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를 넘긴 시각, 공작 저택의 침실.
마리아 몬트펠리우스는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의 그림자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벽시계가 자정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일어나 앉았다.
조용히 침대를 벗어나 문을 열었다. 에드몬드는 이미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 요즘 남편은 늘 그랬다. 침실을 피했다. 자신의 존재를 피했다.
마리아는 긴 복도를 걸었다. 발소리를 죽였다. 옛 육아실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목재 상자를 꺼냈다. 손가락이 떨렸다. 상자 뚜껑을 열자 옅은 라벤더 향이 피어올랐다.
아기 담요였다. 담홍색 실크에 금실로 수놓은 장미 문양. 열여덟 해 전, 그녀가 직접 선택했던 것이다.
"내 딸."
마리아의 입술이 떨렸다. 말을 꺼내는 것도 오래간만이었다.
그 밤, 그 결정을 내린 순간이 다시 살아났다. 남편이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적출 자녀는 가문의 일원이 될 수 없다. 명예와 지위가 섞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귀족의 규칙이다."
마리아는 담요를 가슴에 안았다. 눈물이 흘렀다. 새벽까지 흐르고 또 흘렀다.
—
새벽 다섯 시, 영지의 제과점.
엘리아는 반죽을 치고 있었다. 어제부터 시작해 밤새도록 손이 멈추지 않았다. 루카스의 말 이후로 무언가가 자신 안에서 부글거렸다. 가문의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것.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기쁨인지 부담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반죽은 금빛으로 빛났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일 때마다 마법이 흘러나왔다. 어제 제과점을 찾은 주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말라버린 노파의 손. 아이 잃은 어머니의 눈. 집을 잃은 남자의 목소리.
'다 치유해야 한다. 모두.'
그 생각이 엘리아를 움직였다.
오븐의 불을 더 높였다. 한 번에 더 많은 빵을 구울 수 있도록. 반죽을 치는 속도를 높였다. 손가락이 따뜻해졌다. 뜨거워졌다. 그리고 더 이상 온기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엘리아?"
토마스의 목소리였다. 소년은 문을 열었다. 새벽빛이 들어왔다. 토마스는 자주 새벽에 왔다. 엘리아가 혼자 있을까 봐.
"아직도 하고 있어?"
엘리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손은 여전히 반죽을 치고 있었다.
"응. 오늘 손님이 많을 거야."
토마스는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물을 떠다 놨다. 밀가루를 정렬했다. 오븐을 준비했다. 자기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해가 떠올랐다. 제과점의 문이 열렸다.
처음 손님은 예상과 달랐다. 세 사람이 함께 들어왔다. 그 다음은 다섯 명. 그 다음은 열 명.
소문이 퍼져 있었다. 엘리아의 빵을 먹으면 마음이 온화해진다는 것. 저주받은 이 영지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음식이라는 것.
"빵 주세요."
"나도."
"제발."
목소리들이 겹쳤다. 엘리아는 빵을 나눴다. 한 조각씩. 그리고 또 한 조각씩.
손가락이 움직였다. 반복적으로. 자동적으로.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 몇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해의 위치도 인식되지 않았다.
엘리아는 빵을 나눴다.
한 여인이 들어왔다. 딸을 잃은 사람이었다. 엘리아는 그 여인의 얼굴을 봤을 때 무엇을 구워야 할지 알았다. 쌀 가루로 만드는 부드러운 경단. 따뜻한 팥물. 어린 딸이 가장 좋아하던 맛.
엘리아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더 이상 감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차가워졌다. 마치 돌이 되어가는 것처럼. 아니다. 정확히는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각이 흐려졌다. 주변이 회색이 되어갔다. 손님들의 얼굴도 표정도 목소리도 멀어졌다. 마치 두꺼운 유리판 너머에 있는 것처럼.
'뭔가... 이상해.'
엘리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경단을 건네는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엘리아!"
누군가 외쳤다. 그 목소리도 멀었다.
엘리아의 눈이 감겼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보였다. 나인 할머니의 침실 천장.
손가락이 움직였다. 천천히. 마치 처음 움직이는 것처럼.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따뜻한 것부터. 그 다음 통증. 팔 전체가 쑤셨다.
엘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토마스가 의자에 앉아 자고 있었다. 머리는 침대 끝에 기대고 있었다. 한쪽 손은 엘리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인 할머니는 침실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물수건을 들고 있었다. 엘리아의 이마를 닦아내던 중이었던 것 같았다.
"깨셨네요?"
나인 할머니가 속삭였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얼마나... 있었어요?"
엘리아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을 통해 말하는 것처럼.
"밤새요. 정오가 지났어요."
엘리아는 시간을 헤아렸다. 새벽 다섯 시부터 정오. 일곱 시간 이상.
"토마스가 당신이 쓰러지는 걸 봤어요. 제과점에서. 사람들한테 자신이 누군지 말한 다음 나를 찾아왔어. '누나가 아파요'라고."
나인 할머니는 물수건을 다시 물에 적셨다.
"이 아이가 밤새 당신 손을 놓지 않았어요. 한 번도."
나인 할머니의 시선이 토마스에게 향했다. 소년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 아래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엘리아는 움직였다. 천천히. 한 손을 들어 토마스의 머리를 쓸었다. 손가락이 아직도 떨렸다.
"고마워. 토마스."
소년의 눈이 떨렸다. 잠에서 깨어날 조짐이었다.
"당신이 뭔 짓을 한 거예요?"
나인 할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비난이 아니었다. 그것이 더 무거웠다. 진짜 걱정이 담긴 목소리.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 한 번에. 그리고..."
엘리아는 말을 멈췄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감정이라는 건 샘물 같은 거예요. 자꾸만 퍼내면 말라요. 그리고 당신은 자신을 비워낸 거야. 완전히."
나인 할머니는 침대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엘리아의 손목을 만졌다. 맥박을 느껴보는 것처럼.
"당신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 능력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아무리 큰 사랑도, 무한하지는 않아요."
엘리아는 그 말을 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짓을 했는지 이해했다.
토마스가 눈을 떴다.
"누나!"
소년이 일어나 앉았다. 엘리아의 손을 더 꼭 잡았다.
"깼어? 괜찮아? 밥 먹어?"
토마스는 한 번에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마치 자신이 밤새 한 모든 걱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려는 것처럼.
"응. 괜찮아."
엘리아는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필요한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토마스는 마실 물을 가져왔다. 나인 할머니는 죽을 데워왔다. 엘리아는 조용히 그것들을 받아먹었다.
시간이 더 흘렀다. 오후 세 시.
"당신이 쓰러진 후에 제과점에 온 사람들이 있어요."
나인 할머니가 말했다.
"뭐라고?"
"당신이 그들을 치유했으니까, 이제 자기들이 당신을 치유하고 싶다고."
엘리아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나를?"
"네. 제과점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나을 때까지. 밤새 당신을 위해 기도한 사람도 있어요."
토마스가 창문을 가리켰다. 제과점 방향에서 촛불이 보였다. 여러 개의 촛불.
엘리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녹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굳어버린 부분이.
—
같은 시각, 공작 저택의 침실.
마리아는 남편 앞에 서 있었다. 에드몬드는 서재에서 나오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는 문을 막았다.
"우리는 그 아이를 버렸어요."
마리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자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아이를 모르는 척할 수는 없어요. 루카스도 벌써 움직이고 있어요."
에드몬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담요를 봤어요?"
마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가 버린 아이의 담요가 아직도 저 아래 있어요. 열여덟 해 동안 누군가는 그걸 지켜줬어요. 우리가 할 수 없었던 것을. 그리고 이제 그 아이가 영지를 구하고 있어요. 우리를 구하고 있어요."
에드몬드의 가슴이 철렁했다. 아, 저주. 그 금색의 저주. 요즘 그것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색깔이 옅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그것을 천천히 치유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가서 봐야 해요. 그 아이가 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용서를 청해야 해요."
마리아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내일. 내일 우리는 가요."
에드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천천히. 마치 자신의 목이 무거운 돌 같아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것처럼.
—
저녁 여섯 시, 왕국 중앙의 관료 사무실.
카이는 편지를 읽고 있었다. 왕국 상층부에서 내려온 지시서였다.
"공작령의 저주는 왕국의 이익이다. 그 저주가 풀리는 것은 왕국의 손실이다. 공작령의 회복이 가능한가?"
카이는 손가락으로 그 문장을 따라 읽었다.
"가능하다. 한 사람 때문에."
카이는 창문을 통해 영지를 바라봤다. 제과점 방향에서 촛불이 보였다.
"감정 베이킹."
그는 혼잣말했다.
"감정이 에너지라면, 에너지는 소진될 수 있다."
카이는 책상에 앉았다. 펜을 들었다.
"그 소녀는 오늘 쓰러졌다. 감정 에너지의 과다 소진으로. 그렇다면 그녀를 더 소진시키면 되는 것이다. 한계를 넘어설 때까지."
카이는 계획을 쓰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을 보낸다. 하루에. 밤새. 끊임없이. 그녀의 감정을 짜내 낸다. 그녀의 마법이 풀려나갈 때까지. 그리고 그 여자가 완전히 무너질 때, 영지도 무너진다."
카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기쁨의 미소가 아니었다.
"명령을 내린다. 내일부터 시작하자."
그 순간, 제과점의 촛불이 한 줄기 바람에 흔들렸다. 하지만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밝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아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움직였다. 천천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토마스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인 할머니는 창문 너머 촛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 어머니의 죄책감
엘리아가 눈을 떴을 때는 새벽 다섯 시였다. 천장이 보였다. 낡은 목재로 된 천장. 이곳은 자신의 침대가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려다가 멈췄다. 팔이 무거웠다. 아니, 팔 위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토마스의 머리였다. 소년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팔 전체를 엘리아의 침대 위에 올려놓고 자고 있었다. 그 옆에는 나인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새벽빛을 받으며 조용히 떠있는 것 같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깊은 잠을 자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엘리아는 숨을 멈췄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제과점. 사람들. 계속 들어오는 손님들. 그리고 그 다음은—
검은색이었다. 의식이 끊기는 순간까지만 기억났다. 하지만 그 이후는 없었다. 마치 누군가 그 부분을 깨끗이 지워낸 것처럼.
"깼구나."
나인 할머니가 눈을 떴다. 아무런 놀람도 없이, 마치 엘리아가 깨어날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엘리아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목이 건조했다.
"물을 마셔야 한다."
할머니가 일어났다. 움직임은 천천했지만, 결연했다. 그녀는 침대 옆에 놓인 물잔을 들었다. 아마 밤새 준비해둔 것이었을 것이다.
엘리아는 물을 받아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목이 살아났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가득 짊어진 것처럼.
"며칠을 자셨어요?"
엘리아의 목소리가 쉬었다.
"하루 반이네. 어제 밤 열한 시쯤 쓰러지셨고, 지금이 새벽 다섯 시니까."
할머니가 앉았다. 침대의 끝자락.
"처음이지?"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을 너무 많이 담으면 그렇게 된다. 마법이라는 건 결국 자기 것을 나누는 거야. 자신의 일부를 걷어내는 거지. 한계가 있다."
할머니의 손이 엘리아의 발을 덮었다. 따뜻했다. 손가락은 굽어 있었고, 관절이 두터웠지만, 그 온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엘리아는 눈을 떴다. 할머니의 얼굴을 봤다. 주름진 피부, 흰 머리, 깊은 눈. 이 사람은 자신을 모른다. 이 영지에 오기 전까지 어떤 관련도 없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왜 여기 있으세요?"
"토마스가 울면서 우리를 찾아왔어. 어제 밤 열한 시쯤. '누나가 쓰러졌다'고. 그래서 왔어."
할머니가 일어섰다.
"넌 밤새 무언가를 중얼거렸어. 알았어? 계속. 누군가의 이름을."
엘리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누구라고?"
"'엄마'라고."
침묵이 떨어졌다. 새벽의 침묵.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침묵.
엘리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팔이 떨렸다. 토마스가 자리를 비켜줬다. 소년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지만, 숨결이 가빠졌다. 완전히 자고 있지 않았다.
"너를 버린 그 여자?"
할머니가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이었다.
엘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일어섰다. 다리가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설 수 있었다. 제과점을 보자. 제과점은 어떻게 되었는가.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제과점 건물은 조용했다. 문이 닫혀 있었다.
"손님들은?"
"안 왔어. 넌 자고 있었고, 우리는 문을 닫아뒀어."
할머니가 더 말했다.
"너한테서 나오는 빵의 냄새도 없었으니까. 사람들도 알았을 거야. 그 냄새가 없으면, 문이 열려 있지 않다는 걸."
엘리아는 창문에 기대섰다. 밖을 봤다. 마을은 조용했다. 대부분의 집에서는 아직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어떤 집 굴뚝에서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 평범한 아침.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기억이 뭉개진 부분을 다시 더듬었다. 사람들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한 명, 두 명. 하지만 점점 더 많아졌다. 마치 누군가 그들을 보낸 것처럼. 엘리아는 베이킹을 했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들의 슬픔을 담았다.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뭘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카이가 이걸 시켰나?"
엘리아가 물었다. 목소리는 평탄했다.
"모르지.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어제는 평소와 달랐거든. 계획적이었어. 마치 미리 짠 것처럼."
할머니가 침대에 앉았다.
"저주를 푸는 방법이 있대. 너를 소진시키는 거야. 감정이 다 떨어질 때까지. 그럼 마법도 풀려나가고, 영지도 다시 황폐해진다는 거지."
"그럼 내 능력엔 한계가 있다는 건가."
"모든 능력엔 한계가 있어. 문제는 그 한계를 모르고 자신을 계속 짜내는 거야. 넌 한 번 배웠으니까, 이제는 알겠지?"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계속 올 것이다. 영지를 구하려면, 저주를 풀려면, 자신이 베이킹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은 제한이 있다. 무한하지 않다.
"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잖아."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마치 엘리아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사람들을 믿어야 해. 너의 빵을 받은 사람들이, 너를 돌보는 사람들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어. 그건 저주를 푸는 방법이 아니야. 그건 그냥 자살이야."
토마스가 깼다.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엘리아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는 걸 감지하자, 소년의 눈이 반짝였다.
"누나!"
토마스가 일어섰다. 서투르게. 밤새 한 자세로 앉아 있어서 다리가 저린 것 같았다.
"고마워."
엘리아가 말했다.
"뭐가?"
"밤새 있어줘서."
토마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었다.
"누나는 내 옆에 있어줬잖아. 고아원에서. 날 밀어내지 않고."
엘리아는 토마스의 머리를 쓸어줬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떨림이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새벽 여섯 시.
공작 저택의 침실에서 에드몬드는 일어났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리아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침실의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담요가 들려 있었다. 아주 오래된 담요. 색깔이 바랬고, 끝자락이 해져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소중하게 보관했다.
에드몬드는 일어섰다. 아내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자."
마리아가 말했다.
"지금?"
"지금."
에드몬드는 옷을 입었다. 손가락이 단추를 채울 때 떨렸다. 마리아는 여전히 담요를 들고 있었다.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 아이가 자는 시간에 가자. 그래야 우리가 할 말이 있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안 온다."
마리아가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결연했다.
"담요를 돌려줘야 한다."
그들은 침실을 나갔다.
오후 두 시.
엘리아는 제과점에서 반죽을 치고 있었다. 움직임은 서툴렀다. 어제의 피로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은 움직였다. 습관적으로. 자동으로.
나인 할머니는 제과점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엘리아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다. 할머니는 엘리아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혹시 또 쓰러질까봐.
토마스는 제과점 앞의 광장을 청소하고 있었다. 어제 사람들이 밟고 간 발자국들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 아이도 엘리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엘리아는 느꼈다.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확실하게.
그 순간이었다.
제과점의 문이 열렸다.
엘리아의 손이 멈췄다.
두 사람이 들어왔다. 남자와 여자. 귀족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의 손에는 담요가 들려 있었다. 오래되고, 낡은 담요.
엘리아의 호흡이 멈췄다.
"안녕."
여자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나는..."
여자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대신 눈물이 흘렀다.
"마리아 몬트펠리우스야."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딱딱했다. 하지만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에드몬드다. 우리는..."
에드몬드는 말을 멈췄다.
"우리는 너의 부모다."
침묵이 떨어졌다.
엘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은 반죽 위에서 멈춰 있었다. 반죽은 식어가고 있었다.
"이건..."
엘리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사기지. 부모라니."
"아니야."
마리아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사기가 아니야. 우리는 정말..."
마리아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 순간, 제과점의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 소리. 여러 개. 마치 누군가 급하게 말을 타고 오는 것 같은.
나인 할머니가 일어섰다.
토마스가 반짝이는 눈으로 안을 봤다.
엘리아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말발굽 소리가 제과점 앞에서 멈췄다.
문이 다시 열렸다.
카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왕국의 관리들이 있었다. 적어도 다섯 명.
"공작가의 사람들도 여기 있군요."
카이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쁨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공식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겠네요. 이곳의 제과점은 불법 점포입니다. 신분 미상의 인물이 허가 없이 운영하는 점포지요. 따라서 즉시 폐쇄됩니다."
카이가 손을 들었다.
관리들이 앞으로 나갔다.
엘리아는 그때야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은 도망치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반죽을 들었다.
그리고 베이킹을 시작했다.
오븐의 불이 타올랐다. 마치 응답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의지에 응답하는 것처럼.
금빛이 무언가를 감싸기 시작했다.
카이의 눈이 좁혀졌다.
"그 여자를 제지하세요."
그가 명령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금빛이 제과점 전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