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검의 귀환
폐사찰의 돌계단을 밟는 발소리가 울렸다. 운무는 소우의 손을 잡아 안으로 밀어냈다. 뒤따르는 말발굽 소리는 이미 산 중턱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안으로."
말이 짧았다. 십 년을 산골에서 보낸 검객의 목소리는 늘 그랬다. 필요한 것만, 정확히.
폐사찰의 내부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목재는 썩어가고 있었으며, 불상의 얼굴은 이미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지 오래였다. 운무는 소우를 옆방으로 밀어냈다.
"저들이 들어오기 전에 나가. 동쪽 계곡으로."
"스승님."
소우의 목소리에는 항의가 담겨 있었다.
"물어보지 말아라."
운무는 주방으로 향했다. 십 년 전에 자신이 검을 묻은 장소. 손가락이 바닥의 돌틈을 찾아냈다. 정확한 위치. 십 년이 지났어도 근육은 기억하고 있었다.
흙더미 속에서 검집이 드러났다.
검을 꺼내는 순간, 운무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십 년 만의 재회. 혈월검이라 불리는 금단의 검술. 생명력을 촉매로 과거를 보는 도구. 그리고 자신을 죽음으로 끌어가는 것.
검신은 월빛처럼 희미한 문양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달이 구름에 가려진 듯한, 그런 빛. 운무는 검을 들어 올렸다. 무게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소우가 나타났다.
"스승님, 저를 내보내지 마십시오."
운무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검날이 햇빛에 반사되면서 방 안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이 검을 사용하면 나는 죽음에 한 발씩 가까워진다. 열두 번 휘르면 열세 번째는 내 목숨이 된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거라."
"아닙니다."
소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운무만큼이나 감정을 버린 목소리. 십 년을 혼자 강호를 누비며 진실을 추적한 검객의 목소리였다.
"제 형들과 누나들, 그리고 모든 형제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합니다. 스승님이 죽는 그날까지."
운무는 검을 든 손을 천천히 올렸다. 폐사찰의 천장을 향해. 그 순간,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멈췄다. 추적자들이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지켜봐라."
운무가 검을 휘렀다.
세상이 물러났다.
시간이 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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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십 년 전의 시파 대방이었다.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렸으며, 그 속에서 비명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형! 형!"
어린 목소리. 아직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막내 제자들이 불 속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운무는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이 십 년 동안 악몽 속에서 마주했던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죽음이 무엇인지가 명확히 보였다.
불은 자연적이지 않았다.
검은 손들이 횃불을 들고 있었다. 정파연맹의 표장이 그들의 소매에 새겨져 있었다. 호랑이와 학이 얽혀 있는 문양. 정파연맹의 오맹주 중 한 명의 휘장이었다. 그들은 제자들을 막아섰다. 무술의 경지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정파연맹의 자객들이 더 높았다.
"도망쳐라!"
누군가의 목소리. 그것은 한설의 목소리였다. 그날 밤,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자의 목소리. 한설은 불 속에서 소우를 밀어냈다. 소우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설은 돌아섰다. 자객들을 향해. 자신의 검을 들고.
하지만 그것도 무의미했다.
불이 걷혔다. 모든 것이 검은 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재 위에 선 자가 있었다. 얼굴이 가려진 인물. 정파연맹의 고위층. 그의 손에는 혈월검과 같은 문양의 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불타는 시파를 내려다봤다. 마치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듯이.
하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연기가 그것을 가렸다. 아니면 운무 자신이 본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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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의 몸이 폐사찰의 바닥에 쓰러졌다.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코에서도. 귀에서도. 혈월검을 사용한 대가였다. 운무의 호흡이 가빠졌다.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는 듯한 감각. 가슴 속의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 세상이 회색으로 변해 갔다. 마치 생명력 자체가 빨려 나가는 것처럼.
소우가 운무를 들어올렸다. 가늘지만 힘 있는 팔이 운무의 등을 감싸안았다.
"스승님."
"괜찮다."
운무가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았다. 손가락이 붉게 물들었다. 그 손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
"몇 번이 남았나?"
소우의 질문이었다. 차갑고, 현실적이고, 필요한 것만을 묻는 질문.
"열한 번."
운무의 대답도 그러했다.
하지만 운무의 눈빛이 변했다. 혈월검으로 본 영상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절대의 진실이었다. 그런데 그 영상 속의 얼굴이 가려진 인물은 누구였을까? 정파연맹의 누가 시파를 멸문했는가? 그리고 왜?
소우는 운무의 얼굴을 바라봤다.
"스승님, 혈월검으로 본 것이 전부일까요?"
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같은 의심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아니다."
마침내 운무가 말했다.
"혈월검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본 자의 눈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다. 그 영상에서 내가 본 것은 정파연맹의 자객들이 불을 질렀다는 것. 하지만 그 뒤에 선 자의 얼굴은..."
운무가 말을 멈췄다.
"보이지 않았나요?"
소우가 물었다.
"연기에 가려 있었다. 아니면 내가 본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거나."
운무가 천천히 일어섰다. 몸이 무거웠다. 마치 납으로 채워진 것처럼.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들어와!"
누군가의 목소리가 폐사찰을 향해 외쳤다. 정파연맹의 추적자들이었다.
운무는 검을 들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검에 대한 감각은 돌아오고 있었다. 십 년의 공백도 이 순간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너는 안으로."
"스승님..."
"물어보지 말아라."
운무는 폐사찰의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추적자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일곱 명. 모두 정파연맹의 기수들이었다.
"폐검객 운무."
앞장선 추적자가 말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오맹주회의의 명령이다. 항복하거나, 죽어라."
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들었다. 혈월검이 아닌, 자신의 기본 검법인 귀월검.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검풍.
추적자들이 칼을 뽑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둠에서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검은 도포를 입은 제3의 인물. 그의 검이 먼저 움직였다. 추적자 중 한 명의 칼을 튕겨냈다. 다른 한 명의 손목을 스쳐 지나갔다. 칼을 든 손이 저절로 열렸다.
"뭐 하는 거야!"
추적자들이 놀라 물러섰다.
그 인물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운무의 눈이 커졌다.
"한설."
그것은 십 년 전, 그날 밤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자의 얼굴이었다.
한설의 입가에 비통한 웃음이 떠올랐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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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추적자가 칼을 휘둘렀다. 한설은 검으로 그 칼을 쳐내며 몸을 날렸다. 추적자의 옆구리를 베었다.
다른 추적자가 한설의 옆에서 칼을 휘둘렀다. 한설은 그 칼을 위로 밀어 올렸다. 추적자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한설의 검이 공중을 가르며 지나갔다.
"날 먼저 거두게. 그래야 너희가 살 길이 생긴다."
한설의 목소리는 얇았다. 마치 얼음이 깨지기 직전의 소리처럼.
운무의 검이 앞으로 나아갔다. 귀월검의 첫 번째 형태. 추적자 중 한 명이 칼을 들어 막았다. 그 순간 운무의 검이 각도를 바꿨다. 칼의 옆면을 스쳐 지나가 그 자의 어깨를 베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한설이 또 다른 추적자에게 다가갔다. 칼과 검이 맞부딪혔다. 한설의 검이 칼을 위로 밀어 올렸다. 추적자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한설의 검이 공중을 가르며 지나갔다.
"너희는 왜 우리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운무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리 없었다. 그들은 병사일 뿐이었다. 명령을 따르는 도구.
한설이 웃음을 터뜨렸다. 비통한 웃음이 폐사찰을 울렸다.
"스승님은 아직도 그걸 묻고 있어요?"
한설의 검이 앞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추적자가 칼을 들어 막으려 했다. 한설은 칼을 검으로 쳐냈다. 추적자의 팔이 저절로 내려갔다. 한설은 그의 어깨를 베었다. 그 자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열 명이 죽었어요. 시파의 열 명의 제자들이 그날 밤 죽었어요."
한설의 손이 떨렸다.
"강했어요. 스승님의 검법을 배웠기 때문에 강했어요. 그게 죄였어요."
운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것은 혈월검을 사용했을 때의 감각과 같았다.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
추적자들은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설이 검을 내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가팔랐다.
"십 년을 기다렸어요."
한설의 목소리가 나왔다. 말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숨을 고르려는 듯했다.
"스승님이 나타나기를. 그리고 마침내..."
한설이 운무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붉게 부어 있었다.
"스승님은 여전히 같은 말을 하고 있었어요. 멈춰라. 살리지 말아라."
운무는 한설을 바라봤다. 그 침묵이 응답이었다.
"저는 십 년 동안 누군가를 죽이는 법을 배웠어요."
한설의 검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왜 그랬나?"
운무의 질문이었다.
한설이 검을 들었다. 추적자들은 더욱 뒷걸음질을 쳤다. 그들은 이제 도망치고 있었다.
"살아남아야 했으니까요. 정파연맹에게 쫓기면서 살아남아야 했으니까요."
한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언젠가 스승님과 다시 만났을 때, 스승님에게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밤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증거."
"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운무의 눈이 예리해졌다.
한설이 검을 내렸다. 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저는 그날 밤 도망치지 않았어요. 저는 숨어 있었어요. 봤어요. 다 봤어요."
한설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발걸음은 불안정했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 누가 제자들을 베었는지. 모두 봤어요."
"그 증거가 무엇인가?"
운무가 물었다.
한설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다시 움직였다.
"제 몸과 제 칼뿐이에요."
마침내 한설이 말했다.
"정파연맹의 기록 따위는 없어요. 단지 제가 본 것, 제가 겪은 것만 있어요."
한설의 팔을 걷어 올렸다. 그 안에는 정파연맹의 자객들에게 입은 칼자국이 선명했다. 오래된 흉터들. 그리고 더 최근의 상처들. 그 몸 자체가 증거였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운무가 말했다.
"그래요."
한설이 운무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그래서 스승님이 혈월검을 써야 해요. 스승님이 혈월검으로 그날 밤을 다시 본다면, 제 증거와 합쳐져서 진실이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나는 죽는다."
"알아요."
한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님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에요. 혈월검을 남은 열한 번 동안 쓰면서, 정파연맹의 모든 비밀을 폭로하는 거예요."
한설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죽기 전에 저를 검객으로 만들어 주세요. 제 형들과 누나들의 검을 이을 검객으로."
운무는 한설을 바라봤다. 그의 눈이 움직였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했다.
"안 된다."
운무가 말했다.
한설의 몸이 경직되었다.
"스승님..."
"안 된다고 했다."
운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 단호함 속에는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
"너를 죽이는 것은 내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한설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럼 뭘 하자는 거예요, 스승님?"
한설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절박함이 터져 나왔다.
"이대로 계속 숨어 살라는 건가요?"
한설은 검을 내팽개쳤다.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몸이 흔들렸다. 운무에게 달려들 듯 다가갔다가 멈춰 섰다. 마치 자신이 스승님을 더럽힐까봐.
"아니다."
운무가 한설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함께 가자. 그리고 내가 보여주겠다. 검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한설의 눈이 떨렸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넌 내 제자다."
운무가 한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나는 이미 너를 잃었다."
운무의 손이 한설의 어깨에서 떨렸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
한설의 몸이 흔들렸다. 그의 검이 손에서 떨어져 있었다.
"스승님..."
"가자."
폐사찰 안에서 소우가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한설을 바라보는 정확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놀라움도, 의심도, 그리고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듯한 표정.
"형님이군요."
소우가 말했다.
한설이 소우의 얼굴을 본 순간, 그의 몸이 흔들렸다. 십 년 만에 본 막내 제자. 그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소우."
한설이 소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멈춰 섰다. 마치 자신이 더럽혀져 있어서, 막내를 만질 수 없는 것처럼.
소우는 한설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판단이 없었다. 단지 받아들임만 있었다.
"우리는 떠나야 합니다."
운무가 말했다.
"정파연맹은 이제 더 많은 자객을 보낼 것입니다."
운무는 혈월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나요?"
한설이 묻었다.
"정파연맹의 본거지로."
운무가 대답했다.
"거기서 명진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혈월검을 다시 사용할 것이다."
"그럼 스승님은..."
"죽음이 가까워질 것이다."
운무가 한설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바깥에서 또 다른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많은 수였다. 정파연맹은 진짜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가자."
운무가 폐사찰의 뒷문으로 향했다. 한설과 소우가 그를 따랐다. 세 검객의 발걸음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뒤로는 정파연맹의 추적자들만 남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었다. 그들은 폐검객 운무와 그의 제자들을 마주했고,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운무는 혈월검의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검의 무게가 아니었다. 그것은 남은 열한 번의 인생,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모든 진실의 무게였다.
밤은 아직 깊었다. 그리고 강호의 밤은 이제 시작되었다. 폐검객의 귀환과 함께.
운무는 검을 들었다. 귀월검. 여전히 우아하고,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어둠 속에서 검신이 희미하게 빛났다. 월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