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속의 피의자 2화
박상목 팀장의 사무실은 오후 2시의 채광이 혹독했다. 이준호는 창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마주편 책상에는 용의자 신동욱의 프로필 사진이 놓여 있었다. 34세, 무직, 현재 강남구 자취방 거주. 프로필의 지표—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대학 중퇴, 여성 관계에서의 반복된 실패, 심야 온라인 활동—가 모두 일치했다.
"첫 번째 용의자다. 내일 오후 4시에 중앙수사부로 소환한다."
박상목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에는 희망이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3주간 처음 나온 구체적인 용의자였다.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필의 정확도는 늘 높았다. 이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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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을 마주한 것은 심문실 2번이었다. 회색 철제 테이블, 대면하는 의자 두 개, 벽에 매달린 오래된 카메라. 서연우 형사가 옆에 서 있었고, 박상목은 관찰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신동욱의 얼굴을 본 순간, 뭔가가 어긋났다.
그는 떨고 있었다. 손가락, 턱, 눈꺼풀. 그러나 그 떨림은 공포의 떨림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억눌린 분노가 신체 끝단까지 도달한 상태. 이준호는 그것을 읽었다. 프로파일링의 핵심은 표정 뒤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 앞의 욕망을 보는 것이었다.
"당신이 5월 23일 오후 7시 30분경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었습니까?"
서연우가 물었다. 신동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턱을 앞으로 밀어냈다.
"없었습니다."
음성이 낮았다. 그러나 거짓의 톤이 아니었다. 이준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동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무엇이 증거라고 생각합니까? 내가 그 지역을 지나갔다는 CCTV? 내 휴대폰 위치 기록? 그 모든 것이 조작될 수 있습니다."
박상목의 목소리가 관찰실 스피커를 통해 새어 나왔다. "놈이 뭐라고?"
이준호는 귀를 닫았다. 신동욱의 입술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그의 말은 패턴화되어 있지 않았다. 반복이 없었다.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거짓을 여러 번 반복해서 그것이 진실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신동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신의 휴대폰 기록을 보면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강남역 인근에 있었습니다."
서연우가 문서를 펼쳤다.
"그 기록은 위치 추적 서비스의 오류입니다. 저는 그날 강북에 있었습니다.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 이름?"
"말할 수 없습니다."
"왜?"
신동욱이 눈을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이준호와 만났다. 그 순간, 뭔가가 흔들렸다. 그것은 인식이 아니라 신체 반응이었다. 이준호의 심박이 미묘하게 빨라졌다.
그 눈빛이 뭔가를 알고 있었다.
"프라이버시입니다."
신동욱이 대답했다.
심문은 2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신동욱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다른 네 건의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대답은 일관되었고, 모순이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진정한 거짓말쟁이는 작은 모순들을 만든다. 기억을 재구성할 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균열들. 그것이 진정성을 만든다. 신동욱은 그런 모순을 만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말을 미리 준비한 듯,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이준호는 신동욱의 손을 주시했다. 심문 내내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용의자라면 무의식적으로 손을 비틀거나 주먹을 쥐거나 손톱을 깨물었을 것이다. 신동욱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신체는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심문실을 나간 이준호는 관찰실로 직진했다.
박상목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뭔가 부족한가?"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닙니다."
박상목이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있었다. "당신의 프로필이 완벽했는데?"
"프로필은 정확합니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그러나 말을 내뱉는 순간, 자신의 말이 모순임을 느꼈다. 프로필이 정확한데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두 명제는 동시에 참일 수 없었다. 그중 하나가 거짓이거나, 또는—
"그러면 어떻게 설명합니까?"
박상목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의 뇌는 빠르게 작동했다. 프로필의 정확도는 80% 이상이었다. 이는 통계적으로 증명된 수치였다. 그러나 통계는 개별 사건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번 경우 프로필이 정확하지만, 신동욱이 실제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논리는 성립한다. 프로필은 범인의 심리 구조를 나타낸 것일 뿐, 개별 용의자의 동일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로필이 설명하는 범인의 심리 구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준호는 그 생각을 밀어냈다. 대신 말했다. "추가 현장 검토가 필요합니다."
"뭘 더 검토합니까? 증거는 충분합니다."
"증거와 범인은 다릅니다. 현장을 다시 봐야 합니다."
박상목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준호의 판단을 거부하지 않았다. 프로파일러의 직관이 조직 내에서 가진 무게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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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가 엘리베이터에서 이준호를 잡았다. "용의자가 아니라면, 당신의 프로필이 틀렸다는 뜻 아닌가요?"
이준호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프로필은 범인의 심리 구조를 설명합니다. 신동욱이 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이준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그의 눈은 공허했다. "여러 명이 같은 심리 구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서연우는 침묵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면서, 이준호의 말이 자신의 뇌에서 반복되었다. 여러 명이 같은 심리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필이 정확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준호 자신도 그 심리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인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 서연우는 이준호의 옆모습을 재차 관찰했다. 그의 얼굴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그의 호흡이 미묘하게 빨라져 있었다. 서연우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이준호가 자신의 의심을 알아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박상목은 관찰실 모니터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이준호의 호흡 변화, 그리고 서연우의 눈길. 팀장의 얼굴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프로파일러가 왜 용의자를 석방하려 하는가. 그리고 왜 그의 신체는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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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20분. 이준호는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었다.
공식 기록에는 없었다. 그의 일정표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 출입증은 그의 이름으로 발급되었다. 그는 출입증을 신청할 때 박상목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에 접근한 흔적을 지웠다. 접근 로그를 삭제했다. 누군가 추적하더라도 그의 방문 기록을 찾을 수 없도록.
현장은 이미 봉인 해제되었다. 피해자 1호—28세 여성 박지연—이 살해된 정확한 위치는 표시되어 있었다. 파란색 테이프로 그려진 사각형. 그 안에서 이준호는 서 있었다.
그의 호흡이 변했다. 깊어졌다. 천천히. 범인이 피해자를 조르며 느꼈을 그 감각을 이준호는 재현하려 했다. 목을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 저항하는 신체 아래에 자신의 무게를 얹는 감각. 그리고—
손가락 끝이 경직되었다. 손톱이 파고드는 느낌. 마치 누군가의 목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이준호의 호흡이 가빠졌다. 심박이 빨라졌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누르는 동작. 그의 신체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이 아니라 상대방의 목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손가락이 기도를 막고 있는 것처럼.
그 순간의 쾌감이 무엇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이준호의 눈이 감겼다.
그의 일정표를 다시 확인했다. 5월 23일 오후 7시 30분. 공식 기록상 그는 사무실에 있었다. 회의 참석. 그러나 휴대폰 위치는—
이준호가 휴대폰을 꺼냈다. 기록을 찾아보았다. 5월 23일 오후 7시 30분경 위치: 강남역 인근.
아니다. 그때 자신은 사무실에 있었다. 박상목과 함께 회의를 했다. 그 기억이 명확했다. 의자에 앉아 있었고, 사진을 펼쳤고, 박상목과 대화했다.
그런데 위치 기록은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또는 자신의 기억이 거짓이었다.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추운 밤의 떨림이 아니었다. 그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손가락이 떨리는 것은 신체가 뇌의 모순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두 개의 기억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던 기억과 지하상가에 있던 기억. 둘 다 명확했다. 둘 다 진실처럼 느껴졌다.
이준호는 손전등을 켰다. 피해자가 살해된 위치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다. 현장은 이미 깨끗이 치워졌다. 피는 닦여 있었고, 증거물도 수거되었다. 그러나 벽면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손톱 자국. 아니, 그것은 손톱 자국이 아니었다.
이준호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벽에 새겨진 것은 세 개의 평행선과 하나의 수직선이었다. 한글로는 '사'라는 문자의 형태. 그러나 이준호는 그것을 다르게 읽었다.
그것은 상처의 형태였다.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가 남긴 상처. 벽에 손톱으로 그었던 자국. 이준호는 그것을 기억했다. 명확하게. 어머니는 화가 나면 벽에 손톱을 긋곤 했다. 자신의 분노를 벽에 옮겨놓으려는 듯. 그리고 그 자국을 보며 이준호에게 말했다.
"이것이 너 때문이다."
이준호의 손전등이 흔들렸다. 벽면의 자국이 움직이는 그림자 속에서 춤을 추듯 흔들렸다.
그 자국은 누가 새겼는가.
현장 조사 때 발견되지 않았던가.
아니다. 이준호의 기억을 뒤져봤다. 현장 사진을 검토했을 때 그 자국은 없었다. 분명했다. 벽은 깨끗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언제 새겨졌는가.
이준호는 벽을 만져봤다. 자국의 모서리는 신선했다. 손톱으로 그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루? 이틀?
손전등의 빛이 벽의 반질거리는 부분을 비춰냈다. 그 표면에 윤곽이 희미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자신의 윤곽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윤곽.
이준호의 호흡이 멈췄다. 맥박이 요동쳤다. 그는 몸을 날렸다. 돌아보며 손전등의 빛을 흔들었다. 현장은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공기는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방금 여기를 지나간 듯한 흔적이 있었다. 그의 피부는 그것을 감지했다. 온도 변화. 움직임의 자취.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 표시 없음.
그는 받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음을 멈췄다. 5초 후,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벽을 자세히 봤나요. 당신이 남긴 자국입니다."
이준호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번호가 없었다. 발신자 정보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문자는 그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가 보낸 문자였다.
시간 표시: 5월 23일 오후 11시 47분.
오늘 밤이 아니었다. 정확히 5일 전이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맴돌았다. 그는 이 문자를 보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타임스탬프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발신됨을 나타내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자신의 휴대폰이 그 시간에 이 위치—강남역 지하상가—에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 저장소를 뒤졌다. 최근 기기 접근 기록이 있었다. 어제. 누군가가 그의 휴대폰 시스템에 접근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지만, 캐시 데이터에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그의 휴대폰을 조작했다. 과거의 메시지를 삽입했다. 과거의 위치 기록을 위변조했다.
아니면, 그것은 조작이 아니었다.
5월 23일 오후 11시 47분.
이준호는 다시 일정표를 확인했다. 그날 오후 11시, 자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기억을 더듬었다.
아파트. 자신의 아파트에 있었다. 벽에 붙인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프로필을 작성하고 있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기억했다.
그런데 휴대폰의 위치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휴대폰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GPS는 객관적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기억이 거짓인가.
또는 휴대폰이 조작되었는가.
또는—
이준호의 눈이 벽의 자국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남긴 자국과 정확히 같은 형태. 이것을 누가 새겨놓았는가.
현장 조사팀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장 조사팀이 그것을 지나쳤거나, 또는 그것은 현장 조사 이후에 새겨졌거나.
아니면, 그것은 처음부터 있었는데, 이준호가 방금 전에 그것을 새겨놓았거나.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톱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 먼지가 박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손톱은 깨끗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이것을 새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문자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나왔다.
벽 표면을 다시 손전등으로 비췄다. 자국 옆에 또 다른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 신발 밑창의 패턴이 벽에 찍혀 있었다. 신발 크기는 이준호의 크기와 같았다. 밑창의 마모 패턴도 일치했다.
이준호는 현장을 떠났다. 빠르게 걸었다. 뛰지 않았다. 뛰는 것은 공포의 신호이고, 그는 공포를 느끼고 있지 않았다. 대신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동공이 산대했다. 혀가 입 안에서 움직였다. 턱 근육이 경직되었다. 그것은 인정이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 같은 감정.
현장을 나가며 이준호는 뒤를 돌아봤다. 벽의 자국이 암흑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 자국 위에 또 다른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얼굴.
그 얼굴이 움직였다.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이준호는 손전등을 껐다.
현장은 다시 어둠에 잠겼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발자국이 벽에 튕겨 돌아오는 소리. 그 소리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아니, 자신 앞에서 들렸다. 자신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에서.
손전등의 배터리가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어둠이 완전해졌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웃고 있었다.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