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봉인실의 어둠 속에서 루나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져 갔다.

손가락부터 팔로, 팔에서 어깨로. 은색 빛이 피어오르면서 루나의 실체가 흐릿해졌다. 벨과 아이리스가 울고 있었다. 벨의 울음은 가늘고 높았고, 아이리스의 울음은 깊고 낮았다. 두 정령의 목소리가 겹쳐져 루나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루나는 그들을 안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손가락이 정령의 몸을 통과했다.

"안 돼... 내가 너희를 놔줄 수 없어."

루나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벨의 목소리, 아이리스의 목소리, 봉인실 깊숙이의 다른 정령들의 목소리까지 섞여 있었다. 루나는 누구인가. 루나는 무엇인가.

그 순간, 누군가 루나를 안았다.

따뜻한 팔이 루나의 몸을 감싸고, 가슴이 루나의 등에 닿았다. 시온이었다. 황제 시온이 봉인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루나를 안고 있었다. 루나의 투명해지는 몸이 시온의 품에 안기자, 무언가가 멈췄다. 정령들의 울음이 아니라, 루나를 끌어당기던 그 힘이.

"루나. 들어."

시온의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황제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오빠의 목소리였다.

"10년 전 너를 버린 것은 내 선택이 아니었다. 황실이 너를 위험인물로 판정했고,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온의 품이 더 깊어졌다. 루나는 자신의 투명한 손가락이 시온의 가슴팍에 닿아 있음을 느꼈다. 그 손가락들이 다시 차가워지고 있었다. 정령의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너를 지키기 위해 황제가 되었다.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너는 내 여동생이다. 내가 너를 버렸다고 생각했니?"

루나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10년 동안 흘려본 적 없는 눈물이 한 번에 쏟아져 내렸다.

"오빠..."

루나의 목소리가 다시 자신의 것이 되어갔다. 벨의 울음도, 아이리스의 울음도, 다른 정령들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루나의 팔이 다시 불투명해지고, 손가락에서 은색이 빠져나갔다. 시온의 품 안에서 루나는 자신을 되찾고 있었다. 혈액이 흐르고, 무게가 돌아오고, 팔이 다시 자신의 것이 되는 감각.

"나는 너의 인정이 필요했어. 하지만 넌 나를 사랑했구나. 그게 내가 필요했던 거야."

루나가 시온을 안았다. 자신의 팔이 시온의 등을 감싸고, 손이 시온의 등뼈를 느꼈다. 시온도 울고 있었다. 루나는 시온의 눈물을 자신의 목 위에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다시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이미 버리지 않았잖아. 처음부터."

봉인실의 정령들이 울음을 멈췄다. 벨이 투명한 손으로 루나의 얼굴을 만졌다. 루나의 얼굴이 벨의 손을 통과하지 않았다. 루나가 돌아왔다.

"엄마..."

벨의 목소리가 희미했다. 아이리스가 루나를 안았다. 루나는 아이리스의 몸이 따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너희의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없어."

루나가 벨과 아이리스를 안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너희를 사랑할 수 있어. 그리고 이제 너희를 흡수하지 않을 거야. 함께 있는 다른 방식을 찾을 거야."

루나는 정령들의 손을 잡은 채로 만월의 밤을 견디고 있었다. 더 이상 손가락이 은색으로 변하지 않았다. 정령들이 루나를 끌어당기지 않았고, 루나도 정령들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함께 있었다.

시온이 루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봉인실 위, 창밖의 달이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만월이었다.

시온이 루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가자. 여기서 나가야 한다."

루나는 정령들의 손을 놓지 않고 시온을 따라 봉인실 밖으로 나왔다. 벨과 아이리스가 루나의 손을 잡았다. 다른 정령들도 루나를 따라왔다. 봉인실의 어둠에서 나온 정령들은 황궁의 복도 불빛에 비쳐 더욱 투명해 보였다.

황궁의 복도는 고요했다. 황태후와 루엘이 봉인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황태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불가능해. 넌 정령화되어야 했어."

루나는 시온의 손을 잡으며 한 발 더 나아갔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 처음부터."

루엘의 눈이 흔들렸다. 손가락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황태후의 칙령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루엘이 갑자기 몸을 돌려 복도 끝으로 달아났다.

황태후가 루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순간적으로 차갑게 변했다. 계산적인 눈빛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말하고 있었다.

"정령사를 제거할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황실의 법에서."

황태후가 천천히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 전에, 황궁 어딘가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루엘이 사라진 방향에서 마법의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루나는 그것을 느꼈다. 정령들도 느꼈다.

벨이 루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엄마, 뭔가 오고 있어."

시온이 루나의 등 뒤에 섰다. 황궁의 복도는 다시 긴장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루나는 깨달았다. 정령화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루나는 시온의 손을 잡은 채로 복도 끝을 바라봤다. 황궁의 석조 벽이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발소리였다. 많은 발소리. 복도 양쪽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호위대의 발소리였다.

"황제 폐하."

루엘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울려 퍼졌다. 그가 이끌고 온 것은 황궁의 호위대였다. 십여 명이 넘는 무장한 인물들이 복도 양쪽을 막았다. 루엘은 그들 뒤에 서 있었고, 손에는 반짝이는 문서를 들고 있었다.

"황태후 전하께서 특별 칙령을 내리셨습니다."

루엘의 목소리에는 승리의 기색이 묻어났다.

"정령사는 황실의 존속을 위협하는 요소로서, 황실 내 법정에서 즉시 심문을 받아야 합니다. 황태후 전하의 감시 아래 황궁 동쪽 별관으로 옮겨져야 하며, 황제 폐하의 접근도 제한됩니다."

시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법은 백 년 전에 폐기되었다. 공식 기록에도 없다."

"기록은 복구될 수 있습니다. 황태후 전하께서 이미 그렇게 하셨습니다."

루엘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호위대가 그를 따라 움직였다. 벨이 루나의 팔 안으로 몸을 숨겼다. 아이리스는 루나의 반대편에서 은색 빛을 더욱 강하게 발산했다. 다른 정령들도 루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루나여. 넌 이제 황궁을 나가야 한다."

황태후의 목소리가 복도의 다른 끝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루엘 뒤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차가운 확신이 흐르고 있었다.

"정령사의 능력이 황실 내에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은 법칙이다. 넌 그 법칙을 깨뜨렸고,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루나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여전히. 자신을 버리려 한다. 황실은. 가족은.

시온이 루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루나는 나의 보호 아래 있다. 황제의 보호 아래에 있는 자를 건드리는 것은 황실의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황제 폐하도 황실의 법을 초월할 수는 없습니다."

루엘이 문서를 펼쳤다. 황금색 인장이 문서 아래에 찍혀 있었다. 황태후의 인장이었다.

"정령사의 능력은 황실의 비밀입니다. 그 비밀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황실 전체가 위험에 처합니다. 따라서 정령사는 황궁 내 특수 감시 구역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황제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시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곳은 감옥이다."

"감옥이 아닙니다. 보호 시설입니다."

루엘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그 말 속의 의미는 명백했다. 루나를 황제의 손에서 빼앗겠다는 뜻이었다.

루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정령화를 멈춘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황실이라는 곳에서 자신은 영원히 피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벨이 루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엄마, 가자. 우리 나가."

벨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루나를 다시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시온."

루나가 시온을 바라봤다. 오빠의 얼굴에는 격노가 흐르고 있었다. 그 아래 무력함이 소용돌이쳤다. 황제라는 신분도 모든 것을 지켜낼 수는 없다는 무력함이. 그 무력함이 순간 결연함으로 변했다가, 다시 슬픔으로 내려앉았다.

시온이 루나에게 말했다.

"나가. 지금 당장."

"어디로요?"

"나가. 저들 눈을 피해서. 정령들과 함께."

루나는 시온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분명히 뭔가가 더 있었다.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 계획인지, 약속인지, 포기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너는 내 여동생이다. 그리고 내가 너를 두 번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시온의 목소리가 낮았지만 단호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온이 루나를 밀었다. 부드럽지만 명확한 밀침이었다. 봉인실 쪽으로. 루나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순간, 시온의 눈빛이 급격히 변했다. 호위대를 향해 몸을 돌렸고, 황제의 위엄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전투의 시작이었다.

루엘과 호위대가 움직였다.

"황제 폐하, 정령사를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나는 황실의 법을 지킨다. 그리고 정령사도 황실의 일원이다. 따라서 정령사는 보호받아야 한다."

시온이 호위대를 마주했다. 호위대의 발걸음이 멈췄다.

루나는 벨과 아이리스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섰다. 다른 정령들도 루나를 따라 움직였다. 봉인실 쪽으로. 어둠 쪽으로.

"엄마!"

벨이 외쳤다.

"엄마, 아빠는?"

루나의 발이 멈췄다. 아빠. 벨이 시온을 아빠라고 불렀다. 정령들의 언어에서 그 말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그것은 믿음이었다. 안식이었다.

루나는 시온을 바라봤다. 시온도 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말로는 할 수 없는 약속이 그 순간 오갔다.

"아빠가 여기 있어. 아빠가 우리를 지켜줄 거야."

루나가 벨에게 말했다. 자신을 안심시키는 말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다시 한 번 떠나보내는 말이었다.

루나는 정령들을 이끌고 봉인실로 다시 내려갔다. 지하 7층의 어둠 속으로. 그곳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다. 그곳은 피난처였다.

루나는 봉인실의 벽을 더듬으며 안을 헤맸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손길이 돌벽을 따라 움직였다. 깊은 곳에서, 루나의 손가락이 무언가에 닿았다. 낡은 글자였다. 벽에 새겨진 글자. 전 황제의 필적으로 보이는 글자였다.

"정령사는 혼자가 아니다. 그들은 항상 함께다."

루나의 손가락이 그 글자를 따라갔다. 벨의 울음이 변했다. 아이리스의 은색 빛이 공명했다. 다른 정령들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이 글자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봉인이자, 동시에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봉인실의 벽이 빛나기 시작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