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팀의 균열

훈련장의 형광등이 차갑게 내려쬔다. 오후 3시, 아시안컵 예선전까지 정확히 3주 남은 국가대표팀 훈련.

김민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그 각도는 뭐야. 내가 받을 때 30센티미터 높이가 필요한데, 넌 50센티미터로 줬어."

박준호의 목소리는 차갑다. 중원에서 받은 측면 패스를 한 치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 각도로 분석한 후 내뱉은 말이었다. 김민재의 발이 멈춘다. 공은 골라인 근처에서 멈추고, 그의 시선이 흔들린다. 눈물이 맺힌다. 박철수 감독이 피스를 불지 않았으나 훈련은 그 순간 끊겼다. 라커룸 옆 벤치에 앉아 있던 최동욱의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다시 해."

박준호가 중원으로 돌아갔다. 볼 터치 다섯 개. 정확한 슈팅 폼. 골 결정력은 여전히 완벽했다. 그러나 훈련장의 공기는 바뀌고 있었다.

다음 세트. 이준성이 중원에서 박준호를 향해 침투 패스를 보낸다. 박준호는 공을 받는 즉시 이준성을 돌아본다.

"수비가 너무 느렸어. 상대 풀백이 벌써 여기 있었는데, 넌 아직 중원에 있었잖아."

"그 상황에서는..."

"설명 말고 다시 해. 다음엔 2초 빨라."

이준성의 입술이 다물어진다. 그는 박준호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대신 훈련장 벽에 붙은 아시안컵 일정표를 바라본다. 예선전까지 21일. 결승전까지 40일.

"박준호, 넌 계속 같은 거 반복하지 말고 이동 속도를 5단계로 변화시켜. 그래야 상대 풀백이 예측을 못 해."

김민재가 다시 패스를 보낸다. 이번엔 각도가 정확하다. 높이도 맞다. 박준호는 공을 받자마자 왼쪽 눈에 힘을 주고 편안 시야를 작동시킨다. 감각이 터진다. 상대 풀백의 무게중심. 수비 미드필더의 움직임. 골키퍼의 손 위치. 모든 것이 동시에 들어온다.

슈팅. 골. 완벽한 궤적. 골키퍼의 손가락 끝을 피해 골 왼쪽 코너에 박힌다.

"좋아."

박준호가 한 말이 전부다. 김민재를 향한 말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중얼거림처럼 들렸다.

세 번째 세트에서 최동욱이 볼을 가지고 중원으로 침투한다. 박준호가 그를 바라본다. 최동욱의 움직임은 일반적이었다. 신체 능력은 뛰어났지만, 편안 시야로 읽으면 패턴이 뻔했다. 볼 터치 세 개 후 왼쪽 측면으로 드리블을 시작하는 루틴. 박준호가 최동욱의 패스 경로를 읽고 위치를 선점한다.

볼을 탈취한 박준호는 즉시 측면으로 돌파한다. 상대 풀백이 따라온다. 박준호는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 사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 다음, 왼쪽 눈을 뜬다. 편안 시야가 발동된다.

극한의 집중. 뇌의 모든 신경이 한 점으로 수렴한다. 상대 풀백의 왼발이 먼저 나간다. 그 순간, 박준호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골라인까지 5미터. 정확한 슈팅 각도. 완벽한 임팩트.

골. 다시 골.

그 순간, 박준호의 머리에서 무언가 터진다. 극심한 두통. 뇌 뒤쪽에서 철망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울린다. 박준호가 이마를 짚는다. 손가락이 땀으로 축축하다.

"준호, 괜찮아?"

박철수 감독이 다가온다. 박준호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거짓이었다. 뇌가 부숴지는 느낌. 한쪽 눈 뒤쪽에서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러나 박준호는 일어선다.

"괜찮습니다. 계속 훈련하겠습니다."

박철수는 박준호의 얼굴을 본다. 감독의 눈에는 무언가가 보였다. 자신을 넘어 무언가 더 큰 것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의 눈. 그것이 위험해 보였다.

훈련이 계속된다. 박준호는 네 번째 세트에서 다시 편안 시야를 발동한다. 이번엔 더 강렬했다. 뇌의 통증은 무시한다. 이준성의 수비 위치 지적. 김민재의 크로스 각도 지적. 최동욱의 슈팅 폼까지.

"넌 왜 매번 같은 각도로만 쏴? 골키퍼가 패턴을 읽으면 끝이야."

최동욱이 공을 들고 박준호를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있었다.

"내가 어떤 각도로 쏘든 넌 상관없을 거 같은데? 어차피 넌 관심도 없으니까. 베트남전 때 몇 골 했어? 한 골? 두 골? 잊혀졌나?"

박준호가 한 발 다가간다. 최동욱도 물러서지 않는다. 둘 사이의 공기가 팽팽해진다. 훈련장의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 쏠린다. 박철수 감독이 피스를 분다.

"박준호, 이준성, 라커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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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은 침묵했다. 박준호, 이준성, 그리고 의료진 의사가 현장에 있었다. 박준호의 이마에는 냉찜질이 올려져 있다. 의사가 박준호의 눈동자를 손전등으로 비춘다.

"편안 시야를 또 썼네."

의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월 2회 이상 사용 시 뇌 손상 위험이 있다고 계속 말했잖아. 이번 달에만 벌써 4회네."

"아직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아. 뇌척수액 압력이 올라가고 있어."

의사가 박준호의 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 순간, 박준호의 뇌 뒤쪽에서 다시 통증이 울린다. 마치 누군가 두개골을 내부에서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 박준호는 이를 악물고 참는다.

"이전 선수들 중에 편안 시야 같은 능력을 과다 사용한 사람들이 있었어. 신경 세포가 괴사되면서 반신불수가 된 선수도 있고, 시력을 잃은 선수도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야."

의사가 박준호를 직시한다.

"그 선수들도 처음엔 너처럼 생각했어. '아직 괜찮다', '이번 경기만 더', 이런 식으로. 그다음이 뭘까?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여. 다리가 안 움직여. 영구적이야. 치료 불가능해."

박준호가 뇌 뒤쪽을 손으로 누른다. 통증이 더 심해진다. 마치 그 안에서 뭔가 부서지고 있는 것 같다.

"다음 달부터 편안 시야 사용을 절대 금지한다. 그게 의료 결정이야."

박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아시안컵 예선이 3주 뒤인데 금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뇌 손상을 감수하라는 건가? 너 정신 차려. 우승도 중요하지만, 한번 손상되면 영구적이야. 다시는 복구할 수 없어."

의사의 말이 명확했다. 편안 시야를 쓰지 않으면 살 수 있다. 편안 시야를 계속 쓰면 죽을 수도 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이준성이 옆에서 박준호를 본다. 이준성의 얼굴에는 걱정이 있었다. 그것이 박준호를 더 화나게 했다.

"이준성, 넌 나가."

"준호..."

"나가라고 했어."

이준성은 라커룸을 나간다. 문이 닫힌다. 의사는 냉찜질을 풀었다.

"너 정신 차려. 우승도 중요하지만, 뇌 손상은 영구적이야. 치료 불가능해. 다시 말하는데, 다음 달부터 편안 시야 금지."

의사가 나간다. 박준호는 혼자 남겨진다. 라커룸의 형광등이 차갑게 내려쬔다. 박준호의 주먹이 무릎 위에서 쥐어진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두통 때문이 아니었다. 편안 시야 없이 어떻게 예선전을 치를 것인가. 편안 시야 없이 어떻게 서준호를 상대할 것인가.

박준호의 왼쪽 눈이 작게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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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후, 박준호는 라커룸에서 나온다. 복도에서 김민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재의 눈에는 여전히 물기가 있었다.

"준호."

"뭐야."

"내 패스가 잘못된 거, 정말로?"

박준호가 김민재를 본다. 김민재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넌... 왜 자꾸 날 탓해? 나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했는데..."

김민재의 목소리가 떨린다.

"...함께 하고 싶었는데, 왜 나한테만 이래?"

박준호는 입을 다물었다.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보인다. 김민재는 자신을 따르고 신뢰하려던 후배였다. 그런데 박준호는 그에게 무엇을 했는가. 지적. 비판. 압박. 그리고 상처.

"너는 아직..."

박준호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말이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패스는 정확했고, 움직임은 빨랐고, 의도는 순수했다. 박준호가 요구한 것은 완벽함이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미안해."

박준호가 중얼거린다. 그러나 김민재는 이미 돌아서고 있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김민재의 어깨가 떨린다.

박준호는 그 자리에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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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 박준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어머니 박정현이 전화를 걸었다. 통화 기록에는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박준호는 화면을 바라본다.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에서 멈춘다. 결국 그는 통화를 거절한다. 화면이 꺼진다.

몇 초 뒤, 문자가 온다.

'아들, 밥은 먹고 있어? 엄마가 닭죽 끓였는데, 냉동실에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아빠도 그렇게 말했어.'

박준호는 문자를 읽고 지운다. 엘리베이터에 탄다. 11층.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침대에 누운 박준호의 손가락이 핸드폰을 켠다. 연락처. 엄마 이름 위에는 '서준호'라는 이름이 있었다. 태국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그의 전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화면에는 '서준호'라고 적혀 있다.

박준호가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안녕, 박준호. 나 태국의 서준호야."

음성은 영어였다. 발음은 명확했다. 그리고 의도는 명확했다.

"다음 주 예선전, 기대돼. 널 상대로 한 번 겨뤄보고 싶었어. 네 편안 시야라는 거... 정말 대단하다고 들었어. 하지만 넌 혼자야. 너의 팀은 너를 따르지 않아. 그들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 차 있어."

서준호가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내 팀은 어떨까? 우리 팀의 골키퍼는 왼쪽 슈팅에 약해. 네가 알아두면 좋을 거 같아.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을 거야. 왜냐하면 넌 혼자이고,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예선전에서 만나자."

전화가 끊긴다.

박준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본다. 서준호의 말이 맞았다. 팀은 박준호를 따르지 않는다. 김민재는 눈물을 흘렸고, 이준성은 침묵했고, 최동욱은 분노했다. 그리고 서준호는 이미 박준호의 팀을 분석했다. 골키퍼의 약점까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박준호는 한쪽 눈을 감는다. 나머지 눈으로 천장을 본다. 어둠이 깊어진다. 그 어둠 속에서 편안 시야가 없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평범한 스트라이커. 재능 있지만 혼자인 선수.

그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엄마로부터의 통화. 박준호는 화면을 본다.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에서 떨린다. 이번엔 받는다.

"엄마."

"아들, 밥 먹었어?"

"네."

"무리하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면..."

박준호가 끊는다.

"우승해야 해."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 속에서 박정현의 목소리가 나온다. 목이 메인 목소리였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넌... 건강해야 돼. 아빠도 그렇게 말했어. 우리 아들이 건강하기만 하면..."

박준호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어머니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건강을 선택할 수 없었다. 편안 시야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엄마, 미안해."

박준호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 순간, 손가락이 떨린다. 숨을 참는다. 자신의 선택이 어머니를 상처 입힌다는 자각. 그것이 두통보다 더 깊게 박준호를 짓누른다.

침묵이 다시 흐른다. 그 침묵 속에서 어머니의 숨소리만 들린다.

"응. 화이팅해. 우리 아들."

박정현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리고 전화가 끊긴다.

박준호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라커룸에서 김민재의 눈물. 복도에서 이준성의 침묵. 감독실에서 박철수의 경고. 전화 속 어머니의 목이 메인 목소리. 그리고 서준호의 도전. 모든 것이 박준호의 머리 속에서 맴돈다.

예선전까지 3주. 그 3주 동안 박준호는 누구가 되어야 하는가.

박준호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창밖으로 훈련장이 보인다. 형광등이 꺼져 있다. 그곳에서 내일 또 다시 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팀과 함께. 편안 시야 없이. 혼자가 아닌 누군가로서.

박준호는 왼쪽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뜬다. 천장이 또렷해진다. 그 순간, 뇌 뒤쪽의 통증이 다시 울린다.

마치 누군가 그 안에서 경고하는 것처럼. 아니면 누군가 그 안에서 울부짖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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