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위 체계의 확립과 양반의 접근
밤샘 경영서를 덮고 나온 박준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팔의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여관의 다다미 방에서 임재욱이 창문을 통해 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어제 밤 골목 습격 이후 박준호는 새벽 네 시에 건물을 옮겼다. 종로의 본점에서 나와 남촌의 작은 가게로, 그리고 다시 동촌의 여관으로. 3일 안에 이재성의 투자 결정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3일이 곧 생과 사를 나누는 기한이 될 것 같았다.
"상인 세 명이 들어왔습니다."
임재욱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의 눈은 창밖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제 윤지훈과의 칼싸움에서 입은 상처는 왼쪽 팔뚝을 가로질렀다. 피가 옷을 적셨지만, 임재욱은 상처를 감싼 후 다시 검을 들었다. 박준호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칼을 든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호흡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직 눈만 날카로웠다.
"누구냐?"
"이준현, 김송희, 박상준입니다. 어제 분업화 조직에 배치한 자들입니다."
박준호는 일어나 앉았다. 팔의 통증이 어깨까지 뻗쳐 왔다. 이들은 어제 종로 본점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자들이었다. 구매, 판매, 배송을 담당하던 평민 상인들이었다.
여관의 방문이 열렸다. 이준현이 먼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뒤를 따라 김송희와 박상준이 들어섰다. 이들의 옷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상인님, 종로 건물이..."
이준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명준의 사람들이 왔습니다. 건물 출입구를 틀어잠고, 우리 짐을 모두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우리는 밤새 도망쳤습니다."
박준호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한명준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3일의 기한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다.
"다른 곳은?"
"저자거리의 창고도 봉인되었습니다. 관청 포졸들이 나왔습니다. 한명준이 관료들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박상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박준호는 이들의 얼굴을 차례로 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들은 새로운 조직의 가능성을 보며 눈빛이 살아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은 두려움에 흔들리고 있었다.
"일단 앉아라. 물을 마셔라."
박준호가 손짓했다. 임재욱이 물주전자를 가져왔다. 이들이 물을 마시는 동안 박준호는 창밖을 봤다. 동촌의 거리는 아직 어두웠다. 새벽 여섯 시쯤이었다. 해가 떠오르기까지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상인님, 이대로는 우리가 모두..."
이준현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문장의 끝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모두 죽거나, 다시 한명준의 종 노릇을 하거나, 도망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박준호는 이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경영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분업화의 다음은 무엇이었나. 조직의 위계 구조. 의사결정의 중앙화.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재배치.
"내일 해가 뜨면, 다섯 군데의 새로운 거점을 동시에 열어야 한다."
박준호가 말했다.
"한 곳에 집중하면 한명준이 모두 짓밟을 수 있다. 하지만 다섯 곳이 동시에 움직이면, 그가 모두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본이 없습니다. 건물을 임차할 돈, 물건을 사올 돈..."
박상준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임차하지 않는다."
박준호가 일어섰다. 팔의 통증을 무시하고 창문에 섰다.
"각자 아는 사람들의 빈 창고를 빌린다. 한 달에 쌀 다섯 말씩으로 임차료를 낸다. 물건은 지금 당장 저자거리의 창고에서 몰래 꺼낸다. 한명준의 봉인은 관청 포졸들이 붙인 것이다. 관청 포졸들도 밤이 새면 자리를 떠난다."
"그건... 관청의 봉인을 깨는 것입니다. 그건 반란죄와..."
이준현이 일어나 손을 들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함을 넘어 죽음의 빛으로 변해 있었다.
박준호는 이준현을 바라봤다. 이 남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분업화 조직의 구매 담당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이 지금 공포로 변했다. 박준호는 이준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한명준은 더 강하게 나올 것이다. 우리가 움직이면, 그는 우리를 따라야 한다.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죽음에 가까운가?"
이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준호는 그 침묵이 동의라는 것을 알았다.
"임재욱."
박준호가 돌아섰다.
"예."
"지금부터 당신을 호위 책임자로 임명한다."
박준호의 말에 임재욱의 몸이 곧게 펴졌다. 호위 책임자. 그것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었다. 노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직책이었다.
"이 세 명과 함께 저자거리 창고를 밤중에 비워라. 포졸들이 자리를 뜬 후, 다섯 군데의 거점으로 물건을 나눠 운반한다. 각 거점마다 한 명씩 배치해 아침 해가 뜨면 동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임재욱이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하지만 박준호는 그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봤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놀라움이었다.
"호위 책임자가 되면, 당신은 이제 노비가 아니다."
박준호가 계속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겠다. 신분은 고용인이다. 급료는 한 달에 쌀 스무 말과 은 다섯 냥이다."
임재욱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이 박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맺혀 있었다. 눈물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희망인지 박준호는 알 수 없었다. 임재욱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상인님."
이준현과 김송희, 박상준은 임재욱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있었다. 노비가 고용인이 된다는 것은 신분제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준현의 입술이 떨렸고, 김송희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것은 단순한 신분 상승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분제 자체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것이..."
이준현이 중얼거렸다.
"이것이 복식부기입니까?"
"아니다. 이것은 계약서다."
박준호가 대답했다.
"계약서는 신분을 초월한다. 당신들이 어제 호조 심문에서 배웠지 않은가. 계약서는 왕도 무시할 수 없다."
이준현의 얼굴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변하는 그 순간이었다.
박준호는 종이를 펼쳤다. 붓을 들었다.
**"계약서. 계약 당사자: 박준호와 임재욱. 임재욱은 본 상회의 호위 책임자로 임명되며, 신분은 고용인이다. 급료는 월 쌀 스무 말과 은 다섯 냥. 의무: 상회의 안전 유지, 거점 간 운송로 감시, 위기 상황 시 즉각 대응. 권리: 급료 수령, 신분제에 따른 신체 보호, 계약 위반 시 법적 구제."**
박준호는 글씨를 내려갔다. 신분 항목에는 '노비 신분 폐지'라고 명시했다. 그 아래에는 '고용인 신분 부여'라고 적었다. 계약서의 맨 아래에는 서명 공간을 남겨두었다.
"이것이 계약서의 힘이다."
박준호가 말했다.
"신분은 태어날 때 정해진다. 하지만 계약은 두 사람의 의지로 만들어진다. 신분제 사회에서도 계약은 유효하다. 왜냐하면 계약은 왕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재욱은 계약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따라갔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박준호는 붓을 임재욱에게 내밀었다.
임재욱이 붓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계약서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글씨는 서툴렀다. 하지만 명확했다. 그것은 노비의 글씨가 아니었다. 고용인의 글씨였다.
박준호가 자신의 이름을 썼다. 계약서가 완성되었다.
임재욱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방을 나가 거리로 나섰다. 그의 뒤를 이준현과 박상준, 김송희가 따랐다. 박준호는 창문에서 그들을 봤다. 동촌의 거리에서 다섯 명의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 명은 노비였다가 이제 고용인이 된 남자. 그의 어깨는 전보다 곧게 펴져 있었다. 나머지 넷은 새로운 신분의 가능성을 안고 밤거리로 나선 평민 상인들이었다.
박준호는 손에 든 경영서를 펼쳤다. 호위 조직의 구성을 다시 확인했다. 출입구 담당 2명. 숙소 경비 2명. 운송 경로 감시 1명. 총 5명의 호위원이 필요했다. 5명의 계약서가 완성되었다.
새벽 여덟 시.
박준호는 여관을 나섰다. 다시 한 곳의 건물로 이동했다. 이번엔 서촌의 한적한 골목의 작은 다방이었다. 한명준이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박준호는 그곳의 주인 아주머니에게 밤새 여기서 손님들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의아해했지만, 은 다섯 냥을 내밀자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두 시.
밤샘 작업 후 피로가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박준호는 다방의 한 구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한명준의 건물 봉인에 대한 분노가 가슴 한구석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분노를 억누르고 다시 눈을 떴다.
첫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양반의 복장을 한 젊은 남자였다. 나이는 삼십 대 초반. 얼굴은 신중하고 눈빛은 예리했다. 박준호는 그를 본 순간 알아챘다. 이 사람은 한명준의 사람이 아니었다.
"박준호인가?"
그 남자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성함은?"
"이준구다. 종로의 시전에서 조사를 담당하는 양반이다."
이준구가 앉았다. 다방 아주머니가 차를 가져왔다. 이준구는 차를 마시지 않고 박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의 복식부기 기록을 봤다."
"어디서요?"
"호조 심문에서. 내가 심문 기록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당신의 거래 기록은 매우 특이했다."
이준구가 말했다.
"모든 것이 명확했다. 입금. 출금. 이익. 손실. 신분이나 관계로 인한 예외가 없었다. 순수하게 숫자만으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박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남자가 뭘 원하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당신이 사용한 계약서도 봤다."
이준구가 계속했다.
"양반 이준현과 평민 박상준 사이의 거래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신은 그들을 같은 선상에 놓았다. 신분 대신 역할로만 구분했다. 이건 신분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신분이 계약을 초월할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법이니까."
박준호는 이준구의 말을 들었다. 그가 호조 심문의 기록을 얼마나 정확히 읽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계약서가 있으면?"
"계약서가 있어도 신분은 여전히 신분이다."
이준구가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슬픔이 스쳤다.
"하지만 당신의 계약서는 달랐다. 신분을 거의 무시했다. 고용인. 급료. 의무. 이 세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신분은 이미 배경으로 물러났다."
이준구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떨렸다.
"나도 한 번 그런 계약을 써보고 싶었다."
이준구가 중얼거렸다.
"양반이라는 신분 없이, 오직 내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계약을."
박준호는 이준구의 눈을 봤다. 그의 눈에는 경외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것이 있었다. 절망이었다.
"당신이 뭘 하려는 건지 알겠다."
이준구가 말했다.
"신분제를 폐지하려는 게 아니다. 상업이라는 영역을 신분제 바깥에 만들려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신분이 의미를 잃는다. 오직 숫자와 계약만 남는다."
박준호는 이준구의 말이 자신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도 이것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한명준은 이를 막으려 했고, 왕실은 의심했으며, 관료들은 두려워했다. 그런데 이 남자가 말했다.
이준구는 테이블 위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가락이 경영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박준호가 어제 밤 작성한 호위 조직의 구성도가 보였다.
"당신은 이미 시작했다."
이준구가 말했다.
"노비를 고용인으로 만들었다. 그 다음은?"
"당신은 왜 이걸 얘기하는가?"
박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경계로 가득했다.
"왜냐하면 나도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이준구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나는 양반이다. 하지만 양반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난 숫자를 좋아한다. 거래를 좋아한다.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고 싶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이준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양반으로 태어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신분이 아닌 내 능력으로."
박준호는 이준구의 말을 들었다. 이 남자의 눈빛이 변했다. 절망에서 무언가 다른 것으로. 그것은 결의였다.
"양반과 평민이 함께 사업할 수 있다면, 신분제는 이미 무너진 것이다."
이준구가 말했다.
박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 말은 자신이 생각하던 바와 정확히 같았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아무도 그걸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 꿈입니다."
박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준구는 박준호의 손을 봤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준구는 미소를 지었다.
"조정 내에서 당신의 상회를 보호하려는 세력이 있다. 보수파는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진보파는 당신의 성공을 원한다. 당신이 성공하면, 신분제의 경직성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파와 진보파?"
박준호가 물었다.
"왕실 내에도 파벌이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파벌과 새로운 질서를 원하는 파벌이 있다. 당신은 새로운 질서의 상징이 되었다."
이준구가 차를 마셨다.
"조정의 고위 관료 이재성이 당신에 대해 묻고 있다. 그는 진보파의 중심이다. 그는 당신의 상회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을 도구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것이 정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박준호는 이준구의 말을 들었다. 이재성. 그 이름은 이미 자신의 귀에 익숙했다. 호조 심문에서 나타난 관료. 임재욱의 아들을 구출해준 관료. 3일 안에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관료.
"이재성이 나를 도구로 사용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그의 도구가 되거나, 죽어야 한다."
이준구가 대답했다.
"정치는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 도구가 되지 않으면 제거된다."
박준호는 이준구의 얼굴을 봤다. 이 남자의 눈에는 자신과 같은 절망이 있었다. 신분제를 무너뜨리고 싶지만, 그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를 아는 절망이었다. 그런데 그 절망 속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투쟁의 의지였다.
박준호는 자신의 선택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도구가 되는 것. 죽는 것. 아니면 무언가 다른 길.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박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당신은 이미 선택했다. 그 선택을 계속해야 한다."
이준구가 일어섰다.
"이재성의 투자를 받되, 그의 도구가 되지 말아라. 그를 도구로 만들어라. 당신의 상회가 커질수록, 당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재성은 당신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제의 논리다."
박준호는 이준구의 말을 들었다. 도구가 되거나 죽거나. 아니면 상대를 도구로 만들거나. 그것이 정치의 논리였다. 그렇다면 자신은 도구가 아니어야 했다. 자신은 도구를 만드는 자여야 했다.
이준구는 테이블 위에 손을 얹었다. 박준호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박준호는 이재성과의 관계를 다시 본다. 투자자가 아니라 도구. 자신의 확장을 위한 수단. 그 깨달음이 가슴을 관통했다. 박준호의 호흡이 정상화되었다. 눈빛이 변했다. 두려움이 사라졌다.
"나는 도구가 아니다."
박준호가 중얼거렸다.
"나는 도구를 만드는 자다."
그 순간, 거리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왕실의 문양이 그려진 기를 들고 있는 포졸들이 다방 앞에 나타났다. 이준구와 박준호는 창문 너머 거리를 봤다. 포졸들은 다방의 문을 두드렸다.
"박준호! 왕께서 소환하신다!"
다방 아주머니의 비명이 들렸다.
박준호는 이준구를 봤다. 이준구는 차분한 표정으로 창문 너머를 봤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
"이미 시작됐군요."
이준구가 중얼거렸다.
"무엇이?"
박준호가 물었다.
"진정한 게임이."
이준구가 대답했다. 포졸들의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박준호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팔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그의 호흡이 가빠졌고, 다리의 근육이 긴장했다.
박준호는 자신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나는 도구가 아니다. 나는 도구를 만드는 자다. 그 다짐이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3일의 기한은 끝났다. 이제 새로운 기한이 시작되고 있었다. 왕실의 소환이라는 이름의 기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