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NOVA

강남역 지하 연습실은 새벽 3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형광등 아래 다섯 명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첫 글자를 썼다.

'박준서.'

박준서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강준호는 손가락을 들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올렸다. 음정의 궤적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박준서의 최적 음역대였다. 미디엄 톤. 낮지도 높지도 않은, 그러나 가장 따뜻한 대역.

"이게..." 박준서가 중얼거렸다.

강준호는 노트를 집어 들었다. 한 문장을 빠르게 적었다.

'당신의 목소리가 팀의 기초다.'

박준서는 그 문장을 읽고 멈췄다. 입술이 떨렸다. 강준호는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같은 궤적을 반복했다. 이번엔 더 천천히. 더 확신 있게.

"다시... 해도 돼?" 박준서가 물었다.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박준서에게 손을 가리켰다. 박준서가 스탠드 앞에 섰다.

"미... 음..." 박준서가 음을 냈다.

강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정확한 궤적. 박준서의 목소리가 따라갔다. 음정이 맞아떨어졌다. 그 순간, 박준서의 얼굴이 변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표정. 두려움도 자신감도 아닌, 순수한 발견의 순간이었다.

"맞아... 이게 내 목소리야..." 박준서가 중얼거렸다.

강준호는 노트에 또 다른 문장을 썼다.

'이 음역대에서 당신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박준서는 그 글을 읽고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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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지은이었다.

강준호가 노트에 적었다.

'고음은 힘이 아니다. 흐름이다.'

이지은은 그 문장을 본 순간 얼굴이 굳었다. "제 고음이 문제라는 뜻이에요?"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대답했다. 이지은의 목소리를 절대음감으로 포착했을 때, 그녀의 고음은 음정이 정확했다. 그러나 그 정확함 자체가 문제였다. 완벽함이 완벽함을 죽이고 있었다.

강준호는 이지은을 스탠드 앞으로 불렀다. 노트를 보여줬다.

'열 번 혼내진 것도, 백 번 강요받은 완벽함도 모두 잊어. 당신의 목소리를 죽였을 뿐이야.'

이지은의 눈이 흔들렸다. 강준호가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이지은의 최적 음역대. 미디엄에서 하이.

"한 번만 부르면 돼?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은이 음을 냈다. 낮은 대역에서 시작했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음정을 올렸다. 중간쯤에서 강준호가 손을 들었다. "여기?"

"여기가 제 한계인가요?"

강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노트를 들었다.

'여기가 당신의 진정한 영역이다.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이 여기서 울린다.'

이지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강준호가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같은 궤적을 반복했다.

"이 음역대에서... 제가?"

강준호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이지은의 가슴을 가리켰다. 심장을.

이지은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미디엄 톤에서 시작한 음정이 점차 올라갔다. 완벽함이 아닌 흐름. 정확함이 아닌 감정. 그것이 이지은의 목소리였다.

---

시간은 새벽 5시를 넘어갔다.

강준호는 이태균의 작업실로 이동했다. 크레센도 엔터의 음향 엔지니어 이태균은 이미 깨어 있었다. 강준호가 손가락 수신호를 보냈다. 각 멤버의 음역대를 정확히 표현했다. 박준서의 미디엄 톤. 이지은의 미디엄-하이. 최민준의 깊은 저음. 한나영의 밝은 미디엄. 그리고 이준재의—성대 결절로 침묵했던 그의 목소리.

이태균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에 파형이 나타났다. 강준호가 노트에 적었다.

'첫 번째 곡. 제목: NOVA.'

이태균의 눈이 반짝였다. "한 곡이면... 얼마나 걸려?"

강준호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5일.

"미쳤다."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이미 작곡은 끝나 있었다. 절대음감으로 포착한 다섯 명의 음역대를 바탕으로, 그들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하모니를 설계했다. 이지은의 미디엄 톤이 메인 멜로디를 이끌고, 박준서의 따뜻한 음색이 그것을 지탱한다. 최민준의 저음이 기초를 다지고, 한나영의 밝은 음성이 장식을 더한다. 그리고 이준재의 자리—성대 결절이 완전히 아물 때까지 기다리는 공간.

강준호는 노트를 다시 펼쳤다.

'이준재의 성대 결절은 2개월이면 회복된다. 그때까지 우리는 기다린다. 그의 목소리를 위해 곡 속에 자리를 남겨둔다.'

이태균이 화면을 봤다. "정확한 진단이 있나?"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신호했다. 이준재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을 의미했다. 의사의 말로는 성대 결절이 자연 회복되기까지 약 8주. 그 기간 동안 목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지금은 네 명으로?"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를 들었다.

'네 명의 목소리가 그의 자리를 지킨다. 그것이 팀이다.'

이태균이 음악 파일을 열었다. 강준호가 이미 만들어둔 기본 트랙이었다. 건반으로 만들어진, 뼈대만 있는 곡. 그러나 그 뼈대는 완벽했다. 각 음역대가 정확히 배치되어 있었고, 이준재의 음역대를 위한 공간도 명확히 남겨져 있었다.

"이걸 어떻게..."

강준호는 노트에 손을 댔다. 이태균을 바라봤다.

"나한테 맡겨?"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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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녹음의 날이었다.

강남역 지하 녹음실은 좁고 습했다. 방음재로 뒤덮인 벽, 오래된 마이크, 그리고 강준호가 설계한 악기들의 레이어. 박준서가 먼저 들어갔다.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 앞에 섰다.

"언제부터?"

강준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박준서의 음역대. 시작점.

박준서가 숨을 쉬었다. 그리고 음을 냈다.

'미... 음...'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포착했다. 음정이 정확했다. 그러나 강준호는 손을 들었다. 박준서가 멈췄다.

"뭐가 잘못된 거예요?"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박준서의 가슴을 가리켰다. 심장을. 그리고 다시 음을 내보라고 신호했다.

박준서가 다시 음을 냈다. 이번엔 달랐다. 완벽함이 빠졌다. 대신 따뜻함이 들어왔다. 감정이. 강준호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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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의 차례였다.

"제가 어디서 시작하면..."

강준호가 노트를 보여줬다.

'여기서 시작해. 그것만 생각해. 당신의 목소리.'

이지은이 숨을 깊게 쉬었다. 마이크 앞에 섰다. 헤드폰을 썼다.

"시작할게요."

이지은이 음을 냈다. 미디엄 톤에서 시작한 음정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깨졌다.

음정이 중간에 흔들렸다. 완벽함을 추구하던 그녀가, 완벽함을 버리려다 방황했다. 이지은의 얼굴이 굳었다.

"다시 할게요. 제가 실수했어..."

강준호가 손을 들었다. 멈추라는 신호였다.

이지은은 마이크를 떠났다. 강준호가 노트를 들었다.

'완벽함이 아니다. 진정성이다. 그 깨짐 속에 당신이 있다.'

이지은의 눈물이 떨어졌다. 열 번, 백 번 자신에게 강요했던 완벽함.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를 죽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다시 할 수 있을까요?"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은이 마이크 앞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눈을 감았다. 완벽함을 생각하지 않았다. 진정성을 생각했다. 자신의 음역대에서만 울릴 수 있는, 그 따뜻한 음정을. 깨질 수도 있는, 그래서 더 진실한 목소리를.

음을 냈다.

미디엄 톤에서 시작한 멜로디가 천천히 올라갔다. 어디선가 부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부러지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이지은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지은의 심장이 울리고 있었다.

강준호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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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은 저음 래퍼 파트를 맡았다. 깊고 무거운 음색. 강준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을 때, 최민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낮은 음역대? 저 이렇게 낮은데?"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를 들었다.

'당신의 목소리는 무대의 기초다. 여러 그룹을 거쳐 온 당신의 여정이 그 음색을 만들었다.'

최민준의 웃음이 사라졌다. 강준호가 말하는 '여정'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실패한 그룹들. 떨어진 오디션들. 그 모든 상처가 그의 목소리에 배어 있다는 뜻이었다.

최민준은 음을 냈다. 정말 깊은 음역대에서. 그 순간, 강준호의 절대음감이 포착했다. 최민준의 음성에는 상처가 있었다. 여러 그룹을 거쳐 온 그의 여정 속에서 배인 상처. 그리고 그 상처가 그의 음색을 더 깊게,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힘이었다.

강준호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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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영의 차례였다.

강준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밝은 미디엄 톤. 그러나 한나영은 고개를 저었다.

"저 그 음역대 못 해요. 저 댄서예요. 가수 아니에요."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당신은 이미 가수다. 춤으로 표현하던 그 감정을 이제 목소리로 표현할 차례야.'

한나영이 마이크 앞에 섰다. 손을 떨었다. 강준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반복했다. 음역대. 강준호는 끈기 있게 신호했다. 그 신호 속에 담긴 확신 때문에, 한나영은 음을 냈다.

밝은 음색. 처음엔 불안정했다. 신체의 저항이 있었다. 댄서로 살아온 그녀의 몸이 가수의 음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강준호가 손을 들어주고 내려주며 음정을 안내했다. 마치 춤을 가르치듯. 한나영의 목소리가 점차 형태를 갖춰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마이크 앞에서 작은 스텝을 밟았다. 댄서의 본능이 깨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춤이 노래를 따르고 있었다. 음정이 춤을 이끌었다. 한나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치 자신이 누구인지 비로소 깨달은 듯.

엄지손가락이 올라왔다.

---

새벽 8시.

이태균이 모든 음성 트랙을 믹싱했다. 박준서의 따뜻한 기초. 이지은의 진정성 있는 멜로디. 최민준의 깊은 무게. 한나영의 밝은 장식. 그리고 이준재의 자리—성대 결절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그 공간.

완성된 곡이었다.

강준호가 노트에 적었다.

'들어보자.'

강준호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첫 음이 울려 나왔다. 피아노의 서곡. 그리고 박준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따뜻한 음색으로 곡의 기초를 다졌다. 이지은의 멜로디가 그 위에 실렸다. 완벽하지 않지만 진정한, 그 목소리. 최민준의 저음 래퍼 파트가 들어오며 곡이 깊어졌다. 그리고 한나영의 밝은 음색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들의 목소리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박준서가 입을 벌렸다. 이지은의 눈이 커졌다. 최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한나영은 손을 입에 모았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그룹이었어?"

박준서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깨달음이었다.

이지은이 중얼거렸다.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이... 정말 들렸다."

최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무거웠나? 근데... 좋네."

한나영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저 춤이 아니라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거였어?"

곡이 끝났다.

침묵이 연습실을 감쌌다. 그것은 공허한 침묵이 아니었다. 성취의 침묵이었다. 네 명의 청춘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침묵. 그리고 그들을 위해 자리를 남겨둔 다섯 번째의 부재가 만드는 침묵.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한 문장을 썼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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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강남역 지하 빌딩의 한 사무실.

오수진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CCTV 영상. 강남역 지하 연습실에서 네 명의 아이돌이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들 앞에서 침묵하고 있는 강준호.

오수진의 얼굴이 굳었다.

"침묵한 프로듀서가 이런 퀄리티의 곡?"

오수진은 자신의 휴대폰을 들었다. 강준호의 음악 파일을 받았다. 이태균을 통해. 그 파일을 재생했다.

완성된 곡 'NOVA'가 울려 나왔다.

오수진은 곡을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다시 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불가능해."

오수진이 중얼거렸다. "침묵한 프로듀서가 이런 곡을 만들 수 있나?"

오수진은 자신의 컴퓨터를 켰다. 강준호의 과거를 검색했다. 10년 전의 프로젝트. 실패한 그룹 '라이즈'. 그 그룹의 음반을 찾았다. 강준호가 프로듀싱했던 곡들. 뛰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NOVA'와는 다른 수준이었다.

더 깊다. 더 순수하다. 더 위험하다.

오수진은 노트북을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크레센도 엔터의 신인 프로젝트 중단. 모든 리소스를 노바 견제에 집중. 세계 오디션 신청 방해. 이태균 영입 시도. 강준호의 약점 확보.'

메시지를 보낸 후 오수진은 다시 'NOVA'를 재생했다. 박준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따뜻한 음색. 그 음색 속에 강준호의 손가락 수신호가 보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의 목소리를 빚어내고 있는 것처럼.

오수진은 강준호와의 과거를 떠올렸다. 10년 전,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강준호가 음성을 잃기 전. 그때 오수진이 강준호에게 했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당신도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될 거. 실패의 길.'

그런데 지금, 강준호의 곡을 들으며 오수진은 무언가 다른 것을 느꼈다. 공포. 강준호가 침묵 속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공포. 그것이 자신의 모든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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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강남역 지하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이태균이 옆에 있었다.

"세계 오디션에 참가하자."

이태균의 목소리였다. "노바는 준비됐어. 이제 세계 무대로 나갈 차례야."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이미 작성된 메시지를 보여줬다.

'가능한가?'

"신청 마감이 3개월 뒤야. 충분해."

이태균이 강준호의 팔을 잡고 설명했다. "세계 오디션은 매년 두 번 열려. 다음 라운드 신청까지 시간이 있고, 우리가 신청 서류를 준비하면 충분해."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

'신청에 필요한 것?'

"음원, 뮤직비디오, 그룹 프로필. 심사 기준은 음악성, 무대 완성도, 국제성. 우리 노바라면 충분해."

이태균이 강준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넌 할 수 있어. 난 알아."

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세계 오디션. 빌보드. 그 먼 목표까지의 거리를 손가락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자금은?"

이태균이 물었다. "세계 오디션 신청에 필요한 자금이 있나?"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새로운 페이지. 한 문장을 썼다.

'크레센도 엔터의 자금 상황은?'

이태균의 얼굴이 굳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빠듯해. 중소 기획사니까. 뮤직비디오 제작, 국제 심사비, 마케팅까지 다 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어느 정도?'

"최소 5천만 원. 뮤직비디오만 해도 2천만 원 이상 들어."

이태균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회사 자금으로는 불가능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데..."

강준호는 노트를 들었다.

'투자자를 찾겠다.'

"어떻게?"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신호했다. 그의 절대음감. 노바의 완성도. 그것이 투자자를 설득할 무기라는 뜻이었다.

"3개월이면 충분해?"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신호했다. 충분하다는 뜻. 하지만 그 신호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느렸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내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이.

그 순간, 강준호의 목구멍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엔 따끔거림이었다.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그것이 순간 화끈거림으로 변했다. 목구멍 안쪽이 불타는 듯한 감각. 강준호는 손으로 목을 감싸 안았다. 계단의 벽에 기대섰다.

"준호!"

이태균이 강준호의 팔을 잡았다.

강준호는 손가락으로 신호했다. 괜찮다는 뜻. 하지만 신호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느렸다. 마치 성대 통증이 신체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듯.

"준호, 병원에 가자. 진짜."

이태균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노트를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래도 글을 썼다.

'절대음감을 사용할 때마다 성대 통증이 악화된다. 이미 알고 있었다.'

이태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다섯 명의 음역대를 완성하지 못하면 노바는 완성되지 않는다.'

강준호는 노트를 내렸다. 다시 펼쳤다.

'남은 시간은 1년.'

펜을 놓았다.

그 아래에 또 다른 문장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강준호는 쓰지 않았다. 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문장은 아직 써지지 않은 미래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오직 노바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그 문장이 나타날 것이었다.

강준호는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세상 위로 올라갔다. 침묵한 프로듀서. 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성대 통증은 마비로 변해가고 있었다. 절대음감을 사용할 때마다 그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네 명의 청춘을 위해. 그리고 돌아올 다섯 번째를 위해. 그들의 목소리가 세계 무대를 향해 울릴 때까지.

뒤에서 이태균이 따라왔다. 강준호의 등 뒤로 떨어지는 그림자가 점점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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