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강남역 지하 연습실의 공기가 멈췄다.

오수진이 SM 스카우트팀을 이끌고 들어선 순간, 강준호의 시야에 모든 것이 음파로 변환되었다. 한나영의 심박음—분당 98회, 평상시보다 17회 빠르다. 이지은의 성대 긴장—상부 음역대 수축, 공포 신호. 박준서의 호흡—얕고 불규칙, 팀을 지키려는 절박함이 세어 나온다.

강준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노바의 한나영 멤버요. SM에서 솔로 데뷔를 제안드립니다. 3년 보장 계약, 전담 보컬 트레이너, 해외 진출 파이프라인까지." 오수진의 목소리는 꿀처럼 부드러웠다. "지금 이 팀에 미래가 있습니까?"

한나영이 입을 열려 했다. 강준호는 그 순간 그녀의 음성 대역에서 '거부'를 읽었다. 하지만 동시에 '동요'도 읽었다. 분당 심박 103회로 도약. 성대 진동의 불안정화. 그녀는 거부하려 했지만, 무언가가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강준호는 발을 떼었다. 침묵하는 몸으로 그녀 앞에 섰다.

절대음감이 작동했다.

한나영의 음성 스펙트럼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1,200헤르츠대의 떨림—자신감 결핍. 850헤르츠의 음정 불안정—자기 혐오. 그 아래 2,800헤르츠에서 울고 있는 미개발 음역대. 그것을 깨우면 된다. 그것을 강제로 깨우면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알 것이고, 오수진의 제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강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음정 수정 신호. 정확히 그녀의 약점을 지적하는 신호였다. 한나영의 얼굴이 굳었다. 박준서가 "형..." 하고 말을 끊었지만, 강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이 계속 움직였다. 리듬 신호, 호흡 신호, 감정 신호. 모든 신호가 동시에 쏟아졌다.

한나영이 한 발 물러섰다. "프로듀서님... 뭐 하시는 거예요?"

이지은이 한나영의 팔을 잡았다. "잠깐, 이상해."

"좀 해줄 수 있어?" 오수진이 웃음으로 물었다. "저희 제안을 생각해 볼 시간을 주시죠."

강준호는 뒤를 돌지 않았다. 손을 내려렸다. 그리고 노트에 글을 썼다.

'한나영은 여기서 빛난다. 다른 곳이 아니라.'

하지만 글을 쓰는 손이 떨렸다.

---

오수진이 나간 후, 연습실은 소음 없는 공간이 되었다. 이지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님, 우리 어떻게 해야 해요?"

강준호는 노트에 적었다. '계획대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바뀌었어요." 최민준이 말했다. "오수진이 우리를 부술 거고, 한나영이 떠날 거고, 우리는 끝나요."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최민준의 음성을 포착했다. 그것은 단순한 패배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증명된 예상'이었다. 최민준은 이미 여러 그룹의 해체를 경험했다. 패턴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강준호는 최민준에게 다가갔다. 절대음감이 그의 음성 스펙트럼을 해부했다. 1,600헤르츠대의 공포. 2,200헤르츠의 자기 보호. 그 아래 묻혀 있는 것—희망. 거의 죽어 있는 희망이지만,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강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최민준의 음역대에 숨어 있는 희망을 지적하는 신호였다.

"그게... 뭐예요?"

강준호는 계속 신호를 보냈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최민준의 음성을 강제로 조정하는 신호였다. 마치 그의 감정을 재프로그래밍하려는 듯이.

최민준이 한 발 물러섰다. "프로듀서님... 진짜 괜찮아요?"

박준서가 강준호의 팔을 잡았다. "형, 잠깐. 프로듀서님이 너무 힘들어 보여요."

강준호는 박준서를 보지 않았다. 절대음감이 그의 목소리를 분석했다. 박준서의 음성은 '걱정'과 '죄책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강준호 때문에 자신이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죄책감이 박준서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나영이 다가왔다. "프로듀서님, 제가... 떠나면 안 돼요?"

강준호가 한나영을 봤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오수진의 제안이 계속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준호의 강압적인 신호는 그 유혹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강준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가 나왔다. 매우 약한, 거의 들리지 않는 음성이었다. 마치 폐허에서 나는 소리처럼.

"미안해."

그 한 마디가 나오는 순간, 강준호의 목은 경직되었다. 입술을 다시 열려고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공기만 흘러나왔다. 마치 목구멍이 닫혀버린 것처럼. 절대음감이 남긴 대가가 한 번에 몰려왔다.

박준서가 놀라 강준호를 바라봤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멈췄다. 강준호는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성대는 반응하지 않았다. 목에서 나오는 것은 음성이 아닌 공기뿐이었다.

이지은이 다가왔다. "프로듀서님?"

강준호는 노트에 글을 썼다. 손이 덜덜 떨렸다. 글씨가 비뚤어졌다.

'내가 너희를 망치고 있다.'

최민준이 노트를 읽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프로듀서님이 아니라... 우리가 약해서..."

"아니야." 박준서가 말했다. "프로듀서님이 맞아. 어제부터 이상했어. 우리 말을 안 듣고, 자기 생각만 강요하고..."

이지은이 박준서의 말에 끄덕였다. "맞아. 한나영이 거부하는데도 계속 신호를 보내셨어. 그게... 무섭게 느껴졌어요."

한나영이 입을 열었다. "전 이미... 마음이 흔들렸어요. 프로듀서님이 저한테 뭘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신호들이 자꾸 저를 누르는 것 같았어요."

이지은이 계속했다. "어제 연습할 때도 그랬어요. 프로듀서님이 저한테 계속 신호를 보내니까 성대가 자꾸 긴장되고... 목이 아팠어요. 지금도 목이 쓰라려요."

최민준이 덧붙였다. "저도 어제 신호들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졌어요. 계속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호흡이 안 나왔어요."

강준호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절대음감이 그들의 음성을 분석했다. 진정한 상처. 진정한 두려움. 그것이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

연습실을 나간 강준호는 홍대로 향했다.

과거의 스튜디오 건물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10년 전, 그룹 '라이즈'를 프로듀싱했던 곳이었다. 건물 지하 1층, 음악 도서관. 강준호는 라이즈의 데뷔 앨범을 꺼냈다.

CD 플레이어는 고장 난 지 오래였지만, 강준호는 노트북으로 음악을 재생했다. 첫 번째 곡, '상승'이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절대음감이 작동했다.

10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음성의 주파수, 감정의 결이, 의도의 방향. 그는 그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테이크를 거듭했고, 멤버들에게 더 높은 음역대를 강요했고, 감정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라고 지시했었다.

하지만 이제 절대음감으로 들으니, 문제는 '완벽함의 부족'이 아니었다.

문제는 '방향'이었다.

라이즈의 리드 보컬 민준의 음성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1,500헤르츠대의 따뜻함, 2,100헤르츠의 솔직함, 800헤르츠의 상처. 그것이 '상승'이라는 곡의 진정한 방향이었다. 절망에서 일어서려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완벽한 기술이 아닌, 진정한 감정.

강준호는 그걸 망쳤다. 그는 민준에게 "더 높게, 더 크게, 더 극적으로"라고만 지시했다.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오직 기술만 강요했다. 그래서 라이즈의 음성은 점점 텅 비어갔다. 감정이 사라지고, 오직 기술만 남았다. 그리고 결국, 그룹은 해체되었다.

강준호는 그것이 자신의 '실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절대음감으로 다시 듣고 있으니, 깨달음이 왔다.

실패가 아니었다. 길을 잃은 것이었다. 자신과 라이즈가 함께 길을 잃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노바는?

강준호의 손이 떨렸다. 노트북을 끄고 싶었지만, 절대음감이 또 다른 음악을 재생하라고 명령했다. 마치 고통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라는 명령처럼.

강준호는 노바의 곡 'Dissonance'를 다시 들었다. 자신이 작곡한 곡이었다. 멤버들의 내분을 담은 곡이었다.

절대음감이 그 곡을 분석했다.

이지은의 리드 보컬—1,800헤르츠의 절박함, 2,400헤르츠의 완벽주의, 그 아래 700헤르츠의 죽음에 대한 공포. 박준서의 화음—따뜻함과 동시에 자신을 지우는 소리. 최민준의 래핑—공격성과 자기 보호의 뒤엉킴. 한나영의 목소리—자신감 결핍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그들의 감정을 읽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그들을 '수정'하려고 시도했다. 한나영의 자신감 부족을 강제로 제거하려고, 박준서의 자기 희생을 강제로 멈추려고, 최민준의 공격성을 강제로 완화시키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강준호는 그들의 '진정한 방향'을 놓쳤다. 마치 라이즈와 함께 길을 잃었던 것처럼.

노바도 이미 길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강준호가 그들을 조종하려 할수록, 더 깊이 길을 잃게 될 것이었다.

강준호는 노트북을 덮었다. 손이 완전히 마비되었다. 절대음감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경 끝이 점점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눈을 뜨고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의 입술은 완전히 창백해져 있었다. 거의 투명에 가까웠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절대음감이 남은 것은 자신의 목소리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감정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멤버들의 음성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의 감정이 증발했다. 공감이 아닌, 단순한 기술적 분석만 남았다.

강준호는 화장실로 가서 토했다.

---

이태균이 강준호를 찾은 것은 밤 10시였다.

이태균은 강준호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박준서의 불안한 목소리, 최민준의 절박한 톤, 이지은의 두려움. 그들이 보낸 신호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준호는 혼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험할 것이다.

강남역 지하의 음향 스튜디오. 이태균은 강준호를 보자마자,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 수신호였다.

'괜찮아?'

강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태균이 강준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침묵했다. 진정한 침묵. 아무 음파도 진동하지 않는 침묵.

"넌 혼자가 아니야."

이태균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강준호가 이태균을 봤다.

"나도 침묵하고 있었어. 10년 동안." 이태균의 손이 계판 위를 움직였다. "음향 엔지니어로서 침묵했어. 너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너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강준호가 이태균의 손을 봤다. 그의 손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

"절대음감이 남은 이유가 뭔지 알아?" 이태균이 말했다. "넌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야. 우리가 있기 때문이야. 멤버들이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도 있어."

강준호의 눈이 떨렸다.

이태균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함께 다시 일어서자. 이번엔 다르게.'

그 순간, 강준호는 깨달았다.

절대음감이 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대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강준호는 노트에 글을 썼다.

'멤버들한테 뭘 해야 할까?'

이태균이 노트를 읽고 천천히 말했다. "먼저, 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 조종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들어야 해."

"어떻게?"

"멤버들을 모아. 그들이 뭘 원하는지, 뭘 두려워하는지 직접 들어. 절대음감으로 분석하지 말고, 사람으로서 들어."

강준호는 이태균의 말을 천천히 새겨 들었다.

"그리고 오수진의 전략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해." 이태균이 계속했다. "SM 스카우트는 시작일 거야. 한나영을 빼내려는 건 물론이고, 노바 내부를 더 흔들 거고, 미디어 플레이로 우리를 압박할 거고, 결국 그룹 전체를 해체로 몰아갈 거야. 그 과정에서 멤버들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팬들의 의심을 사고, 우리 회사의 신용까지 떨어뜨릴 거야. 너는 그걸 막아야 해. 하지만 절대음감으로 멤버들을 조종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신뢰로."

강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멤버들을 모아. 이번엔 진정한 대화를 나눠."

이태균이 폰을 들었다. 박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멤버들 모아. 강준호가 뭔가 있대."

---

멤버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박준서가 먼저, 그 다음 이지은과 최민준, 마지막으로 한나영이 들어섰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불안했다.

강준호는 노트에 글을 썼다.

'미안해. 내가 너희를 조종하려고 했어. 절대음감으로 너희 감정을 읽고, 강제로 바꾸려고 했어. 그건 프로듀서가 할 짓이 아니었어.'

박준서가 노트를 읽고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님, 저희도 미안해요. 약해서..."

"아니야. 넌 약하지 않아." 이태균이 말했다. "강준호가 잘못했어.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거야.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가 중요해."

최민준이 물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해요?"

강준호가 노트에 글을 썼다.

'오수진이 우리를 부술 거야. 한나영을 빼내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미디어 플레이로 압박해서 그룹 전체를 해체시킬 거야. 그걸 막으려면, 우리가 진정으로 함께여야 해. 절대음감으로 조종된 함께가 아니라, 진정한 신뢰로.'

이지은이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오수진을 막아요?"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번엔 조종이 아닌, 제안의 신호였다.

'먼저, 우리가 노바로서 뭘 원하는지 명확히 해야 해. 각자. 그리고 그걸 함께 이루는 방법을 찾아야 해.'

한나영이 물었다. "프로듀서님은 뭘 원하세요?"

강준호가 노트에 글을 썼다.

'너희가 진정한 음악을 하는 거.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 담긴 음악. 라이즈처럼 길을 잃지 말고, 함께 길을 찾아가는 음악.'

한나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SM에 가야 하나요?"

강준호는 한나영을 봤다. 절대음감이 그녀의 음성을 분석했다.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강준호는 그 흔들림을 강제로 고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진정한 마음을 들으려고 했다.

강준호가 노트에 글을 썼다.

'넌 뭘 원해?'

한나영이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저는... 노바에서 빛나고 싶어요. 혼자가 아니라, 우리 다섯 명이 함께 빛나고 싶어요. SM은 저를 솔로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니라..."

박준서가 한나영의 손을 잡았다. "그럼 함께 하자. 우리 함께."

최민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함께 해서 오수진을 이겨내자."

이지은이 말했다. "근데 어떻게? 오수진은 이미 한나영을 빼내려고 하고 있는데... 그리고 우리 내부도 흔들려 있잖아."

강준호가 노트에 글을 썼다.

'한나영이 SM에 거절 의사를 전달해야 해.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 곡을 만들자. 우리 다섯 명의 진정한 이야기를 담은 곡. 지금 이 순간의 상처와 두려움,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다 담아서. 그걸 세상에 보여주고, 오수진의 모든 전략을 깨뜨리자.'

한나영이 물었다. "제가... SM에 거절한다고 말씀드려도 되나요?"

이태균이 말했다. "당연하지. 넌 노바의 멤버야. 그리고 넌 여기서 빛나기로 결단했어. 그 결단을 지켜."

한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일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박준서가 물었다. "그런 곡을 만들 수 있어요?"

강준호가 노트에 글을 썼다.

'우리가 함께면 된다. 절대음감이 아니라, 진정한 신뢰로.'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번엔 강압이 아닌, 초대였다. 함께 만들자는 초대였다.

이태균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 우리가 해야 할 게 많아."

강준호는 일어섰다. 절대음감이 여전히 그의 몸 안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이태균이 곁에 있었고, 멤버들이 함께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이었다.

강준호는 노트에 다시 글을 썼다.

'함께 시작하자.'

그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절대음감으로 감지한 음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손가락 신호와 눈빛으로 전하는,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음악이었다. 한나영이 그 신호를 읽었다. 박준서도, 이지은도, 최민준도 모두 읽었다.

절대음감의 대가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진정한 성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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