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이 뜨기 전날 밤, 루나의 귓가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도, 셋도 아니었다. 봉인실 아래에 갇힌 모든 정령의 목소리가 동시에, 마치 댐이 터지듯 루나의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손가락부터 발끝까지 은색 빛이 번쩍 흘러내렸다. 루나는 침대에서 몸을 날렸다.
"아, 아아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정령들의 울음만 있을 뿐, 루나 자신의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정령들이 부르는 소리가 너무 크고, 너무 가깝고, 너무 절박했다. 마치 그들이 루나의 피부 안쪽에서 울고 있는 것처럼. 루나의 팔을 통해, 루나의 다리를 통해, 루나의 심장을 통해.
동쪽 누각의 벽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은 달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직 완전한 만월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루나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가, 가야 해——"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황궁의 복도를 내달렸다. 루나는 자신의 손가락을 볼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자신이 끝나고 정령이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손등의 피부도 은색으로 반짝이며 사라져갔다. 루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더 아래로, 더 아래로. 봉인실이 있는 지하 7층으로.
"루나님!"
카이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이 순간을 예상했다는 듯. 루나를 앞에 두고 서서 길을 막았다.
"안 돼요. 지금 가면 안 돼."
"치워."
루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령들의 목소리가 루나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중첩되고, 울고, 부르짖었다. 카이가 한 발 물러섰다.
"루나님, 제발. 만월 전야에는——"
"내가 가야 해. 그들이 날 부르고 있어."
루나는 카이를 밀어냈다. 손이 닿는 순간, 은색 빛이 카이의 팔을 태웠다. 카이가 비명을 질렀다. 루나는 멈추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갔다. 더 깊숙이, 더 어둡게.
"루나."
시온이 있었다.
황제는 봉인실의 입구에 서 있었다. 루나는 그를 보자마자 몸이 굳었다. 시온의 눈은 검고 깊었다. 마치 루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지 마."
"내가 말했잖아. 넌 내 오빠가 아니야."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은색 빛이 목 위로 퍼져갔다. 턱까지, 귀까지. 곧 머리도 덮일 것이었다.
"넌 날 버렸어. 열 살 때 버렸어. 지금 와서 뭐 하는 거야?"
"루나, 제발——"
시온이 손을 뻗었다. 루나는 그를 밀어냈다. 황제의 몸이 뒤로 날렸다. 루나는 달렸다. 봉인실의 문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엄마——!"
벨이 루나의 팔에 안겼다. 작은 정령의 몸이 떨렸다. 루나도 떨렸다. 루나의 팔에 닿은 벨의 몸이 루나의 것으로 녹아들어가려 했다. 은색 빛이 벨에게로 흐르기 시작했다.
"안 돼——!"
벨이 루나의 팔에서 빠져나갔다. 아이리스가 나타났다. 루나의 딸.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상처를 가진 정령이. 루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제발 우리를 흡수하지 마. 넌 우리를 잃고 싶지 않아. 하지만 우리도 너를 잃고 싶지 않아."
벨이 울음을 더했다.
"우리 때문에 넌 자꾸 아파. 우리가 넌 상처 줘. 엄마, 우리를 놔 줘——"
루나는 그들을 안고 싶었다. 하지만 안으면 그들이 사라진다. 안으면 루나도 사라진다. 루나는 자신의 몸을 볼 수 없었다. 손도, 팔도, 다리도. 정령들을 더 흡수하면 완전히 없어질 것이었다.
"내가, 내가 뭐 하는 거야——?"
루나는 비명을 질렀다. 봉인실 전체가 울렸다. 정령들의 울음이 벽을 때렸다. 천장에 부딪혔다. 루나의 비명과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소리가 되어 황궁 전체를 흔들었다.
루나의 피부가 미세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아니라 전신이 이제 은색으로 변해갔다. 루나의 기억이 정령들의 기억으로 덮여갔다. 루나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갔다. 열 살 때의 기억도, 시골 마을에서의 십 년도, 황궁에 온 지 몇 날의 일도. 모두가 정령들의 고통으로 흐려졌다.
루나의 몸이 봉인실의 중앙에서 빛났다. 모든 정령들의 울음이 한 번에 폭발했다. 루나의 몸이 마치 태양처럼 밝아졌다. 은색 빛이 봉인실 전체를 채웠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동시에 공포스러웠다. 루나가 더 이상 루나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벨과 아이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엄마——!"
그 순간, 황제의 발소리가 들렸다.
시온이 봉인실로 내려왔다. 황궁의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황제는 더 이상 폭군이 아니었다. 그저 루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오빠였다.
시온의 손이 루나를 향해 뻗어왔다. 그 순간, 루나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은색 빛이 시온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루나는 시온을 밀어낼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시온의 피부가 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정령들의 울음이 황제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시온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황제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루나를 더 단단히 안았다.
"내가 받아줄게."
시온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혼자가 아니야."
루나의 은색 빛이 계속 시온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황제의 팔이 루나를 감싸 안으며, 그 빛을 자신의 내부로 천천히 흡수했다. 마치 루나가 정령들의 고통을 받아주듯이, 시온이 루나의 고통을 받아주고 있었다.
손가락이 따뜻해졌다. 그 다음 손등. 팔. 마지막으로 가슴.
은색 빛이 물러갔다. 아주 천천히, 마치 파도가 밀려나가듯이. 루나의 피부에서 은색이 사라지고, 다시 살색이 돌아왔다.
시온의 목소리가 점점 명확해졌다. 정령들의 울음이 서서히 멀어졌다. 루나의 의식이 조각조각 돌아오기 시작했다. 열 살 때 혼자 정령들의 울음을 들으며 밤새 울던 자신. 황궁에 소환되었을 때 오빠를 보고 느꼈던 절망. 그리고 벨을 처음 안았을 때의 따뜻함.
"내가 여기 있다."
시온이 루나의 귀에 속삭였다. 황제의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열 살 때 자신을 버린 오빠의 목소리도, 황궁에서 자신을 외면한 황제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제발. 나한테서 나가지 마."
루나의 몸이 시온의 팔에서 떨렸다. 루나의 눈물이 황제의 어깨를 적셨다. 루나는 시온을 밀어내고 싶었다. 황제의 품에 안기면 정령들이 더 울 것 같았다. 정령들이 더 상처받을 것 같았다. 루나가 정령들을 버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온의 팔은 놓지 않았다.
"네 오빠도 정령사야, 루나."
시온이 말했다. 루나의 머리 위에서. 루나를 안은 채로.
루나의 몸이 경직되었다. 시온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정령들의 울음과 같은, 하지만 다른 무언가. 루나는 눈을 떴다.
황제의 손가락에서 미세한 은색이 피어나오고 있었다. 루나가 시온을 처음 만났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느낀 것이 있었다. 그저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열 살 때 너를 버린 건 내 선택이 아니었어. 어머니의 명령이었어."
시온이 계속했다.
"하지만 내가 막지 못했어. 그게 내 죄야. 그리고 난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 넌 정령사라는 것을. 봉인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네 손에서 정령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을 때. 나도 감지할 수 있었어. 그 울음을."
시온이 루나를 더 단단히 안았다.
"그리고 난 네가 정령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도 알았어. 그래서 널 막으려 했어. 만나지 말라고, 봉인실에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것도 너를 상처 입히는 거였어. 넌 정령들을 사랑하는 게 넌데, 그걸 빼앗으면 넌 누가 돼?"
루나의 몸이 시온의 품 안에서 경직되었다. 루나의 기억이 조각조각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령들의 울음이 점점 희미해졌다. 루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찾았다.
"나도 정령사야, 루나. 난 너를 받아줄 수 있어."
황제가 속삭였다.
"넌 혼자가 아니야. 절대로."
루나가 깨어났다.
봉인실의 은색 빛이 가라앉았다. 루나의 몸에서 더 이상 은색이 피어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루나의 피부는 여전히 미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루나가 정령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루나가 천천히 돌아서 시온을 마주봤다. 황제의 눈을 보았다. 그 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더 강한 것은 결심이었다.
"아니."
루나가 대답했다. 루나의 목소리는 이제 자신의 목소리였다. 정령들의 울음이 섞이지 않았다.
"놓으면 넌 또 내려갈 거야?"
시온이 물었다. 루나의 머리 위에서. 루나를 안은 채로.
"아니. 내가 여기 있을 거야."
루나가 말했다.
"정령들도 여기 있고. 오빠도 여기 있고. 나도 여기 있을 거야."
루나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시온의 팔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벨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벨이 조심스럽게 루나에게 다가왔다. 작은 정령은 루나의 다리에 안겼다.
"엄마."
벨의 울음이 이제는 절망적이지 않았다. 그저 그리움일 뿐이었다.
아이리스도 나타났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상처를 가진 정령이. 루나를 보자마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엄마, 넌 돌아왔어."
루나의 손이 아이리스의 머리에 닿았다. 아이리스는 루나의 무릎에 기대었다.
"우리가 함께니까."
루나가 속삭였다.
벨이 루나의 손가락에 안겼다. 시온은 여전히 루나를 안고 있었다.
봉인실의 다른 정령들도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루나를 안으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루나의 곁에 있으려 했다. 루나의 손을 만지려고 했다.
한 마리의 정령이 루나의 손목에 작은 울음을 내며 기대었다. 또 다른 정령은 루나의 발치에 앉아 그저 루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루나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려고 했다.
"아파?"
벨이 루나의 손을 잡고 물었다.
루나가 벨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루나의 손은 따뜻했다.
"아니. 이제 안 아파."
루나가 대답했다.
"우리가 함께니까."
시온이 루나를 안은 채로 천천히 일어섰다. 황제는 루나를 봉인실에서 들어올렸다. 루나의 몸은 가벼웠다. 마치 루나가 정령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루나의 몸에서는 여전히 미세한 은색이 피어나오고 있었다.
시온이 그것을 본 순간, 황제의 눈에 무언가가 변했다. 공포가 아니었다. 결심이었다.
황제는 루나를 황궁의 주실로 데려가지 않았다. 대신 황궁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루나가 처음 봉인실에 들어갔을 때 본 거대한 서고로.
"뭐 하는 거야?"
루나가 물었다.
"날 찾는 거야."
시온이 대답했다.
"넌 정령사여. 그리고 난 정령사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아야 해."
황제가 루나의 손을 잡았다.
"전 황제들의 기록에 모든 게 남아 있어. 어떻게 정령사를 지킬 수 있는지. 어떻게 정령화를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시온이 루나의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 너를 사랑해야 하는지."
루나의 심장이 멎었다.
만월이 봉인실을 비추고 있었다. 루나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색이 흘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저주가 아니었다.
서고의 문이 열렸을 때, 시온의 손이 한 권의 기록을 집었다. 표지에 새겨진 글씨는 흐릿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했다. 정령사 저주의 시작. 그리고 루나의 진짜 이름이.
그것이 사랑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