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이계로의 낙하

검은 마법이 아리아의 어깨에 닿는 순간, 세계가 기울었다.

"아리아!"

레오가 외쳤다. 손에서 나오는 빛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카시안의 검은 선단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리아의 몸이 흔들렸고, 그녀의 눈이 떠졌다. 그 안에는 계산된 겸손함이 아니라, 처음으로 드러난 진정한 공포가 있었다.

"내가 너무 무거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아리아가 아니었다. 완벽한 학생 아리아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짜 가면을 쓰고 살아온 혼종이 드러난 것이었다.

세 사람은 이계의 광활한 혼종 도시 위 공터로 떨어졌다. 몸이 땅에 닿는 순간, 레오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펼쳤다. 주변의 마나 흐름을 감지하고, 동시에 현실의 무게를 버텨냈다. 혼종의 감각이 그를 휘감았다.

아리아와 카이는 몸을 굴렸다. 카이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일어나."

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아리아는 그것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검은 빛이었다.

"뭐야?"

카이가 일어서며 외쳤다. 아리아의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르는 그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마법도 현실도 아닌, 둘 사이의 경계 자체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혼종이야."

아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완벽한 학생이라는 가면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처음부터?"

레오가 물었다.

"그래. 5년 전부터."

아리아가 앉은 채로 대답했다. 그녀의 손에서 나오는 빛이 더욱 짙어졌다. 마치 오래 억눌렀던 무언가가 터져 나오듯이.

"현실 세계에선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마법을 감지할 수 없는 투명한 존재였고."

그녀의 손가락이 경련했다. 입술이 떨렸다. 5년 동안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시험 때마다 마법을 흉내 내야 했고,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을 반복했어. 매 순간 자신을 속이면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가가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했다.

"근데 여긴 달랐어. 여긴 내 집이 아니야."

그녀가 주변을 바라봤다. 이계의 혼종 도시는 마법과 현실이 뒤섞여 있었다. 건물들은 마법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기초는 현실의 무게로 버티어 있었다. 그곳은 마법 세계도 현실도 아닌, 둘 다이면서 둘 다 아닌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어디가 네 집이야?"

카이가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5년을 함께한 같은 반 학생이 갑자기 혼종이 되었다는 사실을 처리하기 위해 그의 뇌는 과부하 상태였다.

"모르겠어."

아리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레오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처음으로 진정한 질문이 담겨 있었다.

"넌 어때? 넌 여기가 집인가?"

레오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는 마법 아카데미에도 현실 세계에도 속하지 못했다. 둘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로서, 그는 어디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리아도 같은 상태라는 것을. 5년을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녀도, 사실은 이 경계에서 헤매고 있었다는 것을.

"넌 혼자가 아니야."

레오가 말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아리아는 그것을 바라봤다. 레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자신의 손에서 나오는 빛이 같은 것임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손을 맞댔다.

그 순간이었다.

두 혼종의 감각이 만났을 때, 이계 전체가 울렸다. 마법과 현실의 경계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이 맞닿은 지점에서 광휘가 터져 나왔다. 주변 건물들이 진동했다. 마석으로 이루어진 벽면이 갈라지고, 현실의 기초를 이루는 지반이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이계의 공간 자체가 두 혼종의 공명에 반응하고 있었다. 카이는 눈을 감았다. 그 빛은 마법의 빛이 아니었다. 현실의 무게와 마법의 초월성이 동시에 펼쳐지는 빛이었다.

"이게 뭐야?"

카이가 외쳤다.

"혼종의 공명이야."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셀린느 부총장이 차원의 균열을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놀라움의 미소가 아니라, 예상한 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만족감이 담긴 미소였다.

레오는 아리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공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그 빛 속에서 레오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리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두려움인가, 아니면 해방감인가.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이미 알고 계셨나요?"

레오가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의 가슴은 폭주하고 있었다. 아리아가 혼종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셀린느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

"물론이지."

셀린느가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내려와 세 학생 앞에 섰다. 근처의 공기가 일렁거렸다. 마법이 아닌 현실의 무게와 마법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기는 왜곡이었다. 셀린느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헤치고 지나갔다.

"왜 우리를 이계에 보냈어요?"

아리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5년을 가면을 쓰고 살아온 절망이, 그리고 그 절망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배신당했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었다. 레오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손을 놓으려 했다.

"아리아."

레오가 그녀를 마주봤다. 그 눈에는 배신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것도 있었다.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

아리아는 손을 놓지 않았다.

"너희를 발굴하기 위해서야."

셀린느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발굴이라니요?"

"혼종은 자신의 정체를 깨우지 못하면 평생 숨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계는 다르지. 이 공간에서만 혼종의 진정한 힘이 드러나. 너희가 함께 이계에서 깨어날 때까지, 난 기다렸어."

셀린느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녀의 그림자가 레오와 아리아 위에 드리워졌다.

"너희 둘이 손을 맞댈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처음부터... 계획이었다는 건가요?"

"계획이라기보다는 관찰이었어."

셀린느가 말했다. 그녀의 눈이 아리아를 향했다.

"넌 5년을 완벽하게 위장했다. 마법 감지 능력까지 스스로 만들어냈고.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매일 자신을 속이고, 친구들을 속이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감춰야 했으니까."

셀린느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오히려 더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계는 너를 속이지 못한다. 이곳에서 너의 혼종성은 반드시 드러날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레오. 넌 처음부터 숨기지 않았다. 너는 그럴 수 없었다. 네 혼종성은 너무 강했거든."

레오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말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아리아의 손이 더욱 강하게 자신의 손을 쥐었다. 그 순간, 공명의 빛이 다시 한 번 강해졌다.

"너희는 이 세계의 미래야."

셀린느가 말했다. 그 말의 무게는 엄청났다.

카이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순혈 귀족으로서 자신의 마법 감지 능력이 우월하다고 믿어온 것이 갑자기 무의미해 보였다. 눈 앞의 두 혼종이 내뿜는 공명의 빛 앞에서 자신의 능력은 단지 기술일 뿐이었다. 마법도 현실도 아닌 그 경계의 힘 앞에서 자신이 평생 자랑스러워하던 것은 너무나 작아 보였다. 뼈를 타고 흐르는 깨달음이 있었다. 자신의 마법이 결국 기술일 뿐이라는 것. 그 앞에서 혼종의 공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무언가였다.

"무슨 뜻이에요?"

레오가 물었다.

"지금은 말할 수 없어. 하지만 기억해둬.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 절대로."

셀린느가 손을 들었다. 차원의 균열이 다시 열렸다.

"이제 돌아가야 해. 루이와 다른 팀원들이 깨어나고 있을 거야. 너희의 상태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야."

아리아가 레오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이 만났다. 그 순간, 공명의 빛이 한 번 더 파동을 일으켰다. 둘이 동시에 느낀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결감이었다.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와 완벽하게 이해되고 있다는 그 감정.

"넌 혼자가 아니야."

레오가 아리아에게 말했다.

"알아."

아리아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5년을 혼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이제 누군가를 찾았다는 것을 깨닫는 눈물이었다.

차원 균열이 닫혔다. 셀린느가 사라졌다. 레오와 아리아는 여전히 손을 맞잡고 있었다. 이계의 공명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들 둘의 손에서 나오는 빛은 여전했다.

"어떻게 되는 거야?"

카이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것은 레오와 아리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과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모르겠어."

아리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레오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뭐가 되든..."

레오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작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

돌아온 것은 밤이었다.

아카데미의 보건실 천장이 레오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마치 몇 주를 자고 깬 것처럼. 침대의 차가운 금속 프레임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변을 둘러봤다.

아리아는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눈이 이미 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서는 더 이상 빛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에서 가슴까지, 레오처럼 검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혼종의 표식.

카이는 이미 깨어 있었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뭐가 됐어?"

카이가 물었다.

"모르겠어."

레오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리아가 혼종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숨을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보건실의 의료진이 그것을 봤을 것이다. 루이가 그것을 봤을 것이다. 카이도 봤다.

아리아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의 동작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자신의 몸이 깨지기라도 할 것 같은 조심함으로. 레오와 눈이 만났다. 그 눈은 떨렸지만, 동시에 빛났다.

"지금 뭐 할 거야?"

카이가 물었다.

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없었다. 앞으로 무엇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리아의 손이 다시 한 번 레오의 손을 찾았다.

"우리는 괜찮아."

레오가 말했다.

"왜?"

카이가 물었다.

"혼자가 아니니까."

레오는 아리아의 손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 손에는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있었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의였다.

---

아카데미의 총장실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카시안이 셀린느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분노가 있었다. 검은 빛이 천천히 그의 눈동자를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법의 빛이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였다.

"혼종이 2명이나 활동하고 있다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폭발 직전의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아카데미 건립 이래, 혼종은 항상 한 명씩만 나타나 격리되어 왔다. 2명이 동시에 깨어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네."

셀린느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날씨를 얘기하는 것처럼. 하지만 카시안은 그것이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아카데미의 질서를 흔드는 위협이다."

카시안이 선언했다. 그리고 그의 눈이 더욱 검게 물들어갔다. 그의 손가락이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소리는 작았지만, 그것이 울려 퍼지는 순간 총장실의 모든 것이 진동했다.

"혼종 사냥을 시작한다."

카시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감정이 없었다.

"아카데미 내의 모든 혼종을 격리하고, 그들 사이의 연결을 끊어야 한다. 레오와 아리아를 분리하라. 그들이 다시 손을 맞잡기 전에."

그리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인간의 미소가 아니었다.

"너희 혼종들이 우리를 원했지. 그럼 이제 우리를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의 눈동자가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했다. 마법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셀린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녀가 계획했던 것과 현실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깨닫는 창백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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