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포구 지대의 낡은 다리 아래, 밤바람이 물 위로 흩어진다. 주경의 손가락은 여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신기관 초침 능력 사용 후 두 번째, 손끝이 얼어붙은 듯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신월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주경을 짓누르고 있었다. 손가락의 마비, 능력의 대가, 그리고 자신의 죽음의 진실—모든 것이 신월과 연결되어 있었다. 신월만이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열쇠였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철혈맹의 추격은 더 가까워질 것이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마비된 손가락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돌아서자 석혜가 나타났다. 한쪽 팔 없는 몸이 골목의 어둠 속에서도 명확히 보였다.
"당신 손가락이요?"
석혜가 주경의 손을 들었다. 마비된 손가락들이 축 처져 있었다.
"괜찮습니다."
주경이 손을 거두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신월은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석혜의 눈이 예리해졌다. "신월은 누군가를 위해 속죄하고 있어요. 당신 아버지를 위해.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속죄는 항상 누군가를 망칩니다."
주경이 침묵했다. 아버지. 전생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는 이미 죽어 있었다. 신월과 무엇을 함께했는지, 왜 신월이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지—모든 것이 흐릿했다.
"신기관의 본거지로 가자고 했어요?"
석혜가 다시 물었다.
"네."
"그러면 가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석혜가 주경의 팔을 잡아끌었다. 골목을 빠져나가 포구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돌아다니는 철혈맹의 순찰대를 피하며 한참을 걸었다. 포구의 한쪽 끝, 버려진 창고 앞에서 석혜가 멈춰섰다.
"당신은 약해요."
석혜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아뇨. 당신이 아는 약함은 진짜 약함이 아니에요. 당신은 자신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 아버지처럼, 당신 형처럼. 하지만 약함이란 약함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는 이유일 뿐이에요."
주경이 석혜를 바라봤다. 한쪽 팔이 없는 이 여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거부하고 싶었다.
"신월을 믿지 마세요. 신월은 자기 죄를 당신에게 짊어지우려고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야 해요."
"당신의 길은 무엇인가요?"
주경이 물었다.
"살아가는 것. 그게 다예요."
석혜의 대답은 너무나 단순했다. 주경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용할 수 없었다.
"신기관의 본거지가 어디인가요?"
주경이 주제를 바꿨다.
"서점가 거리 아래. 오래된 지하 인쇄소예요. 신월이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갈 거예요. 그곳에서는 당신이 보호받을 거고, 동시에 갇힐 거예요."
석혜가 주경의 눈을 똑바로 봤다.
"당신은 선택해야 해요. 신월의 속죄에 함께할 건지, 당신의 복수를 혼자 감당할 건지."
그 순간, 멀리서 횃불이 보였다. 철혈맹의 순찰대가 이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야 해요."
석혜가 주경을 창고 안으로 끌어당겼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횃불의 불빛이 창고 벽에 드리웠다가 사라졌다. 순찰대가 지나갔다.
잠시 후, 발자국이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한 명의 발걸음이었다.
신월이 나타났다.
"주경, 온 것 같네요."
신월의 목소리에서 위협이 느껴졌다.
"여기서?"
주경이 물었다.
"여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석혜가 함께 있었군요."
신월이 석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약간의 유감이 섞여 있었다.
"신기관의 본거지로 가자고 했습니다."
주경이 말했다. 신월이 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당신은 여기서 계속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철혈맹은 당신을 찾고 있고, 공상도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신기관만이 당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
"대가는 무엇인가요?"
주경이 물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공상을 막아야 해요. 그는 신기관의 내부 인물이지만, 나를 제거하고 최고 지도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비무를 탐내고 있어요."
신월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당신은 강해요. 공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속죄하고 싶으신 거죠."
주경이 말했다. 신월이 멈췄다.
"누가 그런 말을..."
"당신의 아버지가 설계했다고 했습니다."
주경이 말을 끊었다. "신기관의 기계 장치가요. 제 아버지가요. 당신이 함께했던 사람이 저의 아버지라면, 당신이 속죄하려는 사람도 제 아버지일 겁니다."
신월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포구의 밤바람만 들렸다.
"네.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신월이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신기관의 모든 기계 장치를 설계했습니다. 황실의 개혁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의 모든 것이 그의 손에서 나왔어요. 나는 그를 약속했어요. 당신을 지키겠다고.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를 지키겠다고."
주경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비된 손가락들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그런데 나는 실패했어요. 철천이 당신을 죽였을 때, 나는 당신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죽게 만들었습니다!"
주경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신과 제 아버지가 함께했던 그 계획이 제 죽음의 원인이었습니다!"
"아니에요."
신월이 말했다.
"당신은 스스로 그 계획에 뛰어들었어요. 당신의 아버지를 도우려고. 그리고 나는 당신을 말렸어요. 하지만 당신은 듣지 않았어요. 당신은 너무나 강하려고 했어요. 당신은 그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을 맡았어요. 시간을 조작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당신을 죽게 만들었어요."
주경이 움직이지 못했다.
아버지의 손이 떠올랐다. 기계 부품들. 그리고 자신의 손이 그 부품을 만지고 있는 모습. 톱니바퀴를 깎아내는 자신의 모습. 초침을 설계하면서 손가락이 떨리던 기억. 그리고 신월이 자신을 말리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하지 마. 이건 너를 죽일 거야."*
"당신이 죽은 후, 나는 철천과 싸웠어요. 당신의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나는 졌어요. 당신의 아버지도 죽었어요. 그리고 당신의 가문도 사라졌어요."
신월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무감정이 더욱 무거웠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도했어요. 당신이 돌아오기를. 그리고 당신이 돌아왔어요. 당신은 다시 태어났어요. 당신의 비무를 다시 각성했어요."
신월이 한 발 물러섰다.
"이제 나는 당신을 지킬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의 아버지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요. 신기관의 일원이 되세요. 당신을 지킬 테니까요."
주경이 입을 열려다가 닫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월이 제시한 거래는 명확했다. 보호 대신 봉사. 신기관의 일원이 되어 공상을 막으면, 신월은 자신을 보호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속박이었다. 신월의 죄책감에 자신을 묶어두는 것.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의 복수로 상쇄하려는 것.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어요."
신월이 말했다. "철혈맹은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공상도 당신을 찾고 있어요. 선택을 미루는 것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같아요."
석혜가 주경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마비된 손가락들이 그 온기에 반응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석혜가 주경을 바라봤다.
주경은 침묵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석혜의 손을 거두지 않은 채.
신월의 거래를 받아들이면 신기관의 보호를 얻을 수 있다. 거절하면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 하지만 거절한다고 해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신월이 자신을 놓아줄 리 없었다.
주경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신월은 자신을 이미 손에 넣고 있었다. 유일한 것은 그 속박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신기관의 본거지로 가겠습니다."
주경이 말했다.
신월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스쳤다.
"올바른 선택입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당신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 신기관을 배신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도 당신을 보호할 수 없어요."
"복수는 제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주경이 말했다. "철혈맹에 대한 복수는 제 최종 목표가 아니라, 제 현재의 목표일 뿐입니다."
신월이 고개를 기울였다.
"무엇이 당신의 최종 목표인가요?"
주경은 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신월이 주경과 석혜를 인도했다. 포구를 벗어나 서점가 거리로 향했다. 밤거리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 있었다. 신월이 한 낡은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겉으로는 오래된 서점으로 보였다. 신월이 건물 뒤로 돌아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기계들이었다. 수십 개의 기계 장치들이 지하 전역을 채우고 있었다. 시계 부품을 확대한 듯한 거대한 톱니들, 그리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쇠줄들. 모든 것이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어딘가에서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똑딱, 똑딱.
"이것은 신기관의 심장입니다."
신월이 말했다. "이것이 황실의 개혁을 가능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에요. 정보 수집, 무기 제작, 통신. 모든 것이 이 기계들로부터 시작돼요."
주경이 기계들을 바라봤다. 그 안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정밀함. 아버지의 집착. 아버지의 광기.
"당신의 아버지가 설계했습니다."
신월이 가장 거대한 기계를 가리켰다. "저것이 모든 신기관의 기계의 중심이에요.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하고, 조작하는 기계. 당신의 아버지는 이것을 설계할 때 당신을 염두에 두었어요. 당신의 비무를 예견했어요."
"그것은 거짓입니다."
주경이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에게 비무를 물려주기 위해 이 기계를 만들었어요. 당신이 강해지기를, 당신이 세상을 바꾸기를 원했어요."
신월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당신의 아버지가 놓친 것이 하나 있었어요. 비무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것. 당신의 비무는 당신을 강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당신을 죽이고 있어요."
주경의 가슴이 철렁했다.
"매번 당신이 그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당신의 수명이 깎여나가고 있어요. 당신은 얼마나 오래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번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신월이 주경의 눈을 봤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신기관이 당신을 도울 거예요. 당신의 비무의 대가를 줄이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저 거대한 기계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수명 소모를 감소시키는 장치. 당신의 아버지가 설계했지만 미완성인 것이 있어요. 우리가 그것을 완성시킬 거예요. 그것이 신기관의 목표 중 하나예요."
주경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신월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신월은 주경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동시에, 신월은 주경을 보호하려고도 하고 있었다.
두 가지가 모두 진실일 수 있었다.
"강호의 현재 정세를 당신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신월이 말했다. 거대한 기계 장치 앞으로 주경을 인도했다. 신월이 기계의 한쪽을 손으로 터치했다. 기계의 여러 지점에서 빛이 났다. 그 빛들이 허공에 무늬를 그렸다. 지도였다. 경성의 지도였다.
"황실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신월이 손가락으로 황궁을 가리켰다. "황실은 더 이상 강호를 통제할 수 없어요. 대신, 세 개의 거대한 세력이 강호를 나누어 가지고 있습니다."
신월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세 개의 지역이 빛났다.
"첫째, 자금성 언덕의 철혈맹. 그들은 황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어요. 고전적 무술 전통을 고수하며, 신기관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철천이 그들의 최고 지도자입니다."
빛이 자금성 언덕으로 모였다. 주경의 눈이 좁혀졌다. 철천. 자신을 죽인 사람. 전생에서, 그리고 현생에서도.
"둘째, 신기관. 우리는 황실의 개혁파 관료들을 지원합니다. 서양 문명과 동양 무술의 융합을 추구하며, 새로운 강호의 질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나, 신월이 그 지도자입니다."
빛이 서점가 거리로 모였다.
"셋째, 포구 지대의 해상연맹. 그들은 대외 무역로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 모든 싸움 속에서 이익을 취하려고 합니다."
빛이 포구로 모였다.
"현재 강호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철혈맹은 신기관의 확장을 저지하려고 하고 있고, 해상연맹은 어느 쪽에나 붙으려고 합니다. 공상은 신기관 내부에서 나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어요."
주경이 그 지도를 바라봤다. 경성의 모든 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의 비무는 강호의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신월이 말했다. "당신이 신기관에 속한다면, 우리는 철혈맹에 대항할 수 있어요. 당신이 공상을 막는다면, 신기관은 하나로 통일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새로운 강호가 만들어질 거예요."
"과거는 죽은 것이고, 우리가 만드는 미래가 중요합니다."
신월이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복수, 당신의 가문 복구, 모든 것이 이 미래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요."
주경이 신월을 바라봤다. 신월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진심이 반드시 선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는 과거를 버릴 수 없습니다."
주경이 말했다.
"알아요.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의 아들이니까요. 당신의 아버지도 과거를 버릴 수 없었어요. 그것이 그를 죽게 만들었어요."
신월이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에요. 당신은 다른 길을 갈 수 있어요."
"어떤 길인가요?"
주경이 물었다.
"그것은 당신이 정해야 합니다. 신기관은 당신을 강요하지 않아요. 단지 길을 제시할 뿐입니다."
신월이 신기관의 기계들을 가리켰다.
"이 기계들은 모두 당신을 위해 준비된 것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신기관은 당신을 지킬 거예요."
석혜가 주경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주경이 그 손을 거두지 않았다.
"일단 여기서 쉬세요."
신월이 말했다. "내일 아침, 공상의 움직임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을 말씀해 드릴 거예요."
신월이 신기관의 기계들을 뒤로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멈춰섰다.
"주경, 한 가지 더."
신월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을 죽게 만든 계획에서 당신을 빼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거절했어요. 당신은 그때도 강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당신을 죽게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도움을 받으세요. 강함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강함이 됩니다."
신월이 계단을 올라갔다.
어둠 속에 주경과 석혜만 남겨졌다. 거대한 기계들이 규칙적으로 똑딱, 똑딱 울음을 내고 있었다.
"당신은 결정했어요?"
석혜가 물었다.
"아직입니다."
주경이 답했다.
"그럼 우리가 결정을 내릴 시간을 주겠어요."
석혜가 주경을 기계 장치 중 하나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작은 침대와 책상이 있었다. 신기관의 대원들이 쉬는 공간인 것 같았다.
주경이 침대에 누웠다. 여전히 마비된 손가락들이 흐느적거렸다. 아직 한 번의 초침 능력이 남아 있었다. 이달의 세 번이 다 소진되면, 다음 달까지는 비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지법사를 찾아가야 한다. 신월이 제시한 거래를 수용하든 거부하든, 지법사를 만나야 했다. 지법사만이 이 비무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신월이 지법사를 고문이라고 했다면, 신월이 알지 못하는 비무의 본질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법사는 사찰 계곡에 있었다. 경성의 북쪽 산 위에. 그곳은 신기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중립 지역이었다. 공상이 거기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공상이 지법사를 먼저 만난다면, 자신의 비무에 대한 모든 정보가 노출될 것이었다.
주경의 손가락들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마비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당신이 뭔가 생각하고 있어요."
석혜가 말했다.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네."
"사찰 계곡으로 가려고 하는 거죠?"
주경이 대답하지 않았다.
"지법사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월도 그를 고문이라고 했고, 당신의 비무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석혜가 맞혔다.
"하지만 당신은 남은 초침 능력이 한 번뿐이에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공상도 가고 있어요. 철혈맹도 당신을 찾고 있어요. 그곳은 위험해요."
"그럼 당신은 제가 가지 말기를 원하나요?"
주경이 물었다.
"아뇨."
석혜가 답했다. "저는 당신이 혼자 가지 말기를 원해요. 그게 다예요."
이 순간, 신기관의 대원이 서둘러 내려왔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신월 지도자! 긴급입니다!"
대원이 외쳤다.
주경과 석혜가 벌떡 일어났다.
"뭐냐?"
석혜가 물었다.
"공상이 사찰 계곡의 지법사를 찾아갔습니다! 지금 이 순간!"
대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월이 계단을 내려왔다. 얼굴이 창백했다.
"주경, 당신은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말아요. 당신을 지킬 대원을 배치하겠습니다."
신월이 말했다.
"지법사가 공상에게 잡혀가면 어떻게 되나요?"
주경이 물었다.
"당신의 비무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상에게 노출됩니다. 그리고 공상은 그것을 이용해서 당신을 죽이려 할 거예요. 또한 신기관의 비밀도 노출될 수 있어요."
신월이 말했다.
"그럼 지법사를 구해야 합니다."
주경이 일어섰다.
"절대 안 됩니다. 당신은 아직 신기관의 대원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은 약해요. 초침 능력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신월이 주경의 팔을 잡았다.
"저는 가겠습니다."
주경이 신월의 손을 걷어냈다. 그 순간, 주경의 눈이 바뀌었다. 더 이상 신월의 거래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것이 신기관과의 거래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공상을 막으세요. 지법사를 구하세요. 그럼 저는 신기관에 속하겠습니다."
주경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이제 선택은 끝났다. 신월의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신월이 주경을 바라봤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거대한 기계들이 계속 똑딱, 똑딱 울음을 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신월이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신기관의 대원들을 함께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석혜도 함께 가세요."
"저도 가요?"
석혜가 물었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주경을 말릴 거예요?"
신월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매우 쓸쓸했다.
"사찰 계곡은 경성의 북쪽 산 위에 있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데 몇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리고 공상은 이미 한 시간 전에 출발했어요."
신월이 지도를 다시 켰다. 경성의 북쪽 산이 빛났다.
"당신은 지금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지법사를 보호해야 합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강호의 모든 것이 바뀔 거예요. 당신의 비무의 비밀이 노출되고, 신기관도 당신을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수명은 더 빨리 깎여나갈 것이고, 당신은 죽을 거예요."
신월의 말이 명확했다. 위협이자 약속이었다.
주경이 움직였다. 계단을 올라갔다. 신기관의 대원들이 주경을 따라갔다. 석혜가 마지막으로 따라왔다.
밤거리로 나왔다. 경성의 밤은 여전히 깊었다. 하지만 주경의 가슴은 밝아 있었다. 복수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사찰 계곡으로 향하는 길. 그 길 위에서 공상을 만날 것이었다. 그리고 지법사를 만날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비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것이었다.
주경은 단지 달렸다. 밤거리를 가로질러, 경성의 북쪽 산을 향해. 남은 한 번의 초침 능력을 들고, 그리고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발걸음이 가팔라졌다. 신기관 대원들의 발자국이 따라왔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발자국이 들렸다. 한 명, 아니 두 명. 누군가 다른 발자국이 들렸다. 주경은 그것을 감지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