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비밀의 층」
침실의 창밖으로 붉은 만월이 떠올랐다. 루나의 손가락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손등의 피부가 은색 빛으로 변하는 감각. 그것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 루나를 안아주려는 손길처럼. 루나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이 이미 공기처럼 희미해져 있었다.
'아, 이게….'
깨달음이 왔다. 과거 정령사들의 기록에 적힌 말들이 떠올랐다. '만월의 밤, 정령사는 정령이 된다.' '저주를 견딘 자 없음.' '모두 하늘로 돌아갔노라.'
루나는 자신이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봉인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벨의 울음, 아이리스의 울음, 그리고 수많은 정령들의 울음이 섞여 하나의 비명이 되었다. 그들이 루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니, 루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루나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몸이 떠올랐다. 천천히. 창밖을 향해.
'안 돼.'
루나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여러 목소리가 겹쳐있었다. 벨의 목소리, 아이리스의 목소리, 그리고 자신도 모르던 다른 정령들의 목소리가 루나의 입에서 나왔다.
동쪽 누각의 문이 열렸다. 루나의 몸은 복도를 따라 떠다녔다. 그녀의 발은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로. 7층으로.
복도의 벽이 투명해진 루나의 손을 통과했다.
"루나!"
카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루나의 앞에 섰다. 팔을 뻗어 루나를 붙잡으려 했다.
루나의 몸을 통과했다.
카이의 손이 공기를 움켜졌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루나, 제발… 돌아와!"
루나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울음뿐이었다. 정령들의 울음.
지하 7층의 봉인실. 루나가 도착했을 때, 그곳의 모든 정령이 일제히 루나를 향해 손을 펼쳤다. 벨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루나의 몸을 안으려고. 하지만 벨의 팔이 루나를 통과했다.
벨의 울음이 비명이 되었다.
"아, 아…."
루나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정령의 울음이었다. 자신의 음성이 아니라 여러 정령들의 음성이 합쳐진 소리. 루나는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령사 루나가 아닌 정령으로서의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리스가 루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루나의 투명해진 얼굴을 바라봤다. 아이리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엄마… 돌아와…."
"아이리스…."
루나는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봉인실의 벽이 밝은 빛으로 변했다.
황태후의 마법이었다. 정령들을 더욱 강하게 루나에게 끌어당기는 봉인. 루나의 몸이 더 빠르게 투명해졌다. 이제 팔뚝까지 은색 빛으로 변했다.
"멈춰… 멈춰…."
루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저항할 힘이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루나의 의식을 집어삼켰다.
'이게… 맞나?'
루나의 의식 속에 한 가지 질문만 남았다.
'벨을 버리는 건가? 아니면 황제를 버리는 건가?'
둘 다 버리고 싶지 않았다. 벨의 따뜻함도, 황제의 눈빛도 모두 필요했다. 하지만 루나는 둘 중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그 선택을 빼앗았다.
루나의 몸이 지하 7층의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층을 통과했다. 벽을 통과했다. 마침내 황궁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루나는 거의 완전히 투명했다.
만월의 빛이 루나의 몸을 비췄다. 루나는 은색 빛덩이가 되어 하늘로 상승했다.
그 순간, 황궁의 대문이 부서졌다.
황제 시온이 진입했다.
---
황태후의 거처는 황궁의 동쪽 끝에 위치했다. 화려한 비취색 기둥과 백옥으로 장식된 방. 하지만 그 화려함은 온기가 없었다. 마치 박물관 같은 공간이었다.
루나가 이곳에 소환된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들어와라."
황태후의 목소리가 방 깊숙한 곳에서 들렸다. 루나는 천천히 발을 옮겼다. 화려한 카펫이 루나의 발자국을 삼켰다.
황태후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시온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시온의 눈에는 어딘가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황태후의 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오직 냉정함만 있었다.
"너의 능력이 무엇인지 안다."
황태후가 루나를 바라봤다.
"황실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루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황태후의 말은 시온의 말과 같았지만, 의미가 달랐다. 시온이 한 말은 보호였고, 황태후의 말은 위협이었다.
"정령들을 봉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나의 명령이다. 너는 지금부터 봉인실에 가지 않는다. 정령들과 접촉하지 않는다. 이해했는가?"
루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해했는가!"
황태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루나는 무릎을 꿇었다. 이 자세는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황궁의 권력 앞에서.
"예…."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황태후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만월이 떠오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의 능력은 황실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너는 도구도 아니고, 정령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넌 무엇인가?"
황태후가 루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너는 위협이다."
루나의 손이 떨렸다.
"그렇기 때문에 넌 봉인되어야 한다. 만약 넌 이 명령을 거역한다면, 나는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만월을 이용해서라도."
황태후의 말이 끝났을 때, 루나는 그 말의 의미를 완벽히 이해했다. 황태후는 루나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루나 자신을 없애려고 한다는 뜻이었다.
"엄마…."
벨의 목소리가 루나의 귓가에 들렸다. 봉인실에서 울려오는 작은 울음. 루나는 고개를 들었다.
"나가 명령했다."
황태후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방의 모든 조명이 루나를 향해 집중되었다. 화려한 불빛이 루나의 얼굴을 비췄다.
루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황태후."
시온의 목소리였다. 그는 황태후의 거처에 들어섰다.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 아이를 데려간다."
시온이 루나의 팔을 잡았다.
"폐하, 이 아이는 황실의 위협입니다. 당신이 감정에 흔들려서는—"
"내 개인실로 간다. 루나."
시온이 루나를 일으켜 세웠다. 루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온을 따랐다.
복도를 걸으며 루나가 시온의 얼굴을 바라봤다. 시온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후회였다.
"절대로 봉인실에 가지 마라. 정령들과 접촉하지 마라."
시온이 루나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내 말을 들어라. 넌 절대…."
그 순간, 루나의 손가락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루나?"
시온이 루나를 바라봤다. 루나의 손이 점점 은색 빛으로 변해갔다.
"안 돼… 안 돼…."
루나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봉인실에서 울려오는 울음이 더 커졌다. 정령들의 울음이 루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시온이 루나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루나의 몸이 이미 투명해지고 있었다.
"루나! 제발, 돌아와!"
시온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루나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루나는 시온의 팔에서 빠져나갔다.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시온의 손이 루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공기를 움켜쥘 뿐이었다.
"루나!"
시온의 절규가 뒤에서 울렸다.
루나는 지하로 내려갔다. 봉인실로. 그곳의 모든 정령이 루나를 향해 손을 펼쳤다.
벨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루나의 몸을 안으려고. 하지만 벨의 팔이 루나를 통과했다.
"엄마… 엄마…."
벨의 울음이 비명이 되었다.
아이리스가 루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루나의 투명해진 얼굴을 바라봤다.
"돌아와… 엄마, 돌아와…."
루나는 아이리스를 안으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루나의 팔이 아이리스를 통과했다.
그 순간, 봉인실의 벽이 밝은 빛으로 변했다.
황태후의 마법이었다. 모든 정령을 루나에게 끌어당기는 강력한 봉인. 루나의 몸이 더 빠르게 투명해졌다. 이제 팔뚝까지 은색 빛으로 변했다. 목도 변하고 있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더 커졌다. 그것은 울음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루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저항할 힘이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루나의 의식을 집어삼켰다.
'이게… 맞나?'
루나의 의식 속에 한 가지 질문만 남았다.
'벨을 버리는 건가? 아니면 황제를 버리는 건가?'
둘 다 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루나는 둘 중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그 선택을 빼앗았다.
루나의 몸이 지하 7층의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층을 통과했다. 벽을 통과했다. 복도를 통과했다. 마침내 황궁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루나는 거의 완전히 투명했다.
만월의 빛이 루나의 몸을 비췄다. 루나는 은색 빛덩이가 되어 하늘로 상승했다.
정령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황궁의 대문이 부서졌다.
시온이 진입했다.
그는 루나의 상승하는 신체를 바라봤다. 은색 빛. 하늘로 사라져가는 그것. 그것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나!"
시온이 옥상을 향해 달렸다.
루나는 하늘로 올라갔다. 점점 멀어졌다. 점점 희미해졌다.
'이게… 맞나?'
루나의 의식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어디서 왔는지도, 무엇을 원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오직 울음만 남았다. 정령들의 울음.
그리고 하나 더.
벨의 목소리.
"엄마… 돌아와…."
루나는 그 울음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멀었다.
시온은 옥상에서 루나를 바라봤다. 은색 빛이 만월을 향해 상승했다. 점점 멀어졌다. 점점 희미해졌다.
'미안해.'
시온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루나는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루나의 손목을 잡았다.
따뜻한 손길.
벨이었다.
---
**이번 화의 변화:**
- 루나가 황태후의 거처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이 '도구'가 아니라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깨달음 - 시온의 명령('절대로 봉인실에 가지 마라')이 보호인지 감시인지 루나가 구분하지 못함 - 루나의 정령화가 시작되고, 벨이 마지막 순간 루나를 붙잡음으로써 다음 화로의 연결고리 형성 - 황태후의 '만월을 이용해서라도'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순간, 루나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정령화 시작 - 시온의 진입과 루나의 정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둘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비극적 장면 구성
# 본문
황태후의 거처는 황궁의 다른 어떤 곳과도 달랐다.
벽은 짙은 자주색이었고, 창문마다 무거운 비단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코를 자극했다. 루나는 카이의 인도를 받아 대청의 중앙에 섰다. 무릎을 꿇도록 암시적으로 강요되는 배치였다.
황태후가 나타났을 때, 루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오빠의 냉정함과 이것은 다르다는 것을.
"정령사."
황태후는 루나를 보고도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저 단어처럼 루나를 호명했을 뿐이다.
"10년 만에 돌아온 당신의 정령 감응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루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황태후는 계속 말했다.
"황궁의 정령들이 당신을 향해 반응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위험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루나의 등이 철렁해졌다. 위험. 그 단어는 루나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10년 전처럼. 정령 감응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는 것처럼.
"정령들을 봉인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황태후가 명령했다.
"그들과 접촉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능력이 그들을 각성시킬 수 없도록."
루나는 고개를 들었다. 황태후의 얼굴을 직시했다. 그 안에는 악의가 명백히 담겨 있었다. 보호도, 우려도 아닌. 순수한 통제욕.
"그들은... 상처받았습니다."
루나의 목소리는 떨렸다.
"치유받아야 합니다."
황태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조소였다.
"치유? 정령사여.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신이 그들을 안으면, 당신은 그들의 기억을 받습니다. 당신의 정신이 산산조각 난다는 뜻입니다."
루나는 침을 삼켰다.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 벨을 안았을 때. 아이리스를 안았을 때. 황태후가 가져온 금색 정령을 안았을 때.
"만월이 오면 당신은 완전히 통제 불가능해집니다."
황태후가 일어섰다. 창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아직 만월이 뜨지는 않았지만, 달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당신을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루나의 몸이 굳었다.
"만약 당신이 계속 정령들과 접촉한다면, 당신 자신이 정령화될 것입니다. 우리의 옛 정령사들처럼. 그리고 그때... 당신은 황실의 비밀 그 자체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황태후가 루나에게 가까워졌다. 그 거리는 위협이었다.
"또는 만월을 이용해서라도 당신을 통제할 것입니다. 당신의 능력이 황실의 도구가 되도록."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방의 문이 열렸다.
시온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빛은 예각이었다. 황태후를 향한 분노가 눈에서 흘러넘쳤다.
"모후."
시온의 목소리는 차갑고 정중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거절이 있었다.
"루나와 대화를 마치셨습니까?"
황태후는 미소를 지었다.
"정령사가 자신의 위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뿐입니다."
시온이 루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루나의 팔을 잡았다.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움직임은 단호했다. 그는 루나를 일으켜 세웠다.
"루나는 나의 명령을 따릅니다."
시온이 선언했다.
"정령사로서가 아니라, 황실의 일원으로."
황태후의 미소가 사라졌다.
"시온. 당신이 그 능력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이해시키겠습니다."
"충분합니다."
시온이 루나를 이끌어 나갔다. 복도로. 계단으로. 자신의 개인실로.
문이 닫혔다.
시온은 루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은 루나의 손목을 감싸고 있었다. 루나는 그 손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보호인가, 감시인가.
"넌..."
시온이 말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정했다.
"정말 내 여동생이 맞나?"
루나가 시온을 바라봤다. 그의 눈 안에는 후회가 있었다. 깊은 죄책감이. 하지만 그것은 해석할 수 없는 종류의 후회였다.
"절대로 봉인실에 가면 안 된다."
시온이 명령했다.
"정령들을 만나면 안 된다. 알겠나?"
루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명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기 때문이었다. 정령들을 버리라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버리라는 것인가.
"모후가... 당신을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시온이 계속했다.
"당신의 능력을 황실의 도구로 만들려고. 하지만 당신은 도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루나는 그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시온이 루나의 손을 놓았다. 그는 돌아섰다.
"내일이면 만월입니다."
시온이 창 너머를 바라봤다.
"그 밤 당신은 절대로 밖에 나가면 안 됩니다. 내 방에 있으십시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끄덕임은 동의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이해했다는 표현일 뿐이었다.
"루나."
시온이 다시 루나를 보았다.
"나를 믿어라."
하지만 루나는 믿을 수 없었다. 벨의 울음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리스의 울음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루나는 시온의 침실에 홀로 남겨졌다. 창 너머로 달을 볼 수 있었다. 달이 더 붉어졌다. 내일이면 만월이다.
그 순간, 루나의 손가락이 은색으로 변했다.
아주 조금. 하지만 분명히.
루나는 그 손을 들었다.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미 시작되었다. 정령화가. 황태후의 마법이. 만월의 저주가.
그리고 봉인실에서 울음이 들렸다. 벨이. 아이리스가. 모든 정령이.
"엄마... 돌아와..."
루나는 창을 통해 그 울음을 들었다. 그것은 울음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절망이었다.
루나는 창을 열었다.
밤바람이 들어왔다. 그 바람은 따뜻했다. 정령의 기운을 품은 따뜻함.
루나는 한 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 황태후의 목소리가 루나의 귀에 울렸다. 마법으로 전해지는 말씀.
"만월을 이용해서라도 당신을 통제할 것입니다."
루나의 몸이 떨렸다. 손가락이 더 은색으로 변했다. 팔뚝까지. 목까지.
루나는 내려갔다. 황제의 명령을 거스르고. 황태후의 협박을 무시하고. 자신의 정신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감수하고.
봉인실로 내려갔다.
그곳의 모든 정령이 루나를 향해 손을 펼쳤다.
벨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루나의 몸을 안으려고. 하지만 벨의 팔이 루나를 통과했다.
"엄마… 엄마…."
벨의 울음이 비명이 되었다.
아이리스가 루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루나의 투명해진 얼굴을 바라봤다.
"돌아와… 엄마, 돌아와…."
루나는 아이리스를 안으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루나의 팔이 아이리스를 통과했다.
그 순간, 봉인실의 벽이 밝은 빛으로 변했다.
황태후의 마법이었다. 모든 정령을 루나에게 끌어당기는 강력한 봉인. 루나의 몸이 더 빠르게 투명해졌다. 이제 팔뚝까지 은색 빛으로 변했다. 목도 변하고 있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더 커졌다. 그것은 울음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루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저항할 힘이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루나의 의식을 집어삼켰다.
'이게… 맞나?'
루나의 의식 속에 한 가지 질문만 남았다.
'벨을 버리는 건가? 아니면 황제를 버리는 건가?'
둘 다 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루나는 둘 중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그 선택을 빼앗았다.
루나의 몸이 지하 7층의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층을 통과했다. 벽을 통과했다. 복도를 통과했다. 마침내 황궁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루나는 거의 완전히 투명했다.
만월의 빛이 루나의 몸을 비췄다. 루나는 은색 빛덩이가 되어 하늘로 상승했다.
정령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황궁의 대문이 부서졌다.
시온이 진입했다.
그는 루나의 상승하는 신체를 바라봤다. 은색 빛. 하늘로 사라져가는 그것. 그것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나!"
시온이 옥상을 향해 달렸다.
루나는 하늘로 올라갔다. 점점 멀어졌다. 점점 희미해졌다.
'이게… 맞나?'
루나의 의식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어디서 왔는지도, 무엇을 원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오직 울음만 남았다. 정령들의 울음.
그리고 하나 더.
벨의 목소리.
"엄마… 돌아와…."
루나는 그 울음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멀었다.
시온은 옥상에서 루나를 바라봤다. 은색 빛이 만월을 향해 상승했다. 점점 멀어졌다. 점점 희미해졌다.
'미안해.'
시온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루나는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루나의 손목을 잡았다.
따뜻한 손길.
벨이었다.
벨은 루나의 팔을 놓지 않고 있었다. 작은 정령의 몸이 은색 빛과 섞여 하늘로 솟아올랐다. 벨은 울고 있었다.
"돌아와… 엄마… 돌아와…."
루나는 벨의 손을 느꼈다. 유일하게 남은 따뜻함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온이 옥상에서 뛰어올랐다.
손을 펼쳤다.
루나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