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47분. 강북 상계동 폐쇄 건물 4층.
이준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서연우 형사는 이미 법의학팀과 증거 수집팀을 배치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남성, 약 35세, 목 주변에 압박 흔적이 있었다. 바닥에는 혈흔과 함께 신발 크기 43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준호는 현장 가장자리에서 이 모든 것을 관찰했다.
"여기 와봤나요?"
서연우가 물었다. 그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다.
이준호는 현장을 한 바퀴 돌며 답했다. "수사 과정에서 방문했을 수 있다. 범인의 동선 추적을 위해."
"공식 기록에는 없는데요."
"비공식 현장 방문이다. 프로파일링 과정에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
서연우는 손에 든 태블릿을 확인했다. CCTV 영상 목록이 떠 있었다. "건물 입구와 계단실에 CCTV가 있습니다. 한 번 확인해보시겠어요?"
이준호의 호흡이 얕아졌다. 그것을 느낀 것은 자신뿐이기를 바랐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범인의 동선이 이미 프로필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팀장님이 지시했습니다. 모든 CCTV를 수집하고 검토하라고."
박상목이 이미 지시를 내렸다는 뜻이었다. 이준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침에 받은 카톡 메시지에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모든 출입 기록과 영상 자료를 확보하고 타임라인을 재검증할 것.' 그 메시지 아래에는 이모지가 하나도 없었다.
"알겠다. 나중에 경찰청에서 확인하겠다."
서연우는 태블릿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이준호를 향해 있었다. "지금 확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CCTV를 재생하는 것은 절차상 이상했다. 하지만 절차를 거부하는 것이 더 이상해 보였다.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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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18분. 경찰청 복귀 후 이준호는 별도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공식 회의실이 아닌, 비상 대기용 공간이었다. 서연우는 그 뒤를 따랐다. 태블릿에서 영상 파일을 꺼냈다.
화면이 켜졌다.
건물 입구 CCTV. 타임스탬프: 오후 11시 23분 (5월 23일). 어제가 아니라 그제다. 범행 발생 시간은 오후 11시 47분. 정확히 24분 전이다.
영상 속에 차량이 나타났다. 검은색 세단. 번호판이 보였다.
이준호의 차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 2초가 걸렸다. 그 다음 5초 동안 그는 숨을 쉬지 못했다.
"당신의 차량 번호가 맞나요?"
서연우가 물었다. 그 질문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질문이었다.
이준호는 말했다. "그것은 내 차가 아니다."
"번호판이 명확하게 보입니다만."
"위조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청에 신고했어야 하지 않나요? 자신의 차량 번호판이 위조되었다는 신고를."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우의 말이 맞았다. 만약 정말로 위조되었다면, 신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신고한 기록은 없었다.
영상은 계속 재생되었다. 차량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3분 15초 후, 차량이 나왔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갔다. 손이 보였다. 남성의 손.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네요."
서연우가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진술이었다.
이준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손이 떨렸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핸드폰을 양손으로 들었다.
위치 기록을 열었다.
5월 23일. 오후 11시.
기록이 없었다.
정확히는, 오후 11시 12분까지는 기록이 있었다. 위치: 자신의 아파트. 그리고 오후 11시 44분부터 다시 나타났다. 위치: 역시 아파트.
그 사이 32분이 공백이었다. 아니, 계산을 다시 했다. 24분이다. 오후 11시 23분부터 11시 47분까지.
그것은 영상에서 차량이 나타난 시간과 일치했다.
"당신의 위치 기록을 확인해봤나요?"
서연우가 물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질문은 이준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GPS 신호가 끊어진 구간이 있을 수 있다. 건물 내부나 지하에서는 신호 손실이 흔하다."
"하지만 당신은 건물 지하에 있지 않았죠. 당신은 집에 있었어야 합니다."
이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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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2분. 이준호의 아파트.
서연우가 침실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증거 사진들이 벽 전체를 덮고 있었다. 피해자 1호의 시체 사진, 피해자 2호의 현장 사진, 피해자 3호의 부상 흔적, 피해자 4호의 추락 위치, 피해자 5호의 질식 자국. 그리고 모든 사진의 가운데에는 이준호의 신분증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것이 뭡니까?"
서연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아래에는 공포가 있었다.
"프로파일링 과정의 일부다. 범인의 심리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범인의 위치에 대입해야 한다. 그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당신의 사진이 왜 가운데 있습니까?"
이준호는 이 질문을 예상했다. 하지만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거짓말이 필요했다. 설득력 있는 거짓말.
"용의자 심리 투영 기법이다. 범인의 내적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분석자 자신을 중심점으로 삼는 방법론이다. 범인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분석자가 그 시점에 서 있어야 한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적어도 반은 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기만이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범인의 심리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중심에 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범인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을 중심에 놓았던 것이다.
서연우는 벽을 보며 말했다. "당신의 프로필이 정확할수록, 이 벽이 더 섬뜩해 보입니다."
"프로파일링은 과학이다. 정확성과 섬뜩함은 별개다."
"그렇다면, 이 프로필이 맞다면, 범인은 당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심리 구조, 같은 성장 배경, 같은 동기. 당신 자신이 그렇게 분석했으니까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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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41분. 이준호의 자동차 내부.
경찰청 지하주차장. 아무도 없는 구간.
이준호는 네비게이션을 켰다. 오늘의 이동 기록. 자신의 차량이 어디를 다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
오전 7시 12분: 아파트 → 경찰청 오전 10시 33분: 경찰청 → 강북 상계동 오후 2시 47분: 강북 상계동 → 경찰청
기록이 명확했다. 자신은 오전 10시 33분에 현장으로 출발했고, 오후 2시 47분에 경찰청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4시간 14분이 있었다.
하지만 어제는? 5월 23일은?
네비게이션에는 어제 기록이 없었다. 최근 7일 기록만 남아 있었다. 그 중 5월 23일은... 없었다.
이준호는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차량 내부 저장 장치.
5월 23일 기록을 재생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정상 기록이었다. 그리고 오후 10시 15분부터 오후 11시 58분까지는... 검은 화면이었다.
정확히 1시간 43분의 공백.
그 시간대는 범행 발생 시간과 겹쳤다.
이준호는 블랙박스 오류 로그를 확인했다. '2024년 5월 23일 오후 10시 15분, 저장 장치 오류로 인한 녹화 중단. 복구 불가능.'
누가 이것을 조작했을까? 자신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다가 이전 기록을 발견했다. 오후 10시 12분, 사용자에 의한 수동 삭제 기록. 그 시간대는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준호는 손톱을 깨물었다. 손톱 아래 검은 물질이 있었다. 혈흔이라고 진단받은 물질. 그 물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 순간, 손목 안쪽의 손톱 자국이 따끔거렸다. 이준호는 팔을 들어 자국을 들여다봤다. 피가 마르고 있었다. 자신이 그것을 만들었을 때의 통증은 기억나지 않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든 자국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국의 형태는 자신의 손톱 크기와 일치했다.
이준호는 창문을 내렸다. 밤 공기가 들어왔다. 손목에 닿은 공기가 상처를 자극했다. 따끔거림이 더해졌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 증거가 자신을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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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04분. 경찰청.
이준호는 자신의 신용카드 기록을 확인했다.
커피숍 결제. 오후 11시 52분. 강남역 근처.
그런 결제 기록은 없었다. 어제 자신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록은 명확했다.
이준호는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5월 23일 오후 11시 52분 결제 내역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인했습니다.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2잔, 총 8,000원."
"그 결제가 정상인지 확인해주십시오."
"결제는 정상입니다. 카드가 물리적으로 POS기에 접촉된 기록이 있습니다."
이준호는 전화를 끊었다.
자신이 한 결제다. 그러면 자신이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억이 충돌했다.
아파트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감각이 생생했다. 손가락을 움직였을 때 침대보의 질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이 명확했다. 오후 11시 52분, 자신은 침대에 있었다. 천장의 금이 보였다. 그 금은 작년 겨울 난방으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동시에, 강남역 지하상가의 냄새도 생생했다. 커피 향기와 지하의 습한 공기. 손에 들린 종이컵의 온기. 그 감각도 명확했다. 오후 11시 52분, 자신은 카페에 있었다. 옆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두 개의 기억이 동시에 존재했다. 두 장소에서 동시에 있었던 것처럼. 오한이 이준호의 등을 타고 내려갔다. 손이 떨렸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준호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 위에 구부러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위가 비어 있었다.
이준호는 손목을 다시 봤다. 손톱 자국이 더 깊어 보였다. 피가 다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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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23분. 경찰청 회의실.
박상목 팀장이 이준호를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최준혁 부장이 있었다. 중앙수사부 부장. 이준호와는 한 번도 좋은 관계를 가진 적이 없는 인물.
"당신의 위치 기록에 공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준혁 부장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정확했다.
"GPS 신호 손실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당신은 건물 내부에 없었죠. 당신은 집에 있었어야 합니다."
이준호는 입을 다물었다.
박상목이 개입했다. "영상에 당신의 차량이 나왔습니다. 범행 발생 시간 정확히 24분 전에."
"그것은 내 차가 아니다."
"번호판이 일치합니다."
"위조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고했어야 합니다."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준혁 부장이 다시 말했다.
"당신의 신용카드로 강남역에서 커피를 샀습니다. 오후 11시 52분."
"기억이 없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이준호는 침묵했다. 최준혁 부장이 계속했다.
"당신은 자신이 분석한 범인을 잡으려는 프로파일러입니까, 아니면 자신이 범인인 용의자입니까?"
"둘 다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입니까?"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 성대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성대를 잠근 것처럼.
박상목이 말했다. "당신은 48시간 동안 경찰청에 머물러야 합니다. 추가 조사를 위해."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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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17분. 경찰청 유치장 독방.
이준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목 안쪽의 손톱 자국이 따끔거렸다.
그 때, 벽에 붙은 거울이 보였다. 유치장의 표준 거울.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이준호는 일어나 앉았다. 거울로 걸어갔다.
거울 속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니었다.
거울 속의 입이 움직였다. 이준호의 입이 아니라, 거울 속 인물의 입이. 0.3초의 지연이 있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그 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준호는 거울에서 떨어지며 물었다. "넌 누구야?"
거울 속의 입이 다시 움직였다. 역시 0.3초의 지연. 마치 이준호의 말을 따라 하되,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처럼.
"너와 나는 같은 사람이다. 단지 기억이 다를 뿐이다."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수면 박탈이다. 4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심리적 압박이 누적되었다. 정신이 분열되고 있다.
그 순간, 유치장의 전화가 울렸다.
이준호는 손을 내렸다. 눈을 떴다. 거울 속에는 이제 자신만 있었다.
이준호는 전화기로 걸어갔다. 손이 떨렸다.
수신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당신입니다."
이준호는 발신 기록을 확인했다.
발신자: 이준호.
자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전화를 걸지 않았다. 자신은 여기 있었다. 전화를 받는 쪽에 있었다.
"피해자 5호는 오후 11시 43분에 사망했습니다."
상대방이 말했다. 그것은 이준호가 아직 기억하지 못한 세부사항이었다. 공식 발표는 오후 11시 47분이었다. 정확한 사망 시간은 수사팀 내부에서만 알고 있었다.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구역질이 다시 올라왔다.
"현장에는 피해자의 휴대폰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계속했다.
"당신의 번호로 마지막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준호는 숨을 쉬지 못했다.
"당신은 누가 그 통화를 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상대방이 물었다.
이준호는 손목을 들어 올렸다. 손톱 자국을 다시 봤다. 그 자국이 깊어지고 있었다. 피가 흘렀다. 자신의 손톱이 그것을 만들었을 때의 통증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을 만든 게 나인가?"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상대방이 물었다.
"이 상처를 만든 게 나인가?"
이준호는 다시 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이 들렸다. 자신의 웃음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웃지 않았다.
"당신이 만들었습니다."
상대방이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