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15분. 박영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떨렸다.
한석우는 그 손가락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도 같은 방식으로 떨리고 있었다. 차이라면, 한석우는 무언가를 미루고 있었고, 이준호는 이미 모든 것을 행했다는 것뿐이었다.
"들어와."
박영미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한석우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병원장의 사무실은 밤이 깊을수록 더 무거워 보였다. 책장, 수상 이력, 의료 기관 인증서들. 모두가 그녀의 신뢰와 책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박영미는 책상 위에 펼쳐진 수십 장의 문서를 손가락으로 훑고 있었다. 환자 기록. 사망 기록.
"앉아."
한석우는 앉았다.
"당신이 왜 여기 왔는지 알아."
박영미는 눈을 들지 않았다. 손가락은 계속 문서 위를 움직였다.
"이준호의 마취 기록을 담당해온 사람이 이 시간에 병원장을 찾는 건 한 가지 이유뿐이야. 양심이다."
한석우의 목이 메었다.
"당신은 뭔가 알고 있다. 이준호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네."
박영미는 이제 눈을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가혹했다. 동시에 슬펐다.
"말해."
한석우는 말했다. 처음에는 더듬거렸다. 하지만 말할수록 그 목소리는 명확해졌다. 이준호가 환자의 맥박을 잡는 방식이 보통의 의사와 다르다는 것. 마치 뭔가를 '감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직후 환자가 살아난다는 것.
"6개월간 몇 건인가?"
"29건입니다."
박영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석우의 입에서 숫자가 나올 때, 그것은 더 이상 통계가 아니라 증언이 되었다.
"그 이후 사망 사건들?"
"매번입니다. 수술 직후 2시간 내외. 원인 불명의 사망."
한석우는 손을 깨물고 싶었다. 대신 그는 계속 말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패턴이 보였어요.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이준호와 가까운 사람들이."
박영미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환자 사진, 진단서, 그리고 이준호의 어머니 진료 기록이 있었다.
한석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래, 이제 당신도 본다."
박영미의 목소리는 낮았다.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석우는 숨을 쉬었다.
"수술 기록입니다. 마취 기록. 정확한 시간 기록. 그 모든 것을 제공하겠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최대한입니다."
박영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마치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는 것처럼.
"알았다. 내일 오후 3시에 의료사고조사팀과 만나. 이수진이 당신의 증언을 기록할 것이다."
"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박영미가 눈을 들었다.
"당신은 이준호의 친구인가?"
한석우는 답하지 못했다.
"내 생각에 당신은 친구이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 의료인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맞는 결정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한석우는 일어섰다. 그의 다리가 떨렸다.
사무실을 나가며 복도에 섰을 때,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벽 3시 45분의 병원 복도는 비어 있었다. 오직 형광등의 불빛과 그 아래의 한 명의 남자만 있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표정이 모든 것을 말했다. 친구를 팔았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일이다. 고요한 붕괴. 죄책감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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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22분. 이준호의 사무실.
문이 열렸을 때, 그는 환자 기록을 보고 있었다. 6개월간의 수술 기록. 모든 환자의 이름과 생존 여부. 그 옆에는 병원 내외의 사망 기록이 있었다.
"이준호."
이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아니, 그보다는 결연했다.
"들어와."
이민지는 들어왔다. 그녀는 서 있었다. 앉지 않았다.
"최근 수술들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게 있어요."
"왜 갑자기?"
"의료 윤리 때문입니다."
이준호의 눈이 움직였다.
"환자의 생명이 최우선이다. 당신도 알잖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이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한다면?"
침묵.
그것이 이준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민지는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존경해마지 않던 선배의 얼굴을. 그 얼굴에는 이제 무언가 다른 것이 새겨져 있었다.
"저는 당신을 고발해야 합니다."
"왜?"
"의료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민지는 돌아섰다. 사무실의 문을 닫으며 덧붙였다.
"저는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당신을 두렵습니다."
문이 닫혔다.
이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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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47분. 의료윤리위원회 회의실.
강철준은 보고서를 펼쳤다. '이준호 의사 수술 성공률 분석 보고서'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6개월간 이준호 의사의 수술 성공률은 98.3%입니다. 국내 평균 성공률이 72%임을 감안할 때, 이는 통계적으로 비정상입니다."
그는 의료윤리위원회의 위원들을 바라봤다.
"생존율 5% 미만의 중증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강철준은 문서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이 정도의 성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혹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한 건가?"
강철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른 보고서를 펼쳤다.
"동일 기간 병원 내외 원인 불명 사망 건수: 29건. 이전 6개월 평균: 8.3건."
응급실의 모니터 음이 3초간 유일한 소리였다.
"이것이 관련이 있다는 건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 간격과 통계적 유의성을 고려할 때, 조사의 필요성이 충분합니다."
강철준의 목소리는 낮았다. 제자에 대한 연민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따라서 저는 이준호 의사에 대한 공식 조사를 건의합니다."
위원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 다음, 또 다른 손. 마지막 손까지. 만장일치였다.
의료윤리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의료사고조사팀에 공식 의뢰하겠습니다."
강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승리의 빛이 없었다. 제자를 고발한 스승의 얼굴에는 오직 무거움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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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15분. 박영미의 사무실.
이수진이 앉아 있었다. 의료사고조사팀의 팀장.
"통계와 시간 패턴만으로는 직접적인 의료 기록 위반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박영미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사는 할 수 있다. 이준호의 모든 수술 기록, 마취 기록, 환자 모니터링 데이터를 확보하자. 그리고 그 시간 간격을 정확히 분석해."
"그것도 합법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의료윤리위원회에서 공식 조사를 건의했다. 이제 우리는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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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2분. 응급실.
이준호는 응급 호출을 받고 내려왔다. 교통사고 환자. 생존율 7%. 기도 폐쇄. 내출혈.
그는 환자의 곁에 섰다. 그의 손이 환자의 팔을 잡았다.
맥박을 느끼는 순간, 그것이 울렸다.
죽음의 시각. 내일 오전 11시 3분.
9시간 28분.
그의 손이 멈췄다.
'이 환자를 살리면 누가 죽을 것인가?'
그 질문이 그의 뇌를 점령했다. 어머니는 내일 오전 10시 15분에 죽는다. 그것도 그의 손가락이 연장한 죽음이다. 이 환자를 살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죽을 것이다.
'내가 누굴 죽일 것인가?'
응급실 문이 열렸다.
박영미가 들어섰다. 그 뒤로 이수진과 의료사고조사팀이 따라왔다.
"이준호."
박영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가 얘기할 게 있다."
이준호는 환자를 보고 있었다. 환자는 계속 숨을 쉬고 있었다. 아직은 살아 있었다.
응급실의 형광등이 깜박였다. 마치 누군가의 생명이 꺼지고 켜지는 것처럼.
박영미가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은 결정적이었다. 이수진이 한 발 물러서며 공간을 만들었다. 조사팀의 나머지 인원들은 응급실 입구에 서서 상황을 통제했다.
"환자 먼저 처치하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아니다."
박영미가 손을 들었다.
"여기서 멈춰."
한석우가 마취 준비를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 환자의 생존율이 7%라는 것을 알고 있나?"
박영미가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는 이런 환자들을 살려왔지. 생존율이 낮을수록, 더 절망적일수록."
응급실의 모니터 음이 유독 크게 들렸다. 그것이 유일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 직후, 원인 모를 사망들이 발생했다."
이수진이 한 걸음 나섰다. 그녀의 손에는 폴더가 있었다.
"지난 6개월간 당신의 수술 직후 2시간 3분 평균 간격으로 29건의 원인 불명 사망이 발생했습니다. 통계적 우연의 확률은 0.0003%입니다."
이수진은 폴더를 펼쳤다. 사진들이 나왔다.
"이 분은 김태희, 34세. 전자회사 과장. 딸 하나, 아들 하나."
사진 속의 남자는 웃고 있었다. 가족 사진이었다. 이준호의 얼굴의 혈색이 변했다. 호흡이 정지되었다.
"당신의 수술 2시간 3분 뒤 뇌졸중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수진은 다음 사진을 들었다.
"이 분은 박미영, 52세. 초등학교 교사. 당신의 수술 2시간 2분 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또 다른 사진. 학생들 사이에 서 있는 여자의 모습. 이준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이 분은 이영숙, 61세."
이수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의 어머니 수술 직후 응급실에서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딸 둘이 있습니다."
이영숙의 사진이 들려졌다. 평범한 할머니의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그들이 모두 당신의 수술 직후 정확히 2시간 3분 안에 죽었어."
이민지가 응급실 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의료 기록 인쇄본이 들려 있었다.
"선생님."
이민지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제가 수술 기록과 병원 사망 기록을 대조해봤습니다. 당신이 환자를 살릴 때마다, 다른 누군가가 죽었습니다. 정확한 시간 간격으로."
이준호는 이민지를 봤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우상으로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증인의 눈빛이었다.
"이것이 의료 기록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렇지."
박영미가 인정했다.
"직접적인 의료 기록 위반은 없다. 너는 정확히 의료 절차를 따랐다. 수술도 성공했다. 환자들도 살았다."
박영미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 직후의 죽음들.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고?"
박영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29명이 죽었어. 그들의 가족들이 우리 병원의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병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죽음들의 시간이 모두 당신의 수술과 연결되어 있다."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박영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한석우가 이제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난 이미 박 원장님께 모든 것을 말했어. 너의 수술들. 그 직후의 패턴들. 그리고 네가 뭔가 다른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준호가 한석우를 봤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증인으로 변신한 것을 느꼈다.
"진정한 우정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깨달았어."
한석우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응급실의 환자가 또 다시 신음을 냈다. 모니터의 심박수가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환자를 처치해야 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아니다."
이수진이 나섰다.
"이 환자의 처치는 다른 의사가 담당할 것입니다. 당신은 조사에 응해야 합니다."
"환자가 죽을 것입니다."
"그것이 의료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했지 않나?"
이수진의 반박이 정확했다.
박영미가 다른 외과의사를 손짓했다. 대기하고 있던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환자의 곁으로 갔다. 마취과 의사도 교체되기 시작했다.
이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은 의료윤리위원회의 공식 조사 대상입니다."
박영미가 말했다.
"이준호 의사, 당신의 모든 수술 기록, 환자 기록, 마취 기록은 조사의 증거로 제출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각 수술 직후 발생한 원인 불명 사망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법적 대리인을 요청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당연한 권리입니다."
박영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박영미가 이준호의 눈을 직시했다.
"강철준 회장이 의료윤리위원회에 공식 조사를 건의했습니다.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강철준. 그의 스승. 그를 키운 사람. 그가 제자를 고발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박영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의 어머니 건강상태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뇌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으셨고, 현재 중환자실에 계신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수술 이후, 응급실 베드 4번의 환자가 원인 불명으로 사망했습니다. 그 환자는 이영숙, 61세 여성. 딸 둘을 두신 분이었습니다."
박영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것이 더 무거웠다.
"당신은 당신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를 죽게 했습니다."
응급실을 채운 것은 침묵이었다. 오직 환자의 모니터 음과 호흡기 소리만 울렸다.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조사 기간 동안 당신은 수술을 금지당합니다."
박영미가 최종 선언을 했다.
"그 외 모든 의료 행위도 중단됩니다. 이것은 환자 안전을 위한 임시 조치입니다."
"제 환자들은?"
이준호가 물었다.
"다른 의사들이 인수할 것입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어머니도 다른 담당의사가 치료할 것입니다."
이준호의 무릎이 꺾였다. 그는 응급실의 벽에 손을 짚었다.
한석우가 움직였다. 친구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박영미의 시선이 그를 막았다. 한석우는 멈췄다.
이민지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이준호를 더 이상 보지 않았다.
"조사실로 가시기 바랍니다."
이수진이 손을 가리켰다.
이준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몸이 무거웠다. 마치 온몸에 납이 들어찬 것처럼.
그가 응급실을 빠져나가려 할 때, 환자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압박 계속!"
새로운 의사가 외쳤다.
"에피네프린 1mg 정맥 주사!"
이준호는 멈춰 섰다. 그는 뒤를 돌아봤다.
환자는 여전히 죽음의 시간이 내일 오전 11시 3분이었다. 이준호가 더 이상 손을 뻗지 않으면, 그 환자는 죽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준호가 손을 뻗으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2시간 3분 뒤에.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어머니는 이미 중환자실에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가 죽을 것인가?
"가세요."
박영미가 조용히 말했다.
이준호는 움직였다.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뒤에서 새로운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환자는 살았다. 이준호가 아닌 다른 의사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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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걸으면서,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 손가락들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조사실로 향하는 복도는 길었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중환자실 병실 앞을 지나갔다. 문 틈으로 보이는 침대 위의 형상. 호흡기에 연결된 창백한 얼굴. 그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그 옆, 응급실 대기실의 의자에는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중년의 얼굴. 눈빛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딸 둘을 두신 61세 여성을 잃은 사람의 눈빛이었다.
그 여성은 이준호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준호는 알았다. 그 눈빛의 무게를. 그것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것임을.
이준호는 걸음을 재촉했다.
조사실의 문이 보였다.
그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는 손잡이를 돌렸다.
강철준이 책상 너머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자의 발소리가 들렸을 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은 고발의 눈빛이면서 동시에 절망의 눈빛이었다. 스승이 제자를 마주하는 순간, 그들 사이의 모든 신뢰는 무너져 내렸다.
"앉아."
강철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늙어 보였다.
이준호는 앉았다. 그들 사이의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침묵만 있었다.
"내가 너를 키웠을 때, 나는 의료인을 만들고 싶었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을."
강철준이 말했다.
"하지만 너는 무엇을 했는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였다."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29명이야. 너는 29명을 죽였다."
"제가 직접..."
"직접이 아니면 뭐가 다른가?"
강철준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너는 그들을 죽이기로 선택했다. 의도적으로. 계산적으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건가?"
강철준이 책상을 내려쳤다.
"그것이 의료인인가? 그것이 의사인가?"
이준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스승님..."
"내 제자가 아니다. 이제 넌 내 제자가 아니다."
강철준이 말했다.
"조사 기간 동안 넌 병원에 올 수 없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강철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다.
"...넌 의료인으로서의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침묵이 조사실을 채웠다. 밖에서 들려오는 것은 응급실의 모니터 음뿐이었다.
"가."
강철준이 말했다.
이준호는 일어섰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뒤에서 강철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준호."
이준호가 멈춰 섰다.
"너는 어머니 앞에 가지 마. 지금은."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