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신경 스캔실의 형광등이 시온의 얼굴을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천장의 불빛은 일정한 리듬으로 깜박였고, 그 리듬에 맞춰 시온의 심박이 빨라졌다.

"신경 임플란트 확인 완료. 정화 사이클 준비 단계에 진입하겠습니다."

흰색 의료 복장을 입은 여성이 시온의 팔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그 순간 시온의 눈앞이 희미해졌다. 정화 사이클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료진은 기계적이고, 과정은 예측 가능하며,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지워진다. 모든 게 지워진다. 불순한 기억들이 제거되고, 시민은 깨끗해진다. 그게 이 사회의 규칙이었다.

"이상 없습니다.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의료진의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했다. 그 순간, 시온의 신경계가 전율했다. 미세한 전류가 신경 임플란트를 통해 흐르기 시작했고, 시온의 의식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정상적인 절차다. 이렇게 되면 기억들이 하나하나 지워진다. 그런데—

어딘가가 다르다는 것을 시온은 느꼈다.

의식의 가장자리에서 뭔가가 저항하고 있었다. 마치 물속에 가라앉으려는 것을 누군가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 시온의 뇌는 혼란스러워했다. 절차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지만, 무언가가 삭제되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영상이 떠올랐다.

손가락이 검은 키보드 위를 움직인다. 손가락의 주인은 시온 자신이었다. 화면 속 코드가 흐르고 흐른다. 초록색 글자들이 검은 배경 위에서 춤을 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온, 이건 위험한 코드야. 정말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 목소리는 남성의 목소리였다. 낮고 신중했다. 하지만 시온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없었다. 기억은 조각조각 떨어져 있었다. 마치 영화를 한 프레임씩만 보는 것처럼. 시온은 그 화면 속에서 코드를 수정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인다. 백스페이스. 입력. 다시 백스페이스.

"이건 보험이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거야."

시온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시온이 아니었다. 더 자신감 있고, 더 단호했다. 그리고 더 절망적이었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제임스에게도."

제임스. 그 이름이 시온의 뇌를 관통했다. 시온은 누군가의 얼굴을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 얼굴은 흐릿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것처럼. 시온의 숨이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목소리의 절박함이 현재의 두려움과 겹쳐졌다.

"시온?"

의료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시온, 들리세요?"

시온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천장의 형광등이 다시 보였다. 그 빛은 너무 밝았고, 너무 차갑다. 시온의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손가락들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의료진의 얼굴이 시온의 시야에 들어왔다. 여성 의료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의 손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어... 어떻게 된 일이죠?"

옆의 남성 의료원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했다가 멈췄다. 터치했다가 멈췄다. 마치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받은 것처럼. 화면의 빛이 그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불가능합니다."

남성 의료원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뭔가 삭제가 안 됐네요."

시온의 가슴이 철렁했다. 이것은 처음 들어본 문장이었다. 삭제가 안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시온은 자신의 신체를 의식했다. 팔에 부착된 센서들, 머리에 감싸인 신경 스캔 헬멧, 가슴에 붙은 심박 모니터.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여성 의료원이 손을 뻗어 시온의 팔목을 만졌다. 그 손가락이 센서 위를 훑고 지나갔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동작이었다.

"불편하셨나요? 혹시 어디가 아프신가요?"

시온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프다는 개념이 지금 시온의 뇌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다른 것들이 떠올랐다. 그 지워지지 않은 기억 속의 코드, 누군가의 목소리, 제임스라는 이름.

"이상하네요."

남성 의료원이 중얼거렸다. 그는 화면의 여러 탭을 열었다. 데이터와 그래프들이 나타났다. 파란색 선, 빨간색 선, 초록색 선. 모두 정상 범위 내에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항목에서만 뭔가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회색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미삭제 영역'이라는 텍스트가 깜박이고 있었다.

"이건 처음 봅니다."

남성 의료원이 다른 화면을 켰다. 그곳에는 수많은 신경 임플란트 기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각각은 상태 표시와 함께 '완료' 또는 '실패'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시온의 기록은 유일하게 '미완료—미삭제 영역 감지'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남성 의료원이 말을 끝내지 못했다. 여성 의료원과의 눈빛이 교환되었다. 그들의 표정에 불안감이 스쳤다.

"재시도해봅시다."

여성 의료원이 결정을 내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다시 화면을 터치했다.

시온의 신경 임플란트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전류가 흐르고, 의식이 다시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지워지지 않은 기억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다. 마치 물속에 가라앉으려는 손이 수면으로 올라오려고 애쓰는 것처럼.

그 순간, 시온은 깨달았다.

이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이 사회에서 모든 기억은 지워진다. 그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이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의식이 돌아왔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이건 시스템 오류입니다."

여성 의료원이 시온을 바라봤다. 그 표정은 더 이상 당황스러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조금의 두려움.

그 말이 시온의 뇌에 박혔다. 시스템 오류. 즉, 시온 자신이 오류라는 뜻이다. 그리고 오류는 제거되어야 한다.

"만약 또 실패하면 상위 부서에 보고해야 합니다."

남성 의료원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시온의 심박이 빨라졌다. 상위 부서.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상위 부서는 결함을 처리한다.

"혹시 불편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여성 의료원이 다시 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있었다. 마치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시온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자신이 이상하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모든 게 정상이라고 거짓말해야 하나? 하지만 이미 기계가 이상을 감지했다. 거짓말은 의미가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시온이 결국 말했다.

"그냥... 뭔가가 다른 것 같습니다."

의료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여성 의료원의 눈이 약간 좁혀졌다. 남성 의료원은 화면을 다시 들여다봤다. 뭔가 결정이 내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진정하시고 쉬어보세요."

여성 의료원이 시온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그 손가락이 떨렸다.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온은 그 물을 받았다. 손이 떨렸다. 물잔이 흔들렸다. 물이 시온의 손가락을 적셨다.

시온은 물을 마셨다. 그것은 평범한 물이었다. 맛도 없고, 냄새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마시는 순간, 시온의 신체가 조금 진정되기 시작했다. 신경 안정제가 섞여 있었던 것 같았다.

"잠깐 쉬시고, 재시도하겠습니다."

남성 의료원이 말했다.

시온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그 천장은 너무 하얀색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지워버리기 위한 색깔처럼. 시온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대기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달이 오면 모두 잊을 거야."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남성의 목소리였다.

"그래, 어차피 다음 달이면 새로 시작이니까."

다른 목소리가 응답했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게 우리의 삶이잖아. 매달 새로 시작하는 거."

시온의 눈이 다시 떠졌다. 그 목소리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들렸다. 평소에 시민들이 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뭔가 이상했다. 마치 그들이 진짜로 다음 달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들이 이미 여러 번 다음 달을 경험한 것처럼.

시온의 뇌가 빠르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혼란이 밀려왔다. 지워지지 않은 기억 속의 코드,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지금 대기실에서 들리는 목소리들. 이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닐까? 그 코드가 무엇이었을까? 왜 제임스는 그것을 말하지 말라고 했을까?

그런데 제임스가 누구였지?

시온은 그 이름을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목소리도 없었다. 단지 절박함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경고.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시온?"

의료원이 시온을 다시 부르고 있었다.

"재시도할 준비가 되셨나요?"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센서들이 시온의 팔목과 머리에 부착되었다. 신경 스캔 헬멧이 다시 시온의 머리를 감쌌다.

"시작하겠습니다."

전류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의식이 다시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지워지지 않은 기억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다. 시온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시온의 뇌 어딘가에 박혀 있는 못처럼, 절대로 제거될 수 없는 뭔가처럼.

그리고 이번에도 삭제는 실패했다.

"불가능합니다."

남성 의료원의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이건 시스템 오류가 아닙니다."

그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확대했다. 초록색 코드들이 나타났다.

"이 미삭제 영역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여성 의료원이 남성 의료원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가 다시 벌어졌다.

"뭐라고요?"

"신경 임플란트 코드를 보세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누군가가 이 기억을 보호하도록 시스템을 수정했어요."

남성 의료원의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켰다. 초록색 코드 사이에 다른 색의 라인이 삽입되어 있었다. 그것은 명확한 의도를 드러냈다. 누군가가 이것을 만들었다. 누군가가 시온의 뇌에 이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시온의 심박이 다시 빨라졌다. 의도적으로?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왜 시온의 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여성 의료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남성 의료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뭔가 중대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위 부서에 보고해야겠습니다."

여성 의료원이 결정을 내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마치 그 버튼을 누르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처럼.

시온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신경 스캔 헬멧을 벗었다. 센서들을 제거했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시온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시온은 클리닉을 나갔다. 복도를 걸었다. 다른 시민들이 시온을 지나쳤다. 그들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들은 지금 기억 삭제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곧 모든 것이 지워질 것이다. 불순한 기억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달이 오면 그들은 다시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시온은 다르다. 시온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온이 클리닉을 완전히 나갔을 때, 시온은 자신의 팔목을 봤다.

거기에 새로운 신경 임플란트 표식이 있었다. 시온은 그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빨간 불빛을 내고 있었다. 깜박깜박. 깜박깜박. 그 리듬은 신경 스캔실의 형광등 리듬과 정확히 같았다. 정화 사이클의 리듬과 동일했다. 마치 시온이 여전히 그 시스템 안에 있다는 신호처럼.

시온의 호흡이 가빠졌다. 팔목의 표식을 만진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따뜻함이 피부를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마치 뭔가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시온의 심장이 요동쳤다. 팔목의 따뜻함이 팔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시온의 신경계 전체가 울렸다. 마치 누군가가 시온을 깨우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깨어났다. 시온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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