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로운 가족

황제의 옥좌실은 여전히 차갑고 거대했다. 시온이 단상 위에 앉아 있고, 그 양옆에 황태후와 루엘이 서 있었다. 루나는 호위 내시들 사이로 걸어가며, 손가락의 은색 빛을 소매로 감싸 숨기려 했다. 정령화는 멈췄지만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다. 피부 표면에 미세한 반짝임이 남아 있었다.

"정령사는 황실의 위협이다."

황태후의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루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말은 10년 전 자신을 추방할 때 나온 말과 같았다.

"지난 밤, 루나가 봉인실에서 정령들과 접촉하며 정령화되는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루엘이 절을 하며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욕망이 숨어 있었다. 루나는 그 욕망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관찰하고 싶은, 통제하고 싶은 욕망.

"이는 명백히 황실의 안정을 위협합니다. 강경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온이 천천히 일어섰다. 단상을 내려오는 그의 발걸음은 묵직했다. 루나의 앞까지 온 그는 루나의 손을 들어 올렸다. 소매가 밀려 내려가면서 팔의 은색 빛이 드러났다.

"이것이 위협인가?"

시온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폐하, 이는 정령화의 진행 과정으로—"

"내가 물었다. 이것이 위협인가?"

황태후가 입을 열려다 멈췄다. 시온은 루나의 팔을 살펴보며 계속했다.

"루나는 정령들과 함께하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지켜냈다. 이것은 정령사의 능력이 완벽하다는 증거다."

"완벽하다니요? 폐하, 그녀는 정령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정령사들의 최후와 같은—"

"다르다."

루나가 입을 열었다. 자신도 놀랐다. 목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정령들의 목소리와 섞여 있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지만, 그 말은 분명 자신의 결정이었다.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정령들과 함께 있고, 시온 오빠도 있습니다. 과거 정령사들은 혼자였어요."

황태후의 얼굴이 굳었다. 루엘은 루나를 관찰하듯 눈을 좁혔다. 시온은 루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제부터 루나는 황실의 '정령 보호자'로 공식 인정된다. 모든 정령 관련 사항은 루나의 권한 아래에 놓인다. 루엘, 루나에 대한 감시와 제한은 즉시 해제한다. 그리고 봉인실은 루나의 전담 구역이 된다. 누구든 그곳에 들어가려면 루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온의 선언은 짧았지만 절대적이었다. 황태후는 입술을 깨물었다. 루엘은 고개를 숙였지만, 그 눈빛은 어두웠다.

"이 결정은 변하지 않는다."

시온이 덧붙였다.

---

봉인실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루나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벽에 박힌 수정석들이 부드러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은색 빛이 손가락에서 피어나 천장까지 뻗어 올라갔다. 정령들이 그 빛을 따라 모여들었다.

벨이 루나의 팔을 감싸 안았다. 그 작은 몸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루나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웠고, 다른 정령들은 루나 주위에 원을 그렸다.

"이제 우리는 함께예요."

루나가 중얼거렸다. 이전처럼 정령들의 기억이 흘러들어오지는 않았다. 아이리스의 손을 잡았을 때, 루나는 예전처럼 아이리스의 고통을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리스의 손이 따뜻해졌다. 아이리스의 떨림이 멈췄다. 그 침묵이 치유였다.

"엄마는 우리를 버리지 않을 거야?"

벨의 목소리가 작았다.

"절대 안 된다."

루나는 벨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 손가락은 여전히 은색이었지만, 이제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과 정령들을 이어주는 빛이었다.

"너희는 나의 가족이고, 나는 너희의 엄마야. 함께 살아가는 거야."

아이리스가 눈을 떴다. 그 검은 눈동자 속에 루나의 모습이 비쳤다. 루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직하게 마주봤다.

"지금 아프세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아파하지 않으면 거짓이 되겠지."

루나가 답했다.

"하지만 너희 때문에 아픈 게 아니야. 너희는 내 생명이니까."

아이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령의 눈물은 투명했지만 빛을 담고 있었다. 그 빛이 루나의 손을 타고 흐르면서, 루나의 팔의 은색이 한 단계 옅어졌다.

---

동쪽 누각으로 가는 길, 카이가 나타났다.

"루나."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루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카이는 루나의 은색 팔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지난밤... 괜찮았나?"

"황제 오빠가 있었어요."

루나가 답했다. 그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카이는 알았다. 시온이 루나를 지켜냈다는 뜻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가?"

"정령들을 돌보겠습니다. 그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루나의 목소리에는 이제 확신이 있었다. 카이는 그것을 들었다.

"그렇구나."

카이가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슬픔과 안도가 함께 있었다.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약속이다."

"카이... 고마워요."

루나가 고개를 숙였다. 카이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돌아섰다.

---

만월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루나가 봉인실로 내려갔을 때, 정령들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 벨과 아이리스가 루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정령들도 함께였다.

"엄마, 이번엔 괜찮을 거야?"

벨이 물었다.

"이번엔 우리가 함께 있으니까."

루나가 대답했다.

만월의 빛이 봉인실에 쏟아져 내렸다. 루나의 손가락이 은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공포스럽지 않았다. 루나는 정령들을 안았다. 하나씩, 천천히.

벨의 손을 잡으면, 루나의 손가락에서 은색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빨아들이는 흡수가 아니었다. 벨의 연한 초록색이 루나의 은색과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색이 피어났다. 마치 두 물감이 섞이듯, 부드러운 민트빛으로 변했다. 그 색은 루나의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만 물들였다. 마치 누군가 그곳에 경계를 그어놓은 듯이.

아이리스를 안으면, 루나의 가슴에서 따뜻함이 피어났다. 아이리스의 기억이 흐르지 않았다. 대신 아이리스의 떨림이 멈췄다. 아이리스의 검은 빛이 루나의 은색과 만나면서 깊고 신비로운 자주색을 만들었다. 그것도 루나의 팔 절반까지만 미쳤다.

다른 정령들을 차례로 안으면서, 루나는 패턴을 깨달았다. 각 정령의 빛이 루나의 은색과 만나면서 새로운 색을 만들었다. 푸른 정령은 루나와 만나 하늘색이 되었고, 황금색 정령은 루나와 만나 따뜻한 주황색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색이 루나의 팔 절반까지만 도달했다.

루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공존의 의미였다. 완전한 흡수도, 완전한 분리도 아닌 것. 루나는 정령들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정령들도 루나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그 경계는 명확했고, 그것이 안전이었다.

만월의 밤이 지나갔다.

루나의 팔은 완전히 은색이 되지 않았다. 절반만 빛났다.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그 이상으로 가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루나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문양처럼.

"저것은 저주가 아니구나."

루나가 자신의 팔을 들어 봤다.

"저것은 내가 정령사라는 증표구나."

---

사흘이 지났다.

루나는 동쪽 누각의 창문에서 해가 지는 것을 봤다. 붉은 빛이 황궁의 지붕을 물들이고 있었다. 벨이 루나의 왼쪽에 앉아 있었고, 아이리스가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다른 정령들은 방 곳곳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유롭게.

"나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었구나."

루나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처음엔 질문이었다가, 마지막엔 확신이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었어."

벨이 루나의 손을 잡았다.

"엄마가 버려진 적이 없어."

벨이 말했다.

"엄마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10년 동안."

루나는 벨을 안아줬다. 눈물이 흘렀지만, 이번엔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 순간, 방의 문이 열렸다. 시온이 들어왔다. 그는 손에 차를 들고 있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차였다.

"같이 마실래?"

시온이 물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제안이었다.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은 루나 앞의 탁자에 차를 놓고 앉았다. 벨과 아이리스는 루나의 양옆으로 물러섰다. 다른 정령들도 자리를 만들어줬다. 시온과 루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령들도 알고 있었다.

"미안해."

시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10년 동안 너를 혼자 두었다."

"오빠는 내가 버려진 줄 알았어?"

루나가 물었다. 이건 처음 묻는 질문이었다.

"아니다. 나는 너를 버린 게 아니라 지키려고 했다. 그 당시 황실은... 너의 능력을 위협이라고 봤다. 어머니는 너를 제거하라고 했었다."

시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황제가 되면서 너를 불러들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미안해."

루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럼 이제 알았으니 됐어."

루나가 말했다.

"앞으로는 너를 혼자 두지 않겠다."

시온이 덧붙였다.

"나도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루나가 대답했다.

남매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은 어색한 침묵이 아니었다. 10년을 채워가는 침묵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루나."

카이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시온이 있는 것을 보고 한 발 물러섰지만, 루나가 손짓해 들어오라고 했다.

"정령 보호자님을 축하드립니다."

카이가 인사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카이. 너는 내게 만월에 대해 경고했었지."

루나가 말했다.

"왜 그랬어?"

카이가 루나의 눈을 봤다.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것이 전부였다. 복잡한 설명도, 정치적 이유도 없었다. 그저 루나를 지키고 싶었다는 것뿐.

루나는 카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카이는 루나의 손을 잡았다. 황제가 있는 앞에서도, 정령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도. 그의 손가락이 루나의 손가락을 감싸 안았다. 힘이 전해졌다. 약한 힘이 아니라, 약속의 무게를 담은 힘.

시온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안도와 아쉬움이 함께 있었다.

"이제는 나도 너를 지킬 수 있어."

루나가 말했다.

"우리가 함께."

카이는 루나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시온을 바라봤다. 두 남자의 눈빛이 만났다. 그것은 복잡한 대화였다. 경쟁과 양보, 그리고 루나에 대한 공통된 염려.

"그렇군요."

카이가 먼저 말을 끊었다.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카이."

시온이 목소리를 낮췄다.

"너는 여전히 루나를 도와야 한다. 황태후와 루엘의 움직임이 심해질 테니까."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그 밤, 루나는 봉인실을 다시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시온이 함께했다.

"이 봉인실을 이렇게 만든 이유가 뭐야?"

루나가 물었다. 벽의 신비로운 글귀를 가리켰다. 그 글귀는 이전 황제의 손으로 쓰인 것 같았다.

"정령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시온이 대답했다.

"이 봉인실이 없었다면, 정령들은 벌써 실험 대상이 되었을 거야. 황태후와 루엘이 그들을 이용하려고 했거든."

"그럼... 이 글귀는?"

루나가 다시 물었다.

"'정령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그녀는 너희의 빛이 될 것이다.'"

시온이 읽었다.

"전 황제가 쓴 예언이야. 그는 어딘가에서 정령사가 다시 나타날 거라고 믿었어. 그리고 그 정령사는 정령들을 해방시킬 거라고."

루나는 벽에 손을 대었다. 글귀에서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마치 환영하는 듯이.

"나는 그 정령사야?"

"그래. 너야."

시온이 확인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루나가 물었다.

"정령들을 자유롭게 해줄래?"

시온이 제안했다.

"낮에는 황궁 어디든 다닐 수 있게. 밤에는 여기로 돌아오게. 그리고 넌 그들의 엄마가 되어줄래."

루나는 시온을 봤다. 오빠의 눈에는 진심만 있었다.

"네. 난 그들의 엄마가 될 거야."

루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받아들일 거야."

시온은 루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뭐?"

"넌 이제 황실의 정령 보호자야. 그건 단순히 정령들을 돌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 넌 황실과 정령들 사이의 다리가 되어야 해. 황실 내에서 정령들의 권리를 지켜야 하고, 정령들에게는 황실의 법을 설명해줘야 해."

루나는 시온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단순한 역할이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이었다.

"네. 나는 그 책임을 지겠습니다."

루나가 대답했다.

"폐하."

루나가 시온을 공식적으로 호칭했다. 시온은 웃음을 지었다.

"여기선 오빠라고 불러도 돼."

"네, 오빠."

---

한 달이 지났다.

동쪽 누각은 완전히 변했다. 낮에는 비어 있었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정령들로 가득 찼다. 벨과 아이리스는 루나의 양옆에 앉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정령들은 방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이제 '비밀'이 아니었다. 황실 내시들도 그들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두려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령들도 내시들과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루나는 정령들을 돌보는 방법을 배웠다. 모든 상처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들여 천천히 치유하는 방법을. 벨의 기억이 흐르면, 루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울었다. 아이리스가 시간을 되돌리려 하면, 루나는 그것을 멈추고 현재의 순간을 함께 살았다.

정령들은 안정감을 느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루나도 안정감을 느꼈다.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느 날 오후, 카이가 루나를 찾았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황태후가 움직이고 있어."

카이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루엘과 함께. 그들은 너를 제거할 방법을 찾고 있어."

루나의 얼굴이 굳었다. 그것은 예상한 일이었지만, 구체적으로 듣는 건 다른 문제였다.

"어떻게?"

"루엘이 봉인실의 다른 부분에 대해 묻고 있어. 마치 뭔가 더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카이가 말했다.

"그리고 황태후는 독약을 구하려고 했어."

루나의 눈이 커졌다.

"독약을?"

"지난주 황실 약방에서 맹독성 약초를 빼내려고 했어. 내가 그 담당자에게 미리 말해서 막을 수 있었지만, 다시 시도할 거야. 더 조심스럽게."

카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실했다.

"그리고 루엘은 봉인실 벽을 조사하려고 했어. 내가 봤어. 밤중에 봉인실 입구에서 벽을 만지고 있었어. 마치 뭔가를 찾는 것처럼."

루나는 벨과 아이리스를 바라봤다. 두 정령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엄마..."

벨이 루나의 소매를 잡았다.

"우리가 엄마를 다치게 할까봐..."

"안 돼."

루나가 벨을 안아줬다.

"너희는 절대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어. 너희는 내 생명이니까."

루나는 카이를 바라봤다.

"카이. 루엘이 봉인실 벽에서 뭘 찾으려고 했어?"

카이는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의 표정으로 봐서는 뭔가 중요한 거 같았어. 그리고 황태후가 그를 재촉하고 있어. 마치 시간이 부족한 것처럼."

루나의 마음이 철렁했다. 봉인실 벽 너머에 정말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그동안 만난 정령들 말고 다른 정령이?

"알겠어. 고마워, 카이."

루나가 말했다.

"그리고... 넌 조심히 움직여. 내가 할 수 있는 건 있으니까."

카이는 루나를 바라봤다. 루나의 눈에는 감사와 결의가 함께 있었다.

"루나. 넌 정말 강해졌어."

카이가 말했다.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루나가 대답했다.

---

밤이 깊어졌다.

루나는 동쪽 누각의 창에서 달을 봤다. 만월은 아니었지만, 달빛은 충분히 밝았다. 벨과 아이리스는 루나의 양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다른 정령들도 방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루나는 자신의 팔을 들어 봤다. 절반이 은색이었다. 그 은색은 이제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루나의 일부였다.

"나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었구나."

루나가 중얼거렸다.

"나는 처음부터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었어."

그 순간, 방의 문이 열렸다. 시온이 들어왔다.

"이제 넌 혼자가 아니다."

시온이 루나 뒤에 섰다. 그의 손이 루나의 어깨에 올려졌다.

"우리가 너의 가족이다."

루나는 시온을 돌아봤다. 오빠의 눈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루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10년 만의 웃음이었다.

벨과 아이리스도 함께 웃었다. 다른 정령들도.

창밖으로 보이는 황궁은 여전히 화려했다. 하지만 이제 그곳에는 따뜻한 빛이 가득했다. 정령들의 빛이었고, 루나의 빛이었고, 시온의 빛이었다.

동쪽 누각은 더 이상 '버려진 자들의 거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집'이 되었다.

루나는 비로소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밤, 루나는 악몽을 꿨다.

봉인실의 벽이 갈라지는 꿈이었다. 검은 금이 벽 전체를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 금 사이로 무언가가 울음을 지르고 있었다. 정령의 울음이 아니었다. 더 크고, 더 오래되고, 더 깊은 울음이었다.

루나는 깨어났다.

벨이 루나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 아이리스도 루나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엄마..."

벨이 꿈속에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엄마... 위험해... 다른 거... 깨어나... 안 돼..."

루나는 벨을 더 안아줬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의문이 자라났다.

봉인실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정말로 모든 정령들을 루나가 만난 걸까?

벨의 경고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루나는 일어났다. 벨과 아이리스를 조심스럽게 베개 위에 눕혔다. 다른 정령들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루나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봉인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으며, 루나는 자신의 팔을 들어 봤다. 은색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마치 뭔가가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봉인실의 벽 앞에 서자, 루나는 손을 뻗었다. 차가운 돌이 손가락에 닿았다. 그 표면을 따라 손을 움직이며, 루나는 벽 전체를 더듬었다.

그리고 느껴졌다.

벽의 한 지점에서 다른 기운이. 마치 누군가가 그곳을 통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루나는 시온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봉인실의 비밀을 알아야 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