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침실의 어둠 속에서 루나는 눈을 떴다. 벨의 온기가 가슴팍에서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벨... 괜찮아?"

작은 정령은 루나의 목에 감긴 채 조용했다. 루나의 손을 꼭 쥐고 있는 것만으로 대답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루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아직도 만월이 떠 있었다. 그 달빛이 침실 바닥에 흰 자국을 그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령들의 울음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벨 말고도, 누군가 더 있었다.

루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벨이 놀라 울음을 냈다.

"잠깐만. 금방 돌아올게."

거짓말이었다. 루나 자신도 알고 있었다. 봉인실로 내려가면 쉽게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황태후의 명령은 '지하 7층에 절대 들어가지 말 것'이었다. 어긴다면 추방도 가능했다. 10년 만에 돌아온 황실에서 다시 버려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정령들의 울음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복도는 차갑고 고요했다. 횃불이 한두 개만 켜져 있었고, 그림자들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루나는 숨을 죽이고 계단을 향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달라졌다. 습기 냄새, 그리고 무언가 낡은 것의 냄새. 루나는 벽을 짚으며 내려갔다. 정령들의 울음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7층 문이 나타났다. 거대한 철문이었다. 문 위에는 복잡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루나는 손을 문에 가져갔다.

순간, 모든 문양이 밝아올랐다.

"오지 마."

정령의 울음이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찾아줘. 제발."

다른 목소리였다. 더 크고, 더 절박했다.

루나는 문을 밀었다. 봉인이 풀리면서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봉인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천장이 높고, 벽면 곳곳에 은색 빛이 떠 있었다. 그것은 정령들이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수십 개의 정령들이 루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루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뒤로 물러났다.

오직 한 정령만이 앞으로 나왔다.

그것은 벨보다 훨씬 컸다. 반투명한 몸이 금색과 은색이 섞여 있었고, 눈은 깊은 감정으로 가득했다.

"넌... 엄마니?"

목소리가 떨렸다. 아이처럼 낮고, 하지만 누군가 오래 기다려온 무언가를 찾아낸 사람의 음성이었다.

"나는 아이리스야. 넌 루나니?"

루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리스는 루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 움직임이 불안정했다. 마치 언제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벨이... 벨이 자꾸 엄마를 독차지한다고 생각했어. 벨만 봐주는 줄 알았어."

아이리스의 몸이 떨렸다.

"내 이야기도 들어줄 거야? 내 고통도... 안아줄 거야?"

루나는 천천히 팔을 벌렸다.

"그래, 괜찮아."

아이리스가 루나의 품에 안겼다. 순간, 세상이 기울었다.

---

*실험실. 차가운 돌 바닥. 손들이 작은 존재를 집어올린다. 금색 빛이 비명을 지른다.*

*"이 정령은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황제 폐하, 이는 매우 귀중한 자산입니다."*

*루엘의 목소리였다. 더 젊고, 더 차가웠다.*

*"통증을 통해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답했다. 루나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필요한 만큼 하시오."*

*황제 시온의 목소리였다.*

루나는 비명을 질렀다.

실험실의 벽이 흔들렸다. 돌 바닥이 부서졌다. 모든 것이 금색으로 타올랐다.

루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이리스가 루나의 팔 안에서 울고 있었다. 아니, 루나가 울고 있었다. 루나의 손에서 은색 빛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그 빛이 봉인실 전체를 밝혔다.

"안 돼, 안 돼!"

벨이 루나를 향해 울음을 질렀다. 작은 정령이 루나의 어깨를 밀었다.

"루나, 깨어! 너무 깊이 들어가고 있어!"

루나의 몸이 정령화되기 시작했다. 손가락부터 은색이 번져 올라왔다. 손 전체가 투명해졌다. 팔이 흐릿해졌다. 냉기가 팔뚝을 타고 올라오면서 감각이 사라져 갔다. 마치 얼음이 녹듯 신체가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루나!"

벨이 루나의 가슴팍에 달라붙었다. 작은 정령의 따뜻함이 루나의 가슴에 닿았다. 그 온기가 루나를 불러세웠다.

루나는 눈을 떴다. 아직도 은색 빛이 손에서 흘러나왔지만, 정령화가 멈췄다. 루나가 의식적으로 그 빛을 밀어냈다. 손가락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벨... 미안해."

루나는 아이리스를 안은 팔을 천천히 내렸다. 정령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난 너를 완전히 안아줄 수 없어."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벨을 안을 때, 내 안의 아픔들이 흘러나와. 벨은 그걸 견딜 수 있어. 벨의 마음이 그만큼 크니까. 하지만 너를 안으면... 내 상처와 벨의 상처가 섞여서 너한테로 흘러갈 거야. 그럼 넌 더 깊이 상처받을 거고, 그 상처가 다시 나한테로 돌아올 거야."

루나가 아이리스를 바라봤다.

"내 안에 이미 너무 많은 아픔이 있어. 그걸 견딜 수 있는 건... 벨뿐이야."

아이리스가 루나를 바라봤다. 정령의 눈에는 이해가 없었다. 단지 거부감만 있었다. 그 거부감은 분노로 변해갔다.

"나도... 나도 안아줘. 벨처럼."

"안 돼."

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봉인실의 다른 정령들도 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같은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안아줘."

"우리도."

"제발."

루나의 귀에 모든 울음이 동시에 들렸다. 마치 파도처럼. 마치 익사할 것처럼.

루나는 돌아섰다. 봉인실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벨을 안은 채로. 아이리스의 울음이 루나의 뒤를 따랐다. 절망과 분노가 섞인 울음. 마치 저주처럼.

"엄마! 가지 마!"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봉인실을 흔들었다. 루나는 그 울음을 들으면서도 계단을 올라갔다.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아직도 은색 빛이 손가락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계단 중간에서 루엘이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봉인실에서 뭘 하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루나가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당신의 손을 봤어요."

루엘이 루나의 손을 집었다.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은색 빛을 들었다.

"정령 흡수의 과정인가요?"

루나는 손을 뿌쳤다.

"모르겠어."

"흥미롭네요."

루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이 그 능력을 사용할 때, 정신력이 소모된다고 했죠? 정령들의 기억과 고통을 흡수하면서?"

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만약 그 능력을 더 발전시킨다면? 정령 흡수의 횟수를 늘리고, 한 번에 더 많은 정령을 안을 수 있다면?"

루엘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것이 숨어 있었다.

"그렇다면 황실의 모든 정령들을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훨씬 더 빠르게 말입니다."

루나가 루엘을 바라봤다.

"넌... 뭘 원하는 거야?"

"당신의 능력을 황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에요. 그것이 당신이 원하던 것 아닙니까? 황실에 인정받는 것 말입니다."

루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루엘은 루나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세요. 만약 당신이 모든 정령들을 치유한다면, 황제 폐하도 당신을 인정할 것입니다. 버려진 아이에서 황실의 자산으로 말입니다."

루엘이 한 발 더 내딛었다. 루나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러려면 더 강해져야 해요. 지금의 당신은 아직 약하거든요. 한두 명의 정령을 안을 때마다 정령화 위기에 빠진다니."

루엘의 손이 루나의 팔을 잡았다. 루나의 피부에서 은색 빛이 흘러나왔다. 루엘은 그 빛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려고 했다. 마치 그것을 제어하려는 듯이.

"저는 당신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제 마법을 받으면 당신의 정령화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될 겁니다. 대신..."

루엘의 손이 루나의 팔을 더 단단히 움켜잡았다. 루나의 팔에서 은색이 급격히 번져 올라왔다. 정령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팔 전체가 투명해지고, 냉기가 어깨까지 퍼져나갔다.

"아!"

루나가 비명을 질렀다.

"당신은 나를 따를 것입니다. 황실의 모든 정령을 치유하기 위해 말이에요. 거절한다면..."

루엘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졌다.

"당신의 정령화를 가속화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당신은 정령이 될 테고, 황실은 당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정령은 마법사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요."

루나의 팔이 점점 투명해졌다. 손가락이 은색으로 변했다. 이제 팔의 절반이 정령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야! 그만해!"

루나가 루엘을 밀어냈다. 루나의 몸에서 은색 빛이 폭발했다. 거부감이 힘으로 변했다. 그 힘은 루나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루엘이 뒤로 밀려났다.

루나는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반투명했다. 정령화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루엘의 마법이 루나의 몸 깊숙이 박혀 있었다.

"흥미롭네요."

루엘이 일어나며 웃음을 흘렸다.

"당신은 거부감으로도 충분히 강한 힘을 낼 수 있군요. 하지만 그 힘을 쓸 때마다 정령화가 더 빨라진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루나의 손이 떨렸다. 루엘의 말이 맞았다. 거부감으로 힘을 냈을 때, 정령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았다.

"난 황실의 자산이 아니야."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명확했다.

"그리고 넌 내 능력을 강제할 수 없어. 내 능력은 내 의지로 작동해. 강제로 사용되면 나를 파괴할 뿐이야."

"아직은요."

루엘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하지만 곧 당신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겁니다. 만월이 더 강해질수록, 당신의 정령화는 피할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당신은 자발적으로 나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루나는 루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계단을 빨리 올라갔다. 벨이 루나의 목에 감긴 채 떨리고 있었다.

침실로 돌아와 문을 닫은 루나는 벽에 기대앉았다. 벨이 루나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루나... 괜찮아?"

"응. 괜찮아."

또 다른 거짓말이었다.

루나는 손을 펼쳤다. 은색 빛이 손가락 끝에서 흔들렸다. 루엘의 마법이 아직도 루나의 팔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독처럼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너는 누구인가?*

*정령사인가? 아니면 정령인가?*

*황실의 딸인가? 아니면 버려진 자인가?*

침실 밖에서 정령들의 울음이 들렸다. 아직도 멈추지 않는 울음. 아직도 루나를 부르는 목소리. 그 중에서 아이리스의 울음이 가장 크고 가장 날카로웠다.

루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감아도 달빛이 붉게 보였다.

만월은 아직 떠 있었다.

루나는 눈을 뜨며 침실의 천장을 바라봤다. 붉은 달빛이 창을 통해 흘러들어와 방 전체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벨은 루나의 가슴 위에서 작은 울음을 내고 있었다.

"벨?"

루나가 벨을 들어 올렸다. 작은 정령의 몸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달빛에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벨의 손가락부터 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루나... 제발... 아이리스만 생각하지 말아줘."

"벨, 뭐라고 하는 거야?"

루나의 손이 떨렸다. 벨의 몸을 감싸려고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벨이 스쳐나갔다. 정령화되어가는 벨의 몸은 루나의 손을 통과했다.

"난 괜찮아. 난... 루나를 안 힘들게 하고 싶어. 그것만이... 내 소원이야."

벨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루나는 벨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은색 입자들만 떨어져 내렸다. 벨이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야! 벨, 돌아와!"

루나가 외쳤다. 침실 전체가 흔들렸다. 루나의 몸에서 은색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천장을 향해 솟아올랐다. 루나의 손끝에서, 얼굴에서, 온몸에서 정령의 빛이 흘러나왔다. 목부터 가슴까지 정령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침실의 벽이 녹아내렸다. 루나 앞으로 펼쳐진 것은 실험실이었다. 하얀 벽으로 둘러싼 거대한 공간. 중앙에는 유리 관 여러 개가 서 있었다. 각 관 안에는 정령이 갇혀 있었다. 아이리스도 있었다. 아이리스는 유리 관을 내리치고 있었다. 손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나가... 나가고 싶어."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는 그 장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령의 재생 능력 테스트. 상처 회복 속도 측정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였다.

*이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감정 반응이 강하다.*

실험실의 장면이 빠르게 바뀌었다. 누군가의 손이 아이리스를 집었다. 그 손은 차갑고 건조했다.

"제발... 그만해."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용히."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통증이었다. 극심한 통증이 루나의 전신을 휩쓸었다.

루나가 비명을 질렀다.

침실로 돌아왔다. 루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손가락에서 은색 빛이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루나는 손을 주먹으로 쥐어 그것을 억누르려고 했다.

"루나!"

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벨이 침대 모서리에서 나타났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루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다시 부풀어 올랐다. 벨이 살아 있었다.

"벨... 너는?"

"난 여기 있어. 계속 여기 있었어."

벨이 루나의 손에 올라탔다. 루나의 손가락을 감싸며 은색 빛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마치 어른이 아이의 떨리는 손을 잡듯이.

"그건... 꿈이었어?"

"모르겠어. 하지만 루나가 아이리스의 기억에 빠져 있었어. 정말 깊게."

벨이 말했다.

"루나의 손이 자꾸만 아이리스로 향했어. 마치 아이리스를 더 안고 싶어 하는 것처럼."

루나는 벨을 바라봤다. 정령의 눈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가 명확히 보였다.

"미안해, 벨. 그런 건 아니야."

"루나가 우리 중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선택해야 한다면... 난 아이리스가 되고 싶지 않아. 루나가 아이리스 때문에 없어져 버리는 건 더 싫어."

벨의 목소리가 작았다. 하지만 그 작은 목소리 안에는 깊은 절망이 들어 있었다.

루나는 벨을 다시 가슴에 안았다. 벨의 따뜻함이 루나의 몸을 진정시켰다. 은색 빛이 천천히 물러났다.

"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거야. 모두가 소중해."

"그럼 루나는 어떻게 돼?"

벨이 물었다.

"뭐가 돼?"

"모두를 안아주려다가 없어져 버리는 거야. 아이리스 언니가 봤어. 루나의 기억 속에서. 루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루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벨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루나는 벨을 빨리 숨겼다. 벨이 루나의 머리카락 속으로 들어갔다.

"루나님."

카이가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심각했다.

"만월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봉인실의 정령들이 제어 불가능 상태가 되고 있어요."

"뭐... 뭐라고?"

루나가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무거웠다.

"루나님은 침실에 계셔야 합니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카이가 말했다.

"아니야. 아이리스가... 정령들이..."

루나가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카이가 루나의 어깨를 눌렀다.

"루나님, 제발. 이번 만월은 다릅니다."

카이의 눈이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루나는 카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표정 속에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예감이 있었다.

"루엘이... 뭔가 준비하고 있어요."

카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 뭘?"

"황태후와 만나는 것을 봤습니다. 그들이 만월과 당신의 정령화를 언급했어요."

루나의 피가 식었다.

"그건... 무슨 뜻이야?"

"루나님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려는 것 같습니다. 루엘이 황태후에게 '만월이 뜨는 밤에 루나님이 정령화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루나님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침실 밖에서 정령들의 울음이 점점 커져 왔다. 그 울음은 이제 비명처럼 들렸다. 마치 누군가 그들을 강제로 깨우고 있는 듯이. 그리고 그 울음 속에서 뭔가 다른 소리가 섞여 들렸다. 마법이 발동되는 음파. 봉인이 흔들리는 소리.

루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만월이 더욱 붉게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달빛 아래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마법의 흔적.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월의 힘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봉인실의 문이 흔들리고 있었다.

루나는 손을 펼쳤다. 은색 빛이 손가락 끝에서 흔들렸다. 루엘이 남긴 마법이 아직도 루나의 팔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독처럼, 마치 사슬처럼.

그 순간, 지하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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