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한강 다리 아래 계단

이준호의 손가락이 창백했다.

협회 특수팀의 발소리가 계단 위에서 울려 내려왔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박시연 감시관의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당신이 뭘 하려는 건지 말해봐요."

이준호는 계단 모서리에 앉았다. 위층에서 "F급 헌터, 항복하고 나와!"라는 고함이 울렸다. 김민재가 그들을 막고 있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말할 시간이 없어요."

"그럼 도망가세요. 지금 당신은 협회 추적 1순위다. 임준석이 직접 체포 지시를 내렸어요."

이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박시연의 목소리에는 뭔가 다른 게 있었다. 의무적인 경고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었다.

"왜 전화를 했어요?"

침묵이 흘렀다. 위층에서 발소리가 더 빨라졌다.

"...당신이 정말 시스템을 바꾸려는 거라면, 계속 도망만 다닐 수는 없을 거예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협회는 당신을 영구 추적 대상으로 지정할 거고."

이준호가 일어섰다. 계단을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알고 있어요."

"그럼 어디로?"

"약자연대 은신처로."

통화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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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외곽 낡은 공단

5층 건물 지하실. 약자연대의 은신처는 정태민이 찾은 곳이었다. 폐점한 헬스장 지하, 천장은 낡고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지만 협회의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였다. 이미 30명 이상의 저등급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이준호가 들어서자 모두가 돌아봤다.

정태민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형! 괜찮아? 뉴스 봤어. 협회에서 너한테 체포 영장을..."

"알아. 여기서 얼마나 있을 수 있어?"

한 명의 나이 많은 헌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섰다. 이준호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

"하루 이틀 정도면 협회 드론이 이 구역을 스캔할 거예요. 그 이후론 위험하다."

"이름이?"

"이강수. E급이고, 헬스장 이전 사장이었어. 정태민이가 우릴 소개했어."

이준호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지하실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다들 왜 여기 왔어?"

"그건... 우리가 물어봐야 할 것 아닌가요?"

여자 목소리였다. 20대 초반, 검게 그을린 피부의 여성 헌터. 이미라였다.

"당신이 F급으로 C급 던전을 혼자 클리어했대. 협회 판정과 다르게. 그게 사실?"

"사실이야."

"그럼 당신은 뭐예요? 정말 F급 자질이 아니고, 협회가 착각한 거예요? 아니면..."

이준호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절망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F급으로 살아온 10년의 절망, 그리고 혹시 모를 가능성의 희망.

"아니다. 나는 진짜 F급이야."

이미라의 눈이 흔들렸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럼 어떻게..."

"내가 협회에서 체포당하려는 이유가 등급 위변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아줄 사람 있어?"

정태민이 손을 들었다. 다른 몇 명도 천천히 손을 올렸다.

"협회는 내가 등급을 속였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어. 이 시스템 자체가 부당하다는 걸 누군가가 증명하기 시작했다는 거."

이강수가 다가왔다.

"그래서 당신을 없애려는 거네요."

"맞아."

"근데 왜 자수하지 않아? 협회에 가서 진실을 말하면..."

"진실? 협회가 원하는 진실은 내가 능력을 속인 거고, 나는 그걸 인정해야 해. 그래야 시스템이 유지돼. 근데 우린 알아. 이 시스템이 얼마나 썩었는지."

이미라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예요?"

이준호가 천천히 일어섰다. 지하실 전체가 보였다. 곰팡이 냄새, 물 고이는 소리, 그리고 30명 이상의 약자들이 내는 숨소리.

"우리가 협회에 맞서는 거야. 공식적으로."

"미쳤어. 협회는 국가 기관이고..."

"알아. 근데 우리가 더 많아. 이 나라에 F급과 E급이 몇 명이냐고? 100만 명 이상이야. 그 중에 진짜로 변하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정태민이 일어섰다.

"형이 뭘 하라고 하면, 다 할 거야."

다른 이들도 천천히 일어났다. 이미라도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이강수가 중얼거렸다.

"약자연대.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정보 공유 모임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다른 걸 하는 시간이야."

이준호가 정태민을 바라봤다.

"지금 약자연대 멤버가 몇 명이야?"

"오늘까지 600명 정도. 게시판에서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야. 처음엔 등급 시스템 문제를 공유하는 정도였는데, 너한테 체포 영장이 나오면서 달라졌어. 사람들이 뭔가 느낀 거 같아. 이게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조직했어?"

"처음엔 게시판 댓글로 시작했어. 한 명이 '협회 등급 판정이 부당하다'고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댓글로 달았어. 그러다 개인 카톡방이 생겼고, 나중에 오프라인 모임도 시작됐어. 사람들이 직접 찾아왔어. 너한테 뭔가 있다고 느껴서."

이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한테 알려. 내일 오전 10시, 협회 본부 앞에 모이라고."

"뭐, 뭐 하려고?"

"시위."

침묵이 흘렀다.

이미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미쳤다. 협회 본부 앞에서 시위? 그럼 다 잡혀가는 거잖아."

"그래. 그래서 좋아."

"뭐가 좋은데?"

이준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금까지 우린 숨어 있었어. 협회가 우릴 무시하니까. 근데 이제 다르다. 우리가 숨지 않으면, 협회가 우릴 무시할 수 없어. 600명의 약자가 협회 앞에 서 있으면, 그건 뉴스가 되고, 세상이 본다. 협회가 우릴 잡으려면, 세상 앞에서 우릴 잡아야 해."

정태민의 눈이 반짝였다.

"형이 진짜..."

"정태민아, 너는 게시판에 글을 올려. 내용은 간단해. '등급 시스템은 부당하다.' 딱 그것만. 그리고 내일 협회 본부 앞에 모이자고."

"근데 이건 불경죄죄 아니야? 협회 모독?"

"그럼 더 좋지. 600명이 동시에 불경죄죄를 저지르면, 협회가 다 잡을 수 없어."

이강수가 다가왔다.

"당신, 정말 이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네요."

"바꾸는 게 아니라 부셔야 해. 이 시스템은 고쳐질 수 없어. 100년이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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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 본부 11층 회의실

밤 11시. 임준석 회장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약자연대 게시판이 떴다. 정태민의 글이 1시간 만에 5,000개의 댓글을 받았다.

"등급 시스템은 부당하다."

단 여섯 글자.

댓글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나도 F급인데 이거 진짜 부당해."

"협회는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일 가야겠다."

임준석의 얼굴이 굳었다.

옆에 앉은 특수팀 팀장이 보고했다.

"회장님, 이준호는 아직 추적 중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협회 드론이 지난 한 시간 동안 이준호의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어요. 은신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임준석이 손을 들었다.

"모든 드론을 출동시켜. 서울 전역을 스캔해. 그리고..."

그는 화면을 다시 바라봤다.

"저 게시판을 폐쇄하고, 정태민을 체포 대상으로 지정해. 그리고 내일 10시, 협회 앞에 모이는 모든 사람들을 기록해. 나중에 하나씩 처리할 거야."

"협회 앞에서 그렇게 하면 언론이..."

"언론? 협회는 언론도 통제한다. 그들이 뭘 말하든 협회의 진실이 있을 뿐이다."

임준석이 일어섰다. 그의 뒷모습은 냉혹했다.

"이 모든 것을 진압하라. 무력으로든."

특수팀 팀장이 경례를 했다.

"예! 회장님! 내일 오전 6시 특수팀을 출동 대기 상태로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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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 감시 센터

같은 시간. 박시연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정태민의 글을 읽고 있었다.

옆 사람이 물었다.

"감시관님, 뭐 봐요?"

박시연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갈등이 드리워져 있었다. 10년을 협회에서 일하며 시스템의 부당함을 봤다. 하지만 그 부당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직책 때문에.

이준호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포기하고 나섰다.

박시연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떨렸다. 그녀는 마우스를 들었다. 협회 내부 시스템에 접근했다. 화면에 비밀번호 입력창이 떴다. 손가락이 흔들렸다. 이 순간, 그녀는 협회를 떠나는 것이다.

그녀는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접근 권한이 열렸다. 임준석의 일정, 특수팀의 진압 계획, 그리고 20년 전 강현철 사건의 기록들. 모든 것이 화면에 떠올랐다.

박시연은 깊게 숨을 쉬었다. 옆 감시관이 화장실을 다녀갔다. 그 순간을 노렸다. 손가락이 떨리는 와중에도 박시연은 파일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강현철 사건 기록, 협회의 폭력적 진압 지침, 임준석의 지시문. 하나씩 USB에 담겨 갔다.

진행률이 올라갔다. 25%. 50%. 75%.

화장실에서 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박시연은 USB를 뽑고 주머니에 넣었다. 100%가 되는 순간, 그녀는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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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실, 새벽 3시

이준호가 정태민에게 물었다.

"협회 반응 뭐야?"

정태민이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게시판 폐쇄됐어. 내 계정도 정지됐고. 근데..."

"근데?"

"오프라인 모임이 생겼어. 카톡방, 디스코드... 약자들이 알아서 연결되고 있어. 내일 협회 앞에 몇 명이 올지 모르지만, 300명은 될 것 같아."

"300명이면 충분해."

이준호가 천장을 바라봤다. 낡은 천장 위로는 서울 야경이 있을 것이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창백해지는 걸 느꼈다. 지난 며칠간 수명이 얼마나 소진됐는지 알 수 있었다. 시력이 흐려지고, 어지럼증이 자주 찾아왔다. 손뿐만 아니라 목 주변도 투명해지는 중이었다.

"정태민아."

"응?"

"혹시 이게 잘못된 건 아닐까?"

"뭐가?"

이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협회에 잡혀가고, 처벌받는다면?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은 거의 투명할 지경이었다.

"내 수명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어지럼증도 있고, 시력도 흐려지고 있어. 혹시 내가 내일을 못 보는 건 아닐까?"

정태민이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형, 우리는 이미 피해 받고 있었어. 매일매일. F급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은 그걸 눈에 띄게 만든 거야. 눈에 띄게 되니까, 이제 보이는 거고, 보이니까 변할 수 있는 거야."

"그래도..."

"형이 내일을 못 본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 싸울 거야. 형이 시작한 거니까. 형이 보여준 길이 있으니까."

이준호가 정태민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절망이 없었다. 처음으로.

이강수가 다가왔다.

"이준호, 내일 협회가 어떤 대응을 할지 알아?"

"모르지. 하지만 그들이 우릴 무시할 수는 없을 거야. 600명이 공개적으로 협회에 맞서면, 그건 이미 뉴스가 되는 거고."

"그래도 위험해. 협회는 국가 기관이고, 특수팀은 무장한 상태야."

"알아. 그래서 더 중요해. 우리가 당당하게 나가야 해. 숨지 말고, 겁내지 말고."

그때, 지하실 문이 열렸다.

모두가 긴장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들어온 사람은 김민재였다.

그의 협회 유니폼은 벗겨져 있었고, 그 아래는 평범한 옷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정태민이 일어섰다.

"어? 넌 누구야?"

"협회 기사 김민재예요. 혹은... 더 이상 협회 기사는 아니고."

이준호가 일어났다.

"민재, 뭐 한 거야?"

김민재가 지하실로 완전히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USB 드라이브가 들려 있었다.

"시스템을 지키는 것보다, 바꾸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협회를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침묵이 흘렀다.

이미라가 중얼거렸다.

"A급이 협회를 떠났다고?"

"네. 그리고..."

김민재가 USB를 들었다.

"박시연 감시관이 협회 내부 문서를 복사해서 보냈어요. 임준석이 내일 특수팀을 출동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거. 그리고 강현철이라는 S급 헌터가 20년 전에 협회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증거도 있어요."

이준호가 물었다.

"강현철을?"

"네. 협회는 그가 시스템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제거했어요. 그리고 그 기록을 모두 지웠죠. 하지만 문서는 남아 있었어요. 당신이 폐허 던전에서 찾은 시체, 그게 강현철이었어요."

정태민이 물었다.

"그럼 협회가 내일 우리를 진압할 때, 이 문서를 공개하면..."

"협회의 정당성이 흔들려요. 100년 동안 유지해온 시스템이 폭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드러나니까요."

이강수가 중얼거렸다.

"혁명이군."

이준호는 김민재를 바라봤다.

"박시연과는 어떻게 연락했어?"

"협회 기사 채널로 비밀 신호를 보냈어요. 내가 이준호를 찾으러 간다고. 그러면 협회를 떠난다는 뜻이죠. 박시연은 그 신호를 받고 USB를 준비했어요. 내가 탈출할 때 협회 감시 센터에서 빠져나갔고,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만났어요."

"위험했겠네."

"네.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에요. 내일 협회 앞에서 당신들과 함께할 거고, 이 증거들을 공개할 거예요."

정태민이 물었다.

"그럼 협회는 우리를 진압할 때 이 증거들까지 없애려고 할 텐데?"

"그래서 동시에 여러 채널로 배포할 거예요. 언론, SNS, 온라인 커뮤니티. 협회가 모두 통제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준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시연은?"

"안전한 곳으로 빠졌어요. 내일 아침에 뉴스 채널에 제보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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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 본부 지하주차장

새벽 6시. 임준석이 특수팀 대원들을 앞에 두고 서 있었다. 100명 이상의 대원들이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 오전 10시, 협회 본부 앞에 불법 시위대가 모일 거다. 그들을 저지하거나, 체포하거나, 필요하면 진압하라. 이준호를 발견하면 우선 체포를 시도하되, 저항하면 무력 진압도 허가한다. 이해했나?"

"예! 회장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록해. 나중에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할 거야."

임준석이 돌아섰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있었다. 100년 정착된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리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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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 본부 앞

오전 9시 50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9시 50분, 200명.

9시 52분, 350명.

9시 55분, 550명.

9시 58분, 800명.

계속 늘었다.

F급 헌터들. E급 헌터들. 그들의 가족들. 심지어 일반인들도 있었다.

정태민이 현수막을 들었다.

"능력이 아닌 신분으로 판단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미라가 다음 현수막을 들었다.

"100년의 억압에서 벗어나자."

다른 이들도 손팻말을 들었다.

"시스템을 바꿔라!"

"등급 제도 폐지!"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구호들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뉴스 카메라가 돌아왔다. 실시간 중계가 시작되었다. 댓글이 1초마다 수천 개씩 달렸다.

협회 본부 옥상에서 임준석이 화면을 봤다. 그의 얼굴이 굳어갔다.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특수팀 팀장이었다.

"회장님, 긴급입니다! 서울 전역의 던전에서 동시에 몬스터들이 출현했습니다. 수백 마리. 봉인이 풀린 것 같습니다!"

임준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뭐라고?"

"강남역 던전, 여의도 던전, 강북 던전... 모두 동시에요. 이건..."

임준석은 화면을 봤다. 협회 본부 앞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이준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가락은 거의 투명할 지경으로 창백했지만,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 김민재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A급 기사의 존재감이 시위대를 감싸고 돌았다.

임준석은 깨달았다. 이것이 함정이었다는 걸. 협회가 시위를 진압하는 동안, 누군가가 던전 봉인을 의도적으로 약화시켰다는 걸.

그리고 그 누군가는 협회 내부에 있었다.

협회 본부 앞에서는 구호가 점점 커져 갔다.

"약자연대!"

"약자연대!"

"약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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