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함정의 그림자

보건실의 형광등이 꺼질 무렵, 레오는 카이와 마주했다.

"왜 자꾸 튀어나와?" 카이의 목소리가 얇게 떨렸다. 아리아가 침대에서 깨어나지 않은 지 이틀째였다. "넌 이미 눈에 띄었어. 더 이상 숨을 수 없어."

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아카데미의 밤이 보였다. 횃불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수색의 신호였다.

그날 오후의 일은 명확했다.

기초 실습장. 루이는 일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레오를 무릎 꿇리듯이 앞에 불러냈다.

"혼종이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우리가 착각한 건 아닐까?" 루이의 말투는 순진했다. 그러나 눈빛은 사냥꾼의 것이었다. "증명해봐, 레오. 저 촛불에 불을 붙여. 아주 간단한 마법이잖아."

레오는 루이의 얼굴을 봤다. 미소. 완벽한 미소. 그 아래 숨겨진 이빨.

"할 수 없어."

"그럼 넌 마법사가 아니지. 혼종은 혼종이고."

"맞아."

"그럼 넌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레오는 침묵했다. 실습장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학생들의 눈이 일제히 레오에게 쏠렸다. 그들의 시선 무게가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루이가 한 발 다가섰다. "혼종 같은 게 아카데미에 있으면 안 돼. 우리 모두 알지? 총장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넌 여기서 죽어야 돼."

레오의 손가락이 떨렸다.

"또는 증명해. 넌 정말 마법사가 될 수 있다고. 그 촛불을 켜."

순간, 레오의 눈이 변했다.

마법 파장이 보였다. 촛불 주변의 마나가 푸른 선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동시에 현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촛불의 물리적 무게, 공기의 밀도, 중력의 흐름. 두 세계가 동시에 열렸다.

레오는 손을 들었다.

손가락에서 빛이 흘렀다. 마법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둘의 경계에 존재하는 빛. 그 빛이 촛불을 스쳐갔고 불꽃이 일어났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끔찍했다.

레오의 눈동자가 마법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번쩍였다. 금색과 검은색이 섞여 소용돌이쳤다. 목과 쇄골에 새겨진 문양이 빛나올랐다.

실습장이 얼어붙었다.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뭐야?"

"나가."

레오가 말했다. 목소리가 아니라 진동이었다. 현실과 마법이 동시에 울렸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루이만 남았다. 루이의 입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그 순간 루이의 눈이 변했다. 공포에서 증오로. 증오에서 확신으로.

"봤다. 다들 봤지?" 루이가 외쳤다. 목소리가 높았다. "혼종이 마법을 쓴다고!"

***

소문은 불처럼 퍼졌다.

"혼종이 마법을 썼어."

"아니, 그게 마법이야? 그건 뭔가 다른 거 같은데."

"어쨌간 위험하다는 거 아냐?"

"아카데미가 위험해."

복도를 지날 때마다 시선이 따라왔다. 레오는 걸음을 빠르게 했다. 카이의 방으로 가려고 했다. 카이는 자신을 봤다. 카이는 알고 있다.

그런데 카이가 아니었다.

격리 구역 3의 복도에서 레오는 루이와 마주쳤다. 루이의 뒤에는 순혈 학생들이 서 있었다. 여덟 명. 아니, 열 명.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혼종." 루이가 말했다.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내가 뭘 했는데?"

"뭘 했냐고?" 루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넌 존재했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레오는 뒤를 돌아 뛰었다.

***

보건실의 셀린느는 침착했다. 너무 침착했다.

"소문이 빠르군요." 셀린느가 레오를 보지 않고 말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총장이 명령을 내렸습니다."

"뭔... 명령이요?"

"혼종 색출 작전. 공식 선포."

셀린느가 돌아섰다. 그 얼굴은 이전의 것이 아니었다. 보호자의 얼굴이 아니라 관료의 얼굴. 차갑고 거리감 있는.

"부총장님, 제가..."

"당신을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습니다." 셀린느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주 작게, 그러나 명확하게. "당신이 그 마법을 썼다면, 이제 아무도 당신을 평범한 학생으로 볼 수 없습니다. 아카데미 전체가 당신을 찾을 겁니다."

"아리아는?"

셀린느가 침묵했다.

"아리아는 어디 있어요?"

"여전히 허공의 부유 상태입니다. 깨어날 가능성은..."

"없단 말이네요."

"네."

레오는 보건실의 벽에 손을 짚었다. 벽이 흔들렸다. 아니, 흔들린 게 아니었다. 벽의 마나 파장이 흔들렸다. 현실의 무게가 변했다. 레오의 손가락에서 빛이 흘렀다.

셀린느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숨으세요." 셀린느가 말했다. "아카데미 어디든 숨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라면 당신은 투명할 겁니다."

"투명한 건 벌써 싫은데요."

셀린느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죽고 싶어요?"

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

카이는 옥상에 있었다.

"왜 자꾸 튀어나와?" 카이가 처음 한 말이 이것이었다. "넌 이미 눈에 띄었어. 더 이상 숨을 수 없어."

"그래."

"그럼 왜?"

레오는 아카데미의 밤을 봤다. 횃불이 꺼졌다. 그 자리에 다른 빛이 켜졌다. 마법의 빛. 검색을 위한 빛.

"숨는 게 싫어서."

카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슬픈 웃음. "그럼 뭘 할 거야? 싸워? 넌 아직 루이를 못 이겨."

"내가 강해지면?"

"강해져도 이길 수 없어. 넌 혼종이고, 그건 아카데미의 법칙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는 존재야."

"법칙을 바꾸면?"

카이가 레오를 봤다. 그 눈에는 미움과 연민이 함께 있었다. "넌 미쳤어."

"아니야. 난 그냥 피곤해. 계속 도망치는 게. 계속 숨는 게."

카이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 "그럼 뭐 할 거야?"

"모르겠어."

카이의 눈이 더 흔들렸다. 혼란과 동경이 섞여 있었다. 그는 레오의 말 속에서 자신이 오래 억눌러온 것을 마주하고 있었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기만 해온 자신. 하지만 그 안에서 계속 느껴온 공허함. 평범함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증.

"나도 모르겠어." 카이가 중얼거렸다. "계속 이대로 살아야 하나. 그냥 주어진 대로."

***

깊은 밤, 총장실.

카시안의 눈이 검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셀린느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서 있기만 했다.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은 혼종을 보호했다."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셀린느가 입을 열었다.

"이는 배신입니다."

"총장님, 제가..."

"당신의 권한을 박탈합니다." 카시안이 손을 들었다. 검은 빛이 흘렀다. 셀린느의 팔에서 휘장이 벗겨졌다. 부총장의 증표가 떨어져 바닥에 부딪쳤다. "혼종 레오를 체포하라. 저항하면 제거하라."

"총장님!"

"가십시오."

셀린느가 물러나갔다. 그 뒤로 아카데미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복도의 횃불이 켜졌다. 모든 교실의 문이 열렸다. 모든 학생이 일어섰다.

검색이 시작됐다.

그리고 어둠 속의 어딘가에서, 레오의 눈이 또 다시 빛났다.

***

옥상의 가장자리. 레오는 발이 허공에 닿도록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떨어지면 어디로 갈까. 이계로? 아니면 그냥 어두움 속으로?

"여기 있었네."

카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레오는 돌아보지 않았다.

"날 찾으러 온 거야, 아니면 날 잡으러 온 거야?"

"아직 모르겠어." 카이가 가까워졌다. 옥상의 바람이 그의 검은 옷깃을 펄럭였다. "총장이 명령을 내렸거든. 혼종을 보면 체포하라고. 근데 넌..."

"날 잡을 수 없다?"

"날 할 수 없어."

레오가 그제야 돌아봤다. 카이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명확했다. 곱게 정렬된 이목구비, 하지만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 흔들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뭔가를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왜?"

카이가 한 발 물러섰다. "넌 계속 물어만 봐. 왜, 왜, 왜. 그건 내가 알아야 할 일이야."

그 순간, 아래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많은 발소리. 시스템적이고 조직화된 움직임. 수색대.

"들었어?" 카이가 말했다. "이미 시작됐어. 넌 숨어야 해."

"숨기 싫어."

"뭐?"

"난 숨기 싫다고." 레오가 일어섰다. 옥상의 돌 위에 섰다. 바람이 그의 머리를 헝클었다. "계속 투명한 척하고, 계속 작아지고, 계속 존재하지 않는 척하는 게. 난 지쳤어."

"그럼 뭘 하려고?" 카이가 다가섰다. 손을 뻗어 레오를 잡으려 했다. "넌 루이도 못 이겨! 넌 순혈도 아니고, 각성자도 아니고, 그냥 혼종이야! 혼종은 아카데미에서 존재할 수 없어!"

레오가 카이의 손을 보았다. 그 손에서 흘러나오는 마나 파장을 감지했다. 따뜻한 색깔. 불안정한 진동. 카이는 레오를 잡으면서도 동시에 놓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의무와 욕망의 충돌이었다.

"존재할 수 없다는 법칙이 잘못됐으면?"

"법칙을 바꿀 수 없어. 그건..."

"불가능하다고 누가 정했어?"

카이가 입을 다물었다. 그 눈이 더 흔들렸다. 혼란과 동경이 섞여 있었다. 그는 레오의 말 속에서 자신이 오래 억눌러온 것을 마주하고 있었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기만 해온 자신. 하지만 그 안에서 계속 느껴온 공허함. 평범함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증.

그때였다.

옥상의 문이 열렸다.

루이가 들어왔다. 그 뒤로 수색대원들이 따라들어왔다. 다섯 명. 모두 마법을 다루는 학생들이었다.

"찾았다." 루이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이 아니라 승리의 쾌감이었다. "혼종. 그리고 배신자."

"루이, 날 잡은 게 아니라 피해가는 거 같은데?" 카이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그의 마나 파장이 급상승했다. 원소 마법의 준비 단계. 결정의 순간이 왔다. "내가 방해하면?"

"넌 그럴 수 없어. 넌 계속 흔들릴 테니까."

루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불꽃이 피어올랐다. 작지만 정교한 불꽃. 그것이 카이를 향해 날아갔다.

카이가 손을 들었다. 물의 파장이 불꽃을 흩어뜨렸다. 스팀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레오가 움직였다.

옥상의 돌 위에서 뛰어내린 게 아니라, 돌을 통과했다. 마법 파장과 현실의 무게를 동시에 조종하며,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루이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뭐... 뭐야?"

레오의 눈이 빛났다. 검은 색이 아니라 은색. 그것도 아니라 투명한 색. 두 세계가 섞인 색. 마법과 현실이 한 점에서 만나는 색.

루이가 마법을 발동했다. 가시 모양의 에너지가 레오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강력한 공격 마법. 순혈이 가진 진정한 힘.

하지만 그것은 레오에게 닿지 않았다.

레오의 손가락이 공기를 할퀴었다. 아주 작은 동작. 그 손가락이 루이의 마나 구조와 만나는 순간, 현실의 물리 법칙이 마법의 흐름에 침투했다. 마나가 흐르는 경로에 무게와 저항이 생겼다. 루이의 마법이 자신의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갈라졌다. 좌우로 흩어졌다. 그 사이로 레오가 나아갔다.

루이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불가능해... 넌 마법을 쓸 수 없어야..."

"난 마법을 못 써. 그래서 다르게 봐."

레오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루이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떨렸다. 욕망으로 뒤틀린 불꽃처럼. 레오는 그 떨림 속 균열을 본다. 타인을 짓밟고 싶은 욕구가 만드는 약점을.

레오의 손이 루이의 가슴에 닿았다.

루이의 마나 구조가 흔들렸다. 레오의 손가락이 만지는 순간, 현실의 무게가 그 안으로 흘러들었다. 마법의 순환 경로가 물리적 저항에 짓눌렸다. 루이가 자신의 마법을 조종할 수 없게 되었다. 순혈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것을.

루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이 옥상 전체에 울렸다. 수색대원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카이가 앞을 막았다. 물의 벽을 세워. 불꽃으로 뚫리지 않는 벽을. 그것은 선택이었다. 주어진 질서에 저항하는 선택. 카이의 내면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었다.

"가. 지금이야."

카이가 레오를 밀어냈다. 옥상의 한쪽 끝으로. 바람이 흐르는 쪽으로.

"카이, 넌..."

"후회는 나중에 할 거야."

***

아카데미의 어둠은 깊었다.

레오는 복도를 달렸다. 발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혼종의 감각으로 벽의 마나 파장을 읽어 숨겨진 통로를 찾았다. 그곳으로 들어갔다.

돌 벽이 그를 안았다.

뒤에서 발소리가 멀어졌다. 검색대가 방향을 잃었다. 아카데미의 일반 학생들은 혼종의 감각으로 만든 길을 감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명은 달랐다.

"여기 있군요."

셀린느가 통로의 입구에 나타났다. 하지만 손에는 마법의 빛이 없었다. 권한을 박탈당한 그녀는 더 이상 아카데미의 관료가 아니었다.

"부총장님..."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셀린느가 한 발 안으로 들어왔다. 그 얼굴은 갈등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관료로서의 의무와 혼종으로서의 연대 사이에서 흔들리던 것이 결정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난 이제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도망칠 수 있습니다."

"어디로?"

"아래로." 셀린느가 손가락으로 돌 위에 문양을 그었다. 현실의 무게가 변했다. 돌이 부드러워졌다. 아래 방향으로. "이계의 심장. 45년 전 혼종들이 만든 그곳. 당신은 그곳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아리아는?"

"당신이 깨워야 합니다."

레오가 돌의 틈을 내려다봤다. 그 아래로 빛이 흐르고 있었다. 마법의 빛이 아닌 현실의 빛. 아니, 둘이 섞인 빛.

"당신을 왜 도와요?"

셀린느가 웃음을 터뜨렸다. 슬픈 웃음이었다. "내가 한 번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투명한 자리에. 혼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그녀는 목에 손을 가져갔다. 옷깃이 내려갔다. 그곳에는 검은 문양이 있었다. 아주 희미한 문양. 45년을 견디며 옅어진 문양. 그 문양은 그녀의 삶 전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숨겨야 했던 정체성. 관료로서 지켜야 했던 질서. 그 속에서 희미해져간 자신의 본질.

"그 자리에서 누군가 날 도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난 혼자였어요."

레오는 그 문양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자신도 언젠가 그렇게 될까 하는 두려움과, 동시에 셀린느가 걸어온 길이 자신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밀려왔다.

"내려가세요." 셀린느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현재의 갈등이 담겨 있었다. 관료로서의 의무와 혼종으로서의 연대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결국 선택한 것. "그리고 기억하세요. 당신은 투명한 게 아닙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건 다릅니다."

레오가 내려갔다. 돌의 틈으로. 현실과 마법의 경계로.

***

보건실은 조용했다.

아리아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초점이 없었다. 허공의 부유 상태. 두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 이전 화에서 그녀가 혼종의 각성에 휘말려 현실과 마법 사이에 갇힌 이후로,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레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리아. 깨어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리아는 여전히 허공 어딘가에 떠 있었다.

"난 널 혼자 남겨두기 싫어."

여전히 침묵. 하지만 레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두 세계의 경계를 감지하는 혼종의 감각을 모두 집중시켰다.

"깨어나. 제발."

그의 목소리는 간청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혼종의 감각으로 두 세계의 경계를 흔들며, 아리아를 향해 강하게 호소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감정의 파동이었다. 두 세계를 오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쏟아내며, 허공의 부유 상태에서 끌어올렸다. 그의 손이 떨렸다. 목에 핏줄이 서렸다. 절박함이 신체를 지배했다.

그때였다.

아리아의 눈이 움직였다. 아주 작게. 하지만 명확하게.

손가락이 경련했다.

입술이 떨렸다.

"레... 오?"

목소리가 나왔다.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여기야. 여기 있어."

레오가 그녀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혼종의 감각으로. 두 세계의 경계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허공의 부유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강하게 끌어당겼다.

아리아의 눈이 초점을 맺었다. 현실로 돌아왔다. 그 눈이 레오를 찾았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그를 인식했다.

"우리 도망쳐야 해."

"알아."

"아카데미가..."

"알아. 다 알아."

그 순간, 보건실의 문이 열렸다.

카시안 총장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검은 빛이 모여 있었다. 차원을 조종하는 마법. 그것을 모아 창 모양으로 만들고 있었다. 셀린느의 권한 박탈 직후, 그는 즉시 이 자리에 나타났다. 혼종들이 움직이기 전에 끝내려는 의도였다.

"혼종들."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제 끝입니다."

레오가 아리아를 들어 올렸다. 여전히 약한 그녀를 안고.

"도망쳐."

"넌?"

"넌 가. 난 막을게."

레오가 보건실의 창을 향해 달렸다. 카시안의 마법이 뒤따라왔다. 검은 빛이 공기를 가르며.

그 순간, 레오의 눈이 다시 빛났다.

은색과 검은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현실과 마법이 부딪치는 그곳에서.

그리고 창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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