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설의 증거, 그리고 음모의 전모
산길 위에서 운무는 한설을 바라봤다. 십 년이 담긴 눈이었다.
검을 내린 한설의 손이 떨렸다. 그 손가락 끝에는 여전히 검객의 굳은살이 있었다. 살아남은 자의 손이었다.
"형."
한설의 목소리는 낮았다. 마치 무덤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리처럼.
"내가 돌아왔습니다."
운무는 한 발 내디뎠다. 그러자 한설이 무릎을 꿇었다. 십 년 전의 산골짜기 암자에서 운무가 하지 못한 인사였다. 그때 한설은 도망쳤다. 살기 위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일어나."
"형, 나는…"
"일어나라고."
운무의 목소리에는 명령이 없었다. 오직 깊은 침묵만 있었다. 한설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산바람이 그의 검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날 밤을 봤나."
"네."
"뭘 봤는가."
한설이 입술을 깨물었다. 십 년을 품고 있던 말이었다.
"형들이 죽었습니다."
그 말이 산을 울렸다.
"형과 누나들과 모두가. 자객들의 칼에 쓰러졌습니다. 그들은 형을 찾고 있었습니다. 형이 없으니 모두를 죽였습니다."
운무의 얼굴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약수 저장고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을 봤습니다. 형이 혈월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모두가 쓰러졌습니다."
한설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은 그 밤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한다."
"혈월검을 썼습니까."
"썼다."
"그러면 왜…"
운무가 손을 들었다. 한설이 입을 다물었다.
"봤나."
"네?"
"그날 밤. 자객들의 얼굴을 봤나."
한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명이었습니다. 모두 검객이었습니다. 정파연맹의 자객들입니다."
"누가 지휘했는가."
"한 명이 있었습니다."
한설의 눈이 운무와 만났다. 그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십 년을 견뎌낸 죄책감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려 했다.
"그 자는 형과 같은 검객이었습니다. 아니, 형보다도 유명한. 패왕파의 파주였습니다."
운무가 숨을 멈췄다.
"이름이 뭔가."
"운경입니다."
바람이 멈췄다. 산 위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운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것 같은 창백함이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다시 말해라."
"운경입니다. 패왕파의 파주 운경이 자객들을 이끌었습니다."
운무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의 입술에서 한 번의 숨이 나왔다. 그것은 한숨이 아니었다. 더 깊은 것이었다. 십 년의 무게가 한 순간에 형태를 얻은 것이었다.
"그것이 정말인가."
운무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 목소리 아래에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있었다.
"네. 이것이 제 마지막 책임입니다."
한설이 한 발 다가섰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형, 저는 형들과 누나들의 이름을 되찾고 싶습니다. 강호의 기록에서 저희 이름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것은 소우가 했던 말이었다. 같은 말이었다. 같은 눈빛이었다.
"형이 죽음을 받아들였다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제 형들의 이름을 위해."
운무는 한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 속에서 그는 십 년 전의 한설을 봤다. 그리고 십 년 후의 한설도 봤다. 둘 다 진실이었다. 둘 다 같은 검객이었다.
"증거를 보여주자."
운무가 말했다.
"혈월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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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찰의 지하실이었다. 촛불이 두 개 켜져 있었다. 소우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청운은 바깥쪽 담장에 서 있었다. 정파연맹의 추적자들이 올 수도 있었다.
운무는 한설의 손을 잡았다.
"보여줄 준비가 되었나."
"네."
한설이 눈을 감았다. 운무도 눈을 감았다.
혈월검을 들었다. 검 위에 달빛이 흘렀다. 그것은 실제 달빛이 아니었다. 운무의 생명력이 검으로 변환된 것이었다. 검이 하늘을 그었다.
영상이 나타났다.
시파의 안뜰이었다. 밤이었다. 횃불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운무는 그 밤을 기억했다. 그것이 자신이 본 마지막 밤이었다.
검객들이 달려들었다. 다섯 명. 아니, 더 많았다. 그들은 시파의 제자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시파의 제자들이 쓰러졌다. 하나둘 무너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 명이 있었다.
운경이었다.
운무가 알던 운경이었다. 같은 대회에서 겨뤘던 운경이었다. 술을 나누며 검술을 논했던 운경이었다.
그 운경이 칼을 휘둘렀다. 시파의 제자들을 향해.
"죽어라."
운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저주였다.
영상이 흔들렸다. 한설의 관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 약수 저장고 뒤에서.
그리고 운경 뒤에 다른 인물들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얼굴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림자 같은 형태만 드러났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있었다. 운경과 함께 있었다.
운경이 명령했다.
"모두를 죽여라. 증거를 남기지 말아라. 운무가 돌아오면 운무 때문이라고 말하자."
그 목소리가 운무의 귀에 박혔다.
영상이 흐려졌다. 한설의 기억이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갔다. 어둠 속의 인물들은 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운무가 눈을 떴다.
그 어둠 속에 누가 있었는가. 운경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뒤에 누군가 더 있었다. 운무는 그들을 봐야 했다. 혈월검을 다시 써서라도.
운무의 손이 떨렸다. 혈월검이 떨어졌다. 지하실의 돌바닥에 부딪혔다. 검은 울음을 내며 굴렀다.
운무는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이 흔들렸다. 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얼굴은 창백했다.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숨이 가빠졌다. 마치 가슴을 누군가 짓누르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죽음의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형."
한설이 운무를 부축했다.
"형, 괜찮습니까."
운무는 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죽은 자의 눈이었다. 한 번의 혈월검 시전으로 수명 하나가 소비되었다. 남은 것은 열한 번뿐이었다.
"운경…"
운무의 목소리는 파괴된 것 같았다.
"운경이 했다."
"네. 그리고…"
한설이 말을 멈췄다. 그의 목소리도 떨렸다.
"그 뒤에 더 있었습니다. 어둠 속의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얼굴을 명확히 보지 못했습니다."
운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노인의 움직임처럼 느렸다. 남은 수명 하나를 방금 소비했기 때문이었다. 열한 번이 남았다.
"그들은 누구인가."
"모릅니다."
한설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책감이 그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정파연맹의 오맹주들이었습니다. 운경과 함께 움직였으니까요."
소우가 지하실로 내려왔다.
"상황을 봤습니다. 혈월검을 썼군요."
소우의 얼굴은 차갑지만 그 눈에는 걱정이 있었다.
"한설의 기억이 정확한가."
"정확합니다."
운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운경이 맞습니다. 그리고 다른 오맹주들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봤습니다."
"몇 명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 두 명 이상입니다."
소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이 예리해졌다.
"정파연맹은 오맹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섯 명입니다. 운경이 하나라면, 나머지는?"
"명진입니다."
운무가 말했다. 그 이름을 내뱉을 때 운무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명검파의 명진.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의 오맹주들."
"그들의 이름은?"
"모릅니다."
운무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 차가움 아래에는 분노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야 합니다. 어둠 속의 그들을 알아야만 이것이 끝납니다."
소우가 생각에 빠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마치 무언가를 계산하듯이.
"정파연맹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소우가 말했다.
"강호의 모든 것을 아는 자가 있습니다. 묘란입니다."
"묘란은 돈을 원한다."
"네. 하지만 우리도 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소우가 운무를 바라봤다.
"정보입니다. 혈월검으로 본 정파연맹의 음모. 그것을 주면 그녀는 우리를 도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노출된다."
운무가 말했다.
"이미 노출되었습니다."
소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었다.
"운무가 강호에 나타난 순간, 정파연맹은 알았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숨을 수 없습니다.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습니다."
운무가 한설을 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설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이 운무와 소우를 번갈아 봤다.
"저는 형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그것은 답이 아니다."
운무의 목소리에는 책망이 없었다. 오직 권고만 있었다.
"네. 죄송합니다."
한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형, 저는 형들과 누나들의 이름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모든 오맹주들의 음모를 드러내야 합니다. 운경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모두를 찾아야 합니다."
한설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십 년의 죄책감을 견뎌낸 자의 목소리였다.
운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묘란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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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중심에는 '정보의 집'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주막이었지만, 실제로는 정보 거래소였다. 주인은 묘란이었다.
그날 밤, 운무는 묘란을 찾았다.
주막의 2층 방 안에서 묘란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표정이 없었다. 그것은 가면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운무."
묘란이 말했다.
"강호 최강의 검객이 나를 찾다니. 무엇 때문입니까."
"정파연맹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정파연맹은 강호의 정파들을 다스리는 권력입니다. 그 정보는 매우 비쌉니다."
묘란이 차잔을 들었다. 그 움직임은 느리고 우아했다.
"얼마인가."
"돈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묘란이 운무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모든 것을 꿰뚫는 듯했다.
"대신 다른 것을 원합니다. 정파연맹의 음모에 대한 진실입니다. 당신이 혈월검으로 본 그 진실 말입니다."
운무가 침묵했다.
"나는 강호를 보고 있습니다."
묘란이 계속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절대적이었다.
"정파연맹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경과 명진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것은 강호의 질서가 바뀌는 시점입니다. 나는 그 변화를 먼저 알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주겠습니다."
"거래하자."
운무가 말했다.
묘란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차가운 웃음이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당신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정파연맹의 오맹주들입니다."
묘란이 손가락을 펼쳤다. 그 손가락 하나하나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운경. 패왕파의 파주. 순수한 힘만을 추구하는 자입니다. 검술 외의 모든 것을 거들떠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 앞에서는 약합니다."
운무의 눈이 예리해졌다. 그는 운경을 알았다. 그 자의 약점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명진. 명검파의 파주. 우아함과 정당성을 추구하는 자입니다. 검의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능합니다. 위선이 그의 무기입니다."
묘란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청명파의 파주 청홍. 권력에 집착하는 자입니다. 정파연맹의 의장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적월파의 파주 적운. 이익만을 추구합니다. 금전과 영토 확장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혼천파의 파주 혼천. 신비주의자입니다. 강호의 질서를 자신의 철학으로 재편하려 합니다."
운무가 각 오맹주의 이름과 특성을 머릿속에 새겼다. 혈월검을 또 써야 했다. 어둠 속의 인물들을 명확히 보기 위해. 그 대가는 남은 수명 중 또 하나였다.
"이들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묘란이 계속했다.
"운경은 최강자 자리를 지키려 합니다. 명진은 명검파의 명성을 유지하려 합니다. 청홍은 의장 자리를 원합니다. 적운은 영토 확장을 노립니다. 혼천은 강호의 이념을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제거하는 데는 모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왜 그들이 함께 움직였는가."
운무가 물었다.
"당신이 강해질수록 그들의 권력은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묘란이 대답했다.
"시파는 정파연맹 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어떤 오맹주보다도 유명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직접 죽일 수 없었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의 제자들을 죽였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꺾기 위해. 당신의 의지를 꺾기 위해."
운무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소우가 그 손을 잡았다.
"그들의 위치는."
운무가 물었다.
"운경은 패왕산에 있습니다. 명진은 명검성에 있습니다. 청홍은 청명봉에 있습니다. 적운은 적월계곡에 있습니다. 혼천은 혼천사에 있습니다. 모두 강호의 다른 곳입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정파연맹의 본거지인 정파탑에 모입니다."
묘란이 운무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과 경고가 섞여 있었다.
"당신이 그들을 모두 만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아니면 그들을 하나씩 찾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
운무가 말했다.
"나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운무는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혈월검을 한 번 더 쓰면 남은 수명은 열 번이 된다. 다섯 명의 오맹주를 모두 만나려면 다섯 번이 필요하다. 그러면 다섯 번이 남는다.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운경부터 시작하십시오."
묘란이 말했다.
"그는 가장 성급한 자입니다. 당신을 알면 자동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나는 순간…"
묘란이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이 창밖을 향했다.
"당신이 운경을 만나는 순간, 명진은 움직일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추적하기 위해 이미 암살자들을 배치했습니다. 당신이 나타나는 순간, 그들은 공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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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어느 곳에서는 명진이 움직이고 있었다.
명진의 서재였다. 책들로 가득 찬 방. 그 안에서 명진은 편지를 쓰고 있었다.
"운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진의 펜이 종이 위를 미끄러졌다. 그 펜 끝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다.
"한설을 만났다. 그리고 혈월검을 다시 썼다. 이제 그는 우리를 알 것이다."
명진이 멈추었다. 그의 눈이 창밖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문제없다."
명진이 다시 썼다.
"운무는 혈월검을 쓸 때마다 죽어가고 있다. 이미 한 번 썼으니 수명은 열한 번만 남았다. 그가 모든 오맹주를 만나기 전에 죽을 것이다. 우리는 기다리면 된다."
명진이 펜을 내려놨다. 그 손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운경은 검객이다. 그는 운무와의 대결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좋다. 그들이 싸우는 동안 우리는 소우를 죽이자."
명진이 손을 들었다. 그 신호에 따라 그림자 같은 인물들이 나타났다. 암살자들이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마치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소우를 추적하라. 그 소녀의 위치를 파악하고, 기회가 오면 즉시 제거하라. 청운도 함께 죽여라. 그들 없이는 운무도 무력하다."
명진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그것은 미학을 추구하는 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인자의 목소리였다.
"산길에 몇 명을 배치했나."
"반경 이 리 안에 다섯 명이 대기 중입니다."
한 명의 암살자가 대답했다.
"북쪽 산길, 동쪽 산길, 서쪽 산길. 운무가 어느 길로 가든 우리의 검을 만날 것입니다. 추가로 열 명이 더 있습니다. 총 열다섯 명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소우는."
"아직 폐사찰에 있습니다. 하지만 곧 움직일 것입니다. 운무를 따라갈 것입니다."
명진이 창밖을 바라봤다. 밤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곧 새벽이 올 것이었다.
"그렇다면 준비하자. 운무가 운경과 싸우는 동안, 우리는 소우를 죽인다. 그리고 청운도 함께. 그러면 운무는 혼자가 될 것이다. 혼자 남겨진 운무는 우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명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검의 미학을 추구하는 자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을 추구하는 자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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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는 지하실에서 나왔다.
밤하늘이 별로 가득했다. 그 별들 아래에서 운무는 검을 들었다. 혈월검을 다시 봐야 했다. 어둠 속의 인물들을 명확히 보기 위해. 그들이 정말 누구인지 알기 위해.
"한설."
운무가 말했다.
"다시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나."
한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결연했다.
"네. 형이 필요하다면."
운무와 한설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갔다. 촛불이 흔들렸다. 소우의 눈이 예리해졌다. 운무가 또 혈월검을 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또 하나의 수명을 소비하는 것이었다.
혈월검을 들었다. 검 위에 달빛이 흘렀다. 영상이 나타났다.
같은 밤이었다. 같은 안뜰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무의 눈이 더 깊이 들어갔다. 어둠 속의 인물들을 향해.
그들의 형태가 조금씩 드러났다. 하나, 둘, 셋. 세 명의 인물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운경 뒤에서.
"청홍…"
운무가 중얼거렸다.
"적운…"
그리고 세 번째 인물이 보였다. 가장 뒤에 서 있던 자.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혼천…"
운무의 목소리가 떨렸다.
영상이 흐려졌다. 운무가 눈을 떴다.
지하실의 돌바닥이 그의 무릎을 받았다. 또 한 번의 수명이 소비되었다. 남은 것은 열 번뿐이었다.
"형."
소우가 운무를 부축했다.
"괜찮습니까."
운무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더 이상 절망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명확한 분노였다.
"이제 알았다."
운무가 말했다.
"운경, 명진, 청홍, 적운, 혼천. 다섯 명의 오맹주 모두가 관여했다."
"형."
소우가 운무의 팔을 잡았다.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무작정 나가면 죽습니다."
"알고 있다."
운무가 말했다.
"하지만 기다릴 수 없다. 명진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암살자들을 보냈다. 너와 청운을 죽이려고."
소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도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운경을 먼저 만나자. 그를 자극하면 나머지는 모두 나타날 것이다. 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 우리는 끝낼 수 있다."
소우가 생각했다. 그녀의 눈이 움직였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패왕산입니다."
소우가 말했다.
"운경이 있는 곳입니다. 거기로 가면 됩니다."
"그 길 위에 암살자들이 있을 것이다."
청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담장 위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명진의 지시를 받은 자들입니다. 산길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경 이 리 안에 열다섯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위치는."
운무가 물었다.
"북쪽 산길에 다섯 명. 동쪽 산길에 다섯 명. 서쪽 산길에 다섯 명입니다. 모든 길이 포위되어 있습니다."
청운이 손으로 산의 형태를 그렸다.
"그들은 당신이 운경과 만나는 동안 우리를 죽일 계획입니다. 당신이 운경과 싸우느라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에 저와 소우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먼저 만나야 한다."
운무가 말했다.
"그들을 피하지 말고 맞서자. 암살자들을 상대하고, 운경을 만나자."
"위험합니다."
소우가 말했다.
"열다섯 명의 암살자를 상대하면서 동시에 운경과 싸울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없으면 죽는 것이다."
운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냉정함이 있었다.
"우리는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시파의 제자들처럼. 형들과 누나들처럼. 이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위해 살아야 한다."
소우가 운무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알겠습니다."
소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함께 가겠습니다."
"넌 안 된다."
운무가 말했다.
"너는 여기 있어라."
"안 됩니다."
소우가 운무의 팔을 잡았다.
"저는 당신과 함께합니다. 어디든."
운무가 소우를 보았다. 그 얼굴 속에서 그는 자신의 제자들을 봤다. 그들도 이런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
"좋다."
운무가 말했다.
"함께 가자."
운무는 검을 들었다. 혈월검이 밤하늘에 반짝였다. 열 번의 수명이 남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패왕산으로 향하자."
운무 일행이 지하실을 나왔다. 밤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곧 새벽이 올 것이었다. 그 새벽 전에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었다.
산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운무 일행은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소우는 운무의 옆에 있었다. 청운은 뒤에서 따라왔다. 한설은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그들이 첫 번째 산길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어둠 속에서 인영이 나타났다.
암살자였다.
그는 검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명확했다. 명진의 지시를 받은 자의 눈빛이었다.
"운무."
암살자가 말했다.
"명진 파주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나와라."
운무가 말했다.
암살자가 검을 휘둘렀다. 운무가 검으로 막았다. 금속음이 산을 울렸다.
그 순간, 다른 암살자들이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하나둘 떠올랐다. 북쪽 산길에 배치된 다섯 명의 암살자들이었다.
그들은 소우와 청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우!"
운무가 외쳤다.
"청운!"
소우와 청운이 검을 들었다. 그들도 검객이었다. 시파의 검객이었다.
산길 위에서 검들이 울렸다. 금속음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렸다.
운무는 첫 번째 암살자를 상대했다. 그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암살자의 검을 밀어냈다.
"더 있나."
운무가 물었다.
"더 있습니다."
암살자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떨리고 있었다.
"동쪽 산길과 서쪽 산길에도 있습니다. 총 열다섯 명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운경과 싸우는 동안 그 여자들을 죽일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다."
운무가 검을 휘둘렀다. 암살자가 뒤로 밀려났다.
"왜냐하면 나는 너희를 모두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운무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암살자가 검으로 막았다. 하지만 운무의 힘은 그의 힘보다 훨씬 강했다.
암살자의 팔이 떨렸다. 검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 순간, 운무가 검을 돌렸다. 암살자의 검을 튕겨냈다. 암살자가 뒤로 물러났다.
"도망쳐라."
운무가 말했다.
"명진에게 말해라. 나는 온다고."
암살자가 달아났다. 그의 뒤를 따라 다른 암살자들도 달아났다. 그들은 명진의 지시를 받았지만, 운무 앞에서는 무력했다.
소우와 청운도 자신들의 적들을 쓰러뜨렸다. 검객들이었지만, 시파의 검객들 앞에서는 부족했다.
산길이 조용해졌다. 암살자들이 모두 달아났다.
"상황을 봤습니다."
청운이 말했다.
"그들이 동쪽과 서쪽 산길에 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우리를 두려워할 것입니다."
"그렇다."
운무가 말했다.
"그들은 암살자이지, 전사가 아니다. 정면 전투에서는 약하다."
운무가 검을 들었다. 혈월검이 밤하늘에 반짝였다.
"이제 운경을 만나자."
운무 일행은 다시 산길을 따라 걸었다. 동쪽 산길에서도 암살자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도 운무 앞에서는 무력했다.
운무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암살자들이 하나둘 달아났다.
서쪽 산길도 마찬가지였다. 암살자들이 나타났다가 운무 앞에서 달아났다.
모든 암살자들이 제거되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청운이 말했다.
"패왕산은 가깝습니다."
산길이 위로 올라갔다. 운무 일행은 그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산 위에 도달했을 때,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운경이었다.
그의 얼굴은 운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십 년 전의 눈빛이 아니었다. 살인자의 눈빛이었다.
"운무."
운경이 말했다.
"오래만이다."
"오래만이다."
운무가 대답했다.
"그날 밤을 기억하는가."
운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억한다."
"그렇다면 준비해라."
운무가 검을 들었다.
"나는 온다."
운경도 검을 들었다. 두 검이 밤하늘에서 마주쳤다.
금속음이 울렸다. 산 위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