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거울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침실의 창밖은 여름 해가 중천인 오후였다. 햇빛이 침대 모서리를 태웠고, 지은의 얼굴은 그 빛 속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카라. 이 몸의 주인이었던 여자의 이름. 지금은 이 얼굴이 카라라고 불리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지은이라고 불리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어제 밤은 기억이 뒤섞여 있었다.

레한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 안던 감촉. 그의 목소리가 떨리며 묻던 질문. "넌 지금 뭘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그 질문 뒤에 자신이 느꼈던 것—레한의 감정이 아닌, 자신의 감정이 뒤섞여 흐르는 이상한 경험.

시스템창을 눌렀다.

[감정공명 시스템] 사용자: 카라 (자아 안정도 68%) 동기화 대상: 레한 · 황자 접촉 거리: 0.3m

어제 감정 동기화 기록: - 배신감 수치: 0 → 51% (진행 중) - 레한의 집착도: 95/100 - 카라의 감정 노출도: 47%

'경고: 감정 공명이 심화될수록 사용자의 정체성 경계가 흐려집니다. 월 10회 한도 중 6회 사용. 주의하십시오.'

지은의 손가락이 시스템창을 헤집고 닫았다.

자아 안정도 68%.

어제는 72%였다. 4% 내려갔다. 4%라는 게 얼마나 되는 건지 몰랐지만, 뭔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을 손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루시아였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의 아래가 까맣게 멍들어 있었고, 입술은 핏기를 잃고 있었다.

"카라님. 당신은... 어떻게..."

루시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은은 시스템창을 다시 켜 루시아의 감정을 확인하려다 멈췄다. 어제 밤 현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시아의 감정이 시스템에 감지되지 않는다.

지은의 눈이 가늘어졌다. 루시아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흐르고 있었다. 감정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것. 마치 물 위에 떠다니는 기름처럼, 빛을 반사하면서도 섞이지 않는 무언가.

"뭐해?"

지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카라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자신의 목소리인지 카라의 목소리인지 이제 구분이 안 갔다. 중요한 건 이 목소리가 냉정하고 거리감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루시아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지은의 어깨에 닿으려 했다.

"어제 그 황자가... 당신을 감금했어. 나는 항의했는데 그가 날 거부했어. 나는 도와주고 싶었는데..."

"알아."

지은이 루시아의 손을 거두어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자신의 팔뚝을 타고 흘렀다. 은빛이었다. 빛이 피처럼 흘러내렸다.

루시아가 비명을 질렀다.

"당신의 팔! 카라, 당신의 팔에!"

지은은 자신의 팔뚝을 들어 올렸다. 피부 위에 은색의 가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어제 밤 저주의 나무에 생겼던 균열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상처야?"

루시아가 팔뚝을 만지려 했다.

"건드리지 마."

지은이 팔을 거두었다. 그리고 일어났다. 침대의 모서리에 앉았던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어제 밤 레한이 자신을 감금했던 방에서 나왔을 때는 온몸이 떨렸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차분했다. 감정이 끓어오르는 대신 가라앉고 있었다.

"레한이 뭐라고 했어?"

"그는...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해. 어제 당신이 뭔가를 말했다고 했어. 그래서 격노했어. 나는 그게 뭔지 몰라. 하지만 그는 당신이 그를 속였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은은 루시아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감정이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루시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녀가 시스템의 범위 밖에 있다는 뜻일까?

어제 밤. 레한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 안고 물었던 순간. 그 직전에 자신이 뭘 말했는지 떠올려야 했다.

기억이 뒤섞여 있었다. 카라의 기억과 지은의 기억이 섞여서 하나의 시간처럼 흐르고 있었다. 마치 두 개의 영화를 동시에 보고 있는 것처럼. 화면 위에 화면이 겹쳐지고, 음성이 뒤섞이고, 어느 것이 현실인지 알 수 없게.

그 속에서 자신이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 마음은 아직도 예전 약혼자에게 있어요. 당신을 속여서 죄송해요."*

거짓말이었다. 카라에게 예전 약혼자 같은 건 없었다. 지은은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짓말이 필요했었다.

배신감을 극대화해야 했으니까.

두 번째 저주의 조각을 깨기 위해서는 레한의 배신감이 필요했다. 에이든이 경고했었다. 저주는 감정과 연동되어 있다고. 첫 번째 조각은 공포였고, 두 번째는 배신감이다.

지은은 침실을 빠져나갔다.

"어디 가? 카라!"

루시아의 목소리가 뒤따라왔다. 지은은 응하지 않았다. 저택의 복도를 걸었다. 벽의 초상화들이 자신을 따라왔다. 옛 카라의 조상들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냉정한 표정이었다.

도서관에 가야 했다.

에이든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이렇게 빠르게 흐려질 줄은 몰랐다. 에이든은 분명 시스템에 대해 뭔가 알고 있었다.

도서관의 문을 열었을 때, 에이든은 이미 거기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낡은 책이 들려 있었고, 얼굴은 창밖의 햇빛 속에서 더욱 창백해 보였다. 그의 눈이 지은을 향했다.

"당신의 팔뚝을 봤습니다."

에이든이 먼저 말했다. 지은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에이든이 일어났다. 그리고 지은에게 다가왔다. 손을 내밀었다.

"보여주세요. 저주의 균열이."

지은은 팔뚝을 들어 올렸다. 에이든의 손가락이 은색 선을 따라갔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두 번째 저주의 조각이 깨졌습니다. 배신감을 극대화했군요."

"어떻게 알아?"

"저주는 감정과 연동된다고 했지 않습니까. 배신감은 신체에 흔적을 남깁니다. 특히 이렇게 예리하고 은색으로."

에이든이 손을 거두었다. 그의 눈이 지은의 얼굴을 관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주를 깨는 과정이 당신의 정체성을 깎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공명 시스템은 단순한 능력이 아닙니다. 이것은 두 사람의 마음을 강제로 맞닿게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계속해서 레한의 감정을 느끼고,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은의 침묵이 흘렀다.

"거짓말을 그만두세요."

에이든이 말했다.

"당신은 배신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한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거짓말 속에서 당신은 이미 카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은이 침묵했다. 에이든의 말은 맞았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당신이 저주를 깨려면, 진정한 감정으로 레한과 마주해야 합니다. 거짓이 아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상처를 입습니다."

에이든이 한 발 물러섰다.

"당신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침실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지은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흰 천장과 그 위의 어둠뿐이었다.

시스템창을 켰다.

[감정공명 시스템] 사용자: 카라 (자아 안정도 66%)

2% 또 내려갔다.

지은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거울 속의 얼굴은 더 이상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두 개의 사진을 겹쳐 놓은 것처럼. 카라의 이목구비와 지은의 표정이 동시에 보였다. 누가 남을지, 누가 사라질지, 알 수 없었다.

시스템창이 경고음과 함께 떠올랐다.

[경고: 자아 경계 붕괴 위험도 72%] [감정 동기화 사용 횟수: 6회 / 월 한도 10회] [주의: 과도한 사용 시 사용자의 정체성이 대상과 완전히 융합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메시지: 레한 · 황자가 저택 진입. 예상 도착 시간: 3분]

지은의 손이 떨렸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레한이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검게 타올랐다. 그의 옆에는 황실의 근위대원들이 서 있었다.

"카라."

레한이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위험했다.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약혼자는 누구입니까?"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레한의 감정 수치] 집착도: 100+ 질투도: 100+ 배신감: 100+

제어 불가 상태.

"나... 나는..."

지은이 말을 꺼내려 했을 때, 레한의 손이 자신의 목을 감싸 안았다. 부드럽지만 확실한 압박이었다.

"거짓말을 다시 하지 마세요."

레한이 속삭였다.

"당신이 나에게서 떠나가고 싶다면, 진정한 이유를 말해야 합니다."

레한의 손아귀가 조금씩 강해졌다. 지은은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렸고, 그 순간 감정공명 시스템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레한의 감정 동기화 진행 중...] [집착도: 100+ → 감정 폭주 상태] [대상: 완전 소유 욕구]

지은은 레한의 감정을 느꼈다. 분노가 아니었다. 두려움이었다. 버려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가는 공포.

"진짜 이유를 말해."

레한의 목소리가 떨렸다.

"날 속였어? 정말?"

지은은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이 바로 에이든이 말한 기로였다. 거짓말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감정을 꺼낼 것인가. 거짓말을 하면 저주는 깨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사라질 것이다. 진정한 감정을 말하면 레한의 상처를 직접 느껴야 한다.

하지만 거짓말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자아 안정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거울 속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니야."

지은이 말했다.

"거짓말이야. 전부."

레한의 손이 순간 이완되었다.

"내가 당신을 속였어. 배신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주를 깨기 위해."

지은은 눈을 떴다. 레한의 얼굴이 가까웠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혼란과 상처가 섞여 있었다.

"그럼 당신의 진정한 마음은?"

"모르겠어."

이번엔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로 모르겠어. 당신의 감정을 읽으려다 보니 내 감정이 사라져. 내가 뭘 원하는지, 누가 원하는 건지. 그것도 모르겠어."

레한이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손이 지은의 목에서 떨어졌다. 근위대원들이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나가."

레한이 명령했다.

근위대원들이 즉시 침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혔다.

두 사람만 남겨진 침실에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당신은 날 이용하려고 했어요."

레한이 천천히 말했다.

"시스템을 이용해서. 내 감정을 이용해서. 알았어요."

"네."

지은이 대답했다. 더 이상 거짓을 지을 힘이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 진실을 말합니까?"

지은은 입을 다물었다. 왜일까?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이 남자를 더 이상 거짓으로 다루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었다. 그것이 지은의 감정인지, 카라의 감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은 진실이었다.

"거짓말을 더 이상 못 해. 나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해?"

지은이 중얼거렸다.

레한이 한 발 다가섰다. 그의 손가락이 지은의 뺨을 따라 내려갔다. 마치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당신이 두려워하는 게 뭐예요?"

레한이 물었다.

지은이 눈을 떴다. 레한의 얼굴이 가까웠다. 그의 눈빛이 다시 한번 변해 있었다. 분노도 질투도 아닌, 절박함이었다.

"날."

지은이 대답했다.

"당신을 두려워해요. 당신이 나를 완전히 소유하려고 하니까. 그러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

감정공명 시스템이 반응했다.

[새로운 감정 감지] [레한의 배신감 수치: 99%] [동시에 사용자(카라)의 감정도 수치화됨] [공포도: 87%] [절망감: 92%]

지은은 심호흡을 했다. 이 순간이 바로 에이든이 말한 진정한 감정 교감. 거짓이 아닌, 상처를 마주하는 감정 동기화.

지은이 눈을 감았다. 시스템창을 통해 레한의 감정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레한의 배신감은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것이었다. 황실에서 모든 것을 소유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고 배운 남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치면 자신도 함께 사라진다고 절망하는 마음. 그 아래 깔린 것은 누군가와 진정으로 연결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극심한 외로움이었다.

지은은 그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감정도 레한에게 노출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공포. 카라가 될까봐, 지은이 완전히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그 아래 깔린 것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은, 그것이 자신을 구원할 거라는 절박한 기원이었다. 깨달음. 레한의 외로움이 자신의 외로움과 동일하다는 것. 둘 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둘 다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것.

둘의 감정이 맞닿았다.

그 순간, 저택의 정원에 있던 죽은 나무에서 소리가 났다.

크르르르르르—

은빛 균열이 나무의 줄기를 타고 번져갔다. 두 번째 저주의 조각이 깨지고 있었다.

동시에 지은의 팔뚝이 따뜻해졌다. 흰 살갗을 타고 은빛이 흘러내렸다. 마치 피처럼. 하지만 그것은 피가 아니었다. 저주의 흔적이었다. 깨져나가는 저주의 조각이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은빛이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공중에서 빛의 입자로 흩어졌다. 아름답고, 동시에 끔찍했다.

[두 번째 저주의 조각 해제] [배신감 극복 완료] [남은 저주: 5개] [사용자 자아 안정도: 58%]

지은의 의식이 흔들렸다. 너무 깊은 감정 동기화였다. 너무 많은 것을 느꼈다. 자신의 경계가 더욱 흐릿해지고, 카라와의 구분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었다.

"카라."

레한이 지은을 받아냈다. 그녀의 몸이 쓰러지려 할 때. 그의 팔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깨어있어."

"미안해..."

지은이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깊이 들어갔어..."

지은의 눈이 감겨갔다.

침실의 어둠이 그녀를 삼켰다.

---

밤이 깊었을 때, 지은은 다시 깨어났다.

침실의 불을 켰다. 시계는 밤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레한은 이미 떠나 있었다. 침대 옆에는 물 한 잔과 약이 놓여 있었다.

지은은 일어나 앉았다. 몸이 무거웠다. 마치 바다 속에서 헤엄쳐 올라온 것처럼.

거울로 갔다.

얼굴을 보았다.

거울 속의 얼굴은 여전히 흐릿했다. 카라의 이목구비와 지은의 표정이 겹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 경계선이 더 희미해진 것 같았다. 마치 두 개의 색깔이 섞여서 제3의 색이 되어가는 것처럼.

지은은 거울을 응시했다.

거울 속의 얼굴이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거울 속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과 다르게 움직였다. 눈동자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마치 거울 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그 얼굴은 카라도 아니었고, 지은도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제3의 얼굴이었다.

시스템창이 경고음과 함께 떠올랐다.

[경고: 자아 경계 붕괴 위험도 72%] [감정 동기화 사용 횟수: 7회 / 월 한도 10회] [주의: 과도한 사용 시 사용자의 정체성이 대상과 완전히 융합될 수 있습니다]

경고창 아래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스템 분석 정보] [이 시스템의 생성자: (데이터 손상)] [생성 목적: (데이터 손상)] [사용자 정체성 융합 현상: 설계된 기능일 수 있음]

손상된 데이터. 그 안에 뭔가 숨겨져 있었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루시아가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검은 드레스의 소매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카라."

루시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당신을... 찾아왔어."

루시아가 한 발 물러섰다.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지은은 그 얼굴을 알아봤다. 원작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다르다. 냉정하고, 목적지향적이고, 무언가를 찾는 듯한 눈빛.

시스템창이 다시 떠올랐다.

[경고: 미지의 존재 감지] [감정 수치 측정 불가] [위협 수준: 극대]

침실은 어둠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지은의 의식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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