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9화 마지막 베이킹

제과점의 문이 열렸을 때, 카이는 이미 손에 붉은 인장을 들고 있었다.

"공작령 영지 폐쇄 명령. 왕국 중앙의 결정이다."

엘리아는 반죽 위에서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밀가루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흐르고, 반죽은 차분한 리듬에 맞춰 늘어났다 오그라들었다.

"폐쇄 명령이 아니라 협박이군요."

엘리아의 목소리는 낮았다. 카이는 인장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협박? 아니다. 규칙이다. 이 영지는 법적으로 왕국의 몰수 대상이며, 당신은 무허가 상업을 영위 중인 미등록 인물이다."

"법이라는 게 그렇게 유연한가요."

엘리아가 드디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뭔가 다른 것이 타오르고 있었다. 카이는 한 걸음 뒤로 물렀다.

"미등록이라면 등록하면 되지 않나요? 아니면 법을 바꾸거나."

"당신 혼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귀족의 적출 자녀는 법적 인격이 없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엘리아의 손이 반죽을 집어 내던졌다. 밀가루가 공중에서 흩어지며 카이의 얼굴에 닿았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이 영지를 되살렸나요? 존재하지 않는 손이 사람들의 마음을 고쳤나요?"

"감정은 법이 아니다."

"법이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아직 모르시네요."

뒤에서 문이 열렸다. 루카스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낡은 두꺼운 책이 들려 있었다.

"적출 자녀의 법적 지위 회복에 관한 왕국의 구법. 3세기 전 폐지되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부활할 수 있다. 가문의 공식 인정이 있으면 말이다."

루카스가 책을 펼쳤다. 카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공작이 이런 결정을 할 리 없다."

"이미 했다."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공작 에드몬드가 들어섰다. 그 뒤에는 마리아가 있었고, 마리아의 손에는 아기 담요가 들려 있었다. 엘리아는 그것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내 딸이다.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에드몬드의 목소리는 쇠처럼 단단했다.

카이는 한 발 물러섰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렸다. 제과점 밖에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을 탄 왕국 병사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저항하면 강제 진압이 된다. 나는 명령을 받았다. 이 영지를 왕국에 귀속시키고, 모든 불법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내 업무다."

엘리아는 창문으로 나가는 병사들을 봤다. 제과점의 문을 막아서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나인 할머니, 토마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수십 명의 얼굴들. 그들은 손을 맞잡고 있었다.

"강제 진압은 안 된다."

루카스가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공작령의 주민들이 자발적 공동 서명으로 엘리아를 보호하는 청원서다. 왕국 법상, 30인 이상의 주민 청원이 있을 때 강제 조치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절차는 최소 30일이 소요된다."

카이의 턱이 닫혔다.

"30일 안에 왕국 중앙이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엘리아가 다시 반죽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손이 밀가루 위에 닿았을 때, 제과점 안은 조용해졌다. 카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나가버렸다. 병사들도 따라나갔다.

마리아가 천천히 엘리아에게 다가갔다.

"딸아."

그 한 단어에 엘리아의 손이 떨렸다.

"밤마다 당신을 버렸던 것을 후회했어. 이 담요를 꺼내 들곤 했지. 당신 냄새가 남아 있을까 봐."

마리아는 담요를 펼쳤다. 그 위에는 작은 자수가 있었다. 엘리아의 이름.

엘리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깊고, 오래되고, 억눌려 있던 분노가 이제 명확한 형태를 갖춰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엘리아."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감정이 마법의 핵심이다. 당신이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어. 무의식 속에서."

엘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반죽을 다시 집어 올렸다. 이번에는 다르게 만져진다. 반죽 속으로 무언가가 깊숙하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제과점 밖의 주민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인 할머니가 맨 앞이었다.

"뭐하고 있어, 딸아. 시작하자꾸나."

엘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주민들의 얼굴들이 제과점 안을 가득 채웠다. 토마스는 가장 가까이 서 있었고, 그의 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표정이었다.

"모두가 나랑 함께 해야 돼요."

엘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 분노와 슬픔을 담은 빵이 될 거예요. 이걸 먹으면..."

그녀는 말을 멈췄다. 자신도 정확히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이걸 만들어 줄 수 있나요?"

나인 할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이지, 딸아."

주민들이 제과점의 테이블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반죽을 나누어 들었다. 엘리아가 시작했을 때, 그들도 함께 움직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손이 반죽을 치는 소리만 있었다. 규칙적이고, 따뜻한 소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죽 위에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한 금빛이었다.

그것은 마리아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반죽에 닿을 때마다 금빛이 더해졌다. 엘리아는 자신의 어머니의 손을 봤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마리아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그 중얼거림이 반죽 속으로 스며들었다. 엘리아는 자신의 어머니가 왜 자신을 버렸는지, 그 결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처음으로 이해했다. 그것이 용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였다. 그리고 이해는 분노의 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에드몬드도 손을 뻗어 반죽에 닿혔다. 그의 손은 굳고 무거웠다. 하지만 그 손이 반죽에 닿을 때, 금빛이 더 짙어졌다. 공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죄책감을 반죽에 담아낼 뿐이었다. 엘리아는 그 침묵 속에서 아버지의 후회를 느꼈다.

루카스가 엘리아 곁에 섰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제 안다."

그 말에 엘리아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노와 함께 무언가 다른 감정도 섞여 있었다. 그것은 허락이었다. 허락과 그리움이 한데 섞여 있었다.

반죽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반죽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무언가였다. 마치 태양을 손에 들고 있는 것 같았다.

토마스가 엘리아를 바라봤다.

"누나, 저도 도와도 되나요?"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가 반죽 위에 손을 올렸을 때, 금빛이 갑자기 환해졌다. 순수한 아이의 믿음이 더해진 것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얼마나 흘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죽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것처럼 느껴졌다. 손의 온도가 올라갔다. 반죽의 질감이 변했다. 그것은 이제 어떤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엘리아가 반죽을 꺼냈다. 그것을 오븐에 넣었을 때, 제과점 안의 온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은 오븐 열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민들의 감정에서 나오는 따뜻함이었다.

"이제 기다리는 거야."

나인 할머니가 말했다.

"그 빵이 구워지는 동안,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껴야 해."

주민들은 제과점 안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단지 함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향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빵의 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계절의 변화 같은 향이었다. 봄이 오는 향. 생명이 돌아오는 향.

오븐 문이 열렸다. 엘리아가 빵을 꺼냈다. 그것은 평범한 빵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제과점 안이 밝아졌다. 마치 새벽이 온 것처럼.

에드몬드와 마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이것을..."

에드몬드가 말하다 멈췄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먹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엘리아는 빵을 나눴다. 작은 조각들로. 그것을 에드몬드에게, 마리아에게, 루카스에게, 나인 할머니에게, 토마스에게 건넸다.

그들이 먹었을 때, 무언가가 일어났다.

제과점의 창문이 밝아졌다. 제과점 밖의 영지 전체가 금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른 들판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말라가던 나무들에 새싹이 돋았다. 우물에서 물이 솟아올랐다.

저주가 풀리고 있었다.

마리아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에드몬드는 엘리아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로."

"저도."

엘리아가 말했다.

"제 분노를 이제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한 순간, 엘리아의 몸이 흔들렸다. 반죽을 만드는 동안 쏟아낸 감정의 무게가 한순간에 밀려온 것이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손을 짚었다. 주민들의 얼굴이 희미해졌다.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멀리서 오는 것처럼 들렸다.

엘리아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텅 빈 공간으로 변해갔다. 분노도, 슬픔도, 기쁨도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자신이 사라져 가는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내가... 여기 있나?'

엘리아는 자신의 손을 보려 했지만, 그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이해하려 했지만, 그 이해도 사라져 버렸다. 오직 공허함만 남았다. 무감각의 심연 속에서 그녀는 혼자였다.

"엘리아!"

마리아가 그녀를 안았다. 하지만 엘리아는 그 팔의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딸아, 정신 차려."

나인 할머니가 엘리아의 손을 잡았다. 토마스도, 루카스도, 에드몬드도 그녀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손이 엘리아의 손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제과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인 할머니가 그들을 불러들였다. 엘리아를 둘러싼 손의 개수가 늘어났다. 그들은 그녀를 완전히 감싸 안았다. 십여 개, 이십여 개의 손들. 모두 따뜻했고, 모두 진심이었다.

그들이 함께 만든 빵의 축복이 이제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다.

따뜻함이 천천히 돌아왔다. 먼저 손가락 끝에서. 그 다음 팔로. 그리고 가슴으로. 엘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주민들의 얼굴이 다시 선명해졌다.

그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금빛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약속.

엘리아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풀려 나갔다. 마치 오랫동안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펼치는 것처럼.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 자신을 외면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 모든 것이 한 줄기 빛이 되어 흩어져 나갔다.

"괜찮아?"

루카스가 물었다.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명확했다.

"네. 이제... 느껴져요. 당신들을."

그 순간, 제과점 밖에서 나팔 소리가 울렸다. 다른 종류의 나팔 소리였다. 왕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온 것이었다.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영지 전체가 초록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저주받은 땅이 생명의 땅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제과점 문이 다시 열렸다.

카이였다.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왕국의 최정예 기사단이 있었다.

"명령이 변경되었다. 적녀를 체포하고, 영지를 완전히 몰수하라."

카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그것 속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이 마법은 제거되어야 한다. 왕국의 안정을 위해."

카이의 얼굴에는 갈등의 흔적이 선명했다. 그가 이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서, 엘리아는 그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처지임을 깨달았다. 왕국 중앙의 누군가가 이 영지의 기적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명령이 되어 카이를 내몰고 있었다.

에드몬드가 엘리아 앞으로 나섰다.

"이것은 내 명령이다. 내 딸을 건드리지 마."

"당신의 명령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카이가 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제과점의 주민들이 움직였다. 나인 할머니가 맨 앞으로 나갔다. 그 뒤를 토마스가 따랐고, 그 뒤를 다른 주민들이 따랐다. 그들은 카이와 기사단 사이에 서 있었다.

"우리 딸을 건드릴 수 없다."

나인 할머니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단호했다.

"이 영지는 더 이상 저주받은 곳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되살린 곳이다."

주민들이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손에 작은 금빛이 피어올랐다. 엘리아의 빵을 먹었던 그들의 손에.

나인 할머니의 눈빛이 변했다. 그녀는 한때 이 영지의 영주였던 여인이었다. 저주 속에서도 사람들을 지켜낸 그 존엄함이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이미 죽은 것처럼 살아왔다. 저주 속에서, 절망 속에서. 하지만 이 아이가 우리를 되살렸다. 그 기적을 거두어가려 한다면, 우리 모두를 거쳐야 할 것이다."

토마스는 나인 할머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손에 피어오르는 금빛이 점점 밝아졌다.

카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검을 들어 올리려 했을 때, 기사단의 대장이 손을 들어 막았다.

"대기하라."

기사단의 대장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그는 주민들의 손에 피어오르는 금빛을 바라봤다. 그것은 마법의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공동체의 빛. 믿음의 빛.

기사단의 대장은 천천히 나인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주민들이 길을 열었다. 그는 그들의 손에 닿은 금빛을 자신의 손으로 만져 보았다. 따뜻했다. 그리고 그 따뜻함 속에는 저주받은 땅을 되살린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이 담겨 있었다.

기사단의 대장은 그 온기 속에서 오랫동안 느껴본 적 없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자신이 왕국을 위해 벌여온 모든 전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 진정한 생명의 온기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이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깊은 갈등이 흐르고 있었다.

"카이."

기사단의 대장이 말했다.

"당신도 이것을 느끼지 않는가? 우리가 집행하려던 명령이 정말 옳은 것인지."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검이 천천히 내려갔다.

"왕국의 명령은 절대이다. 하지만..."

기사단의 대장은 다시 주민들의 손을 봤다. 그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금빛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절대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때로는 명령 너머를 봐야 한다."

기사단의 대장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부대를 철수시켜라. 이 영지는 더 이상 우리의 대상이 아니다."

카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장님, 명령이..."

"명령이 바뀌었다. 나의 판단으로."

기사단의 대장은 카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왕국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이 마법이 아니다. 이 마법을 거두어가려는 우리의 행동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명령을 집행할 수 없다."

기사단은 물러섰다. 카이도 따라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엘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 마법은 위험하다. 왕국이 이를 방치할 리 없다."

카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경고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도 이 결정이 가져올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했다.

엘리아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움직임은 천천했지만 확실했다. 무감각의 심연에서 돌아온 그녀의 눈은 이제 명확했다.

"위험한 건 당신의 두려움입니다."

엘리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것은 단단했고, 명확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반박이 아니었다.

"제 분노는 처음엔 저주였어요. 버려진 것에 대한 분노, 외면받은 것에 대한 원망. 그것이 이 영지를 더 병들게 했어요."

엘리아는 마리아를 바라봤다. 그 다음 에드몬드를. 루카스를. 나인 할머니를. 토마스를.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저를 안았을 때, 제 분노는 변했어요. 그것은 더 이상 저주가 아니라 사랑이 되었어요. 이 영지를 되살리려는 사랑.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사랑."

엘리아의 가슴에서 금빛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반죽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제 분노를 사랑으로 바꿀 수 있다면, 왕국도 할 수 있어요. 두려움을 이해로 바꿀 수 있어요."

카이는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기사단을 이끌고 제과점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제과점의 문은 닫혔다.

제과점 안에 남은 것은 엘리아와 그녀를 감싼 사람들의 온기였다. 마리아가 엘리아를 안았다. 에드몬드도 그들을 감싸 안았다. 루카스는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나인 할머니는 엘리아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토마스는 누나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주민들도 여전히 제과점 안에 있었다. 그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금빛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변하지 않는 빛이 남아 있었다.

"우리가 함께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아요."

엘리아가 말했을 때,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자신의 분노를 사랑으로 재정의한 한 소녀의 선언.

마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후회와 용서, 슬픔과 기쁨이 모두 담겨 있었다. 에드몬드도 그 웃음에 동참했다. 루카스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나인 할머니는 엘리아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토마스는 누나를 바라봤다.

제과점의 창문으로 새로운 아침이 비추고 있었다. 영지 전체가 초록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오랫동안 들리지 않던 생명의 소리들.

제과점의 문은 열려 있었다. 아직도 함께할 일은 많았다. 이 기적을 지켜내는 것, 왕국과의 긴 대화,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엘리아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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