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호의 침묵, 노바의 목소리
강남역 지하 연습실의 형광등은 밤새 켜져 있었다. 새벽 세 시. 강준호는 노트북 앞에 앉아 공중을 그으며 음악을 그렸다. 손끝의 떨림은 피로가 아니라 결단의 신호였다.
이지은이 먼저 들어섰다. 최민준, 박준서, 한나영이 따랐다. 새벽 콜에 응한 네 명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다. SM의 스카우트, 오수진의 협박, 그룹 붕괴의 위기—지난 며칠은 악몽이었다. 이태균은 이미 자리에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오래된 우정의 언어였다.
강준호가 노트를 들었다. 펜을 들었다.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너희를 통제하려고 했다.'
필체는 흔들렸다. 손가락의 힘이 약해졌음을 드러냈다.
'그것이 내 실수였다.'
노트를 들어올렸다. 멤버들이 읽었다. 이지은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절대음감이 생겼을 때, 나는 너희 음성에서 완벽함을 찾으려 했다.'
'너희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악기처럼. 하지만 너희는 악기가 아니다. 너희는 사람이다.'
박준서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과거에 라이즈를 망쳤다. 나는 그들도 조종하려 했다. 완벽함이라는 이름으로.'
펜을 다시 들었다. 글자가 더 크고 깊어졌다.
'그 실수를 너희에게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지은이 돌아섰다. 그 순간 강준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가 흐르고 있었다.
강준호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천천히.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진정하면 된다.'
최민준이 앞으로 한 발 나아갔다. "진정하면 된다는 게... 뭐라는 거예요?"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대답했다. 절대음감의 신호가 아니었다. 단순한 손짓. 가슴을 가리키는 손가락, 그리고 그것을 멤버들 쪽으로 향했다.
'너희 목소리는 이미 완벽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너희 목소리기 때문이다.'
노트를 내렸다. 눈을 감았다. 그 눈 뒤에서 절대음감이 작동했다. 강준호는 이 순간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완벽함을 강요하는 저주가 아니었다. 함께하기 위한 선물이었다.
"강준호." 박준서가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할 수 있어요."
그 문장에는 질문이 없었다. 확신이 있었다. 박준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강준호의 손을 잡았다.
이지은도 다가왔다. 최민준도. 한나영도. 이태균도 일어섰다. 다섯 명의 손과 한 명의 침묵이 연결되었다.
강준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번엔 음정을 그리지 않았다. 원을 그렸다. 계속 도는 원. '우리'를 의미하는.
강남역 지하 연습실을 나가는 길, 강준호는 이태균 옆에 섰다. 이태균이 속삭였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여기 있어."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구멍에서 나오려던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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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 서치 본선은 서울 올림픽공원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무대는 거대했고, 객석은 가득 찼으며, 심사위원석에는 국내외 유명 프로듀서들이 앉아 있었다.
강준호는 무대 옆 스탠딩존에 서 있었다. 노트북과 이태균의 사운드 엔지니어링 장비.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노바가 무대에 올랐다.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앉았다. 음악이 시작되었다.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작동했다.
이지은의 목소리는 완벽하지 않았다. 음정도, 음역대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완벽했다. 절박함과 희망이 뒤섞인 음색. 그것이 이지은의 진정한 목소리였다.
박준서의 따뜻한 톤은 배려심만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자신을 지워온 십 년의 서러움이 담겨 있었다.
최민준의 래핑에서 방어심이 벗겨졌다. 상처받은 소년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졌다.
한나영의 음성에는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강준호가 깨워준 자신감이 매 음절마다 빛났다.
그리고 이준재. 여섯 번째 멤버. 그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 숨겨진 음색이 아니라, 함께하는 음색으로 변해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일어섰다. 객석이 함성을 질렀다.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는 더욱 밝아졌다.
강준호는 노트에 적었다.
'우리가 해냈다.'
글자가 떨렸다. 손가락도 떨렸다. 하지만 떨림은 약함이 아니라 기쁨의 신호였다.
무대 위에서 이지은이 강준호를 바라봤다.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강준호가 손가락으로 대답했다.
심사위원들의 점수판이 올라왔다.
만점. 만점. 만점.
노바가 글로벌 스타 서치 본선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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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온 노바 멤버들이 강준호를 찾았다. 이지은이 손을 뻗었다. "올라와요."
강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노트를 들었다.
'너희가 올라가. 너희 무대다.'
하지만 이지은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준서도. 최민준도. 한나영도. 손을 놓지 않았다. 이태균이 강준호의 등을 밀었다. 부드러운 밀어냄. 우정의 밀어냄.
강준호는 무대에 올랐다.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강준호는 노바 옆에 서 있었다. 침묵 속에.
마이크가 그에게 향했다. 진행자가 말했다. "강준호 프로듀서님, 노바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준호는 입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비췄다. 침묵의 프로듀서. 목소리를 잃은 남자.
강준호의 손이 올라갔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손가락이 펼쳐졌다.
공중에 음악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음정을 그리는 신호가 아니었다. 더 큰 것. 더 깊은 것. 다섯 사람의 목소리가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지은이 마이크를 집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객석을 가로질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박준서가 이어갔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배웠어요. 완벽할 필요 없다는 걸."
최민준이 덧붙였다.
"진정하면 된다는 걸."
한나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함께라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이준재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감사합니다. 강준호 프로듀서님."
객석이 터져 나갔다. 박수. 함성. 눈물.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강준호는 손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더 크게. 더 명확하게. 원을 그렸다. 계속 도는 원.
'우리.'
침묵의 프로듀서와 여섯 청춘의 목소리가 무대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무대 아래, 객석의 한 귀퉁이에서 오수진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손가락이 팔걸이를 집었다. 손가락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강준호의 침묵이 그녀의 계획을 모두 무너뜨렸다.
오수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SM 스카우트팀을 이끌고 온 그녀의 전략은 단순했다. 한나영을 영입하면 노바는 흔들릴 것이고, 흔들린 팀은 본선에서 떨어질 것이고, 떨어진 팀은 산산조각날 것이었다. 하지만 강준호는 그들을 모았다. 침묵으로. 손가락 수신호로.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오수진은 뒷문을 통해 경기장을 나갔다.
강준호는 그것을 느꼈다. 절대음감이 아니라, 프로듀서의 감각으로. 그녀가 떠나가는 순간을. 분노의 음파를.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오수진이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새로운 전술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이제 강준호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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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 서치 본선 우승 후, 강남역 지하의 크레센도 엔터 사무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강준호는 거기에 없었다.
홍대. 그의 옛 스튜디오. 라이즈가 데뷔곡을 녹음했던 공간. 강준호는 혼자 그곳에 앉아 있었다.
벽에 붙은 포스터. '라이즈 - 첫 번째 미니앨범 Rising'. 10년 전의 그 포스터.
강준호의 손이 올라갔다. 포스터를 만졌다. 라이즈 멤버들의 얼굴이 만져졌다.
그들은 망했다. 강준호의 손 때문에. 강준호의 완벽함 강요 때문에.
강준호는 노트를 펼쳤다. 낡은 필기구로 글을 썼다.
'나는 너희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음정만 들었다. 너희가 누구인지는 못 들었다.'
선반에서 라이즈의 음반을 꺼냈다. CD 케이스. 10년 동안 먼지가 앉아 있었다. 강준호는 그것을 재생했다.
라이즈의 데뷔곡 'Rising'. 강준호가 프로듀싱한 곡. 기술적으로 완벽한 곡.
하지만.
절대음감으로 다시 들어보니 그 곡에는 '감정'이 없었다. 완벽함만 있었다. 기술만 있었다. 라이즈 멤버들의 진정한 목소리는 없었다.
강준호의 손이 내려왔다. 테이블 위의 노트에 다시 글을 썼다.
'너희는 나쁘지 않았다. 방향을 잃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나였다.'
그 순간, 강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태균이었다.
"준호, 어디야? 멤버들이 찾고 있어."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타이핑했다.
'홍대. 라이즈 스튜디오.'
잠시 침묵. 그 다음 이태균의 목소리.
"혼자 아파하지 마. 라이즈는 끝났고, 노바는 이미 시작했어."
강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스튜디오의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40대의 얼굴. 침묵의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더 이상 절망으로 가득하지 않았다.
강준호가 타이핑했다.
'이제 알겠어. 절대음감이 저주가 아니었다는 걸. 이해의 도구였어. 함께하기 위한 선물이었어.'
이태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하나야. 노바를 빌보드로 올리는 것. 그 과정에서 넌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거야."
강준호는 웃었다. 소리 없는 웃음. 어깨가 들렸다 내려왔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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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도 엔터 회의실. 5박 6일 후.
강준호는 멤버들 앞에 앉아 있었다.
이지은, 박준서, 최민준, 한나영, 이준재. 모두가 강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준호는 큰 종이를 펼쳤다. 그 위에는 새로운 곡의 구성이 적혀 있었다.
'Resurrection (재생)'
"이게 우리의 다음 곡이야?" 최민준이 물었다.
강준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노트에 썼다.
'너희의 진정한 목소리를 세상에 보여주는 곡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진정하면 된다. 그것이 이 곡의 핵심이다.'
강준호는 다시 펼친 종이를 가리켰다. 그 위에는 'Resurrection' 이후의 글로벌 진출 로드맵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다음 달: 영어 버전 제작 시작. 미국 에이전트 미팅 스케줄링.'
'2개월 후: 글로벌 에이전트 서명. 북미 라디오 스테이션 피칭.'
'3개월 후: 빌보드 핫 100 진출 목표.'
박준서가 강준호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할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준호의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떨렸다. 아주 작은 떨림. 마치 목소리가 다시 돌아오려는 듯한 떨림. 하지만 그것은 곧 사라졌다. 절대음감의 대가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홍대 스튜디오에서 고음역대가 완전히 소실되었고, 이제 중음역대도 점점 범위가 좁혀지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음정을 표현할 때마다 그 범위는 더욱 축소되고 있었다.
강준호는 그것을 억누르지 않았다. 손을 가슴에 얹고 눈을 감았다. 그저 받아들였다. 그 떨림도, 그 침묵도, 그리고 다가올 침묵도.
왜냐하면 침묵 속에서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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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 체육관.
'K-Pop Global Summit 2024'. 국내 주요 기획사들이 신곡을 공개하는 행사.
무대 위에는 노바가 있었다.
그들의 새로운 무대복. 그들의 새로운 음악. 그들의 새로운 목소리.
강준호는 무대 옆 모니터링 룸에서 손가락 신호를 보냈다.
'1. 2. 시작.'
음악이 흘러나왔다.
'Resurrection'.
이지은의 목소리가 먼저 떨어졌다. 따뜻하고, 진정하고,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직했다.
박준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배려 깊고, 강하고, 때로 부서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부서짐이 아름다웠다.
최민준의 래핑이 들어왔다. 거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웠다. 방어심 같으면서도 열려 있었다.
한나영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예전의 불안감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이준재의 음정이 모든 것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그들의 목소리를 읽었다.
음정이 아니었다. 음감도 아니었다.
감정이었다.
다섯 사람의 진정한 감정이 한 곡 속에 담겨 있었다.
객석이 조용했다. 심사위원들은 펜을 내려놓았다. 카메라는 계속 돌았다.
노바의 목소리가 마지막 음정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것이 울려 퍼졌을 때, 객석이 터져 나왔다.
박수가 쏟아졌다. 함성이 터졌다. 휴대폰 불빛이 무대를 비췄다.
모니터링 룸에서 강준호는 노트에 적었다.
'우리가 해냈다.'
손가락도 같은 신호를 보냈다. 음정이 아닌 승리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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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강남역 지하 연습실.
노바 멤버들이 강준호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휴대폰에는 'Resurrection' 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10만. 50만. 100만.
한나영이 휴대폰을 들었다.
"프로듀서님, 댓글 봐요. '노바가 정말 달라졌다.' '이게 진정한 음악이다.' '눈물 나왔어요.'"
최민준이 웃었다.
"SM, YG, JYP 모두 다시 연락 왔어. 계약금 올렸다고."
박준서가 강준호를 바라봤다.
"그런데 프로듀서님, 혹시 목소리가 좀 돌아왔어요? 아까 연습할 때..."
강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노트에 썼다.
'아니다.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
이지은이 물었다.
"혹시... 후회해요?"
강준호는 천천히 손가락을 올렸다. 절대음감의 신호가 아닌, 다른 신호.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신호.
'없다.'
침묵이 흘렀다. 좋은 침묵. 함께하는 침묵.
그 순간, 강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알려진 번호가 아니었다. 하지만 강준호는 그 번호를 알고 있었다.
오수진이었다.
강준호가 전화를 받았다. 물론 아무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들을 수는 있었다.
"축하합니다, 강준호 프로듀서. 'Resurrection'은 정말... 좋은 곡이네요."
오수진의 목소리에는 축하가 없었다. 그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계산. 다음 수를 놓지 않은 자의 침착함.
"하지만 노바가 빌보드에 올라가기까지는 아직 멀었어요. 국내 차트에서의 성공은 국제적 성공을 의미하지 않거든요. 글로벌 시장에서는 노바 같은 신인 그룹보다 이미 검증된 아티스트들이 훨씬 강합니다."
오수진의 음성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우리는 글로벌 오디션 일정을 모두 선점했고, 노바 멤버 개별 스카우트도 진행 중입니다. 한나영에게는 이미 계약서를 보냈어요. 계약금 5억. SM의 글로벌 에이전트 네트워크로 가면 노바보다 훨씬 빠르게 빌보드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요."
강준호의 손이 움직였다. 멤버들을 바라봤다. 한나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박준서도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솔로 데뷔. 우리가 제시한 조건은 노바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오수진은 잠시 멈췄다. 그 침묵 속에는 의도가 있었다. 강준호가 절대음감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강준호, 자본이 음감을 이기는 시장이 있습니다. 거기가 글로벌입니다. 당신의 침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전화가 끊겼다.
강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멤버들이 물었다. 누가 전화했냐고.
강준호는 노트에 빠르게 썼다.
'다음 전쟁의 신호.'
손가락이 움직였다. 음정이 아닌, 경고의 신호.
한나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듀서님, 저... SM에서 계약서를 보냈어요. 5억이라고 했어요. 어제 받았는데..."
한나영은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계약서. 실제로 손에 들 수 있는 것. 추상적이지 않은 제안.
박준서도 고백했다.
"저도 JYP에서 연락이 왔어요. 솔로 데뷔 제안이었어요. 미니앨범 제작비, 뮤직비디오 예산, 글로벌 에이전트 지원까지. 다 명시되어 있었어요."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에 빠르게 썼다.
'결정은 너희 것이다. 하지만 먼저 들어라.'
강준호는 다시 펼친 로드맵을 가리켰다. 그 위에는 더 구체적인 계획이 적혀 있었다.
'다음 주: 글로벌 에이전트 미팅. 미국 에이전트 3곳과 협상. 예상 계약금 범위: 2억~4억.'
'2주 후: 영어 버전 'Resurrection' 녹음 시작. 미국 프로듀서 참여.'
'1개월 후: 빌보드 핫 100 신청.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선점.'
'3개월 후: 빌보드 진출 목표. 순위 예상: 50~100위.'
강준호는 계속 썼다.
'우리는 SM, JYP, YG보다 빠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글로벌 스타 서치를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 우승은 우리의 음악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증명이다. 에이전트들은 이미 우리를 알고 있다. 이제는 그들을 설득하는 단계다.'
이지은이 물었다.
"그런데 프로듀서님, 목소리가... 계속 안 나오고 있잖아요. 영어 버전 녹음은 어떻게..."
강준호는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올렸다. 목을 가리켰다. 그 다음 손가락으로 음역대를 표현했다. 처음에는 넓은 범위를 그렸다. 그 다음 점점 좁혀졌다. 홍대 스튜디오에서 경험한 고음역대의 소실. 그리고 이제 진행 중인 중음역대의 축소.
'홍대 스튜디오에서 고음역대가 완전히 소실되었다. 이제 중음역대도 축소되고 있다. 절대음감의 대가다. 하지만 너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최민준이 물었다.
"그럼 프로듀서님은... 앞으로 말을 못 하게 되는 건가요?"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트에 썼다.
'아마도.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침묵 속에서 나는 너희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박준서가 강준호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이겨낼 거예요. 함께."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다음을 보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 빌보드. 강준호가 회귀 후 처음 꾸는 진정한 꿈.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강준호는 마지막 목소리도 잃을 것이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강준호는 이미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았다.
그것은 노바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