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자신을 마주하기

제과점의 불이 꺼진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토마스가 손가락으로 창문을 두드렸다. 엘리아는 주방에서 내일의 반죽을 준비 중이었다. 밀가루를 계량하는 손이 멈췄다. 밤이 이렇게 깊은데 토마스가 올 리가 없었다.

"누구냐고 했잖아."

엘리아가 문을 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토마스는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인 할머니의 집에서 나온 것 같았다.

"너는 왜 자꾸 사람들을 밀어내려고 해?"

토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질문이 아니라 고백처럼 들렸다. 엘리아는 반죽기를 멈추지 않았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

"할머니가. 아니, 내가. 난 느껴."

토마스가 한 발 다가섰다.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너를 도와주려고 할 때마다 넌 고마워한다고 하면서도 자꾸만 멀어져. 마치... 마치 우리가 나가면 넌 좋아할 것처럼."

엘리아의 손이 정지했다. 밀가루가 그 위에 소복이 내려앉았다.

"그건 아니야."

"그럼 뭐야? 왜 혼자 있으려고만 해?"

토마스의 질문이 가슴에 박혔다. 그것은 이전에 던졌던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을 따르는 아이가 묻고 있었다. 엘리아는 천천히 반죽기에서 손을 거두었다.

"너는... 왜 자꾸 나를 붙잡아?"

역질문이었다. 피하기였다. 토마스는 이를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토마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나를 필요로 하잖아. 적어도 내가 그렇게 느껴."

엘리아는 토마스의 얼굴을 봤다. 고아원에서 나온 이 아이, 자신처럼 버려진 이 아이의 눈동자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안에는 확신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순수한 확신.

"내가 떠날 거 같아서 자꾸 멀어지는 거지?"

토마스가 천천히 말했다. 마치 자신도 처음 깨닫는 진실인 양. 엘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확히 맞았기 때문이다.

"나도 떠날까봐 두려웠어. 고아원에서도, 여기서도. 누군가를 가까이 두면 그들이 나를 버릴까봐."

엘리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종이처럼 얇았다.

"그래서 먼저 나가. 그럼 버려지지 않아. 내가 떠나면... 떠나는 걸 선택하면..."

말이 끝나지 않았다. 토마스가 엘리아를 안았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그저 확신으로 가득한 포옹이었다.

"넌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토마스의 목소리가 엘리아의 어깨에서 울렸다. 엘리아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무너졌다. 주방의 카운터에 기대선 채, 토마스를 안아주며 엘리아는 고아원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 앞에서 울었다. 그것은 비명이 아니라 울음이었다. 분노가 아니라 슬픔이었다.

밀가루가 묻은 두 손이 토마스의 등을 적셨다.

---

그 밤 이후, 엘리아는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토마스를 밀어내던 손을 거두고, 그를 주방으로 불러들였다. 반죽을 나누고, 설탕을 계량하고, 오븐 앞에서 함께 빵이 익어가는 모습을 봤다. 토마스는 엘리아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 했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났다.

토마스가 옆에 있을 때, 엘리아의 베이킹이 달라졌다. 반죽을 칠 때 흘러나오는 금빛이 더욱 진했다. 오븐에서 나오는 빵의 향기가 더욱 깊었다. 제과점을 찾은 주민들이 엘리아의 빵을 먹고 눈을 감으면, 얼굴에 나타나는 변화가 이전보다 명확했다.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따뜻함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인 할머니는 이를 알아챘다. 어느 오후, 할머니는 제과점의 문을 두드렸고, 엘리아에게 주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토마스는 가게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도록 지시받았다.

"넌 자신의 능력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어."

나인 할머니가 앉으며 말했다. 엘리아는 밀가루 묻은 손으로 할머니 앞에 차를 놨다.

"뭘 잘못 이해했다는 건가요?"

"감정의 치유는 무한정 줄 수 없단 거야. 너는 영지의 모든 슬픔을 혼자 담으려고 했어. 그건 마법이 아니라 자해야."

할머니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 뒤에는 깊은 걱정이 있었다.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해. 타인을 위해 감정을 쏟기 전에, 너 자신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야. 그게 없으면 넌 계속 무너질 거야."

나인 할머니가 차를 마셨다. 그 사이, 가게에서 들려오는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를 반기며, 웃음을 나누는 소리였다.

"저 아이가 넌 그걸 배우고 있어.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게 뭔지. 그리고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의 감정이, 가장 진정한 감정이야."

할머니는 엘리아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밀가루 묻은 채였다.

"감정의 치유는 혼자 짜내는 것이 아니야.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것에서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그게 너의 베이킹이 가진 진정한 능력이야."

엘리아는 할머니의 말을 되새겼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나누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는 것.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감정을 나누는 것도, 도움을 받는 것도 약함이 아니야. 그게 공동체야."

---

그 말 이후, 엘리아는 자신의 베이킹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자신의 감정을 짜내지 않았다. 대신, 토마스와 함께하면서 느끼는 안정감을 담았다. 나인 할머니와 나누는 대화 속 위로를 담았다. 루카스가 보인 믿음을 담았다. 제과점을 찾는 주민들의 감사함을 담았다.

그렇게 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엘리아의 빵을 찾기 시작했다. 단순히 슬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며.

엘리아는 또한 자신의 상처를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버려졌었어."

한 노인이 엘리아의 빵을 먹으며 울자, 엘리아가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노인의 눈동자가 엘리아를 바라봤을 때, 뭔가 달라졌다. 그 노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 자식들이 날 버렸어."

노인의 목소리였다. 엘리아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노인은 자신의 자식을 데려와 제과점에 앉혔다. 아들과 딸은 아버지 앞에서 울며 용서를 구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었다. 엘리아의 상처가 공개될수록, 제과점은 더욱 많은 사람들의 공개된 상처를 담는 장소가 되어갔다. 더 이상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공동의 고통. 함께 견뎌내는 슬픔.

그리고 엘리아는 깨달았다. 자신의 버려짐이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라, 영지 전체가 경험하는 저주의 일부였다는 것을. 자신의 분노와 슬픔이 이 땅에 내려앉은 저주의 원인이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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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제과점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엘리아는 내일의 반죽을 준비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앞 가게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인 할머니는 이미 돌아갔고, 루카스는 공작 저택에서 서류와 싸우고 있을 것이다.

엘리아의 손이 반죽을 칠 때마다, 금빛이 흘러나왔다. 이전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더 온화했다. 더 깊었다. 그것은 절망의 빛이 아니라, 희망의 빛이었다.

그 순간, 창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엘리아의 손이 멈췄다. 밤 열한 시에 누가. 토마스가 가게에서 나왔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누나... 손님들 같은데..."

토마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엘리아는 앞으로 나갔다. 창문을 통해 보인 것은, 마차였다. 공작가의 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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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저택의 방에서, 루카스는 아버지를 마주했다.

공작 에드몬드는 창문을 통해 영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패여 있었고, 눈빛은 흐렸다. 저주로 인한 쇠락이 아니라, 내적 갈등으로 인한 노화였다.

"아버지, 결정하셨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는 이미 아버지에게 엘리아의 존재를 알렸다. 제과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했다. 영지의 저주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넌 정말로 그 아이가 우리의 딸이라고 생각하는가?"

에드몬드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혈연으로 봤을 때, 그렇습니다. 그리고 영지의 저주 패턴으로 봤을 때도."

루카스가 답했다.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낳으셨고, 아버지께서 그 아이를 버리셨습니다. 그 죄책감이 이 땅에 내려앉아 있습니다."

에드몬드는 창문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만약 내가 그 아이를 받아들인다면, 가문의 명예는 어떻게 되는가?"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것입니다. 아버지."

루카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절실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지금껏 피해온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공작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에드몬드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의 얼굴에는 갈등이 뚜렷했다. 수십 년을 피해온 죄책감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까?"

에드몬드가 물었다.

"예. 어머니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루카스가 말을 잇기 전에 에드몬드가 고개를 들었다. 아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자신이 외면해온 것을 마리아는 직시해왔다는 의미였다.

"영지의 저주가 지난 달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저주의 진원지인 엘리아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때마다 그것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루카스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직접 마주하고 싶어 하십니다."

에드몬드의 어깨가 내려앉았다. 마리아는 이미 결정했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아내는 이미 용기를 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여전히 그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차를 준비하게."

에드몬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결정되어 있었다.

"지금 가자."

---

문이 열렸을 때, 먼저 나타난 것은 공작 에드몬드의 얼굴이었다. 그 뒤로, 공작부인 마리아가 보였다.

마리아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엘리아..."

마리아가 엘리아의 이름을 부르자, 엘리아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것은 낯선 목소리였다. 동시에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기억 속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하지만 혈연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

"내가... 내가 너를 찾았어. 드디어."

마리아의 눈물이 제과점의 초석 위에 떨어졌다.

엘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 여인을 바라봤다. 공작부인이라는 제목 아래 감춰진, 자신과 같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을. 자신이 절대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

"들어오세요."

엘리아의 목소리는 낮았다. 공작 에드몬드가 먼저 들어섰고, 마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문틀을 잡았다. 토마스는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이것은 자신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제과점 안은 조용했다. 오직 반죽 냄새와 밀가루 먼지만 공중에 떠 있었다. 엘리아는 세 사람을 위해 의자를 끌어냈다. 누구도 앉지 않았다.

"당신들은... 왜?"

엘리아가 물었다. 그 질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왜 지금인가. 왜 찾아온 것인가. 왜 나를 버렸는가.

공작 에드몬드가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마리아가 먼저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미안해.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

마리아는 엘리아에게 다가갔다. 그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야생동물에게 천천히 손을 내밀듯이.

"넌 너무 작았어. 그때 넌 정말... 너무 작았어."

마리아의 손이 엘리아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만질 용기가 없는 듯. 엘리아는 그 손을 바라봤다. 그것은 부드러운 손이었다. 영지 여인들의 손이 아니라, 공작부인의 손이었다. 하지만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나는 널 선택해야 했어. 너를 선택해야 했는데."

마리아의 목소리가 부러졌다.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엘리아는 한 발 물러섰다. 그 손이 자신을 만지기 전에. 토마스의 포옹 이후, 엘리아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알았다. 사랑받는 것. 그리고 다시 버려지는 것.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두려워했다.

그 두려움이 지금 밀려오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호흡이 얕아졌다. 감정이 마비되려고 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본능이 깨어나고 있었다.

엘리아의 눈이 공허해지기 시작했다.

마리아의 손이 내려갔다.

"루카스가 말해줬어. 너에 대해. 이 마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공작 에드몬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에드몬드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이 제과점의 반죽 냄새를 맡는 듯했다. 그 향기는 희망의 냄새였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거부해온 그런 냄새.

"영지의 저주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 달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에드몬드의 목소리에 절실함이 배어 있었다.

"내가 그 원인이라는 것을. 너를 버린 것이. 그 죄책감이 이 땅에 내려앉아 있다는 것을."

엘리아는 반죽을 치는 손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았다.

공작 에드몬드의 얼굴을 보자, 뭔가가 엘리아 안에서 흔들렸다. 그 얼굴은 노쇠해 보였다. 저주로 인한 쇠락이 아니라, 죄책감으로 인한 노화였다. 그의 눈은 엘리아의 눈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엘리아의 눈은 결코 그렇게 절망적인 적이 없었다.

"만약 내가 당신들을 받아준다면, 무엇을 기대하세요?"

엘리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탄했지만, 그 아래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

마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만 옆에 있고 싶어. 너의 인생의 일부가 되고 싶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엘리아는 그들을 바라봤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혈육이었다. 자신의 몸 속에는 그들의 것이 흐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얼마나 오래 거부해왔는가.

엘리아의 손이 다시 반죽을 집었다. 그리고 칠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분노로 가득하게. 그 아래에 흐르는 절망을 감추려는 듯이. 손가락 끝이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했다. 무감각이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토마스가 벽에서 나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엘리아의 옆에 섰다. 루카스가 문을 통해 들어왔다. 나인 할머니도 뒤따랐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토마스는 엘리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루카스는 엘리아의 등 뒤에 섰다. 나인 할머니는 엘리아의 다른 쪽에 섰다.

"혼자가 아니야."

토마스가 말했다.

엘리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무감각이 물러났다. 대신 뜨거운 감정이 밀려왔다.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이 한데 섞여서.

"빵을 하나 드릴게요."

엘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저녁에 구워둔 빵을 꺼냈다. 토마스와 함께 웃으며 만들었던 그것. 나인 할머니의 레시피에 자신의 감정을 담았던 그것. 루카스의 믿음을 담은 그것.

"이건 제가 만든 빵이에요. 제 감정이 담겨 있어요."

엘리아가 빵을 두 조각으로 나누었다. 마리아에게 하나, 에드몬드에게 하나.

"저는 아직 당신들을 용서하지 못했어요. 아직도 분노해요. 아직도 상처받아 있어요. 하지만 이 빵은 그 모든 것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엘리아의 손이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 속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그리고..."

엘리아가 마리아의 눈을 바라봤다. 루카스와의 신뢰, 토마스의 확신이 엘리아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이 빵은 당신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에요."

마리아는 빵을 받았다. 그리고 먹었다.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치유의 눈물이었다. 수십 년을 기다려온 딸과의 만남을 받아들이는 눈물이었다.

공작 에드몬드도 빵을 먹었다. 그의 얼굴이 변했다. 오랫동안 경직되어 있던 표정이, 처음으로 부드러워졌다.

"이건..."

에드몬드가 말했다.

"이건 용서예요."

"아니에요."

엘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뭔가가 변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수용이. 거부가 아니라 인정이.

"이건 시작이에요."

그 순간, 엘리아의 손가락 끝에서 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금빛이었다. 더 따뜻했다. 더 깊었다. 그것은 절망에서 나온 빛이 아니라, 수용에서 나온 빛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나온 빛이었다.

금빛은 제과점 전체를 감싸고, 그 벽을 넘어 영지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거리의 불이 밝아졌다. 저택의 창문이 빛났다. 영지의 모든 곳이 그 금빛에 물들었다.

토마스가 엘리아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루카스와 나인 할머니도 엘리아에게 더 가까워졌다.

"누나... 뭐 하는 거야?"

토마스가 물었다.

"내가 하는 게 아니야."

엘리아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변화의 떨림이었다.

"우리가 하는 거야."

문이 열렸다. 나인 할머니의 집에서 나온 주민들이 들어섰다. 제과점 근처의 상인들이 들어섰다. 마을의 사람들이 그 금빛을 따라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공작 에드몬드는 일어났다. 하지만 나서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민족이 그의 딸 주위에 모이는 것을 바라봤다. 자신이 외면했던 딸. 그리고 그 딸이 만들어낸 공동체.

마리아는 엘리아의 손을 다시 잡으려 했다. 이번에는 엘리아가 거절하지 않았다. 손을 맞잡는 순간, 엘리아의 몸이 경직되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마리아의 손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부의 손가락질이 아니었다. 수용의 손가락질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손가락질이었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엘리아가 마리아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찼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빛이 있었다.

"이 영지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

마리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엘리아를 안았다. 이번에는 엘리아가 거절하지 않았다. 엘리아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수용이 있었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딸의 떨림이었다.

"그럼 함께 하자. 우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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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새려고 할 때, 카이는 관료 저택의 창에서 영지를 바라봤다.

저 금빛은 무엇인가. 그는 창틀을 꽉 쥐었다. 엘리아의 제과점이 단순한 치유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재결집 지점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재결집이 저주를 깨뜨리고 있다는 것도.

왕국은 이를 허용할 수 없다.

카이는 책상으로 돌아갔다. 서류를 꺼냈다. 엘리아의 제과점 폐쇄 명령을 청구하는 공식 문서를 작성했다. 그녀가 마을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주민들을 협박하는 것도 고려했다.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저주가 깨어지기 전에, 모든 것을 멈춰야 했다.

카이는 펜을 집었다.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상급자에게. 더욱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이번 주 안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제과점의 폐쇄와 엘리아의 억류. 그것이 최소한의 요구사항이었다.

엘리아는 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제과점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리고 그 손을 통해 흐르는 것은, 치유의 금빛이었다. 공동체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아직 깨지지 않은 저주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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