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의 손이 주경의 팔을 놓았을 때, 지하 인쇄소의 조명이 한 번 깜박였다.
"공상이 움직였습니다."
신월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그 아래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주경은 신월의 얼굴을 읽으려 했지만, 오직 냉철함만 남아 있었다.
"얼마나 오래?"
"사흘 전부터. 강호의 비무 수련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철혈맹의 외곽 인물들까지 포섭하는 중입니다."
신월이 손으로 지도를 펼쳤다. 경성의 동쪽 골목들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빨간 선으로 그은 여러 점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열다섯 명. 모두 오십 대 이상의 고수들입니다. 공상이 신기관을 장악하려면 나이 많은 원로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신월의 손가락이 지도 위의 한 점을 눌렀다.
"그리고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의 비무를."
주경의 손가락이 떨렸다. 어제 사용한 능력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었다. 신월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신기관의 정보망입니다. 우리는 공상의 수련소를 찾아냈습니다."
신월이 지도 위의 한 점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사찰 계곡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공상은 지법사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비무를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이거든요. 공상이 먼저 만나면, 당신 능력의 약점을 알게 될 것입니다."
주경의 호흡이 빨라졌다.
"공상은 절대 강자 중 하나입니다. 천풍검법을 수련했고, 신기관의 모든 기계 무기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비무 없이는 그에게 이길 수 없습니다."
신월의 말이 주경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길 수 없다. 그 말이 반복되었다.
주경은 신기관의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발동 기계, 시간 측정 장치, 압축 용수철, 독극물이 담긴 청동 용기들. 주경은 그 중에서 회중시계를 골라 들었다.
손가락이 초침을 돌렸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시간이 멈췄다.
세계는 침묵했다. 기계 장치들이 정지해 있었고, 창고의 먼지까지도 공중에 떠 있었다. 30초. 주경은 초침을 다시 돌렸다.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경의 콧등에서 피가 흘렀다. 손가락이 마비되고, 눈까지 따끔거렸다. 하지만 주경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초침을 돌렸다.
이번엔 시간이 역행했다. 창고 안의 기계들이 역순으로 움직였고, 주경의 몸도 그 흐름 속에 말려들었다. 손에 들린 회중시계가 뜨거워졌다.
"그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지법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주경은 귀를 닫았다.
이틀 뒤, 주경은 신기관의 훈련장에서 신월의 칼을 피했다. 신월의 움직임은 예측 가능했다. 주경은 회중시계를 꺼내 초침을 돌렸고, 세계가 멈췄다. 신월의 칼은 공중에서 멈춰 있었고, 주경은 그 옆을 지나갔다.
코피가 나왔다. 피가 신월의 흰 옷에 떨어졌다.
"멈춰야 합니다."
신월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주경은 계속 움직였다.
이틀을 더 지나, 주경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신기관의 방 안, 작은 청동 거울이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주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 아래가 파였다.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였다. 입술이 창백했고, 머리카락 사이에 흰색이 섞여 있었다.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주경은 거울을 집어던지지 않았다. 단지 손을 올려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따뜻한 손이 차가운 얼굴을 쓸었다.
"주경."
석혜의 목소리였다. 신기관의 복도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한 팔을 앞으로 펼친 채.
"당신은 너무 빠르게 죽고 있습니다."
주경은 돌아보지 않았다.
"당신은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비무는 당신을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석혜가 주경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장애란 약함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비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도망칠 것입니다."
주경은 거울을 보고 있었다.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석혜의 말이 맞다면, 자신은 이미 도망치고 있는 것이었다. 비무의 대가에서, 자신의 약함에서.
"공상과 싸우지 마십시오."
"싸워야 합니다."
"왜요?"
주경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신기관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신월은 거기 있었다. 그리고 신월의 옆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예각진 눈빛의 남자였다.
"이분이 공상의 부관입니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신월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사흘 뒤, 사찰 계곡의 동쪽 입구에서."
주경은 묵묵했다.
"공상이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비무의 원리를."
"그걸 왜?"
"당신의 비무가 진정한 비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 그것을 사용하는 자도 불완전하다는 뜻이거든요."
주경은 그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지하 창고에서 공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낮고, 차분하고, 확실한 목소리였다.
"시침의 귀향.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결국 불완전한 것이다. 그리고 불완전한 것을 사용하는 자는 영원히 완전해질 수 없다."
주경은 돌아봤다. 하지만 거기는 아무도 없었다.
신월이 주경의 팔을 잡았다.
"지법사가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경은 신월을 봤다.
"당신의 비무의 대가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사찰 계곡의 대장로, 지법사 말입니다."
주경의 손이 떨렸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백한 얼굴, 깊은 주름, 흰 머리카락.
"사흘 뒤에 공상을 만나기 전에, 먼저 지법사를 만나야 합니다."
신월이 지도를 펼쳤다. 사찰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당신은 이미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법사만이 당신을 살릴 수 있습니다."
주경은 지도를 봤다. 사흘 뒤, 공상과의 대면. 그 전에, 지법사와의 만남.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외면하듯 주경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찰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경성의 북쪽 산맥을 관통했다. 지도 위의 가느다란 선이 마치 죽음의 경계처럼 보였다.
"얼마나 걸립니까?"
"이틀. 빠르면 하루 반이지만, 당신의 상태라면 이틀을 잡아야 합니다."
신월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확실했다. 주경은 이미 죽음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는 뜻이었다. 코에서 흐르는 피, 손가락의 마비, 거울 속의 늙은 얼굴—모두가 그것을 증명했다.
"공상은?"
"사흘 뒤, 사찰 계곡의 동쪽 입구에서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의 부관이 그렇게 전했으니까요."
신월이 지도를 돌려 주경 쪽으로 향하게 했다.
"하나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월의 손가락이 사찰 계곡 북쪽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지법사는 당신을 시험할 것입니다. 그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당신의 비무의 대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겁니다."
"어떤 시험입니까?"
"그건 지법사만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시험에서 살아남으려면, 비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신월은 몸을 돌렸다. 그의 옷깃에는 여전히 주경의 코피가 묻어 있었다.
"출발은 내일 새벽입니다. 석혜가 당신을 동반할 것입니다. 그녀는 포구 지대의 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전에 사찰 계곡에 다녀왔습니다."
주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거울을 향해 있었다. 거울은 이미 깨져 있었지만, 깨진 틈 사이로 자신의 얼굴이 여전히 비춰졌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자신의 모습.
밤이 깊었다. 신기관의 지하 숙소에서 주경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을 보면서 그는 시침의 귀향을 또 다시 사용할 생각을 했다. 한 번만 더. 능력의 원리를 이해하면, 어쩌면 대가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
손가락을 움직여보자. 여전히 마비 상태였다. 왼손의 검지와 중지가 반응하지 않았다.
그 순간, 꿈이 아닌 현실처럼 지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주경은 눈을 떴다. 천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했다.
"시간을 빼앗은 자는 반드시 시간에 의해 빼앗긴다."
주경이 벌떡 일어났을 때, 방 밖에서 석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경! 괜찮으세요?"
문이 열렸다. 석혜는 한 팔로 균형을 잡으며 서 있었다.
"악몽을 꿨나요?"
주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가락을 펼쳤다. 마비된 손가락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내일 떠나면 되나요?"
"네."
석혜가 침대에 앉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언제나 자연스러웠다. 한 팔이 없다는 것이 결코 약함처럼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왜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힙니까?"
"복수하기 위해서입니다."
"복수가 당신을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죽게 합니다."
석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그녀는 이미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당신이 공상을 이기기 위해 비무를 더 사용하면, 당신은 공상을 만나기 전에 죽을 것입니다."
주경은 석혜를 봤다. 그녀의 눈은 정직했다. 거짓이나 동정이 없었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과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릅니다. 당신의 비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의 대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신은 그것에 죽을 것입니다."
주경은 다시 누웠다. 천장을 보면서, 그는 생각했다. 석혜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자신의 본능이 맞는지. 하지만 거울 속의 늙은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석혜가 한 팔로 산길을 올라갔던 모습도. 그녀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살아있었다.
새벽이 올 때쯤, 주경은 결정했다. 지법사를 만나기로. 그리고 자신의 비무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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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북쪽 산맥으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가팔랐다. 산길은 돌과 흙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봄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산 위는 여전히 겨울의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석혜는 한 팔로 나무에 매달리며 올라갔다. 주경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움직임을 보면서 주경은 깨달았다. 석혜는 한 팔이 없어도 절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한 팔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했다. 주경도 그래야 한다. 시침의 귀향이 자신을 죽인다면, 그것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법사는 어떤 인물입니까?"
"신월도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강호의 모든 비무는 사찰 계곡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지법사도 비무를 사용합니까?"
"사용합니다. 무상검이라고 불리는."
주경은 발걸음을 멈췄다. 무상검. 형상 없는 검. 그것은 비무의 최고 경지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당신은 그와 싸울 수 없습니다."
석혜가 돌아봤다.
"만약 싸운다면, 당신은 1초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주경은 다시 걸었다. 그는 싸우려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배우려고 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죽어가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오는 것이었다.
산을 올라가면서, 주경의 손가락은 계속 떨렸다. 마비는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공포였다. 지법사를 만나기 전의 공포.
낮이 중천이 되었을 때, 그들은 사찰 계곡의 입구에 도착했다. 오래된 돌 계단이 산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계단의 양쪽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서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조용해야 합니다."
석혜가 속삭였다.
"사찰 계곡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지법사를 만나는 것은 다릅니다."
"어떻게 만납니까?"
"기다리는 것입니다. 지법사는 당신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신월이 당신의 비무를 설명했을 때부터요."
주경은 계단을 내려갔다. 돌 계단의 각 모서리에는 풍화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새겨진 글씨들. 그것을 보면서 주경은 생각했다. 자신이 빼앗은 시간, 그것도 결국 누군가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계곡 안으로 들어가자, 공기가 변했다. 더 차갑고, 더 조용했다. 마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공간 같았다.
그들은 계곡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돌담이 양쪽을 둘러쌌고, 하늘은 가느다란 띠처럼만 보였다. 주경은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왔습니다."
돌담 위의 노인이 서 있었다. 흰 수염, 흰 옷, 흰 눈썹. 마치 시간 자체가 그 위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지법사."
석혜가 절을 했다.
노인은 주경을 내려다봤다. 그의 눈은 수천 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묻고 싶어합니다. 당신의 비무가 무엇인지. 왜 그것이 당신을 죽이는지."
주경은 입을 열지 않았다.
"답을 얻기 전에, 먼저 시험이 있습니다."
지법사가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초침이 시계를 도는 것처럼, 정확하고 부드럽게.
"당신의 비무 없이,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대응해보세요."
주경의 눈이 흔들렸다. 지법사의 손가락은 계속 움직였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경은 그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주경은 몸을 날렸다. 지법사의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는 공기가 갈렸다. 주경은 구르며 피했다. 손가락이 다시 날아왔다. 이번엔 주경의 어깨를 향해.
주경은 뒤로 몸을 날렸다. 손가락이 그의 옷깃을 스쳤다. 피가 나왔다. 손가락이 검처럼 날카로웠다.
"비무를 사용하지 마세요."
지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그 비무를 사용하는 순간, 당신의 목숨은 3개월이 더 단축될 것입니다."
주경은 회중시계를 꺼냈다. 손가락이 초침을 누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주경은 멈췄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백한 얼굴, 깊은 주름, 흰 머리카락. 그리고 석혜의 말이 들렸다. '당신은 죽을 때까지 도망칠 것입니다.'
주경은 회중시계를 내렸다.
지법사의 손가락이 다시 날아왔다. 주경은 이번엔 계곡의 돌을 이용했다. 몸을 날려 돌 뒤로 숨었다. 손가락이 돌을 갈았다. 돌에서 불꽃이 튀었다.
주경은 돌 위로 올라갔다. 지법사의 손가락을 피하면서, 동시에 그 움직임의 규칙을 찾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계속 날아왔다. 주경은 피했다. 또 피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오래인지 주경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주경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지법사의 손가락은 무작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시계의 초침처럼, 정확한 궤도를 따르고 있었다. 주경은 그 궤도를 읽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주경은 몸을 굴렸다.
손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주경은 뛰어올랐다.
손가락이 대각선으로. 주경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마침내, 주경은 손가락의 궤도 안으로 들어갔다. 지법사의 손가락이 주경의 얼굴을 스쳤다. 피가 났다. 하지만 주경은 멈추지 않았다.
주경은 지법사의 팔을 잡았다.
모든 것이 멈췄다.
지법사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다. 계곡의 바람도 멈췄다. 주경의 호흡도 멈췄다.
그리고 지법사가 웃었다.
"당신은 깨달았습니다."
지법사의 눈이 반짝였다.
"시간은 혼돈이 아니라 질서입니다. 당신의 비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것은 시간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질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주경은 지법사의 팔을 놓았다.
"그리고 그 질서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대가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생명이."
지법사가 계곡의 돌담 위에서 내려왔다. 그는 주경의 앞에 섰다.
"당신은 시침의 귀향을 사용할 때마다, 당신의 시간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을 갚기 위해, 당신의 몸이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주경은 이해했다. 이제 명확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합니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당신의 비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살 것입니다."
주경은 입을 열지 않았다.
"둘째, 당신의 비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공상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지법사가 주경의 눈을 봤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주경의 손이 회중시계를 향했다. 손가락이 초침을 누르려 했다. 하지만 멈췄다. 회중시계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 자체였고, 생명 자체였다.
주경은 손을 내렸다.
"저는... 받아들이겠습니다."
말을 마친 순간, 계곡 입구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공상이 나타났다. 검은 옷, 날카로운 눈빛. 그의 손에는 천풍검이 들려 있었다. 그의 부관도 함께였다.
"당신은 지법사를 만났군요."
공상이 웃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선택했을 것이다. 나와 싸울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주경은 지법사를 봤다. 지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주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경의 손이 회중시계를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시계공 가문의 막내였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지법사에게 말한 말씀:
"시간은 돈이 아닙니다. 시간은 생명입니다. 그것을 다루는 자는 반드시 그 무게를 알아야 합니다."
주경은 손을 멈췄다. 회중시계를 꺼내지 않았다.
공상이 천풍검을 들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공상이 달려왔다.
주경은 몸을 날렸다. 회중시계 없이. 비무 없이. 오직 자신의 몸으로만.
천풍검이 주경의 옷을 갈았다. 피가 나왔다. 하지만 주경은 피했다. 또 피했다. 그리고 또.
공상의 검이 빨라졌다. 주경은 더 빠르게 피했다. 지법사와의 시험에서 깨달은 것들을 적용했다. 공상의 검도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천풍검의 궤도를 읽으면서, 주경은 점점 더 정확하게 피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늙어가는 몸. 비무를 사용하지 않은 채로는 공상을 이길 수 없었다.
주경의 손이 다시 회중시계를 향했다.
그 순간, 석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경!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석혜가 한 팔로 공상의 옆을 쳤다. 공상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 사이에 주경은 뒤로 물러났다.
지법사가 움직였다. 무상검을 들었다. 공상의 천풍검과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당신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공상."
지법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계곡에서는 내가 법입니다."
공상은 물러났다. 그의 부관도 함께. 그는 주경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당신은 3일을 더 가질 것입니다, 주경."
공상이 말했다.
"그 3일 동안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비무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하지만 이제 당신이 비무 없이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진정한 강함입니다."
공상과 그의 부관이 사라졌다.
주경은 땅에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회중시계는 여전히 주경의 손목에 매달려 있었다.
지법사가 주경을 내려다봤다.
"당신은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비무의 진정한 의미를."
주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은 선택입니다. 당신이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반드시 누군가가 치르게 됩니다. 당신의 경우, 그 누군가는 당신 자신입니다."
지법사가 계곡의 하늘을 봤다.
"하지만 당신이 비무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했을 때, 당신은 진정한 강함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기계나 비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주경은 손을 펼쳤다. 회중시계가 손 위에서 반짝였다. 초침이 천천히 움직였다.
석혜가 주경의 옆에 앉았다. 한 팔로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제 당신은 알았습니다."
석혜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비무가 당신을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것에 매달리는 방식이 당신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주경은 회중시계를 들었다. 초침이 계속 움직였다. 한 칸, 또 한 칸. 그것은 시간이었고, 생명이었다.
"3일이 남았습니다."
지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3일 동안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지는, 오직 당신만이 알 것입니다."
주경은 눈을 감았다. 회중시계의 무게가 손 위에서 느껴졌다. 그것은 축복도, 저주도 아니었다. 단지 선택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주경은 그 선택의 무게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