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밤하늘 아래 산맥의 능선에서 운무는 검을 들었다.

명진의 추적자 스무 명은 이미 포위 진형을 완성했다. 횃불의 불빛이 어둠을 깨물고, 검의 윤곽이 하나둘 드러났다. 청운이 운무의 옆에 서서 손가락으로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소우는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눈은 차갑게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여기서 싸우면 진다."

소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청운과 우리, 그들 스무 명을 상대로 여기서 싸우면 안 된다. 운무는 혈월검을 또 써야 한다. 지금 또 쓰면 회복할 시간이 없다."

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들고 있는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깨의 상처에서 피가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육 일 전 흑연과의 대면에서 입은 상처가 악화되고 있었다. 혈월검을 다섯 번 사용한 몸은 더 이상 십 년 전의 폐검객이 아니었다. 죽음이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러나거라."

목소리가 검 너머에서 들렸다. 명진이었다.

추적자들이 양옆으로 흩어졌다. 그 사이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흰 비단 겹옷을 입은 명검파의 파주 명진이었다. 그의 손에는 검이 없었다. 빈손으로 걸어왔다. 밤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멀리서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여기 있다."

명진이 멈춰 섰다. 운무와의 거리는 정확히 다섯 발자국이었다.

"십 년 만에 만나는군, 운무."

"넌 누구냐."

운무의 목소리는 돌처럼 딱딱했다.

"명진이라 불린다. 명검파의 파주이자, 정파연맹의 집행인이다."

명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모든 것을 아는 자의 미소였다.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가? 십 년 전 그 밤,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정파연맹의 오맹주들이 시파를 멸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명진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청운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명진은 청운을 보지 않았다. 오직 운무만을 바라봤다.

"시파의 제자들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침묵이 흘렀다. 산바람만 울었다.

"나다."

명진이 말했다.

"석혜를 통해 독약을 투입하게 하고, 흑연을 통해 기록을 지우게 했으며, 백운을 통해 강호의 증거를 말살했다. 하지만 제자들의 목숨을 거둔 것은 이 손이다."

명진이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손가락이 길고 하얀 손이었다. 그 손이 십 년 전 운무의 제자들을 죽였다.

운무의 눈이 변했다. 검의 끝이 명진을 향해 정확하게 겨누어졌다. 그 순간, 운무의 몸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피가 역류하고, 살이 타올랐다. 십 년 동안 묻어둔 분노가 터져 나오려고 했다.

"너를 죽이고 싶다."

운무가 말했다.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나도 알고 있다."

명진이 대답했다.

"그렇기에 나는 여기 왔다. 너의 분노를 마주하기 위해."

"왜?"

"넌 혈월검을 사용한다. 그 검법은 생명을 대가로 과거를 본다. 넌 이미 다섯 번을 사용했고, 여섯 번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여섯 번을 더 사용하면 넌 죽는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정파연맹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명진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넌 나를 죽이기 위해 혈월검을 쓸 것이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더욱 짧아질 것이다. 넌 자멸할 것이고, 정파연맹은 그것을 지켜볼 것이다. 넌 이미 죽음의 길에 들어섰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귀월검이었다. 기본이 되는 검법이었다. 검의 끝이 명진의 가슴을 향했다.

"혈월검을 쓰지 않아도 넌 죽는다."

운무가 말했다.

"그렇지."

명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넌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왜냐하면 넌 이미 나를 죽였기 때문이다."

명진이 다시 말했다.

"십 년 전, 넌 나를 죽였다. 아니,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나는 살아남았고, 정파연맹의 명령을 따랐다. 넌 내가 왜 살아남았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운무의 손가락이 검자루를 놓으려 했다. 검의 끝이 흔들렸다. 명진의 말이 운무의 몸을 관통했다. 그 순간, 운무의 뇌리에 십 년 전 제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음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그들의 모습이.

"혈월검을 사용하거라."

명진이 검을 제시했다.

"나의 기억을 보거라. 그러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운무는 명진을 바라봤다. 명진의 눈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오직 진실만이 있었다. 또는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명진의 태도가 변했다. 위협이 아닌 유혹이었다. 운무의 손가락이 검자루를 다시 쥐었다. 혈월검으로 명진의 기억을 본다면, 정파연맹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진이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도구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무의 판단이었다.

"뒤로 물러서거라. 모두."

운무가 소우를 바라봤다.

"나는 혈월검을 사용한다."

소우가 즉시 청운의 팔을 잡아 뒤로 물렀다. 추적자들도 한 발씩 뒤로 물러났다. 명진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혈월검이었다. 여섯 번째였다. 검의 끝이 명진을 향했다. 검이 허공을 가르며 원을 그렸다.

달빛이 사라졌다.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다시 밝아졌다.

---

십 년 전의 시파 본원이었다. 밤이었다.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명진은 그때 젊었다. 얼굴이 상처투성이였다. 한쪽 눈이 붓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피가 묻어있었다.

그는 시파의 방에 들어갔다. 운무의 제자들이 숨어있는 방이었다. 다섯 명이었다. 다섯 명의 젊은 제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명진을 보고 있었다.

"너희들의 스승은 없다. 이제 너희들도 없어야 한다."

명진이 말했다. 검을 들었다. 제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도망쳤다. 하지만 명진은 빨랐다. 검이 움직였다. 한 명, 둘, 셋...

기억이 끊겼다.

다른 장면으로 넘어갔다. 명진이 정파연맹의 오맹주회의 방에 서 있었다. 다섯 명의 오맹주들이 앉아있었다.

"시파의 제자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명진이 보고했다.

"운무의 제자들도?"

운경이 물었다.

"예. 모두 죽였습니다."

명진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증거는?"

명진이 진행했다.

"석혜가 독약을 투입했고, 흑연이 재정 기록을 조작했으며, 백운이 무술 대회 기록에서 시파의 이름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강호에는 시파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남지 않을 것입니다."

"완벽하군."

운경의 목소리였다.

"운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자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혈월검의 부작용으로 광화했다는 기록을 남겨놓겠습니다. 강호는 운무를 광객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명진이 대답했다.

"그리고 정파연맹은?"

"정파연맹은 강호의 모든 권력을 독점할 것입니다. 우리의 질서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것입니다. 시파 같은 이단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가르침만이 강호를 지배할 것입니다."

명진의 목소리였다. 아니, 정파연맹의 모든 의지가 명진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명진은 도구였다. 정파연맹의 손가락일 뿐이었다.

기억이 다시 끊겼다.

---

밝아졌다. 다시 산맥의 능선이었다. 달이 떠 있었다. 운무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검이 손에서 떨어졌다.

여섯 번째였다. 남은 시간은 여섯 번이었다. 반이 지났다.

명진이 운무를 내려다봤다.

"이제 알겠는가?"

"알겠다."

운무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다."

"그렇겠지."

명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넌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넌 이미 더 큰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너의 제자들을 잃었고, 너의 문파를 잃었으며, 너의 십 년을 잃었다. 이제 넌 너의 남은 생명마저 잃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너의 마지막 유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명진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나는 정파연맹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나는 도구였다. 그리고 너는 나를 죽임으로써 도구를 부술 수 있지만, 그것이 정파연맹을 부술 수는 없다. 정파연맹은 이미 강호의 모든 곳에 뿌리를 내렸다. 한 명의 도구를 부운다고 해서 무엇이 바뀌겠는가?"

운무가 검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검의 끝이 명진을 향했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십 년 동안 모아온 분노가 검의 무게와 함께 운무의 팔을 누르고 있었다. 검을 내리는 순간, 그것은 복수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을 들고 있는 순간, 운무는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었다.

운무의 눈이 흔들렸다. 제자들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모두 태울 수는 없었다. 그 사이에서 운무는 선택해야 했다.

검이 내려왔다. 운무의 팔이 무거웠다. 검의 무게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결정의 무게였다. 검이 완전히 내려가는 순간, 운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십 년 동안 흘리지 않은 눈물이었다. 제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름들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은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운무를 짓누르고 있었다.

소우가 운무를 바라봤다. 소우의 눈이 변했다. 그 순간, 소우는 깨달았다. 운무가 검을 내릴 것이라는 것을. 복수를 포기하고 더 큰 무언가를 택하려 한다는 것을. 그것이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라는 것을.

"살아라."

운무가 명진에게 말했다. 목소리는 이미 결정된 자의 목소리였다.

"왜?"

명진이 물었다.

"왜냐하면 나는 너를 죽이기 위해 남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죽은 제자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남은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다."

운무가 일어났다. 다리가 흔들렸다. 청운이 운무의 팔을 잡았다. 운무는 청운을 바라봤다. 청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죽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청운이 물었다.

"아니다."

운무가 대답했다.

"살 준비를 하고 있다. 남은 시간을 산다."

운무가 돌아섰다. 추적자들도 물러섰다. 명진은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명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넌 이제 여섯 번 죽음에 가까워졌다."

명진이 중얼거렸다.

"남은 여섯 번으로 운경을 만날 수 있을까?"

---

산을 내려오는 길, 운무의 발걸음은 비틀거렸다. 여섯 번째 혈월검을 사용한 이후 몸 곳곳에서 신호가 끊어지는 듯했다. 이전의 피로와는 다른 종류였다. 마치 뼈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부식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청운이 운무의 팔을 잡았다. 운무의 손가락이 청운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한설이 물었다. 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답할 필요가 없었다. 한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혈월검을 사용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피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소우가 앞장을 섰다. 소우의 발걸음도 빨랐다. 마지막 오맹주인 운경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묘란의 정보망은 정파연맹의 그것만큼 촘촘했다. 아니, 어쩌면 더 촘촘했을지도 몰랐다. 묘란은 중립을 지키는 자였으니까.

"들어라."

운무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지만 명확했다.

"명진이 한 말을 들었는가?"

소우가 돌아섰다.

"들었습니다."

"정파연맹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운무가 물었다.

"권력의 독점이고, 영구적 지배입니다."

소우가 대답했다.

"그렇다. 그리고 그들이 시파를 제거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시파는 이단이 아니었다. 시파는 정파연맹의 질서에 따르지 않는 자들이었다. 정파연맹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검법과 철학만을 추구하는 자들이었다."

운무는 계속 걸었다. 다리의 떨림에도 불구하고 눈빛은 굳어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한설이 물었다.

"정파연맹의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다."

운무가 대답했다.

"시파의 이름을 되찾는 것이다. 죽은 제자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들이 광객 운무의 피해자가 아니라, 정파연맹의 음모의 희생자임을 강호에 알리는 것이다."

청운이 운무의 옆에 다가섰다.

"그럼 운경은?"

"운경은 최후의 증인이 될 것이다."

운무가 말했다.

"패왕파의 파주가 정파연맹의 결정에 찬성했고, 그 결정에 따라 시파가 멸문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운경은 강호 최강을 추구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자다. 그 욕망이 정파연맹의 뜻을 따르게 했고, 결국 시파 멸문의 공모자가 되게 했다.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산맥을 빠져나오자 소우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묘란의 정보였다. 운경은 자신의 제자들을 모으고 있었다. 패왕산에서 말이다. 패왕파의 근거지였다.

"패왕산이군요."

한설이 중얼거렸다.

"패왕파는 정파연맹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들어간다면…"

"죽을 수도 있다."

운무가 끝을 맺었다.

"하지만 운경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운경은 강호 최강의 검객과 겨루고 싶은 욕망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운경의 약점이 될 것이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검의 무게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더 무거웠다. 아니, 운무의 팔이 더 약해진 것이었다.

"우리는 패왕산으로 간다."

운무가 말했다.

"여섯 번의 시간이 남았다. 그 여섯 번으로 모든 것을 끝낼 것이다."

---

밤이 깊었다.

패왕산의 입구에는 이미 추적자들이 모여있었다. 운경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의 검은 달빛에 반짝였다. 수십 명의 무사들이 산 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운무는 멈춰 섰다. 청운도, 소우도, 한설도 멈춰 섰다.

"후퇴하자."

청운이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지금 들어가면 우리 모두가 죽을 것입니다."

"그렇다."

운무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들어가야 한다."

"왜입니까?"

청운이 물었다.

"왜냐하면 뒤돌아서면, 우리는 영원히 도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운무가 청운을 바라봤다.

"그리고 도망친다면, 죽은 제자들은 영원히 광객의 피해자로 남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소우가 앞으로 나섰다. 소우의 눈이 추적자들의 진형을 재빨리 훑었다. 왼쪽 진영의 간격이 가장 넓었다. 소우가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저곳으로 돌파합니다. 청운이 좌측 선봉을 담당하고, 한설이 우측을 커버합니다. 운무는 중앙으로 진입합니다."

한설이 검을 빼들었다. 그의 검법은 빠르고 정확했다. 한설은 추적자들의 공격을 미리 읽고 있었다. 한설의 검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흩어놨다. 추적자들의 검이 한설을 향해 쏟아졌다. 한설은 몸을 굴려 피했다. 그의 검이 한 명의 추적자를 베었다. 추적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들어간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귀월검이었다. 검이 달빛을 받았다.

운무는 앞으로 나아갔다. 청운이 운무의 좌측을 지켰다. 청운의 검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청운은 아직 어렸지만, 검술은 예리했다. 추적자들의 검이 청운을 향해 날아왔다. 하나, 둘, 셋. 청운은 그것들을 모두 막아냈다. 하지만 열 번째 검은 청운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흘렀다. 청운의 몸이 비틀렸다.

"청운!"

운무가 외쳤다. 운무의 검이 더 빨라졌다. 청운을 공격하던 추적자들이 물러났다. 운무는 청운을 감싸며 앞으로 나아갔다.

소우의 몸이 추적자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소우의 움직임은 유연했다. 소우는 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소우의 손가락이 추적자들의 혈도를 정확하게 찔렀다. 한 명, 둘, 셋. 추적자들이 무릎을 꿇었다. 소우는 멈추지 않았다. 소우의 몸이 다시 움직였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추적자가 쓰러졌다.

패왕산의 대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 운경이 서 있었다. 운경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있었다. 운경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사냥꾼이 먹이를 발견했을 때의 눈빛이었다.

"드디어 왔군."

운경이 말했다.

"기다렸다. 폐검객 운무. 넌 정말 왔다. 나와 겨루기 위해."

"아니다."

운무가 대답했다.

"나는 넌 진실을 알기 위해 왔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검이 달빛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귀월검이 아니었다.

"여섯 번째 혈월검을 사용할 시간이다."

운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운경은 무언가를 알았다. 운무가 자신의 기억을 보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혈월검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검법인지를 말이다.

운경의 손이 검의 자루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손은 멈춰졌다. 손가락이 검의 자루를 쥐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운경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강호 최강의 검객이라는 자부심과 죽음 앞의 공포가 운경의 눈동자를 흔들었다. 운경은 최강자와의 대결을 원했다. 하지만 그것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운경은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운경이 원했던 것은 승리였다. 그런데 혈월검은 승리가 아닌 죽음을 가져올 것이었다. 운경의 눈빛이 흔들렸다.

패왕산 위로 달이 떠올랐다.

운무는 검을 들었다.

여섯 번째 혈월검이었다.

이 검으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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