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거울 속 얼굴이 흔들렸다.

카라의 침실은 여명이 파고드는 창문을 통해 희미한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은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손이 떨렸다. 어제 밤 레한과의 만남 이후로 계속 떨렸다.

거울을 들었다. 그 안에 비친 얼굴은 분명 카라의 얼굴이었다—가늘고 긴 눈, 창백한 피부, 검은 머릿결. 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겹쳐 보였다. 카라의 얼굴 너머로 지은의 윤곽이 희미하게 맴돌고 있는 듯했다. 눈의 깊이가 다르다. 입술의 각도가 다르다. 카라는 냉정했고, 지은은—지은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누구인가."

목소리는 카라의 것이었지만, 그 안에 지은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거울을 내려놨다. 손이 더 심하게 떨렸다.

어제 감정 동기화를 했을 때, 레한의 감정이 자신의 몸을 지나가면서 뭔가 부러졌다. 자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느낌. 마치 얼음이 녹듯이. 침실의 벽은 진홍색이었다. 카라가 선택한 색이었을까, 아니면 원래 그런 색이었을까. 지은은 기억할 수 없었다. 자신의 기억과 카라의 기억이 겹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있었다.

"카라."

문이 열렸다. 루시아가 들어섰다.

루시아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하지만 눈은 다르게 빛났다. 검은 눈동자 속에 뭔가 뜨거운 것이 살짝 드러났다가 금세 사라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묘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침 식사 준비했어. 근데..." 루시아가 더 가까이 걸어왔다. "요즘 이상해. 뭔가 숨기고 있지?"

지은은 거울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거울의 테두리를 쓸어내렸다.

"숨기고 있는 게 없지."

"거짓말하지 마."

루시아의 손이 지은의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팔뚝을 천천히 누르며 올라왔다. 따뜻한 손이었다. 지나치게 따뜻했다.

"넌 내 것이어야 해."

"루시아..."

"내가 너를 지켜줬잖아. 이 저택에서, 그 남자들로부터. 네가 날 배신하면..."

루시아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지은은 시스템창을 떠올렸다. 루시아의 감정 수치를 확인하려고 의식을 집중했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스템창에는 언제나 레한의 감정이 떠있었다—집착도, 질투도, 소유욕도. 하지만 루시아의 감정은 수치화되지 않았다. 마치 루시아라는 존재 자체가 시스템에 감지되지 않는 것처럼. 지은은 그 이상함을 느꼈다. 지은의 시스템이 특정 대상만 감지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루시아가 무언가 특별한 존재라서?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뒷골이 서늘했다.

"뭐해? 나 봐."

루시아가 지은의 얼굴을 양손으로 집었다. 손이 따뜻했다. 너무 따뜻했다.

지은은 루시아의 눈을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 안에 뭔가 절박한 것이 흔들렸다.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소유욕일까. 지은은 갑자기 깨달았다. 루시아도 자신을 조종하려 한다는 것을.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레한은 감정으로, 루시아는 충성으로.

"시간이 돼. 아침을 먹자."

지은이 루시아의 손을 풀었다. 루시아는 한 발 물러섰지만, 눈은 여전히 지은을 따라왔다. 그녀의 주먹이 불끈히 쥐어졌다.

침실을 나온 지은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방대한 책장 앞에서 지은은 원작 웹소설을 다시 펼쳤다. 하드커버 표지는 화려했고, 제목은 「황자의 집착」이었다. 지은은 웹소설의 초반부를 읽었다. 카라의 등장 장면부터. 원작에서 카라는 황자 레한을 유혹하는 악녀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그 뒤는?

지은의 손가락이 페이지를 넘겼다. 중반부. 카라가 점점 더 깊이 함정에 빠진다. 레한의 집착은 증가하고, 카라는 그것을 이용하려다가 결국 역으로 소유된다. 후반부에 가면, 카라는 황자의 손에 의해 죽는다. 황실의 권력 투쟁 속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말로 버려지고, 결국 독극물에 중독된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원작에서 카라가 죽기 직전, 어떤 '은빛 빛'이 나타난다고 했다. 마치 저주가 풀리려는 듯한. 하지만 그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카라가 레한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원작의 설정에서는.

지은은 책을 덮었다. 손가락이 책등을 따라 내려갔다. 생각을 정리했다.

'첫 번째 조각은 첫 만남의 공포다. 레한이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두려움...'

그녀는 원작을 다시 읽으며 그 순간을 추적했다. 황자 레한이 카라의 저택을 방문했을 때, 그는 카라를 '위험한 존재'로 감지했다고 했다. 자신의 집착의 은총이 반응했다고. 그것이 두려움이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그렇다면 저주를 깨려면, 레한의 그 두려움을 더 깊게 만들고, 그 다음에 그것을 극복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시스템창에 저주의 구조가 표시되었다.

[죽음의 저주 - 1단계: 공포의 극복] [현재 진행률: 0%] [필요 감정: 레한의 '첫 만남의 공포' 감정 수치 최대화 후 극복]

오후가 되자 레한이 다시 왔다.

지은은 응접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의 햇살이 바닥에 금색 사각형을 그렸다. 카라의 침실에서 본 거울 속 얼굴을 떠올렸지만, 지은은 그것을 밀어냈다. 지금은 카라여야 했다.

"어서 오세요, 황자님."

지은이 인사했다. 목소리는 차갑고 우아했다. 카라의 목소리였다.

레한이 들어섰다. 검은 옷을 입은 그는 응접실의 햇살 속에서도 그림자처럼 보였다. 눈은 지은을 향해 있었고, 그 안에는 뭔가 불타는 것이 있었다.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레한의 감정 상태] [집착도: 95/100] [질투도: 42/100] [소유욕: 78/100]

"어제는 무례했다."

레한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철이 있었다.

"당신이 다시 오셨네요."

지은이 레한의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감정 동기화가 시작되었다. 지은은 의식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더 깊은 동기화를 원했다.

레한의 감정이 지은의 몸 위로 물밀듯이 쏟아져 내렸다. 집착, 공포, 욕망. 모든 것이 섞여 있었다. 지은은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왜 나를 원하시나요?"

지은이 천천히 걸어왔다. 레한을 향해. 한 발, 또 한 발.

"나는 당신을 두려워해요."

"그렇다면 더 가까이 와."

"왜요?"

"그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욕망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은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제 그들 사이에는 1미터도 안 남아 있었다.

시스템창에서 레한의 감정 수치가 급격히 변했다.

[집착도: 99/100] [질투도: 52/100] [소유욕: 88/100] [경고: 감정 동기화 깊이 심화 중]

지은은 더 깊게 들어갔다. 레한의 감정 속으로. 그의 공포를 찾아 그것을 건드렸다.

"당신은 날 잃을까봐 무서워하시는 거 아닐까요?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당신이, 유일하게 소유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난 것이 무서워서."

레한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공포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은은 그것을 느꼈다. 시스템창의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포도: 67/100]

레한의 공포가 점점 깊어졌다. 지은은 그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당신은 절대 날 가질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포도: 78/100]

"아니다."

레한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날 소유하세요. 완전히. 그래야만 내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지은이 레한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뭔가 터졌다.

은빛 빛이 지은의 손에서 폭발했다. 마치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손목을 타고 팔뚝까지 번져나갔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해방감도 밀려왔다. 뭔가 무거운 것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 저주의 첫 번째 조각이 산산조각 났다.

[죽음의 저주 - 1단계: 완료] [현재 진행률: 14.3%] [남은 조각: 6개]

지은이 무릎을 꿇었다. 손이 떨렸다. 팔뚝에 난 은빛 균열은 금새 사라졌지만, 고통은 남아 있었다.

"카라!"

레한이 지은을 안았다. 팔이 지은을 단단히 감싸 안았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이상했다.

지은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안에서 불이 타오르는 듯이.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호흡이 가빠졌다.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경고: 감정 동기화 과다 사용] [사용자의 감정 경계 약화 중] [주의: 자아 붕괴 위험도 상승] [현재 위험도: 34%]

지은은 침실의 거울을 떠올렸다. 감정 동기화를 너무 깊게 진행한 탓이었다. 카라와 지은의 경계가 더욱 흐릿해지고 있었다. 침실에서 본 그 흔들리는 얼굴들처럼.

카라의 냉정함이 지은의 온기를 집어삼키려 했다. 침실에서 봤던 거울 속 장면이 떠올랐다. 카라가 지은의 손을 쥐고 흔드는 순간, 지은의 얼굴이 카라의 얼굴로 변했다. 그리고 다시 지은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어느 것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은의 따뜻함이 카라의 냉정함을 밀어내려 했지만, 카라의 냉정함은 더욱 강하게 지은을 집어삼키려 했다.

"카라? 카라!"

레한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지은은 응접실의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눈 앞이 흐릿해졌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들이 떠올랐다. 카라와 지은. 그들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고 있었다.

의식이 흐릿해지기 직전, 지은은 한 가지만 생각했다.

'여섯 개가 남았다.'

레한의 팔이 지은을 들어올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검은 눈은 공포로 반짝였다. 하지만 지은은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세상이 이미 물속에 잠긴 듯 멀어지고 있었다.

"루시아!"

레한의 목소리가 저택 전체를 울렸다.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루시아가 달려왔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주먹으로 불끈히 쥐어져 있었고,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카라를..."

"침실로. 지금."

레한이 지은을 안은 채 계단을 올랐다. 루시아가 뒤따랐다.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분노? 두려움? 아니면 다른 무언가?

침실의 침대에 누워진 지은의 몸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이 흘러내렸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입술은 창백했다.

"물을 가져와."

"네, 황자님."

루시아가 황급히 나갔다. 레한은 지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불처럼 뜨거웠다. 마치 안에서 타오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지은은 알 수 없었다. 의식은 깊은 물 속에 빠져 있었고, 그곳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꿈과 현실이 섞였다. 거울 속의 얼굴들이 계속 나타났다. 카라의 얼굴에서 지은의 얼굴로. 지은의 얼굴에서 카라의 얼굴로. 그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났고, 점점 더 빠르게 바뀌었다. 카라의 가늘고 긴 눈과 지은의 둥근 눈. 카라의 창백한 입술과 지은의 분홍색 입술.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인지, 카라의 목소리인지. 혹은 둘 다?

'카라인가, 지은인가?'

'아니다. 둘 다다.'

'그럼 나는?'

'넌... 아무도 아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지은의 어깨를 흔들었다.

"지은. 지은!"

레한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카라'라고 부르지 않았다. '지은'이라고 불렀다.

눈이 떨렸다. 조금씩 떠졌다.

천장이 보였다. 낯익은 천장. 자신의 침실의 천장.

"깨어났나?"

레한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지쳐 보였다. 마치 밤새 깨어 있었던 것처럼.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그는 지은을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언제라도 사라져버릴까봐 두려워하는 듯이. 그 시선에는 공포와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

"얼마나... 오래였어요?"

지은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여섯 시간."

여섯 시간. 지은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꿈속에서 헤맸던 것 같았지만, 그것이 실제인지 환각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시스템창이..."

지은이 손을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현재 상태: 회복 중] [감정 경계 회복률: 67%] [자아 안정도: 72%] [경고: 한 주일 간 감정 동기화 금지]

"감정 동기화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레한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지은을 잃을까봐.

"저주를 풀어야..."

"내가 있다."

레한이 지은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저주가 뭐든 상관없다. 넌 다시 그러면 안 된다."

'그럴 수 없어요.'

지은은 그 말을 입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침실의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카라와 지은이 서로 겹쳐졌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했다. 카라의 냉정함이 지은의 따뜻함을 집어삼키려 했다가, 다시 지은의 떨림이 카라의 냉정함을 흔들었다.

이대로 계속되면, 언젠가는 그 둘이 완전히 섞여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루시아를... 불러 주세요."

지은이 말했다.

"여기 있다."

루시아가 침실 문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얼마나 오래 그곳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주먹으로 불끈히 쥐어져 있었고,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카라. 다시는..."

루시아가 입을 열려다 멈췄다. 그녀의 눈이 레한을 향했다. 무언가가 그녀의 눈빛 속에서 흔들렸다.

"수프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거."

루시아가 나갔다. 하지만 지은은 루시아의 눈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을 봤다. 분노? 두려움? 아니면 다른 무언가?

시스템창을 다시 펼쳤다. 루시아의 정보를 찾으려고 의식을 집중했다.

루시아의 감정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지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자님."

지은이 레한을 바라봤다.

"저 사람의 감정이 안 보여요."

레한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시스템창에 루시아가 안 나타나요. 감정 수치가 없어요."

레한이 일어나 침실 문으로 향했다. 그의 움직임이 급했다.

"루시아!"

복도에서 레한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은은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저주는 단순히 카라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더 복잡한 무언가였다.

카라 주변의 모든 것을 뒤틀어버리는 무언가.

그리고 그것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침실의 거울에서, 두 개의 얼굴이 계속해서 겹쳐지고 흩어졌다.

카라와 지은.

누가 남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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