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또 다른 자아의 명확화

경찰청 조사실. 오후 2시 43분.

형사 서연우가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다. 화면에는 CCTV 영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준호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목에 수갑은 없었다. 아직 정식 체포 전이었다.

"여기 봐요."

서연우가 노트북을 돌렸다. 화면 속 건물의 진입로. 시간 표시는 오후 4시 12분이었다. 피해자 5호 발견 시간에서 정확히 23분 전이었다.

영상 속의 인물이 건물에 들어갔다. 이준호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색 롱코트, 회색 청바지. 어제 입었던 그 옷이었다.

"이것은 나가 아닙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조했다.

서연우가 웃지 않았다. "얼굴을 봐요. 신분증 사진과 비교해 봤어요. 일치율 99.7%입니다."

"움직임이 다릅니다."

"그래요. 움직임이 다르다. 그런데 얼굴은 같다. 이게 뭐예요?"

이준호가 화면을 지켜봤다. 영상 속의 인물이 건물 복도를 걸어갔다. 걸음걸이가 짧았다. 이준호의 보폭보다 작았다. 어깨의 움직임도 달랐다. 더 경직되어 있었다. 아니면 더 자유로웠다. 이준호는 정의할 수 없었다.

"이 영상이 언제 촬영됐습니까?"

"4시 12분. 피해자가 발견된 시간이 4시 35분이에요. 23분의 시간차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은 4시 5분에 경찰청에 도착했다고 기록했어요. 그런데 현장 도착 시간은 4시 29분이에요."

서연우가 노트북을 다시 돌렸다. 이번엔 다른 영상이었다. 경찰청 지하 주차장. 시간 표시는 4시 5분 14초였다. 이준호의 차량이 주차 공간에 들어가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인물이 보였다. 그것도 이준호였다.

"당신은 이 자리에 있었어요. 4시 5분에. 그런데 누군가 4시 12분에 건물에 들어갔어요. 같은 얼굴으로요."

이준호가 화면을 바라봤다. 눈이 움직이지 않았다.

"4시 5분부터 4시 29분까지 24분입니다. 당신이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에요. 그런데 누군가는 4시 12분에 건물에 들어갔어요. 같은 사람이면 불가능합니다."

"저는 경찰청에 있었습니다."

"네. 당신은 경찰청에 있었어요. 주차장에 차를 세웠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프로파일링팀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4시 7분에. CCTV에 다 나와요."

"그렇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없어요? 당신이 4시 7분에 경찰청에 있었는데, 누가 4시 12분에 건물에 들어갔다는 거예요?"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턱이 움직였다.

"기억이 불완전합니다."

"뭐가 불완전해요?"

"그 시간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서연우가 노트북을 닫았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준호가 서연우를 바라봤다. 눈동자가 움직였다. 작은 움직임이었다. 서연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거짓말의 신호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신호인가. 그녀는 판단할 수 없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기억이 중복되어 있습니다."

"중복된다고?"

"네. 그 시간에 제가 두 곳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연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불안감이 웃음 속에 섞여 있었다.

"당신은 심리학자예요. 이중 인격 같은 소리하지 마세요."

"저는 소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서연우가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봐요. 이 영상이 보여주는 게 뭔지 알아요?"

화면에는 건물 내부 복도가 나왔다. CCTV 각도가 달랐다. 시간은 4시 18분이었다. 영상 속의 인물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이준호였다. 아니면 이준호처럼 보이는 누군가였다.

"이 사람이 뭘 하는 것 같아요?"

이준호가 화면을 봤다. 영상 속의 인물의 손이 보였다. 손가락이 벽을 따라가고 있었다. 뭔가를 찾는 듯이. 아니면 뭔가를 느끼는 듯이.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은 5층으로 올라가요. 피해자 발견 장소가 5층이에요."

서연우가 영상을 빨리감기했다. 시간이 4시 24분으로 넘어갔다. 영상 속의 인물이 5층 복도에 있었다. 손이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505호였다.

"피해자가 있던 방이 505호예요. 이 사람이 그 방에 들어갔어요."

"저는 그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아니라고요? 얼굴이 같은데요?"

이준호의 호흡이 변했다.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천천히 내뱉었다.

"움직임이 다릅니다. 그리고 CCTV 각도상 정확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화질 손상이 있고, 조명이 일정하지 않아요. 게다가 이 영상은 압축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습니다."

"움직임이 다르다고 해서 당신이 아닌 건 아니에요. 당신은 프로파일러잖아요. 사람은 상황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 알잖아요."

"그렇다면 더욱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움직임의 변화는 심리 상태의 변화를 의미할 뿐, 신원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서연우가 이준호를 노려봤다.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근데 증거는 당신을 가리켜요. 지문이 당신 것이고, DNA가 당신 것이고, 얼굴이 당신이고, 신용카드가 당신이고—"

"거짓입니다."

"뭐가 거짓이에요?"

이준호가 테이블을 바라봤다. 테이블의 흠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떨렸다.

"모든 증거가 조작되었습니다."

서연우가 노트북을 닫았다. 날카로운 동작이었다.

"당신은 지금 자신의 증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누가 그걸 조작했어요?"

이준호가 입을 열려고 했다. 다시 닫았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모르겠다고요? 당신은 범인을 추적하는 전문가잖아요. 그런데 자신의 증거를 조작한 사람을 모른다고요?"

"저는 모릅니다."

서연우가 일어났다. 빠른 동작이었다. 불안감이 드러났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준호의 손가락처럼.

"당신 집에서 나온 증거들이 뭔지 알아요? 칼, 장갑, 운동화, 타월—모두 혈흔이 있었어요. 피해자들의 혈흔이 있었어요. 그걸 조작했다는 건 누가요? 누가 당신 집에 몰래 들어가서 살인 증거를 넣었다는 거예요?"

이준호가 서연우를 바라봤다. 눈빛이 변했다. 아주 미묘하게.

"나입니다."

"뭐?"

"저입니다. 저 자신입니다."

"당신이 자신의 집에 증거를 넣었다고요?"

"네. 저 자신이 제 집에 증거를 넣었습니다."

서연우가 의자에 앉았다. 느린 동작이었다. 그녀는 이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정신질환. 또는 다른 무언가. 그녀의 표정이 흔들렸다. 의심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이준호가 정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지.

"당신은 자신이 미쳤다고 말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뭐예요?"

이준호가 테이블 위의 노트북을 바라봤다. 화면은 이미 꺼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제 자신을 모릅니다."

서연우가 조용히 있었다. 몇 초가 지났다. 조사실의 형광등이 윙 하고 울었다.

"변호사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서연우가 일어났다. 조사실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침묵이 흘렀다.

조사실의 거울이 있었다. 심문 방식을 위한 일방향 거울이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바라봤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이준호의 눈에 거울 속 얼굴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움직임과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같은 방식으로.

하지만 표정이 달랐다.

거울 속의 눈빛이 더 밝았다. 더 선명했다. 더 자유로웠다. 그것은 이준호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준호의 눈은 항상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차갑게 유지하고 있었다.

거울 속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입이 올라갔다.

천천히.

웃음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이준호가 3년간의 경찰청 근무 동안 지은 적 없는 웃음이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웃고 있었다.

웃음이 커졌다.

입가가 더 올라갔다. 이빨이 드러났다. 아래 이빨도. 위 이빨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이준호가 손을 들어 거울을 터치하려고 했다.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손가락의 끝이 따끔거렸다.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이.

거울 속의 웃음이 더 커졌다.

그것은 이준호 안에 있던,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누군가의 웃음이었다. 억눌려 있던 무언가. 차단되어 있던 무언가. 그것이 거울 속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조사실의 문이 열렸다.

박상목이 들어왔다. 얼굴이 창백했다. 눈에는 공포가, 또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것을 정의하기는 어려웠다.

"당신과 말을 해야 합니다."

박상목이 의자에 앉았다. 느린 동작이었다. 조심스러웠다.

"증거 관리실 담당자가 신고했어요. 당신의 위치 기록에 수정 사항이 있다고."

이준호가 박상목을 바라봤다. 눈빛이 이미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 차갑고, 무감정하고, 통제되어 있었다.

"무엇입니까?"

"4시 5분부터 4시 29분 사이에 시스템 로그에 접근 기록이 있었어요. 그 기간의 데이터가 '[데이터 불일치]'로 표기되어 있었고, 관리자 권한으로 수정된 흔적이 있었어요."

이준호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수정은 누가 한 거예요?"

"저는 모릅니다."

"당신이 아니라고요?"

"네."

박상목이 한숨을 쉬었다. 길었다.

"당신이 원하는 게 뭔가요?"

"무엇을 의도하는 겁니까?"

"당신은 당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니면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고 있어요. 어느 쪽이에요?"

이준호가 테이블을 바라봤다. 테이블의 흠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저는 제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제 자신을 모른다고요?"

"네."

박상목이 일어났다. 조사실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침묵이 흘렀다.

저녁 7시 42분. 이준호의 아파트. 수사팀이 증거를 수거했다. 벽에서 떨어낸 사진들. 신분증. 메모. 모든 것이 증거 봉투에 들어갔다. 서연우가 마지막 봉투를 들고 나갔다.

그 순간,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표시된 발신자: 이준호

이준호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는 계속 울렸다.

서연우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받지 않으실 거예요?"

이준호가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을 켜지 않고도 전화를 받았다.

"누구십니까?"

상대방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호의 목소리였다. 정확히 같은 톤으로. 정확히 같은 리듬으로. 음성 분석 프로그램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이 누구냐고요?"

"저는 당신입니다."

이준호가 발신 위치를 확인하려고 시도했다. 화면에 뜨는 것은 '위치 추적 불가'였다. 신호는 분산되어 있었다. 여러 기지국을 통해 중계되었거나, 의도적으로 위장되었거나. 또는 음성 합성 기술로 생성된 목소리일 수도 있었다. 최신 AI 음성 복제 프로그램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이 있는 곳입니다."

전화가 끊겼다.

서연우가 이준호의 얼굴을 봤다. 이준호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듯이.

"당신은 그 전화가 누구에게서 온 건지 알고 있어요?"

이준호가 휴대폰을 내려놨다.

"네. 저입니다. 제 자신입니다."

서연우가 그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것이 정신질환인지,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인지를 판단하려고. 하지만 이준호의 표정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밤 11시. 경찰청 복도. 이준호가 걸어가고 있었다. 서연우와 두 명의 경찰이 뒤를 따랐다. 유치장으로 향하는 복도였다.

그 복도에 창문이 있었다. 밤의 어둠 속에 복도의 불빛이 반사되었다.

이준호가 창문 앞에서 멈췄다.

반사된 자신을 바라봤다.

이준호의 눈에 반사된 얼굴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표정이 달랐다. 눈빛이 달랐다. 입가가 올라갔다.

웃음이 시작되었다.

반사된 웃음이 커졌다.

그것은 이준호의 웃음이 아니었다.

서연우가 이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가시죠."

이준호가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반사된 자신이 계속 웃고 있었다.

하지만 반사된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준호의 입술만 움직이지 않았는데, 반사 속의 웃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모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독립적인 무언가였다.

경찰들이 이준호를 끌어냈다. 반사된 웃음은 뒤에 남겨졌다. 그 웃음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유치장으로 가는 복도에서, 이준호의 내면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를 만들지 않았다. 그는 항상 나였다.*

그 깨달음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다.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무감정했다.

하지만 눈 속에는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무언가 오래되고, 무언가 깊고, 무언가 자유로운 것이.

그리고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억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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