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추적의 시작

박영미의 손가락이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화면의 숫자들이 재배열되었다. 새벽 4시, 병원장실의 불은 꺼진 지 오래였고, 전산실의 백색 LED만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지난 3개월. 정확히 90일 동안의 기록.

이준호가 집도한 수술 건수: 32건 생존율: 98.4% 그 수술이 끝난 후 8~11시간 이내에 병원 내외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사망: 6건

박영미는 손가락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했다. 엑셀 시트 위의 초록 선과 빨간 선이 교차하는 지점들.

6월 17일 오후 2시 47분 이준호 수술 완료 → 6월 17일 오후 11시 23분 배우 정해인 심근경색 사망. 6월 22일 오전 11시 12분 완료 → 6월 22일 오후 7시 41분 회사원 박준석 돌연사. 6월 28일 오후 1시 33분 완료 → 6월 29일 오전 1시 18분 대학생 이재민 교통사고로 인한 뇌사.

손가락이 마우스를 놓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박영미는 40년을 병원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생존율의 변동, 감염률의 추이, 응급실 사망률의 계절성—모든 의료 통계는 자신의 직관의 일부였다. 이 패턴은 통계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이 패턴은 인과였다.

"이것은 비정상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텅 빈 사무실에 울렸다. 손이 떨렸다. 키보드를 쳤다. 이수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의료기록실 전체 사망 기록 추출. 지난 6개월. 시간 정확도는 분(分) 단위로.*

화면을 닫으며 박영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손으로 40년을 병원의 재정을 관리했고, 의료 윤리를 외쳤고, 생명을 우선시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그 손은 멈추지 않고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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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45분, 이준호는 수술실 준비실에서 수술 가운을 벗고 있었다. 신장 이식 환자, 생존 예상 시간 6시간 47분. 성공적으로 끝났다. 손가락 끝의 맥동 감각이 사라진 것을 느낄 때마다 그는 또 한 명의 생명을 건졌다는 확신을 갖는다.

한석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취 전문의인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준호, 좀 있어봐."

이준호는 수술 가운을 벗으며 한석우를 보지 않았다. "뭐?"

"최근 수술들이... 자꾸 불안해."

"불안해? 뭐가."

"모르겠어. 그냥... 환자들의 생리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한석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 "너의 손이 환자의 맥박을 잡을 때, 뭔가 다른 것 같아. 모니터의 수치는 정상인데도, 맥박이 불규칙하게 요동쳐. 마치 뭔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이준호는 비누로 손을 씻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따뜻한 웃음이 아니었다. "석우, 넌 요즘 너무 피곤한 거 같아. 정신력이 약해지면 수술장에서 이상한 걸 봐. 내가 보기엔 모든 게 완벽했어."

한석우의 눈빛이 변했다. 그것은 절망의 빛이었다. 그는 이준호와 함께 일한 지 5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친구를 믿고, 또 믿었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 한석우의 몸 속에 무언가 쌓여 있었다. 각 수술이 끝날 때마다 들려오는 병원 곳곳의 비명, 응급 신호음, 그리고 그 직후 들려오는 고인(故人)에 대한 소식들.

"알겠어."

한석우가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그냥 내가 약한 거겠지."

문이 닫혔다. 이준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수술복을 벗은 후의 셔츠는 땀에 젖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승자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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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12분, 의료기록실 지하 2층. 이민지는 파일 캐비닛 앞에 서 있었고, 손에는 A4 용지 15장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3시간 전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었다. 이준호의 수술실 기록과 병원 전산의 사망 기록을 대조하는 것.

6월 17일: 이준호 수술 완료 14:47 → 정해인 사망 23:23 (간격 8시간 36분) 6월 22일: 이준호 수술 완료 11:12 → 박준석 사망 19:41 (간격 8시간 29분) 6월 28일: 이준호 수술 완료 13:33 → 이재민 뇌사 판정 01:18 (간격 11시간 45분) 7월 3일: 이준호 수술 완료 10:44 → 김영미 사망 19:12 (간격 8시간 28분) 7월 8일: 이준호 수술 완료 15:27 → 최준호 사망 00:41(+1일) (간격 9시간 14분) 7월 13일: 이준호 수술 완료 12:03 → 송민수 사망 20:44 (간격 8시간 41분)

간격의 평균: 8시간 54분. 표준편차: 1시간 17분.

이민지의 손이 떨렸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6번의 우연이 같은 간격으로 반복될 확률은 얼마인가? 백만 분의 일? 억 분의 일? 그녀는 통계학을 잘 모르지만, 자신의 직관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것은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가?

박영미 병원장? 하지만 증거가 충분한가? 이것은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의 증명이 아니다. 누군가가 이준호의 수술 때문에 죽었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이민지가 이 기록들을 들고 나타나면, 그녀는 자신이 의료기록실의 기밀 정보에 접근했다는 혐의를 받을 것이다. 의료진으로서의 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모른 척 하면?

그녀의 선배인 이준호가 뭔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자신이 침묵한다면?

이민지는 용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파일의 모서리를 누르고 있었다. 한 번 제출하면 돌이킬 수 없다.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 박영미

이민지는 전화를 받았다.

"이민지 의사."

"지금 어디세요?"

"의료기록실입니다."

"혼자세요?"

"네."

"제 지시를 따르시겠어요?"

이민지의 심장이 빨라졌다. 그 한 문장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박영미는 자신이 무언가를 찾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 따르겠습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의료사고조사팀으로 가세요. 이수진 의사를 찾으세요.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통화가 끝났다.

이민지는 용지를 들었다. 이번엔 놓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그녀는 파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증거를 모았다. 폴더에 담았다. 그리고 의료사고조사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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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병원장 회의실 옆 별도의 응접실. 강철준이 이준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료 윤리위원회의 회장인 그는 이 자리에서 수많은 의료진들을 심문해왔다. 이번은 다른 감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문이 열렸다. 이준호가 들어섰다.

"준호."

"교수님."

강철준은 이준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자신이 키운 제자의 얼굴. 그 얼굴은 여전히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의 최근 성공률이 비정상적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이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비정상적? 교수님, 의료는 결과가 전부입니다. 내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으면 그게 성공인 거 아닙니까?"

"생존율만이 아니다."

강철준은 테이블 위에 한 장의 용지를 놨다. 그것은 병원 전산에서 추출한 자료였다. 6월부터 7월까지의 병원 내외 사망 기록.

"너의 수술 직후, 원인 불명의 사망 사건이 증가했다. 배우 정해인, 회사원 박준석, 대학생 이재민—"

"교수님, 그게 제 수술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시간상 연관성이 있다."

"시간상 연관성은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강철준은 이준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는 이 순간 자신의 제자가 정말로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모른다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 얼굴에는 진정한 의아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무지인지, 아니면 완벽한 연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의료윤리위원회에서 공식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즉시 수술 금지 조치를 내리겠다. 협조하길 바란다."

이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나타난 반응이었다.

"수술 금지? 교수님, 제 환자들은—"

"다른 의료진이 인수할 것이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임상 활동을 중단하기 바란다."

이준호는 일어섰다. "이것은 불공정합니다."

"공정함은 조사 이후에 결정된다."

문을 향해 걸어가던 이준호에게 강철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넌 정말로 모르는 건가?"

이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서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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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4분, 이준호의 개인 사무실. 박영미가 들어섰다.

"바쁜 시간에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영미를 맞이했다. 그의 태도는 완벽했다. 의료인으로서의 겸손함, 병원장에 대한 존중, 그리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자신감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최근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어떤 환자들을요?"

박영미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 화면에는 6월부터 7월까지 이준호가 집도한 32건의 수술 기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 중에서 특별히 위험했던 케이스들은 어떻게 판단하셨습니까?"

"모두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환자들의 사후 상태는?"

"최적의 회복 경로를 따르고 있습니다."

박영미는 계속 질문했다. 각 수술의 난이도, 수술 시간, 환자들의 현재 상태. 이준호는 모든 질문에 신뢰할 수 있는 의료인의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박영미는 그의 답변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이준호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진정한 의문이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의 눈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박영미는 일어섰다. 이준호도 일어나 그녀를 배웅했다. 문 앞에서 박영미는 돌아섰다.

"혹시 최근에 자신의 환자들이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을 보이거나, 또는 다른 환자들의 사망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이준호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그것은 지나갈 정도로 빠른 순간이었다. 박영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렇군요."

박영미가 복도로 나섰다. 이준호의 사무실 문이 닫혔다. 그녀는 병원의 복도를 걸으며 중얼거렸다.

"신의 손이라고?"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신의 손이라면, 누구의 손으로 죽음을 초래하는가."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입니까?"

"의료사고조사팀 사무실입니다."

"이민지를 찾아주세요. 의료기록실에 있을 겁니다. 그녀가 뭔가 찾았을 거예요."

통화가 끝났다. 박영미는 계단을 내려갔다. 의료기록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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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42분, 응급실 대기 구역. 이준호의 호출음이 울렸다.

*긴급 호출: 중증 다발성 외상 환자 입실. 응급 수술 준비 요청.*

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이미 발걸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그는 환자의 정보를 받았다.

34세 남성, 건설 현장 추락 사고, 내출혈 및 골반 골절, 생존율 12%.

이준호는 응급실에 들어섰다. 환자는 이미 이송 침대 위에 있었다. 간호사들이 수액을 연결하고 있었다. 이준호는 환자에게 접근했다.

손가락이 환자의 목의 맥박을 찾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이준호의 감각이 죽음의 시각을 포착했다. 내일 오전 6시 23분. 그 환자는 내일 새벽 6시 23분에 죽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달랐다. 죽음이 너무 가깝다. 너무 명확하다. 손가락 끝의 떨림이 지금까지 느껴본 것 중 가장 강렬했다. 그의 손가락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시야가 흐려졌다. 맥박을 잡은 손이 저려왔다.

기존의 환자들은 8~11시간 뒤에 죽었다. 그런데 이 환자는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준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술실 준비하세요!"

그의 목소리가 응급실 전체에 울렸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무언가가 변했다. 무언가가 깨지고 있다.

그의 능력이 변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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