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성의 포구
경성의 동쪽 신기관 집회소 지하실. 어둠 속에서 횃불 하나가 혼자 타고 있었다.
주경은 석혜의 어깨를 빌려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손가락의 마비는 여전했고, 코피는 멈추지 않았다. 류해가 건네준 아버지의 시계를 왼손으로 쥐고 있었는데, 그 무게만으로도 팔이 떨렸다.
"사흘을 버틸 수 있을까요?"
신월의 목소리가 어두운 지하실에 떨어졌다. 그녀는 창문 없는 방 한 모서리에 서 있었고, 옆에는 신기관의 무인들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버티지 않으면 죽는다."
지법사의 짧은 답변이었다. 그는 주경 맞은편 벽에 앉아 있었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관찰하는 듯했다.
주경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열 말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이 불완전하다는 것, 매번 사용할 때마다 생명이 깎여나간다는 것, 이제 월 제한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 모든 것이 가슴 한구석에 돌처럼 박혀 있었다.
시계의 초침이 똑딱거렸다.
시간이 흘렀다. 주경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셈하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스무 살에 죽었다. 이번 생에서는 열여섯이다. 이미 네 살을 잃었다. 남은 시간은 열두 살이었다.
밤 열 시가 되었을 때, 신월이 움직였다.
"온다."
그 단어가 떨어지는 순간, 지하실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위치를 잡았다. 신기관의 무인들이 출입구를 향해 검을 뽑았고, 지법사는 눈을 떴다. 석혜는 주경의 팔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첫 번째 폭발음이 울렸다.
집회소의 위층에서 목재가 부서지고,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소리가 들렸다. 철혈맹의 신호탄이었다. 이번에는 도주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전투였다.
지하실의 출입구가 열렸다. 철혈맹의 검사들이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열 명이었다. 아니, 열 명이 아니었다. 계단을 통해 계속 내려왔다. 스무 명, 서른 명. 어둠 속에서 그들의 검은 옷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신월의 무인들이 첫 번째 공격을 막았다. 금속음이 울렸다. 한 명의 신기관 무인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주경은 그 모습을 보고 몸을 움직이려 했다.
"아직입니다."
석혜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그녀의 한쪽 팔은 주경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작은 기계 장치를 꺼내고 있었다. 그것은 주경이 만들지 않은 것이었다. 석혜가 직접 개선한 발화 장치였다.
석혜가 그것을 던졌다.
폭발. 정확했다. 계단 위에서 철혈맹의 검사 세 명이 쓰러졌다.
"움직여야 합니다."
지법사가 주경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명령이 아니라 제안처럼 들렸다.
주경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마비된 손가락이 초침을 향했다. 아버지의 시계의 초침을. 류해가 건네준 것. 전생의 기억이 깃든 것.
초침이 멈춘 순간, 세상이 멈췄다.
철혈맹의 검사들. 그들의 검. 그들의 움직임. 모두가 정지했다. 주경은 그 사이를 통과했다. 약한 다리를 질질 끌며, 석혜를 안고, 지하실의 뒤쪽 통로로 향했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렀다. 코피는 멈추지 않았다. 월 제한이 한 번 남았다. 아버지의 시계를 쥔 손이 떨렸다.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법사가 뒤에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입니다."
주경은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마지막 한 번을 사용하면 3개월이 더 깎여나간다. 남은 시간은 아홉 살이 된다. 절대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자신은 시간이 없었다.
뒤에서 또 다른 폭발음이 들렸다. 신월의 무인들이 계속 저항하고 있었다.
지하 통로는 복잡했다. 주경은 이 공방의 지도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법사는 알고 있었다. 그 노인은 마치 이 통로를 수백 번이나 걸어본 듯, 정확하게 길을 인도했다.
"왜?"
주경이 물었다. 목소리는 약했지만 절실했다.
"왜 나를 도왔습니까?"
지법사는 멈추었다. 통로의 끝이었다. 그곳에는 작은 철문이 있었다. 그 철문 너머는 경성의 포구였다.
"당신의 아버지가 묻고 갔습니다."
지법사가 마침내 말했다.
"'만약 내 아들이 돌아온다면, 그를 지켜주시겠습니까?'"
주경의 몸이 멈췄다.
"전생의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지법사는 철문을 열었다. 밤바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의 아버지는 시간이 무엇인지 이해했습니다. 생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조작하는 것의 대가도."
주경은 아버지의 시계를 더욱 단단히 쥐었다.
"당신은 아직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해한다면?"
"당신은 초침을 잡지 않을 것입니다."
지법사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폭발음이 더욱 가까워졌다. 철혈맹이 지하실을 파고 들어왔다. 통로로 그들의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십시오."
지법사가 뒤돌아섰다.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사이에 그가 가지고 있던 검이었다.
"나는 여기서 그들을 막겠습니다."
주경의 목이 메었다.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법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주경이 본 첫 번째 미소였다. 그 노인의 얼굴에서.
"하지만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것을 완성해야 합니다."
철혈맹의 검사들이 통로의 모서리를 돌아왔다. 검은 옷과 검신만 어둠 속에서 보였다.
지법사가 검을 들었다. 그의 몸이 철혈맹의 무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십시오!"
석혜가 주경을 밀었다. 그녀는 한쪽 팔로 주경을 안정시키면서 다른 손으로는 기계 장치를 던지고 있었다. 폭발음이 울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석혜!"
주경이 외쳤다.
"당신도 가야..."
"가십시오!"
석혜가 다시 외쳤다. 그녀는 주경을 철문 쪽으로 밀어냈다. 그 순간, 철혈맹의 검사 하나가 석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석혜는 몸을 날려 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한쪽 팔이 검에 스쳤다.
"석혜!"
주경이 다시 외쳤다. 하지만 석혜는 이미 다른 철혈맹 무인과 교전하고 있었다.
주경은 철문 밖으로 나갔다. 포구의 밤바람이 그를 감싸 안았다. 발 아래는 젖은 포장도로였고, 하늘에는 별들이 떠 있었다.
뒤에서 검음이 울렸다. 지법사와 철혈맹의 검사들의 전투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석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 목소리는 통로를 통해 포구까지 전해졌다.
"우리가 있습니다!"
주경은 걸음을 멈췄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코피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아버지의 시계는 여전히 똑딱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변했다.
자신의 약함을 깨닫는 것. 그것이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주경이 이전에 보였던 모습,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던 모습과는 달랐다. 초침을 움켜쥐고 시간을 죽여가며 절대강자가 되려던 그 길 위에서, 이제 다른 손들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그를 바꿨다.
주경은 포구의 어둠 속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포구의 맞은편 건물의 지붕 위에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검은 옷. 하얀 수염. 철혈맹의 최고 지도자, 철천이었다.
철천은 천천히 지붕을 걸어 내려왔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 느림 속에는 막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검이 칼집에서 나왔다. 검신이 포구의 가로등 빛을 반사했다.
주경은 뒤돌아 철천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죽인 남자의 얼굴을 직접 보았다.
"당신을 죽인 것은 내가 아닙니다."
철천이 포장도로에 발을 딛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지금 죽여야 합니다."
"왜?"
주경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명확했다.
"내가 당신의 적입니까?"
철천은 한 발 내디뎠다. 포구의 공기가 그의 검 주변에서 일렁거렸다.
"강호는 오랫동안 일정한 질서 속에서 움직여왔습니다."
철천이 말했다.
"절대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약자는 그 질서에 복종하는 것. 이것이 강호의 법칙입니다."
주경은 한 발 물러섰다. 뒤에는 포구의 창고들이 있었다. 좁은 골목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더 큰 피해가 나올 것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무엇입니까?"
철천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혼란이 섞여 있었다.
"약자가 시간을 조작하여 강자를 이기는 것. 이것은 우리가 아는 강호의 법칙이 아닙니다."
철천의 검이 움직였다. 그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움직임 자체가 공격이었다. 검신이 공기를 가르면서 음파를 냈고, 그 음파가 포장도로의 빗물을 튕겨 올렸다.
주경은 초침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마비 상태였다. 초침을 집을 수 없었다. 그는 한 발 더 물러났다. 창고의 나무 벽이 그의 등을 지탱했다.
"당신의 가문을 멸문한 것은 정치의 필요였습니다."
철천이 계속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신기관과 손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정당한 제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경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지금은 무엇입니까?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주경은 말을 멈췄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신은 질서를 파괴하는 자입니다."
철천이 대신 정의를 내렸다.
"강호의 질서를 파괴하는 자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합니다."
철천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주경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검신이 나무 벽을 가르며 지나갔다. 나무 조각들이 비산했다.
주경이 구르면서 일어났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마비 상태였고, 몸은 전생의 약함과 현생의 상처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시간이 생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철천이 계속 말했다. 그의 검은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시간을 죽이려고 합니다. 초침을 움직여서, 시간을 멈춰서, 모든 것을 역행하려고 합니다."
주경은 뒤로 물러나면서 창고의 벽을 붙잡았다. 철천의 검이 계속 날아왔다. 주경은 피하고, 막고, 물러났다. 하지만 마비된 손가락으로는 제대로 된 방어가 불가능했다.
"그것이 당신의 비무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강함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당신이 제거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철천의 검이 주경의 목을 향했다. 주경은 몸을 날렸다. 검신이 나무 벽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통로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주경!"
석혜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한쪽 팔을 잃은 채 포구로 나왔다. 피가 흘렀다. 뒤에는 신월의 무인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류해였다.
류해는 주경을 보며 작은 기계 장치를 던졌다. 그것은 시계의 추였다. 아버지가 만든 것과는 다른, 류해가 만든 새로운 것이었다.
"당신의 손가락이 마비되었으니, 다른 방법을 사용하십시오."
류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 속에는 긴급함이 담겨 있었다.
"시간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용하십시오."
주경이 추를 집었다. 손가락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손의 무게중심으로 추를 던질 수 있었다. 추가 날아갔다.
철천은 추를 보고 검을 들어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류해가 또 다른 추를 던졌다. 그리고 신월의 무인 하나가 작은 거울을 들어올렸다.
추가 거울에 부딪히면서 반사되었다. 그 빛이 철천의 눈을 향했다.
철천이 눈을 감았다. 그의 절대적인 움직임이 멈췄다.
주경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손가락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몸 전체를 사용하여 철천을 밀어냈다.
철천이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놀람이 떠올랐다.
"당신이...?"
철천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초침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주경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시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빛을 사용했습니다. 아버지가 만든 시계의 기어들을 이용해서. 시간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주경의 말에 철천의 눈빛이 변했다. 단순한 적의가 아니라 뭔가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철천이 천천히 말했다.
"시간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강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주경은 철천의 말을 되짚어 생각했다. 초침을 사용하지 않고도 빛과 기어를 활용한 것. 그것이 아버지의 방식이었단 말인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강함이었단 말인가.
석혜가 주경의 옆으로 왔다. 한쪽 팔로 그를 안정시켰다. 그녀의 팔에서 피가 흘렀다.
"석혜, 당신이..."
주경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석혜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단호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있습니다."
신월의 무인들이 철천을 포위했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고, 철천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철천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었다. 포구의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흥미롭습니다."
철천이 검을 들었다. 그의 검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당신은 정말로 당신의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철천이 한 발 물러섰다. 그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철혈맹의 병사들이 포구로 내려오고 있었다. 수십 명이었다.
철천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이 멈추었다.
"당신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철천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의 눈에는 뭔가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려고 할 때, 당신은 나를 다시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철천은 포구의 지붕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병사들도 뒤따라갔다. 신호탄의 빨간 불빛이 그들의 등을 비추며 사라졌다.
주경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에는 더 이상 초침이 없었다. 아버지의 시계는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의 월간 능력 사용 횟수는 이제 남은 것이 없었다.
석혜가 한쪽 팔로 그를 안정시켰다. 그녀의 팔은 계속 피를 흘렸다.
"석혜, 병원에..."
"나중입니다."
석혜가 말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주경이 그 말을 진정으로 받아들였다. 석혜의 따뜻한 손, 신월의 무인들의 검, 류해의 추. 그것들이 모두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주경은 고개를 들었다. 지법사는 어디에 있는가. 그 생각이 들었을 때, 포구의 동쪽에서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다.
신기관의 집회소 쪽이었다.
"신월의 집회소가..."
신월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포구의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화염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철혈맹의 것이 아니었다. 조직적이고, 빠르고, 결정적이었다.
"신기관의 병사들입니다."
류해가 말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공상이 도착했습니다."
주경은 고개를 들었다. 포구의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화염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법사가 그 속에 있다는 뜻이었다.
"지법사가..."
신월이 돌아서려 했다.
"가실 수 없습니다."
류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분은 이미 당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사용하셨습니다."
주경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이 마비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뜨거운 것이 흐르고 있었다. 지법사가 자신을 위해 죽었다. 그 사실이 주경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당신들은 먼저 가십시오."
류해가 말했다.
"나는 여기서 공상을 막겠습니다."
주경은 류해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전생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죄책감? 속죄? 아니면 다른 무언가?
"당신은..."
주경이 물으려 했다.
"나중에 모든 것을 말하겠습니다."
류해가 끊었다.
"지금은 당신이 가야 할 시간입니다."
주경은 류해의 손에서 작은 종이 조각을 받았다. 그것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경성의 북쪽, 사찰 계곡 아래의 한 집.
"그곳이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유산입니다."
류해가 말했다.
"그곳에는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있습니다. 지법사도, 철천도,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도."
주경은 종이를 쥐었다. 그것은 무거웠다. 단순한 종이의 무게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의 무게였다. 지법사의 죽음, 아버지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운명. 모든 것이 그 주소 너머에 있다는 뜻이었다.
"가십시오."
류해가 다시 말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포구의 동쪽에서 화염이 더욱 높이 올라왔다. 공상의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주경은 석혜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한쪽 팔을 잃었지만, 다른 한쪽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신월의 무인들이 주경을 호위하며 포구의 북쪽으로 향했다. 뒤에서 류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살아남으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명령입니다."
주경은 뒤를 보지 않았다. 앞을 보았다. 어둠 속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았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진실인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인가.
주경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