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마법 수업이 끝나고 레이는 교실을 나왔다. 복도에서 시르바의 시선이 계속 따라붙었지만, 지금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제의 전투를 생각하면 온 몸이 떨렸다. 카린의 방에서 벌어진 그 일. 검신의 힘으로 시르바의 공격을 모두 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레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가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고, 발이 반응하고, 눈이 상황을 계산한다. 그것이 정말 '레이'의 것일까, 아니면 '검신'의 것일까?

"너 좀 시간 있어?"

누군가가 레이의 팔을 잡았다. 고개를 들자 카린이 서 있었다. 1반의 엘리트, 밝은 금발에 차가운 눈동자. 어제 시르바의 공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그녀.

"뭐 하는 건데?"

"따라와. 비밀 장소 있어."

카린은 레이의 손목을 잡고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1반 최고의 마법사가 낙제생과 함께 다니다니. 수군거림이 들렸지만, 카린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끈 곳은 중앙 도서관의 옆방—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 보관실였다. 낡은 책들과 먼지가 가득했다.

"여기가 안전해. 마법 추적이 어렵거든."

카린은 문을 닫고 레이를 마주했다. 어제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계산적이고 냉정했다.

"우리 어제 뭐 했는데?"

"모르지."

"거짓말 하지 마. 시르바가 너한테 공격했다. 넌 그걸 다 피했고, 난 봤어. 그 움직임."

카린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레이의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검신이 반응하고 있었다. 레이는 입을 다물고 주먹을 쥐었다.

"넌 봉인된 강자야."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레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봉인된 강자. 자신이 검신의 기억 속에서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던 단어. 그런데 이 여자가 어떻게 알았을까? 레이의 얼굴이 굳었다.

"어... 뭐라고?"

"난 1반이고, 의회에서 특별 교육을 받았어. 마법 흔적을 추적하는 법, 봉인된 능력을 감지하는 법. 너 어제 밤 옥상에서 뭔가 했지? 그 파동이 엄청났어. 그리고 오늘 교실에서 발화 마법 성공한 것도 봤고. 넌 갑자기 강해진 게 아니야. 원래 강했는데 억눌린 거야."

레이는 한 발 물러섰다. 이미 들킨 건가? 시르바도 추적하고, 카린도 알고 있고. 그럼 자신은...

"걱정 마. 난 의회에 보고할 생각 없어."

"왜?"

카린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 검 때문이야."

카린이 가리킨 곳은 레이의 등 뒤. 레이는 자신이 가져온 검의 자루가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도서관에서 찾은 그 낡은 검.

"그 검의 마법 흔적이 이상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야. 그리고 그걸 만진 후로 너한테서 나는 파동이 계속 추적되고 있어."

카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넌 위험해. 진짜 위험해."

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의회가 너를 찾을 거야. 의회는 이런 거 못 참아. 봉인된 강자, 특히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의회... 뭐야?"

카린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오, 넌 진짜 모르는구나. 그럼 더 위험하네. 의회는 이 아카데미를 실제로 지배하는 조직이야. 학장, 주임 교사들, 그리고 특별하게 선택된 학생들. 우리 같은."

"넌 의회 멤버야?"

"후보 정도? 정확히는 의회가 날 감시하고 있는 거지. 1반 학생들 중에서 잠재력 있는 놈들 고르는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 같은 아이들을 제거해."

레이는 이해가 안 됐다. 제거? 아카데미에서? 그게 무슨...

"10반은 왜?"

"원래 능력 있는 애들이었어. 근데 의회가 봉인했어. 마법을 못 쓰게 만들었어. 그래야 자기들만 특별하니까. 넌 그 봉인을 깨뜨렸어. 그 검으로."

카린의 말이 레이의 뇌를 파고들었다. 10반 학생들이 원래 능력 있었다고? 그들이 봉인된 거라고? 자신이 강해진 게 아니라 원래 강했는데 억눌린 거라고?

"네 친구 토마스. 넘 착하고 순진해 보이지? 그 애도 그래. 원래 치유 마법에 천재였대. 근데 지금은 거의 못 써. 봉인 때문에. 너도, 다른 애들도 다 그래."

레이의 손이 떨렸다. 토마스가... 능력 있었다고?

"그 검도 의회가 숨긴 거 같아. 왜냐면 그 검의 마법은 추적할 수 없거든. 일반 마법 흔적이 아니야. 완전히 다른 체계의 힘. 의회가 알고 있는 마법 추적 기술로도 감지 못 해. 그래서 위험해. 의회 입장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니까."

카린이 한 발 물러섰다. 그 순간,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다가오는 발자국. 카린과 레이의 눈이 만났다.

"너 혼자론 못 버텨."

카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녀의 얼굴이 갈등하고 있었다. 계산적이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레이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애를 싫어해."

카린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래서 난 너한테 경고해주는 거야. 계속 그 검을 써? 시르바는 이미 너를 추적 중이고, 제임스도 뭔가 냄새를 맡은 것 같아. 의회가 움직이면 넌 끝이야."

카린이 손을 뻗었다. 레이의 팔을 잡는 순간, 그녀의 손가락에서 은색 빛이 흘러나왔다. 마법이었다. 추적 마법을 무언가가 덮고 있었다. 간섭. 방해. 카린이 직접 시르바의 추적을 흐리고 있었다.

"이게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난 널 도와주고 싶지 않아. 넌 변수고, 난 변수를 싫어해. 하지만..."

카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그들의 피해자야. 우리 모두가."

카린은 마법을 풀었다. 은색 빛이 사라졌다.

"이제 나가. 그리고 다시 만나지 말자. 난 널 도와줄 수 없어. 내가 의회에 들킬 테니까."

카린이 중얼거렸다.

"내가 뭐 하는 거야."

그녀의 얼굴에는 후회와 결단이 뒤섞여 있었다. 완벽한 엘리트가 아니라 그저 혼란스러운 학생으로 보였던 그 순간.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빨리."

카린이 레이를 밀어냈다. 레이가 보관실을 빠져나가자마자 카린은 문을 닫았다. 복도에는 시르바가 나타났다.

"카린,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책 찾고 있었어."

카린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

밤이 되었다. 레이는 기숙사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의회. 봉인. 토마스. 그 검. 모든 것이 뒤엉켜 있었다. 검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레이는 그것을 무시했다. 이제 그 목소리에 자신을 맡기면 안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창문을 통해 밤하늘이 보였다. 어두컴컴한 하늘. 그 안에 뭔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마법 수업이 끝나고 레이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 순간 뒷목에 찬기운이 흘렀다. 누군가의 시선. 아니, 마법이었다. 추적 마법. 시르바의 것이 분명했다. 레이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시르바가 복도 끝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은색 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법의 실. 레이를 향한 추적의 실.

레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포위된 건가? 다른 곳에서도 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다. 제임스의 마법 펜던트. 그리고... 더 깊숙한 곳에서 뭔가 더 거대한 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 의회. 아니면 벨라드?

"레이."

리안 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무실 문이 열렸고, 리안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심각했다.

"여기 와."

리안이 레이를 교무실로 끌어당겼다. 시르바의 시선이 따라왔지만, 문이 닫혀버렸다.

교무실 안, 리안은 창밖을 바라봤다. 그 뒷모습은 뭔가 무거워 보였다.

"레이야."

리안이 돌아섰다. 그 얼굴에는 피로가 깊게 패여 있었다.

"넌 정말 무능한 게 아니야. 알지?"

레이의 심장이 철렁했다. 카린과 같은 말이었다.

"어... 뭘..."

"10반 아이들은 다 그래. 넌들 무능한 게 아니야. 누군가 그렇게 만든 거야. 의도적으로."

리안이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낡은 책과 문서가 있었다.

"이것들을 봤어?"

"아뇨..."

"그럼 이제 알아야 해. 넌 더 이상 모를 수 없어."

리안이 책을 꺼냈다. 레이가 이전에 받았던 그 책이었다.

"이 책 안에 뭐가 쓰여 있었어?"

레이는 생각해봤다. 그 책에는 이상한 내용들이 많았다. 아카데미의 초기 역사, 마법 사회의 구조, 그리고...

"10반이... 왜 만들어졌는지?"

리안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 그 부분을 읽었으면 알겠지. 10반은 처음부터 '무능한 자들의 반'이 아니었어. 원래는..."

리안이 말을 멈췄다. 뭔가를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이 주먹을 쥐고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선생님?"

"레이, 난 너한테 도와주고 싶어. 진심이야. 하지만 지금은..."

리안이 창밖을 다시 바라봤다. 복도에 시르바가 여전히 서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는 여전히 은색 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넌 이미 추적당하고 있어. 누군가가 널 보고 있어. 그리고 그 누군가들은 위험한 사람들이야. 넌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리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뭐라는 거예요?"

"의회가 움직이면, 넌 끝이야. 그들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제거해. 넌 그들이 만든 봉인을 깨뜨렸어. 그 검으로. 그건 의회에게 위협이야."

리안이 서랍에서 낡은 문서를 꺼냈다.

"이걸 가져가. 밤에 몰래 읽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특히 선배들이나 다른 선생님들한테. 그리고..."

리안이 레이의 눈을 마주했다.

"...넌 선택해야 해. 계속 그 검을 쓸 건지, 아니면 포기할 건지. 하지만 이미 검신이 깨어났다면, 포기도 쉽지 않을 거야."

"선생님은 뭘 하시는 거예요?"

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뒷문을 열었다.

"빨리 나가. 그리고 누구한테도 이 대화를 말하지 마."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다가오는 발자국. 리안과 레이의 눈이 만났다.

리안이 레이의 팔을 잡고 뒷문으로 밀었다. 그 문은 복도의 반대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레이가 나가자마자 리안은 앞문을 열었다.

"아, 시르바. 뭐 하는 건데?"

시르바였다. 2반의 추적자. 그녀의 눈이 뒷문을 향했지만, 레이는 이미 멀리 있었다.

---

밤이 깊었다. 레이는 기숙사 방에서 리안 교사가 준 문서를 읽고 있었다. 그 안에는 아카데미의 초기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아카데미 설립 초기, 모든 학생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마법 적성은 개발될 수 있는 능력으로 취급되었으며, 교육 자원은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었다. 그러나 50년 전, 현 학장 벨라드의 등용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레이의 눈이 문서를 따라 움직였다. 문자를 읽는 순간, 검신의 기억이 흘러나왔다. 아주 오래된 기억. 벨라드가 처음 봉인 기술을 시험하던 때. 수많은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마법이 빨려 나가고 있었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레이는 문서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 기억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검신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검신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건가?

'봉인된 자의 마법 에너지는 어디론가 흐르며, 그것을 수집하는 자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을 제공한다. 벨라드는 이를 통해 개인의 힘을 넘어서는 초월적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레이는 책을 내려놓았다. 그 말은... 자신을 포함한 10반 학생들의 에너지가 벨라드에게 흡수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토마스의 치유 마법도, 자신의 검술도, 모두 빼앗긴 것이었다.

문이 열렸다. 토마스였다.

"레이, 너 깨어 있어?"

"응."

토마스가 침대에 앉았다. 그의 표정은 평소의 밝음과 달리 어두웠다.

"넌 우리가 정말 무능하다고 생각해?"

토마스의 눈이 흔들렸다. 레이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 눈에는 뭔가 있었다. 비밀. 고통. 그리고 연민.

"왜 묻는데?"

"그냥... 궁금해서."

토마스가 창밖을 바라봤다. 밤하늘이 검었다.

"우린... 정말 무능한 게 아니야."

토마스가 중얼거렸다.

"내가 알아. 그것도 넌 이제 알지? 그 검으로."

레이의 심장이 멈췄다.

"토마스... 넌 언제부터..."

"처음부터. 넌 도서관 창고에서 그 검을 찾던 날부터 뭔가 달라졌어. 마법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힘이 너한테서 흘러나왔어."

토마스가 돌아봤다. 그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난 아직 봉인이 풀리지 않았어. 치유 마법을 거의 못 써. 하지만 넌 다르더라. 그 검이 넌 깨워줬어. 그리고 이제 넌 선택해야 해."

"선택?"

"넌 강자야, 레이. 진짜 강자. 우리가 원래 그랬어. 근데 이제 넌 깨어났어. 그럼 뭐 할 거야? 계속 숨어 있을 거야? 아니면..."

토마스가 말을 멈췄다. 그 순간, 레이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검신이 깨어나고 있었다. 레이는 침대 옆 벽에 기대어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손에 잡히는 순간, 검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검신이 완전히 깨어났다.

하지만 레이는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지 않았다. 눈이 상황을 계산하지 않았다. 발이 반응하지 않았다. 모두가 레이의 것이었다.

"우리를 해방시킬 거야."

레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검에서 푸른 빛이 점점 강해졌다. 그 빛은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밝혔다. 토마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과 함께.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어."

토마스는 나갔다. 레이는 다시 혼자 남겨졌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창밖의 어둠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그 순간, 검에서 푸른 빛이 폭발했다.

음파가 아카데미 전역을 흔들었다. 창문이 울렸다. 벽이 떨렸다. 푸른 빛은 밤하늘을 가르며 퍼져 나갔다. 마치 별이 폭발한 것처럼.

그 빛은 모두에게 감지되었다. 시르바의 추적 장치에서. 제임스의 마법 펜던트에서. 그리고 학장 벨라드의 서재에서.

벨라드는 창문을 통해 푸른 빛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봉인이 깨졌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아카데미 전역에 경보가 울렸다.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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