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분의 시작
강남역 지하 3층 크레센도 엔터 연습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모든 것을 감지했지만, 입을 열 수 없었다. 목소리는 이미 사라졌다.
음성이 나올 자리에는 바람만 흘렀다. 공기도 없는 침묵이었다.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펜을 들려던 손이 공중에서 맴돌았다. 눈이 흔들렸다. 절대음감의 대가를 이렇게 직시한 것이 처음이었다.
목구멍이 타는 듯했다. 목의 통증이 파고들었다. 시야가 조금씩 흐려졌다.
노바가 글로벌 스타 서치 본선 진출을 확정한 지 사흘째 아침이었다.
연습실의 벽은 회색이었지만, 공기의 질감이 달라져 있었다. 성공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 아래에서 뭔가 부서지고 있었다.
이지은이 박준서의 팔을 잡아끌며 강준호 앞에 섰다. 손에 쥔 노트북 화면에는 본선 진출 후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들이 떠 있었다.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노바 대박 예상', '음색이 미쳤다', '이거 빅3 음악 아닌가?'
이지은의 눈은 반짝였지만, 입은 굳어 있었다.
"강준호 PD님.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했다.
"아니에요. 진짜로요."
이지은은 다시 물었다. 같은 질문. 강준호는 노트에 글을 쓰려고 펜을 들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펜촉이 종이에 닿지 못하고 공중에서 맴돌았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니까요. 우리 팀이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끝이에요."
박준서가 이지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은아, 우리 이미 됐잖아. 노바로 본선 올라왔고—"
"올라온 것뿐이야. 본선에서 떨어지면 모두 끝나. 두 번 다시는 기회가 없어."
이지은의 목소리가 깨졌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그 목소리를 포착했다. 음역대 G#3. 불안의 주파수였다. 성대의 미세한 진동에 담긴 것은 음악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최민준이 스트레칭을 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또 그 말이야? 지은아, 이미 뽑혔는데 왜 계속 겁을 주는 거야?"
"겁이 아니라 현실이야. 우리가 본선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국내 활동도 끝나고, 글로벌 진출은 꿈도 못 꿔."
강준호는 이지은의 음성을 더 깊이 들었다. 성대 진동의 파장이 불규칙했다. 두 번의 그룹 해체. 그 트라우마가 음성에 새겨져 있었다.
한나영이 물 병을 내려놓았다.
"이지은 언니, 왜 자꾸 우리를 불안하게 해?"
이지은이 한나영을 바라봤다. 그 눈빛이 차가워졌다.
"어제 안무 리허설이랑 오늘 보컬 세션. 넌 댄서인데 자꾸 노래에만 집중하려고 해. 그래서 타이밍이 밀려. 우리가 완벽해야 하는데 넌 계속 흔들어."
최민준이 일어섰다. 연습실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갔다.
한나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입술이 떨렸다. 절대음감이 포착하는 그녀의 성대 진동은 F#2. 완전히 닫혀 있었다. 공포의 주파수였다.
박준서가 한나영 쪽으로 몸을 날렸다.
"민준아, 그런 말 하지 말아. 나영이는 충분해."
"충분하지 않아. 우리가 이 정도 수준이 되려면 모두가 완벽해야 해."
최민준의 목소리는 냉철했다. 그러나 절대음감은 그 음성 아래의 층을 포착했다. B1. 방어심. 상처받은 음정이었다.
강준호는 손가락을 들었다. 음정 교정의 신호였다. 모두의 성대가 떨리고 있다. 너희는 지금 음악을 하고 있지 않다. 너희는 두려움으로 음악을 죽이고 있다.
아무도 손가락을 보지 않았다.
"그래, 미안해. 근데 본선에서 우리가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정말 끝나."
최민준이 다시 말했다. 이번엔 이지은을 향해. 이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준서는 한나영 옆에 앉았고, 한나영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강준호는 노트에 글을 쓰려고 펜을 다시 들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는 완벽함 때문이 아니다.'
손가락이 펜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펜이 떨어졌다. 강준호는 펜을 집어 들려고 몸을 굽혔다. 세상이 한 번 흔들렸다.
목구멍이 타는 듯했다. 어제보다 더 심했다. 절대음감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음역대가 소실되고 있다는 것을 강준호는 알고 있었다. 5화에서 11개월에서 9개월로 줄어들었다면, 지금은?
강준호는 손목을 누르고 일어섰다. 이태균에게 연락이 필요했다.
이태균이 연습실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였다. 강준호는 이미 녹음실 모니터링룸에 앉아 있었다. 이태균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강준호는 노트를 펼쳤다. 손글씨가 떨려 있었다.
'3개월. 최대 3개월.'
이태균의 얼굴이 굳었다.
"뭐? 전에는 9개월이라고—"
'절대음감 사용 빈도.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썼다. 멤버들의 음성을 계속 들었다.'
이태균은 의자에 앉았다.
"그럼 본선 전에... 목소리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건가?"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어. 그럼 우리가 뭘 해? 본선까지 한 달 반 남았는데."
강준호는 다시 노트에 썼다.
'음악은 내가 하고, 지시는 손가락 수신호로. 멤버들은 절대 모르면 안 된다.'
"왜? 알아야지. 그들도 알 권리가 있어."
'아니다. 알면 더 무너진다. 이미 불화가 시작됐다.'
강준호는 어제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을 손가락과 노트로 설명했다.
이태균은 침묵했다. 오래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본선 곡을 지금 만들어야 해. 내일이라도."
강준호는 이태균의 말을 생각했다. 절대음감으로 이태균의 성대 진동을 들었다. E3. 희망의 주파수였다.
강준호는 노트에 펜을 가져갔다. 손이 떨렸지만, 이번엔 글씨가 또렷했다.
'알겠다. 오늘밤 곡을 완성하자.'
본선 곡의 제목은 'Dissonance'였다. 불협화음.
강준호는 이 곡을 팀의 현재 상태 그대로 담기로 결심했다. 깨진 음정, 엇갈린 리듬, 충돌하는 감정—모든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되, 불협화음에서 시작해서 조화로 변해가는 구조로.
이태균이 강준호의 손가락 수신호를 기술로 변환했다.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감지한 각 멤버의 음역대와 감정을 악보로 옮겼다. 이지은의 불안을 G#의 긴장감으로, 최민준의 방어심을 B의 날카로움으로, 한나영의 공포를 F#의 약함으로.
새벽 5시. 곡이 완성됐다.
강남역 지하 연습실에 멤버들이 모인 것은 오전 9시였다. 강준호는 'Dissonance'를 틀었다.
처음 30초는 불협화음이었다. 각 악기가 각기 다른 음역대에서 울려 나왔다. 마치 싸우는 소리처럼. 45초가 되자 최민준의 래핑이 리드를 잡았다.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고 /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고 / 그래야만 산다고'
이지은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녀의 성대 진동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곡 속에서는 그것이 절박함으로 변했다.
'완벽하지 않은 날들도 / 나는 노래했고 / 넘어지고 일어나 / 또 노래했다'
박준서의 미디엄 톤이 감싸 안았다. 따뜻했다.
'완벽은 거짓이야 / 우리가 필요한 건 / 함께라는 증명이야'
한나영의 래핑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나는 여기 있고 / 넌 거기 있고 / 우리는 함께 있고 / 그것으로 충분해'
마지막 8마디에서 모든 멤버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불협화음이 조화로 변했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그 조화를 들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여전히 작은 불협화음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음악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곡이 끝났을 때, 이지은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최민준은 바닥을 보고 있었고, 한나영은 박준서에게 안겨 있었다.
"이 곡... 우리를 위해 만든 거예요?"
이지은이 물었다.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다시 같은 질문이었다.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손이 떨렸지만, 이번엔 펜이 종이에 또렷하게 닿았다.
'너희는 이미 하고 있다.'
그 순간, 강준호는 입을 열어 보았다.
음성이 나올 자리에는 바람만 흘렀다. 공기도 없는 침묵이었다.
완전한 침묵.
강준호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절대음감만 남았다. 세상의 모든 음정과 감정을 들을 수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로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는 상태.
손가락이 멈춰섰다. 펜을 들려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강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멤버들 앞에서 절대음감의 대가를 이렇게 직시한 것이 처음이었다.
목의 통증이 파고들었다. 시야가 흐려졌다.
박준서가 먼저 눈치챘다. 그의 음성대역이 급격히 낮아졌다. 공포의 신호였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강준호는 노트를 다시 들었다. 글씨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떨려서 펜은 종이 위에서 흔들리기만 했다. 한 글자도 또렷하게 나오지 않았다.
이지은이 일어났다. 그녀의 성대가 울렸다. 긴장의 음정이었다.
"강준호 선생님, 뭐 하세요?"
강준호는 손을 내렸다. 노트도 떨어졌다.
최민준이 일어나 강준호에게 다가갔다. 그의 음성이 낮아졌다. 걱정의 신호였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모두를 감지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
최민준의 손이 강준호의 어깨에 닿았다. 강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음성이 나오지 않았다.
연습실의 공기가 변했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감각이 모두를 사로잡았다. 한나영이 박준서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장 높은 음역대로 올라갔다. 공황의 신호였다.
"뭐... 뭐야? 뭐 하는 거야?"
강준호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었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불협화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손가락이 음정을 그렸다. 멤버들의 불안의 주파수를 표현하려고 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지은이 강준호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선생님, 뭐예요? 말씀해 주세요."
강준호는 입을 움직였다.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음성은 나오지 않았다. 공기만 흘렀다. 입술의 형태만 있는 침묵.
박준서가 휴대폰을 꺼냈다. 이태균을 부르는 것이 본능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다.
"이태균 선생님? 강준호 선생님이... 뭔가 이상해요."
강준호는 벽에 기대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음정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악보를 그리고 있었다.
"선생님..."
한나영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높은 음역대에서 울려 나왔다. 공포와 슬픔이 섞인 음정이었다.
이지은의 눈빛이 변했다. 불안에서 다른 감정으로 변했다. 그녀의 성대가 다시 울렸다. 낮은 음역대였다. 절망의 음정이었다.
"이게... 이게 마지막이에요?"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의미였다. 이번엔 그것이 예언처럼 들렸다. 이지은이 두 번, 세 번 그룹이 해체되는 것을 봤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그룹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강준호는 이지은을 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다시 표면화되고 있었다.
강준호는 노트를 다시 집으려고 했다. 이번엔 꼭 글씨를 써야 했다. 이지은에게, 모두에게 말해야 했다. 너희는 실패하지 않는다고. 나는 여기 있다고.
손이 노트에 닿지 못했다. 손가락이 너무 떨렸다.
"선생님!"
최민준이 강준호를 잡았다. 강준호의 몸이 벽에서 떨어졌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절대음감의 대가는 이제 육체적으로도 나타나고 있었다.
박준서의 목소리가 가장 낮은 음역대로 내려갔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그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단의 음정이었다.
"강준호 선생님을 병원으로 옮겨야 해."
"아니야, 우리가..."
이지은이 말을 시작했지만, 그 순간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오수진이었다.
검은 수트를 입은 여자. 강준호의 과거 동료. 그리고 현재의 적. 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스카우트팀이었다.
"안녕하세요, 노바 팀."
오수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하지만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그것은 따뜻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포식자의 음정이었다.
"글로벌 스타 서치 본선 진출, 축하합니다."
오수진이 한 걸음 더 들어왔다.
"다만, 팀 구성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녀의 시선이 한나영을 향했다.
"한나영 양. 우리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댄싱 실력은 이 팀의 수준을 넘어섰어요. 더 큰 무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수진의 말투는 친절했지만, 그 의도는 명확했다. 팀을 와해시키는 것. 강준호가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연습실이 얼어붙었다.
한나영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오수진을 바라봤다가 박준서를 봤다. 그리고 강준호를 봤다. 강준호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목소리는 없었다. 손도 떨리고 있었다.
한나영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성대가 울렸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그것은 유혹과 갈등의 음정이었다. 더 큰 무대. 더 나은 조건. 그것이 그녀를 흔들고 있었다.
오수진은 한나영의 표정을 읽고 있었다. 미소가 더 깊어졌다.
"생각해 봐. 더 좋은 조건이니까."
한나영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박준서의 손이 한나영의 팔을 잡았다.
"나영아."
박준서의 목소리가 낮았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그것은 간청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지은이 한나영 앞에 섰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불안에서 확신으로. 절망에서 다짐으로.
"한나영. 우리 'Dissonance' 들었잖아. 우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가 함께 있으면 충분하다고."
이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은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심의 떨림이었다.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어. 우리 함께면."
한나영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의 성대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유혹의 음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정의 음정이었다.
"제가 여기 있겠습니다."
한나영이 이지은의 옆으로 갔다. 박준서도 일어섰다. 최민준도 일어났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모든 것을 감지했다. 오수진의 의도. 그녀의 계획. 노바를 무너뜨리는 방법. 첫 번째는 팀의 내분이었다. 이미 시작되었다. 최민준의 완벽주의가 한나영을 계속 압박했다. 이지은의 불안이 모두를 짓누르고 있었다. 두 번째는 멤버 이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했다.
강준호는 입을 열었다. 음성을 내려고 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침묵만 남았다. 절대음감의 프로듀서는 자신의 팀을 말로 지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오수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의 음정을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포착했다. 계획의 변화였다. 패배가 아니라 다음 수였다.
박준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의 몸이 긴장했다. 주먹이 쥐어졌다.
"나가세요."
박준서의 목소리가 낮고 단호했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그것은 더 이상 중재자의 음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음정이었다. G의 음정. 절망에서 희망으로 변하던 그 순간의 음정이었다. 강준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음정이었다.
"뭐라고?"
오수진이 물었다.
"나가세요. 지금."
박준서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거의 으르렁거리는 음정이었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짐이었다. 팀을 지키겠다는 다짐이었다.
오수진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그녀는 한나영을 쳐다봤다. 한나영은 이미 팀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생각해 봐. 더 좋은 조건이니까."
"한나영은 우리 팀이에요."
이지은이 한나영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음성이 강해졌다.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그것은 이제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신의 음정이었다. 'Dissonance'를 들었을 때의 음정이었다. 불협화음이 조화로 변하던 그 순간의 음정이었다.
최민준도 움직였다. 그는 강준호에게 다가가 그를 지탱했다.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최민준의 음성을 들었다. 완벽주의자의 음정이 변하고 있었다. 날카로움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아래에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강준호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손도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절대음감이 감지하는 것은 명확했다. 팀이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오수진이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음성이 높아졌다. 계획이 틀렸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럼 본선에서 봅시다. 강준호."
오수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의 손이 휴대폰을 꺼냈다. 나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계획을 수정하겠습니다. 직접 개입하겠습니다."
오수진이 나갔다. 스카우트팀도 따라갔다. 연습실의 문이 닫혔다.
박준서가 강준호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강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선생님. 우리가 있어요."
강준호는 절대음감으로 박준서의 음성을 들었다. 그 음성은 완벽하지 않았다. 여전히 작은 불협화음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하나의 의지로 수렴하고 있었다. 함께한다는 의지로.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이번엔 손이 떨리지 않았다. 펜이 종이에 닿았다. 또렷한 글씨가 나왔다.
'본선까지 30일.'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하지만 강준호의 목소리는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강준호는 펜을 내려놓고 마지막 문장을 추가했다.
'침묵이 우리를 지킬 것이다.'
강준호는 그 문장을 쓰면서 깨달았다. 목의 통증이 다시 파고들었다. 시야가 흐려졌다. 침묵은 약함이 아니었다. 침묵은 선택이었다. 절대음감으로 모든 것을 감지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강준호는 비로소 자신의 팀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