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산골 마을의 오두막

해는 중천에 떴고, 운무는 약초를 캐던 손을 멈추고 있었다.

등 뒤의 기운이 낯설었다. 십 년을 이곳에서 살며 수백 번 느껴본 산새들의 접근도, 노루의 발자국도 아니었다. 인기척이었다. 검객의 기운이었다.

운무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것은 경계의 반응이 아니었다. 무언가 깊은 곳에서 울리는, 거부할 수 없는 인식이었다.

운무는 천천히 일어섰다. 손에 든 호미를 내려놓고, 돌아선 눈빛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십 년의 침묵 속에서 완성된, 죽은 자의 눈.

"누구냐."

목소리는 더 낮아져 있었다. 약초를 캐고 밥을 짓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옛날의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선생님."

그 한 마디에 운무의 몸이 일그러졌다. 호미를 들었던 손이 주먹으로 굳었다. 십 년 동안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였다.

오두막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은 젊은 검객이었다. 스무 살을 넘지 않은 나이, 하지만 눈동자에는 십 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운무가 알고 있던 얼굴과는 달랐다. 더 날카로워 있었고, 더 차가워져 있었다.

"소우?"

운무의 입술이 떨렸다. 그것을 느낀 운무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저입니다."

소우는 한 발 더 나섰다. 오두막 안의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뺨에 길게 난 흉터, 왼쪽 눈 아래의 상처. 모두 십 년 동안 얻은 것들이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죽을 뻔했습니다."

소우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남의 일을 말하듯. 하지만 그 무감정함이 더욱 무거웠다.

"형들도, 누나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았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밀어낸 그 밤, 저는 살았습니다."

운무는 대답할 말을 잃었다.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모른다."

"그 밤은 우연이 아닙니다."

소우는 주머니에서 낡은 보따리를 꺼냈다. 손가락으로 매듭을 풀어 펼쳤을 때, 누런 서책 몇 장이 나타났다. 종이는 오래되어 있었고, 글씨는 희미했다.

"이것은 시파의 묵은 기록입니다. 선생님이 모르게 제가 모아두었던 것들입니다."

운무는 그 서책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종이 위를 스쳤을 때, 먼지가 소복이 떨어져 나왔다. 십 년의 시간이 묻어 있는 먼지였다.

첫 장을 펼쳤다.

'혈월검(血月劍)에 관한 고찰. 초대 파주 기록.'

글씨는 흔들렸다. 오래된 손으로 쓴 글씨였다. 운무는 한 줄 한 줄을 읽어나갔다.

'생명을 촉매로 삼아 과거를 보는 검법. 그 힘은 절대적이나, 대가는 가혹하다. 검을 열두 번 휘르면 마지막은 검객 자신의 목숨이 된다.'

운무의 손이 멈췄다.

"이게 무슨……"

"혈월검입니다, 선생님. 당신이 사용했던 그 검법입니다."

소우의 목소리에 비로소 떨림이 생겼다.

"그 밤, 선생님이 혈월검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본 것은 진실이 아니라 거짓이었습니다. 정파연맹이 만든 거짓이었습니다."

"어떤 거짓인가."

"선생님을 광화시켰다는 거짓입니다. 제자들을 학살했다는 거짓입니다. 시파를 멸문했다는 거짓입니다."

운무는 서책을 내려놓았다. 손가락이 떨려서 더 이상 글씨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진실은?"

"정파연맹의 오맹주들이 함께 우리를 죽였습니다."

소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당신을 광객으로 만들기 위해. 시파를 없애기 위해."

소우는 무릎을 꿇었다. 오두막의 흙 위에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형들과 누나들의 이름을 되찾아주십시오, 선생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었다. 십 년을 죽은 자처럼 살아온 검객의 목소리에 비로소 눈물이 흘렀다.

"그들이 광객의 제자들이 아니라, 시파의 검객들이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십시오. 그들이 죽은 것이 당신의 패배가 아니라 정파연맹의 음모였다는 것을 증명해주십시오."

운무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소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침묵이 흘렀다. 길고, 무거운 침묵.

"……미안하다."

"선생님. 저를 봐주십시오."

소우가 얼굴을 들었다. 눈동자가 운무의 눈동자와 만났다.

"당신은 혈월검을 다시 사용해야 합니다. 과거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운무는 서책 위의 글귀를 다시 바라봤다. '검을 열두 번 휘르면 마지막은 검객 자신의 목숨이 된다.'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당신이 죽을 것을 압니다."

소우의 목소리는 다시 차가워져 있었다. 감정을 내려놓은 목소리.

"하지만 당신의 죽음이 의미 있는 죽음이 되게 해주십시오. 형들과 누나들처럼 광객의 피해자가 아니라, 시파의 파주로 죽게 해주십시오."

운무는 일어섰다. 천천히, 무릎을 펴며 일어섰다. 십 년 동안 꿇고만 있던 그 몸이, 다시 서 있었다.

오두막의 안쪽으로 걸어갔다. 손가락으로 흙을 헤쳤다. 그 아래에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십 년 전 묻어둔 것을 찾기 위해.

손가락이 차가운 금속을 만났다.

검의 손잡이였다.

운무가 그것을 들어올렸을 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여러 필의 말이 산길을 내달리는 소리. 빠르고,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생님."

소우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기회주의자에서 전사로 돌아간 목소리.

"정파연맹의 추적자들입니다. 이 마을을 떠나야 합니다."

운무는 검을 들고 오두막 밖으로 나갔다. 산길 저편에서 먼지가 일어나고 있었다. 말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검을 들었다. 십 년 만에 다시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운무의 눈이 변했다. 죽은 눈이 깨어났다. 산골 마을의 약초 캐는 노인이 사라지고, 강호 최강 검객이 돌아왔다.

"소우. 뒤로 물러나 있어라."

"……예."

소우는 오두막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산길을 돌아 검은 옷을 입은 검객들이 나타났다. 정파연맹의 추적자들이었다. 네 명이었다.

"폐검객 운무. 정파연맹의 소환에 응하기를 바란다."

앞장선 검객이 말했다. 목소리에는 존경도, 두려움도 없었다. 단지 명령을 전달하는 톤.

운무는 검을 들어올렸다. 검의 끝이 지면을 향했다.

"돌아가거라."

"불가능하다."

추적자들이 검을 뽑았다. 네 자루의 검이 햇빛에 반사되었다. 그들은 이미 운무를 '죽은 자'로 취급하고 있었다. 하나의 과제일 뿐이었다.

그들이 몰려들었다.

운무의 검이 움직였다. 십 년 만에 다시 움직였다.

앞장선 검객의 칼이 내려쳤다. 운무는 몸을 굴려 피했다. 그 틈으로 몸을 날렸다. 운무의 검이 호를 그렸다. 아니, 그렸다기보다는 스쳤다. 정확한 각도로, 추적자의 팔을 베어냈다.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운무는 이미 다음을 향하고 있었다.

왼쪽에서 두 명이 협공을 시도했다. 운무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두 검이 공중에서 만났다. 그 순간의 틈을 노렸다. 운무의 몸이 회전했다. 검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한 추적자의 옆구리를 가로질렀다. 그는 비명도 내지 못했다.

마지막 추적자는 검을 버렸다. 말 위로 뛰어올랐다. 도망쳤다. 정파연맹이 원하는 것은 운무의 죽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운무가 자신의 수명을 깎아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운무는 검을 내렸다. 칼날에 묻은 피를 옷자락으로 닦았다.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선생님."

소우가 오두막에서 나왔다. 그의 눈은 운무의 손을 바라봤다.

"당신이 싸웠습니다. 다시."

"그들은 돌아올 것이다. 더 많은 수를 이끌고."

운무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속세의 노인이 아니었다. 강호의 검객이 돌아온 목소리였다.

"우리는 여기를 떠나야 한다."

"어디로?"

"강호로."

운무가 대답했다. 그리고 오두막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십 년 동안 쌓아둔 것들이 그곳에 있었다. 약초와 도구들, 그 모든 것 아래에는 시파의 옛 기록들이 숨겨져 있었다.

운무는 그것들을 걷어냈다. 손가락이 낡은 비단을 만졌다. 그 위에는 검법의 비결과 시파의 역대 파주들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한 장의 낡은 종이가 있었다.

그 종이에는 단 한 줄의 글귀만 적혀 있었다.

'혈월검, 생명의 대가로 과거를 보는 금단의 검. 검을 열두 번 휘르면 마지막은 검객 자신의 목숨이 된다.'

운무는 그 종이를 들었다. 손이 또 떨렸다. 이번에는 육체적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

열두 번.

그가 가진 시간은 열두 번의 검 휘두름뿐이었다. 정파연맹의 오맹주가 다섯 명이라고 했을 때, 운무는 계산했다. 열두 번으로 충분할지, 충분하지 않을지를.

손가락이 움직였다. 다섯 명. 열두 번.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과거를 보기 위해서도,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횟수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 깨달음이 가슴을 죄었다.

"소우."

운무가 밖으로 나왔다. 손에는 낡은 종이와 검, 그리고 시파의 기록들이 들려 있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강호로 간다. 그리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선생님. 혈월검을 사용하실 때마다 당신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셨습니까?"

소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목소리 아래에는 깊은 슬픔이 숨어 있었다.

"알고 있다."

운무가 답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신 것입니까?"

운무는 오래 침묵했다. 소우의 눈을 마주봤다. 그 눈에는 십 년의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형들과 누나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그 무게가.

그 무게를 마주하면서, 운무는 무언가 깨달았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자신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죽음이 올 때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려는 것뿐이다.

"나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운무가 천천히 말했다.

"나는 유산을 남기려 한다. 너를 포함한 모든 제자들의 이름을. 시파의 검법을. 그리고 강호에 진실을."

"그것이 복수보다 어렵습니다, 선생님."

소우가 말했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차가운 현실주의자에서 한 명의 전사로 변한 눈빛. 십 년 동안 혼자 기다린 그 눈빛.

"당신이 죽을 때까지, 저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운무는 소우를 바라봤다. 그의 막내 제자. 십 년 전 그 어린 얼굴은 이제 성숙한 검객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 얼굴에서 운무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 그리고 이제라도 이루어야 할 것들을 본다.

"먼저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소우가 품 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명진. 이자가 명검파의 파주이며, 정파연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운무는 그 이름을 받았다. 명진. 각각의 글자를 읽을 때마다, 십 년 전의 그 밤이 떠올랐다. 비명 소리, 검의 부딪치는 소리, 제자들이 쓰러지는 소리.

소우는 계속 말했다.

"그는 당신을 광객으로 만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했습니다. 당신의 제자들을 죽이고, 당신의 검을 빼앗고, 당신을 강호에서 지워버리려 했습니다."

소우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차가운 분석이 아닌, 깊은 원한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를 만나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이 더 있습니다."

소우가 잠시 멈췄다. 그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패왕파의 파주 운경입니다. 검술 실력은 당신과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명진과는 다릅니다."

소우는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명진이 당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반면, 운경은 당신과 직접 대결하기를 원합니다. 그는 당신의 검술을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합니다. 그 두려움이 그를 광기로 몰아갑니다."

운무는 소우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멀리 강호를 향해 있었다. 명진과 운경. 그 두 이름이 그의 마음 속에 새겨졌다. 한 명은 음모의 주인이고, 한 명은 광기의 화신이다.

"나머지 오맹주들은 강호 진입 후 차례대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소우가 말했다.

"지금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명진뿐입니다."

운무는 소우를 바라봤다. 그의 막내 제자. 십 년 동안 혼자 이 모든 것을 준비해온 검객.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명진을 만나야 한다."

운무가 말했다.

"혈월검으로 과거를 볼 것이다. 그리고 진실을 강호에 드러낼 것이다."

"선생님. 명진의 본거지는 명검파의 총본산입니다. 그곳은 강호에서 가장 방어가 철저한 곳 중 하나입니다."

소우가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현실적인 우려가 담겨 있었다.

"수백 명의 제자들이 있고, 그들의 검술 수준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당신이 혈월검을 사용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뜻이군."

운무가 소우의 말을 끝냈다.

"그렇다면 더욱 빨리 가야 한다."

운무는 검을 들어올렸다. 칼날에 저녁 햇빛이 반사되었다. 그 빛은 마치 피처럼 붉었다.

"내가 들어가겠다고 하면 들어간다. 그것이 검객의 길이다."

소우는 운무의 모습을 바라봤다. 십 년 만에 다시 서 있는 그 강한 모습. 하지만 그 강함 아래에는 깊은 슬픔이 흐르고 있었다.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슬픔. 하지만 동시에 그 죽음이 의미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함께.

"강호로 가겠습니다, 선생님."

소우가 말했다.

"함께."

그들은 오두막을 떠났다. 산골 마을의 고요함은 다시 돌아왔지만, 그 고요함은 이제 운무가 있던 곳의 고요함이 아니었다. 단지 빈 껍질만 남겨진 고요함이었다.

강호로 가는 길은 멀었다. 하지만 운무는 이미 자신의 길을 정했다. 그 길의 끝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열두 번의 검 휘두름.

그것이 그에게 남겨진 시간이었고,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자신의 유산을 남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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