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101호
법원 101호 대법정 입구. 이준호는 서민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웃고 있었다. 사냥감을 본 포식자의 미소였다.
이준호는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들린 서류 뭉치를 들어올렸다. 삼십 년 대법관의 손은 떨리지 않는다. 그것도 거짓이 아니었다. 서른 살 편의점 알바생의 손도 떨리지 않는다. 그 둘은 이미 같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들어가자."
뒤에서 강태진이 따라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어제 밤 전화에서 그는 "자다가 깼어요. 계속 생각만 했어요. 법정이라니"라고 했다. 이준호는 당신 혼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37명이 있다고, 을들이 모이면 약하지 않다고. 하지만 강태진의 눈빛을 보면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법정은 이미 가득 찼다. 법관 심모, 기록관, 그리고 맨 앞 피고 측 변론석에 앉은 서민준.
"피고 측이 준비되셨으니, 이제 청구인 측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법정 조력인님, 나가주세요."
판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준호는 일어섰다. 박민지는 뒤에서 그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준호는 법정 중앙으로 나갔다. 이곳은 그가 삼십 년을 지배하던 영역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 공간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었다. 법정 조력인. 변호사도 아닌, 그저 '도움을 주는 자'일 뿐이었다.
"청구인 측은 다섯 개 기업이 조직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부당하게 공제하는 카르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개별 분쟁이 아니라, 시스템적 착취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법정을 가로질렀다. 그는 판사의 눈을 마주쳤다. 심모 판사는 메모를 하고 있었다.
"편의점 3곳, 배달 플랫폼 2곳이 사용하는 공제 항목을 보시면, 항목은 다르지만 공제율은 거의 동일합니다. 통신비, 장비비, 보증금, 페널티—이것들은 사실상 개인사업자 명목의 위장 도급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입니다."
서민준이 손을 들었다.
"이의 제기합니다. 각 기업은 독립적인 경영 주체이며, 공제 항목과 금액은 근로계약 체결 시 합의된 사항입니다."
"합의?"
이준호가 되물었다. 판사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했다.
"근로자들이 실제로 합의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계약서가 있습니다."
서민준이 서류를 들어 올렸다. 그것을 본 강태진이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웃음이었지만, 법정 안에서는 울음새처럼 들렸다.
"계약서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계약서를 쓸 때 근로자들은 다른 선택지가 있었습니까? 편의점 알바생, 배달 라이더, 콜센터 상담사—이들이 임금 공제 조건을 거절할 수 있었습니까?"
이준호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의 전부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32조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도 법정 최저임금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동의는 법 위의 법이 아닙니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판사가 펜을 멈추고 이준호를 바라봤다.
"법정 조력인님, 말씀이 상당히 고수준이신데."
잠깐. 이 순간이다.
"저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이준호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 마치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어디서요?"
"서울대학교 법대입니다."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도 거짓이 아니었다.
서민준의 눈이 움직였다. 마치 카메라가 피사체를 포착하는 순간처럼, 그의 눈동자가 이준호를 재포장했다.
"그렇다면 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셨습니까?"
"개인적인 사유입니다."
"법정에서는 사정이 통하지 않습니다."
서민준이 천천히 일어섰다.
"청구인 측이 주장하는 '카르텔 구조'는 증거가 없습니다. 각 기업들은 서로 독립적이며, 우연히 유사한 경영 관행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라고 하는 분들의 증언은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청구인 측의 심리적 영향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영향?"
이준호가 되물었다.
"네. 법정 조력인님이 그들을 모아서 하나의 공동 이익으로 묶었습니다. 이미 편향된 증인들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박민지가 뒤에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분명한 숨소리였다.
"판사님, 제1증인을 신청합니다. 박민지."
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민지가 일어섰다. 그녀의 다리가 떨렸다. 이준호는 그것을 본다. 을의 공포. 법정 앞의 을의 떨림.
박민지는 증인석에 앉았다. 선서를 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박민지 씨, 편의점에서 근무할 때 어떤 항목으로 임금이 공제되었습니까?"
이준호가 물었다. 박민지는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 속에는 "할 수 있다"는 신호가 담겨 있었다.
"통신비, 장비비, 세제비, 보증금 이자... 한 달에 620만 원을 받는데, 공제가 월 480만 원이에요."
"그것이 합의된 사항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아니요. 계약서를 쓸 때 점장이 '이건 다 공제되니까 알아두라'고 말했어요. 선택지가 없었어요."
"다른 편의점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까?"
박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친구가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공제 항목이 똑같아요. 심지어 금액도 거의 같아요."
서민준이 일어섰다.
"증인, 당신이 다른 편의점의 급여명세서를 직접 확인했습니까?"
"아뇨."
"그렇다면 그건 추측입니다. 법정에서는 추측이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박민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박민지 씨, 이 공제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습니까?"
이준호가 다시 물었다.
"저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했어요. 한 달에 620만 원을 받으면 등록금이 나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140만 원밖에 못 받았어요. 그래서 등록금을 못 냈어요. 휴학했어요."
박민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이분이 없었으면, 저는 여전히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다른 편의점도 다 이러니까 내가 받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법정이 조용해졌다. 판사가 펜을 들었다. 서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강태진이 다음이었다. 그는 증인석에 앉으면서 바닥을 노려봤다.
"배달 사고로 손목이 부러졌는데, 회사에서는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산재 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았어요. '개인사업자니까 개인보험으로 처리하라'고 했어요."
"그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손목이 나아질 때까지 일을 할 수 없었어요. 한 달을 일을 못 했어요. 생활비가 없었어요."
강태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악물린 이빨 사이에서 분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저만 이런 게 아니에요. 다른 라이더들도 사고 나도 산재 처리 안 해주고, 그냥 개인보험 처리하라고 해요. 회사는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거죠."
이준호가 즉각 이어받았다.
"강태진 씨, 다른 라이더들의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플랫폼 Q와 플랫폼 X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셨습니까?"
"네. 저희가 라이더 커뮤니티에서 만나서 얘기해봤어요. 플랫폼 Q에서 사고 난 라이더 5명, 플랫폼 X에서 사고 난 라이더 4명이 다 같은 대응을 받았어요. 산재 처리 안 해주고, 개인 책임이라고 하고, 심지어 배달 건수까지 깎아버렸어요."
"그 라이더들의 증거—급여명세서, 사고 기록, 회사와의 통신 내역 같은 것들을 수집하셨습니까?"
"네. 저희가 모아서 이준호 님한테 드렸어요. 총 9명의 라이더 자료가 있어요."
이준호는 강태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확신으로 가득했다. 약한 을들이 조직화되고 있었다.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
서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그 자료들은 신뢰성이 있습니까?"
"있어요. 회사에서 보낸 공식 급여명세서고, 사고 기록은 경찰 신고 기록이에요."
이준호가 강태진의 말을 받아 판사를 향해 진술했다.
"판사님, 청구인 측은 9명의 추가 증인 자료와 그들의 증거물을 제출하겠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두 플랫폼이 동일한 산재 회피 관행을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준호가 서류를 들어 올렸다. 판사의 눈이 커졌다. 서민준은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판사의 손짓으로 잠시 멈췄다.
"이혜진 씨도 마찬가지입니까?"
이준호가 세 번째 증인을 향해 물었다. 이혜진이 증인석에 앉으면서 양손을 무릎 위에 모았다. 감정 노동자의 자세였다.
"콜센터에서 근무할 때 어떤 공제가 있었습니까?"
"기본급 외에 성과급이 있는데, 실적이 안 나면 성과급이 깎여요. 그리고 통신비, 장비비, 페널티... 월평균 87만 원대를 공제당했어요."
"3년간?"
"네."
"그러면 총 얼마입니까?"
"약 520만 원이요."
법정이 다시 조용해졌다. 520만 원. 그것은 누군가의 학비이고, 누군가의 전세금이고, 누군가의 생명줄이었다.
"그 공제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습니까?"
이준호의 질문이 이혜진을 바라봤다.
"저는 3년 동안 월급이 적어서 빚을 졌어요. 카드 빚이 3000만 원이 넘어요. 정신건강도 안 좋아졌어요. 회사에서는 감시 카메라로 24시간 우리를 감시하고, 한 통의 전화도 평가 대상이 되니까... 마음이 계속 졸려 있었어요."
이혜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떨리지 않았다. 그것은 분노였다.
"다른 상담사들도 비슷한가요?"
"네. 월 3~5명은 정신건강 문제로 휴직을 해요. 하지만 회사는 그걸 개인의 문제라고 봐요."
이준호가 다시 물었다.
"그 상담사들의 자료도 수집하셨습니까?"
"네. 지난 3년간 휴직한 상담사 23명의 휴직 사유와 급여 자료를 정리했어요."
"판사님, 이것도 제출하겠습니다."
이준호가 또 다른 서류 묶음을 들어 올렸다. 판사는 메모를 멈추고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표정이 변하고 있었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서민준이 일어섰다.
"증인, 그 비용 공제는 계약 시 동의한 내용 아닙니까?"
"동의를 강요받았어요."
"그래도 동의한 것 아닙니까?"
"일을 안 하면 굶어 죽어요. 그게 선택입니까?"
이혜진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그것이 을의 목소리였다. 법정 안의 모든 을의 목소리였다.
판사가 펜을 내려놓았다. 메모를 멈추고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달랐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으로 변해 있었다.
"법정 조력인님, 당신의 법률 지식 수준이 상당하십니다. 변호사 자격은 없으신가요?"
"개인적인 사유로... 법정 조력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판사가 다시 메모를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공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서민준이 다시 일어섰다.
"판사님, 청구인 측의 법정 조력인에 대해 한 가지 지적하고 싶습니다."
"말씀하세요."
"우리는 배경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서민준이 서류를 펼쳤다. 그의 동작은 느렸다. 마치 카드를 한 장씩 펼치는 것처럼.
"법정 조력인님의 법률 지식 수준이 비정상적입니다. 마치 법조인 출신인 것처럼 보입니다."
판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법원 판례집을 확인한 결과, 흥미로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대법원 판례 1999년부터 2028년까지 약 30년간 중요 판례들의 담당 판사 명단에 '이준호'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준호의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그 시기 판례들의 특징은 대부분 을의 입장에서 을을 보호하는 판결들입니다. 흥미롭지 않습니까?"
법정이 얼어붙었다. 박민지가 숨을 멈춘 것이 들렸다. 강태진이 옆을 바라봤다. 이혜진의 눈이 커졌다.
"또한 신문 기사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8년 대법관 이준호가 갑자기 사직한 기록이 있습니다."
서민준이 한 장의 신문 기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직후 서른 살의 편의점 알바생 이준호가 나타났습니다. 나이도 맞고, 이름도 같고, 법률 지식도 같습니다."
서민준의 시선이 이준호에게 고정되었다.
"혹시 당신이 대법관 이준호입니까?"
법정이 움직였다. 기록관이 펜을 놨다. 판사가 눈을 크게 떴다.
이준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처음으로 보이는 감정이었다. 두려움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었다. 계산이었다. 삼십 년 판사의 눈빛으로 상황을 재평가하는 표정이었다. 법정 내 모든 변수를 한 번에 계산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결의였다.
"저는... 모릅니다."
거짓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판사가 손을 들었다.
"법정 조력인의 신원은 법정 절차와 무관합니다.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판사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의 눈은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심의 눈빛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판단은 명확했다. 법정 절차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판사는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었다. 다음 공판 일정을 확인하는 듯했다.
"청구인 측의 증거 제출은 인정합니다. 다음 공판은 3주 후 진행하겠습니다. 그때까지 피고 측도 충분한 반박 자료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판사가 증거 채택 여부를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그것은 청구인 측에 유리한 신호였다.
법정을 나가는 복도에서, 이준호는 박민지와 강태진, 이혜진을 마주쳤다.
"이준호 님, 저희 괜찮을까요?"
박민지가 물었다. 그녀는 이준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꼬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계속 움직였다. 불안의 신호였다.
강태진은 옆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준호와의 눈맞춤을 피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경직되어 있었다.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혜진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깊었다. 침묵 속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준호를 바라봤다가 시선을 돌렸다. 다시 바라봤다. 그 반복 속에 질문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이준호가 대답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법정 조력인 이준호의 정체가 노출되었다. 그리고 을들의 신뢰는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은 모든 것을 바꿀 것이었다.
복도를 빠져나가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김소연이었다.
"이준호 님, 정말 안 됐어요."
김소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노동청에서 방금 연락이 왔는데, 편의점 5곳에 대한 조사를 중단한대요."
이준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누가 지시했습니까?"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대요. 더 이상 진행하지 말라고. 이유는 안 알려줬어요. 그런데..."
"그런데?"
"담당자가 말하길, 법원에서 특별한 지시가 있었다고 했어요. 법정 조력인의 신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니, 조사도 중단하라는..."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정체 노출과 동시에 노동청 조사가 중단되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움직였다. 법정에서의 승리는 환상이었다. 법정 밖의 압박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이준호가 전화를 끊었다. 복도의 창문을 통해 법원 밖이 보였다. 그곳에서 을들의 진짜 싸움이 시작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