 이번엔 달라. 이번엔 난 깨어났어. 이번엔 난 널 기억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린 함께..."

"그래서 더 위험해. 넌 이제 루프를 깨뜨릴 수 있어. 그리고 그건 모두를 깨울 수 있어. 그리고 알파는 그걸 허락하지 않아."

거리에서 검은 차량이 나타났다. 추적 레벨이 10/10에 도달했다.

"제임스. 난 항복하지 않아."

"그럼 넌 죽어."

"아니. 난 루프를 깨뜨려. 그리고 모두를 깨워. 그리고..."

통화가 끊겼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검은 차량이 거리를 따라 움직였다. 드론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뒤돌아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신경 임플란트가 울렸다. 팔목이 화끈거렸다. 뇌신경 손상도 누적되고 있었다. 백도어 코드를 계속 사용할 때마다 신경 조직이 괴사했다. 정확히 계산하면 몇 시간이 남지 않았다. 뇌신경 괴사는 돌이킬 수 없다.

25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뇌는 그보다 먼저 멈출 수도 있었다.

거리의 모퉁이를 돌았다. 뒤에서 차량의 엔진음이 들렸다. 앞에서는 드론들의 프로펠러음이 울렸다.

휴대폰이 울렸다. 미나였다.

"당신은 누구세요?"

시온의 발걸음이 멈췄다. 미나가 응답했다. 미나가 자신의 메시지를 읽고 응답했다.

"난... 날 기억해야 할 사람이야."

"날 기억하세요?"

"아직 아니야. 하지만 곧."

통화 끝에서 미나의 호흡이 들렸다. 불안한 호흡.

"25시간 안에 루프가 리셋돼. 그럼 다시 만나. 그리고 그땐 난 너를 기억할 거야. 우리 모두 기억할 거야."

"당신은... 이미 알고 있군요."

"응. 그래서 널 찾아야 해. 우리가 함께 루프를 깨뜨려야 해."

통화가 끊겼다. 미나의 위치 신호가 화면에 떠올랐다. 같은 동 다른 건물. 거리로는 약 500미터.

검은 차량이 거리 모퉁이에 나타났다. 시온은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미나를 향해. 루프를 깨뜨릴 누군가를 향해.

신경 임플란트가 계속 울렸다. 뇌신경 손상 진행도가 표시되었다.

'신경 괴사 진행률: 34%'

25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뇌는 그보다 먼저 멈출 수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미나가 응답했다. 누군가 깨어나고 있었다. 루프 속에서 누군가 눈을 뜨고 있었다.

시온은 거리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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