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제임스 도발

제임스는 사실 긴장하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반 최고의 마법사, 의회로부터 특별한 펜던트를 받은 엘리트 학생 제임스는 항상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레이는 알았다. 어제 밤 그의 눈빛을 감지한 순간부터.

제임스가 레이를 찾아온 것은 아침 8시, 10반 거주지의 낡은 복도였다. 레이가 마법 수업을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중이었다.

"어라, 이게 뭐지?"

제임스는 벽에 기대어 있다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떠 있었다.

"낙제생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레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려갔다. 제임스는 레이의 옆으로 나타났다. 키는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제임스의 교복에는 2반 배장이 붉게 빛났고, 그의 손목에는 의회가 주었다는 마법 펜던트가 차 있었다.

"벌레가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온 거? 귀여운데."

제임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주변 학생들이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레이에게 쏠렸다. 불쌍한 낙제생을 놀리는 엘리트. 흔한 장면이었다.

레이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수업 시간이라서."

"수업? 넌 어차피 0점인데?"

제임스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눈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예리함. 초조함.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집중력.

"지난밤 도서관에서 마법 파동이 감지됐어. 상당히 강한 거."

제임스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주변 학생들도 점차 멀어졌다. 레이의 심장이 철렁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요?"

"응. 넌 어제 도서관에 갔었어?"

제임스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사냥꾼이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하지만 레이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도서관이요? 네, 어제 책을 반납했어요. 리안 교사 과제라서."

완벽한 거짓이었다. 그런데 거짓이 아니었다. 실제로 책을 반납했었으니까.

제임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는 승리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확인 후의 불안감이 묻어났다.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 도서관은 앞으로 위험할 수도 있어."

"감사합니다."

제임스가 한 발 물러섰다.

"벌레는 벌레답게 살아. 알겠지?"

"네."

제임스는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레이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목소리도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것이 더 무서웠다.

완벽함은 이미 검신의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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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신의 메시지

밤이 되었다.

레이는 방에 혼자 앉아 검을 손에 들었다. 푸른 빛이 희미하게 떠올랐고, 검신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검신은 수백 년의 전투를 겪었다. 강자와 약자의 싸움, 권력과 음모. 그 기억들 속에서 레이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제임스가 말한 '마법 파동'이 아니라, 더 깊은 것을.

그 순간이었다.

기억이 흔들렸다. 마치 손으로 쓴 글자를 지우는 것처럼. 그 안에서 뭔가가 떠올랐다. 문자가 아니라 감정. 절박함. 그리고 목소리.

'강자를 억압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을 찾아라. 그리고... 깨어나라.'

레이는 눈을 떴다. 손이 떨렸다. 이건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다. 검신의 기억도 아닌, 뭔가 다른 것. 과거의 누군가가 남긴 메시지였다.

복도에서 발자국이 들렸다.

레이는 검을 놨다. 발자국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지나갔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아직 들키지 않았네..."

카린이었다.

"그래. 계속 감시해. 학장이 특별히 신경 쓰고 계셔."

다른 목소리가 응답했다. 레이는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 속의 절대 복종은 명확했다.

발자국이 사라졌다.

레이는 다시 검을 들었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뭔가 때문이었다. 검신의 냉정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분노였다.

아니면 절망이었다.

아니면 둘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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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와의 대화

다음 날 아침.

레이는 식당에서 토마스와 마주했다. 토마스는 언제나처럼 밝았지만, 오늘따라 그 밝음이 어딘가 억지스러워 보였다.

"어제 잘 잤어? 얼굴이 별로네."

"그냥 피곤해서."

레이가 죽을 떠 먹기 시작했다.

"제임스가 어제 너한테 뭔가 했나?"

토마스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평소의 톤이 아니었다.

"아니. 그냥 인사했어."

"그래? 근데 제임스 놈이 너한테 뭔가 물어본 거 같던데. 도서관 얘기?"

레이의 숟가락이 멈췄다.

"어떻게 알아?"

"카린이가 나한테 얘기했어. 너 조심해야 돼. 제임스는 진짜 의회 직속이야. 시르바하고는 다르거든."

토마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주변에 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르바는 그냥 추적자지만, 제임스는... 제임스는 의회가 직접 길러낸 놈이야."

레이는 토마스를 바라봤다. 토마스의 눈빛에 뭔가 이상한 게 있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절박함도 있었다. 마치 자신도 뭔가를 알고 있는데, 그것을 말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한.

"토마스."

"뭐?"

"혹시 너도... 의회가 뭔지 알고 있어?"

토마스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죽 한 숟가락을 집었다.

"너는 정말로 마법이 안 돼? 아니면... 못하는 척하는 거야?"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맥락이었다. 토마스는 진짜로 궁금해하고 있었다.

"뭐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근데... 어제 밤 그 빛 봤어?"

토마스가 말했다.

"기숙사 전체가 파란 빛으로 가득 찼어. 모두들 봤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해. 그건 넌... 혹시 넌..."

"나도 봤어."

레이가 중단했다.

"그리고 넌 알고 있지. 그게 뭔지."

토마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학생들은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보이는 것 같음'이 더 무섭다는 것을 레이는 알고 있었다.

"미안해. 나중에 얘기할 수 있을 때 얘기해."

토마스가 일어났다.

"근데 정말로... 너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 어떻게든."

그의 뒷모습을 보며 레이는 자신이 토마스를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는지 깨달았다. 토마스는 이미 뭔가를 알고 있었다. 혹은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심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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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린의 증거

오후 수업이 끝난 후.

카린이 레이를 찾아왔다. 이번엔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따라와."

그녀는 인적이 드문 복도로 레이를 이끌었다. 도서관 뒤편, 창고 쪽 복도였다.

"어제 밤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들었어?"

카린이 먼저 물었다.

"응."

"그럼 알겠지. 넌 계속 감시당할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너한테 시간을 버는 것뿐이야. 보고를 최대한 늦추거나, 애매하게 하거나."

카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뭔가를 결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너한테 줄 게 있어."

그녀가 작은 노트를 꺼냈다. 손글씨로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이건 내가 의회 회의에서 본 기록들이야. 강자들의 이름, 그들이 어떻게 제거되었는지, 그리고 벨라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넌 이걸 봐야 해. 네가 뭘 상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레이가 노트를 받았다. 손이 떨렸다.

"왜 이걸 주는 거야?"

"왜냐면..."

카린이 눈을 마주쳤다.

"넌 강하잖아. 난 그걸 느껴. 그리고 네가 강해질수록, 이 학교는 더 위험해져. 벨라드가 직접 나서게 될 거야."

"벨라드?"

"학장이지. 넌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진짜 최고 수준의 마법사야. 의회의 창시자이기도 하고. 그리고..."

카린이 다시 말했다.

"넌 벨라드를 이길 수 없어. 아무리 강해도. 하지만 이 정보가 있으면, 최소한 그들이 뭘 원하는지는 알 수 있을 거야."

"그럼 넌?"

"난 이미 선택했어. 너를 도울 거야. 완전히."

카린의 눈에 결연함이 가득했다. 죄책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언가 다른 것이 들어찼다.

"내가 너한테 한 짓들... 미안해. 근데 이제부터는 다르게 움직일 거야."

"위험하지 않아?"

"이미 위험해. 그리고 넌 알겠지. 의회에 걸리면 끝이라는 걸. 그럼 차라리..."

카린이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비극적인 웃음이었다.

"차라리 끝나기 전에 뭔가 해야지."

그녀가 사라진 후, 레이는 혼자 남겨졌다. 복도는 조용했다. 마법 수업이 진행 중이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실에 있었다.

레이는 노트를 펼쳤다. 그 안에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과거의 강자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두 같은 패턴이었다. 강해지면 제거된다. 의회에 의해.

손가락이 저절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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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신의 진실

밤, 레이의 방.

그는 검을 들었다. 푸른 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검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명확한 문장으로.

"깨어났구나. 완전히."

"뭐가 깨어났다는 거야?"

"넌 이제 알았다. 이 세상이 거짓이라는 것을. 그리고 넌 이제부터 선택해야 한다."

"선택?"

"계속 숨을 것인가. 아니면 나타날 것인가."

검신의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기억이 아니었다. 현재의 의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곧 올 거다. 벨라드가 이미 움직이고 있거든. 제임스의 보고, 카린의 배신, 토마스의 의심. 모든 것이 수렴하고 있다."

"뭘 해야 하는데?"

"그건 넌 이미 알고 있다. 너는 나다. 그리고 나는 너다. 우린 하나야. 이제 그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복도에서 발자국이 들렸다. 여러 명이었다. 그들은 기숙사를 침묵 속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조직적이었다. 체계적이었다. 이건 검색이 아니라 포위였다.

레이는 검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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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마법 시연

사흘 뒤.

아카데미의 중앙 광장에서 공개 마법 시연이 열렸다. 각 반의 대표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행사였다. 1반의 제임스가 불과 얼음을 동시에 조종하는 복합 마법을 보여줬다. 관중들은 박수를 쳤다.

3반의 카린이 정교한 빛의 구조물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10반의 차례가 왔다.

당연히 레이였다.

그는 무대 위에 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학생들, 교사들, 그리고 의회의 눈들.

"10반 레이입니다."

레이가 인사했다.

"마법 시연을 하겠습니다."

그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예상대로였다.

"역시 낙제생이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레이는 무표정했다. 손을 내렸다.

"시연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중들의 웃음이 더 커졌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 레이는 한 가지를 감지했다.

시르바의 눈이 더 예리해졌다. 제임스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카린의 손가락이 더 세게 움켜졌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것이 연기라는 것을.

그 순간, 벨라드 학장이 무대 옆에서 나타났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비로운 학장의 미소. 하지만 그 미소 속에 담긴 것은 냉혹한 계산이었다.

"좋은 시연이었습니다. 모두들."

벨라드가 말했다.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우리 아카데미의 특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모든 학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위한 특별 훈련반. 그것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1~3반 학생들은 자동으로 초대장을 받을 것이고, 다른 반의 학생들 중에서도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초대하겠습니다."

벨라드의 눈이 레이를 향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눈빛은 명확했다.

'나는 너를 보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다. 그리고 넌 선택해야 한다.'

레이는 그 시선을 받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것이 신호였다. 의회의 첫 신호. 공개적인 도전. 그리고 선택지의 제시.

벨라드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승인이자 선언이었다.

"특별 훈련반에 초대받은 학생은 내일 오후 3시에 학장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레이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공개적으로. 모든 학생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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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밤

밤, 레이의 방.

그는 검을 들고 있었다. 푸른 빛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검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경고였다.

"내일이 끝이다. 아니면 시작이다."

"뭘 해야 하는데?"

"그건 넌 이미 알고 있다. 넌 나다. 그리고 나는 수백 년을 살아왔다. 강자를 억압하는 자들과 싸워왔다. 그들의 이름이 의회였다. 그리고 넌 이제 그들을 마주할 시간이 왔다."

"이기려면?"

"이기는 건 없다. 있는 건 살아남는 것뿐이다. 그리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 벨라드가 뭔지, 의회가 뭔지, 그리고 넌 뭔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복도에서 발자국이 들렸다. 여러 명이었다. 그들은 기숙사를 침묵 속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조직적이었다. 검색을 하고 있었다.

레이는 검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시르바였다. 그의 뒤에는 의회의 다른 요원들이 서 있었다. 아직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레이는 알 수 있었다.

"이제 끝이야."

시르바가 말했다.

"넌 더 이상 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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