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벨라드의 정체, 진실의 폭로

아카데미의 밤이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기숙사를 빠져나온 레이는 중앙 복도를 달렸다. 손가락을 세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는 맞는가. 손목을 흔들어보니 다섯 개가 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여섯 개처럼 느껴지는가.

"레이."

누군가가 앞을 막았다. 시르바였다. 그의 손에는 파란 빛이 감돌고 있었다. 의회의 추적 마법이다. 레이는 옆 계단으로 몸을 날렸는데, 그 순간 머리가 쪼개질 듯 울렸다. 검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자를 억압하는 자. 제거하겠습니다.

"아니야. 잠깐—"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훨씬 깊고, 차갑고, 오래된 목소리였다.

시르바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레이는 자신이 움직인 걸 인지하지 못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시르바는 뒤로 날아갔다. 기숙사 벽이 그의 몸을 받아냈다. 먼지가 소용돌이쳤다.

"잠깐, 기다려—"

제임스가 나타났다. 그의 펜던트에서 붉은 빛이 터졌다. 1반 최고의 마법사가 내놓은 강력한 공격이었다.

레이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공격은 부러졌다. 아니, 흩어졌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제임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몸을 날려 옆 복도로 숨었다.

카린이 나타났다. 그녀는 레이를 보고 한 발 물러섰다. 공포로 가득한 눈이었다.

"레이가... 아니다. 넌..."

"카린."

레이가 말했다. 그것도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입술이 움직이는데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잠깐만. 나 맞아. 레이 맞아."

그런데 그 말을 하고도 레이는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손가락을 다시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맞다. 그런데 이 손이 정말 자신의 손인가.

"학장실로 와."

아카데미 전역에 음성이 울려 퍼졌다. 벨라드의 목소리였다. 고요하고 차분했다.

"너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더 이상 숨을 수 없다는 것을."

레이의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였다. 몸이 학장실을 향해 걸었다.

---

학장실의 문이 열렸을 때, 벨라드는 창가에 서 있었다.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불이 거의 모두 꺼져 있었다. 격리 진이 그 위에 떠 있었다. 거대한 은색 구체가.

"들어와."

벨라드는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자리에 앉아."

레이는 앉았다. 몸이 앉혔다.

"넌 궁금할 거야. 내가 뭘 아는지."

벨라드는 책상 위에 파일을 놨다. 사진들이었다. 도서관 창고에서 검을 집는 자신의 모습. 옥상에서 검술을 연습하는 자신의 모습. 지하 회의실에서 토마스와 만나는 자신의 모습.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넌 처음부터 감시 대상이었다. 입학 때부터. 넌 다른 학생들과 달랐거든. 마법 검사 결과는 0점이었지만, 마나 수치는 정상이었어. 대체 왜 마법을 못 쓰는가. 우리가 찾던 건 그것이었다."

벨라드는 앉았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도서관 창고의 검은 우리가 놨다. 수백 년 전부터. 봉인된 강자가 그것을 집을 때까지 기다리며. 그리고 넌 집었다."

레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계획이었다는 말인가.

"넌 뭔가 이상했어. 검을 집은 후로. 신비한 마법 흔적이 갑자기 나타났거든. 우리가 몰래 봉인한 마법이 깨어나는 신호였다. 그래서 우린 확신했어. 찾아냈다고. 검신의 환생을."

벨라드는 손가락을 모았다.

"그런데 넌 나약했어. 진짜 나약했다. 검신의 기억을 쓸 때마다 자신을 잃어갔거든. 정체성이 침식되었어. 그건 우리의 계획과 정확히 맞았다."

벨라드는 일어섰다.

"넌 봉인된 강자가 아니기 때문이야. 넌 검신 그 자체니까."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이야?"

레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친구들의 이름이 자꾸 떠오르지 않았다. 토마스? 아니, 그게 누구지. 카린? 그 이름도 낯설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도 흐릿했다. 옥상에서 누군가와 함께했던 그 장면—그 사람의 얼굴이 자꾸 왜곡되고 있었다.

"넌 검신의 분리된 조각이야. 본래 검신은 하나였다.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로 강한, 우리가 감히 통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우린 그것을 둘로 나눴다. 본체와 단편으로. 본체는 지하에 봉인했고, 단편인 넌 인간의 몸으로 환생하게 했어. 그리고 넌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벨라드는 책상 위에 손을 얹었다.

"넌 강해질수록 자신을 잃어간다. 왜냐하면 넌 사실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의 정체성을 가질 수 없어. 그 몸은 검신의 일부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검신이 깨어날 거야. 그리고 곧 본체도 깨어날 거고. 넌 그때 완전히 사라질 거야."

레이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을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다. 그런데 이 손이 자신의 손인가. 이 몸이 자신의 몸인가. 이 기억이 자신의 기억인가. 어제 먹은 밥의 맛도 기억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회를 주겠어. 마지막 기회를."

벨라드는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해. 우리는 강자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약한 자들은 그림자 속에 살게 하고, 강한 자들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새로운 질서. 그것이 우리의 비전이야. 그리고 넌 그 비전의 중심이 될 수 있어. 검신이 되어서. 넌 강해질 거고, 이 모든 고통이 끝날 거야. 자신을 잃는 고통도. 선택의 고민도. 모든 게 끝날 거야. 왜냐하면 더 이상 '너'가 없을 테니까."

손이 가까워졌다.

그 순간, 문이 부서졌다.

"레이!"

토마스의 목소리였다. 토마스가 달려 들어왔다. 뒤로 카린이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파란 빛과 은색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손을 잡지 마. 그게 덫이야!"

토마스가 소리쳤다.

벨라드는 웃었다. 정말 조용하게.

"이제 시작이군요."

그의 몸에서 거대한 검은 마력이 터져 나왔다. 학장실 벽이 갈라졌다. 책장이 무너졌다. 바닥이 흔들렸다.

카린은 즉시 마법을 시전했다. 복잡한 기호가 공중에 그려졌다. 은색 방어막이 생성됐다. 하지만 벨라드의 마력은 그것을 뚫고 나아갔다. 카린은 뒤로 날아갔다.

토마스는 레이 앞으로 나섰다.

"레이! 돌아와! 넌 검신이 아니야! 넌 레이야!"

토마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난 알아. 넌 지금 누가 맞는지 모르겠을 거야. 넌 지금 공포에 잠겨 있을 거야. 하지만 넌 레이야. 넌 내 친구야."

레이의 눈이 깜빡였다. 파란 빛 안에서 검은색이 섞여 들었다.

"토마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였다. 깊고 차가운 검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낮고 떨리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곧 사라졌다. 파란 빛이 다시 강해졌다.

—강자를 억압하는 자들. 제거하겠습니다.

레이의 손이 들어올려졌다. 벨라드를 향해.

벨라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제 끝이야. 18명의 봉인이 풀렸고, 지금 지하에선 검신의 본체가 깨어나고 있다. 넌 더 이상 레이가 아니야. 곧 완전한 검신이 될 거야."

벨라드의 몸에서 더욱 강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때 우린 그것을 완전히 통제할 거야."

학장실의 천장이 부서졌다.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내려왔다. 학장실 전체가 어둠에 잠겼다.

레이의 눈에서 파란 빛이 더욱 강해졌다. 손가락을 셀 수 없었다. 몸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강함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강함 속에서, 자신은 사라지고 있었다.

토마스가 신체를 날렸다. 파란 빛에 휩싸인 손이 내려오자, 그는 자신의 팔로 그것을 막아섰다.

"아!"

깊은 상처가 생겼다. 피가 흘렀다. 토마스는 웃었다.

"이게 맞아. 이게 넌 레이라는 증거야."

"뭐라고 하는 거야?"

카린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토마스의 상처를 보고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은색 빛이 학장실 전체를 휘감았다.

"레이는 자신의 친구를 상처 입히는 걸 용서할 수 없는 놈이야. 검신은 상관없겠지. 하지만 레이는 다를 거야."

토마스는 피를 흘리면서도 계속했다. 상처를 움켜잡은 채로.

"그리고 난 알아. 넌 아직도 거기 있다는 걸. 넌 여기 있어."

토마스가 손을 들어 레이의 가슴을 가리켰다.

파란 빛이 흔들렸다.

레이의 몸이 멈췄다. 내려오던 손이 멈췄다.

"토마스..."

목소리가 돌아왔다. 레이의 목소리가. 약했다. 떨렸다. 하지만 분명히 레이의 목소리였다.

"미안해. 난 몰랐어. 난..."

레이의 눈에서 파란 빛이 사라졌다. 검은 눈동자가 돌아왔다. 그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순간, 레이의 몸이 흔들렸다. 내부에서 뭔가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검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우리는 하나야. 돌아와.

"아니야."

레이가 중얼거렸다. 손가락을 다시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 이건 내 손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 이건 내 손이다.

그 반복이 계속됐다. 자신을 붙잡기 위한 주문처럼.

"난 레이야."

목소리가 떨렸다.

"난 검신이 아니야."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가슴이 타올랐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레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두 개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낮고 떨리는 목소리와 깊고 차가운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난 뭐야?"

토마스가 다시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은색 빛이었다. 치유의 빛이었다. 그것이 레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넌 레이야.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해."

토마스의 목소리가 명확했다.

"왜냐하면 강함과 약함은 다른 게 아니니까."

토마스는 상처 난 팔을 펼쳤다.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레이를 바라보며.

"넌 약해서 강한 거고, 강해서 약한 거야. 그 둘을 가진 너 자체가 강함이야. 넌 상처를 입혀도 후회하고, 강해도 두려워하는 놈이야. 그게 진짜 강함이야."

레이의 몸이 다시 흔들렸다. 내부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충돌하던 두 개의 힘이 갑자기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것 같았다.

파란 빛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신의 파란 빛이 아니었다. 레이가 선택한 파란 빛이었다. 그 둘이 겹쳐 있었다.

"미안해. 난 몰랐어. 난..."

레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난 둘 다야. 레이면서 검신이고, 검신이면서 레이야.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게... 가장 강한 거야."

벨라드의 웃음이 멈췄다.

"불가능해."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분노가.

"넌 벌써 80퍼센트 이상 검신이어야 해. 18명의 마나가 너를 깨웠고, 지하의 본체도 깨어나고 있어. 넌 돌아올 수 없어."

"돌아왔어."

레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이제는 두려움이 아니라 결연함이 섞여 있었다.

"왜냐하면..."

레이는 토마스를 봤다. 토마스의 팔에서 흐르는 피를 봤다. 카린이 토마스의 상처에 은색 빛을 흘려보내는 것을 봤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이 날 놓지 않았거든."

그 순간, 학장실 밖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뭐야?"

벨라드가 고개를 들었다. 창밖으로 무언가가 터지고 있었다. 기숙사 쪽이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동시에, 학장실 문이 다시 부서졌다. 시르바였다. 그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학장님. 기숙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시르바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의 눈에는 초조함이 드러나 있었다.

"18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각성했습니다. 우리 요원들이 제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나는 우리의 억압 기술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그게 가능해?"

벨라드가 일어섰다. 그의 손에 검은 마력이 모여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신호를 보낸 것처럼."

벨라드도 레이를 봤다.

"넌 뭘 했어?"

벨라드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토마스를 봤다.

"토마스. 증거는?"

"여기 있어."

토마스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책이 들려 있었다. 지하 창고에서 찾은 책이었다.

"모든 게 여기 있어. 의회의 계획, 조직원들의 명단, 그리고..."

토마스가 책을 펼쳤다.

"그리고 벨라드 학장이 10년 전에 작성한 문서. '검신의 환생 제거 계획'."

벨라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분노로 인한 변색이었다.

"시르바."

벨라드가 한 단어만 내뱉었다.

"네, 학장님."

"그들을 제거해."

"모두요?"

"모두다."

벨라드가 손을 들었다. 검은 마력이 더욱 강해졌다. 학장실 전체가 어둠에 잠겼다.

카린이 즉시 마법을 시전했다. 은색 방어막이 다시 생성됐다. 하지만 벨라드의 마력은 이전의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했다.

레이는 움직였다. 순수한 자신의 움직임으로. 그는 손을 들었다. 검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파란 빛이 모여들었다.

"넌 여기서 나가. 토마스. 카린."

레이가 말했다.

"넌 뭘 하려고 해?"

카린이 물었다.

"나는 여기서 벨라드를 막을 거야. 그리고 넌 18명을 데리고 나가. 증거를 밖으로 가져가. 아카데미 밖으로."

"혼자서?"

카린의 목소리에 불안이 섞여 있었다.

"혼자가 아니야."

레이가 손을 펼쳤다. 그의 손에서 파란 빛이 터져 나왔다. 통제된 빛이었다. 선택된 빛이었다.

"이건 내 힘이야. 검신의 기억도 아니고, 봉인된 강자의 각성도 아니고. 그냥... 내 힘이야."

레이는 벨라드를 봤다.

"넌 날 검신이라고 했어. 넌 날 레이가 아니라고 했어. 하지만 넌 틀렸어."

파란 빛이 더욱 강해졌다.

"난 둘 다야. 검신이면서도 레이고, 레이면서도 검신이야. 그리고 그 둘을 선택한 건 나야."

레이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파란 빛이 학장실을 밝혔다.

"넌 날 약한 것처럼 봤어. 낙제생처럼. 하지만 진짜 강함은 약함을 인정하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리고 난 그걸 선택했어."

벨라드의 표정이 변했다. 분노에서 공포로.

"그렇다면..."

벨라드가 손을 다시 들었다. 검은 마력이 학장실 전체를 휘감았다.

"넌 죽어야 해."

벨라드가 손을 내렸다. 검은 파도가 레이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레이는 손을 들었다. 파란 빛이 터져 나왔다.

둘의 힘이 충돌했다.

학장실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벽이 갈라졌고, 바닥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석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책장이 무너지며 수백 권의 책들이 공중에 흩어졌다.

토마스는 카린을 잡았다.

"가. 지금 가야 해!"

"레이는?"

"레이는 할 일이 있어. 우린 우리 할 일을 해야 해."

토마스가 손을 들었다. 파란 빛이 그의 손에서 터져 나왔다. 치유의 빛이었다. 그는 자신의 팔의 상처를 봤다. 파란 빛으로 그것을 덮었다. 상처가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이제 갈 수 있어. 의회를 무너뜨릴 시간이야."

카린은 토마스를 봤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토마스도 처음부터 강했다는 것을. 단지 숨기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학장실에서는 여전히 폭발이 계속되고 있었다. 레이와 벨라드의 힘이 계속 충돌하고 있었다. 파란 빛과 검은 빛이 얽혀 돌고 있었다. 벨라드의 신체가 점차 손상되고 있었다. 팔이 떨리고,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하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것이 깨어나고 있었다.

검신의 본체가.

레이는 그것을 느꼈다. 자신의 몸을 통해. 지하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힘을. 그리고 그 힘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돌아와. 우리는 하나야.

검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레이는 그 목소리에 대답했다. 이번에는 저항하지 않았다. 받아들였다.

"미안해, 벨라드. 넌 날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어."

레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두 개가 아니었다.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다. 낮고 떨리는 레이의 목소리와 깊고 차가운 검신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울렸다.

"난 레이도 아니고 검신도 아니야. 난 둘 다면서 둘 다가 아닌 뭔가야. 그리고 그게 가장 강한 형태야."

파란 빛이 폭발했다. 학장실 전체가 파란 빛으로 가득 찼다. 벽이 무너졌고, 천장이 붕괴했다. 벨라드의 검은 마력이 밀려났다. 그의 비명이 들렸다. 처음으로 들리는 벨라드의 비명이었다. 그의 몸이 파란 빛에 휩싸였다. 팔이 날아갔고, 가슴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그의 숨이 가빠졌다.

벨라드는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이 바닥을 짚었다. 피가 흘렀다.

"이게... 가능해?"

벨라드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확신이 없었다. 그것은 절망의 목소리였다.

"넌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했어. 넌 나약한 인간의 정체성과 강한 검신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검신에 잠식당해야 했어. 그게 내 계획이었어."

벨라드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넌 왜 그렇지 않아?"

레이는 벨라드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에는 파란 빛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왜냐하면 넌 한 가지를 놓쳤거든."

레이가 말했다.

"약함도 강함이라는 걸. 나약함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도 선택이라는 걸. 그리고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걸."

벨라드의 몸이 더욱 약해졌다. 그의 마력이 흩어지고 있었다.

"넌 날 하나의 선택지로만 봤어. 강함이냐 약함이냐. 검신이냐 레이냐. 하지만 난 둘 다를 선택했어.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건 내 친구들이 나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야."

지하에서 진동이 전해졌다. 격리 진이 흔들렸다. 아카데미 전체가 울렸다.

기숙사에서 18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눈을 떴다. 그들의 눈에서 파란 빛이 터져 나왔다. 봉인이 완전히 풀렸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레이의 통합이 신호가 되었다. 본체와 단편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 에너지가 파동처럼 퍼져나갔고, 18명의 봉인된 강자들을 동시에 깨웠다. 벨라드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레이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깨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레이 자신이 깨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첫 번째 학생은 손을 떨며 들었다. 파란 빛이 손가락 끝에서 피어올랐다. 그 감각은 낯설고 무서웠지만, 동시에 해방감이었다.

두 번째 학생은 비명을 질렀다. 몸 안에서 터져 나오는 힘에 공포했다. 하지만 곧 그 공포는 희열로 바뀌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18명의 학생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깨어났다. 어떤 학생은 웃었고, 어떤 학생은 울었다. 어떤 학생은 손을 떨었고, 어떤 학생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자신들이 변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한 명의 통합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기숙사의 벽이 부서졌다. 18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파란 빛이 터져 나왔다. 의회의 요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억압 기술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토마스와 카린은 학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뒤에서 파란 빛이 하늘을 밝혔다. 마치 새벽이 오는 것처럼.

"뭐가 일어난 거야?"

카린이 물었다.

"레이가... 뭔가를 했어."

토마스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시작일 뿐이야."

학장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파란 빛만이 남아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벨라드의 형체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그의 눈이 감겼다.

레이는 벨라드를 내려다봤다. 그 순간, 벨라드의 입술이 움직였다. 마지막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왜... 이래?"

벨라드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았다.

"왜 넌... 나약함을 선택해?"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을 펼쳤다. 파란 빛이 벨라드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괴의 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마무리의 빛이었다.

벨라드의 몸이 점차 흐릿해졌다. 그의 마력이 흩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사라졌다.

학장실에는 침묵만이 남았다.

레이는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을 다시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 이건 내 손이다.

하지만 이제 그 손은 검신의 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연스러웠다.

"난 뭐야?"

레이가 중얼거렸다.

"난 레이야. 그리고 검신이야.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해."

아카데미는 더 이상 같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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