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새벽 2시 3분.

보안실의 형광등이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이었다. 유진은 그 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탁자 위에서 튕겼다. 탁, 탁, 탁. 모니터 앞에 앉은 지 벌써 4시간. 야간 보안 요원으로서의 일상은 이런 것이었다. 도시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감시당한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 누구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 무한한 CCTV 화면 속에서 유진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모니터는 16개의 화면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구도시 지역의 중요 거점들. 지하철역, 상업 지구, 주택가, 폐기된 산업 시설. 모든 것이 검은 화면 위에 떠 있었다. 모든 것이 통제 가능했다.

그 순간이었다.

9번 모니터의 화면이 깜빡였다. 0.3초. 극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유진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신호 간섭. 기술 팀이 자주 보고하는 버그였다. 구도시의 오래된 배전망이 원인이라고 했다. 유진은 즉시 보안 로그를 띄웠다. 손가락이 키보드를 재빠르게 움직였다.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시스템 다이어그램. 9번 구역의 신호 흐름을 시각화한 네트워크 맵. 녹색 선들이 도시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한 지점에서 붉은 점이 깜빡였다.

유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기술 장애 보고서를 작성하는 척했다. 손가락을 키보드에서 떼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9번 화면이 복구되었다. 거리의 야간 풍경이 다시 나타났다. 폐기된 건물. 비어 있는 골목.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유진은 알았다.

자신이 방금 무엇을 했는지.

눈을 감았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이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CCTV에도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진이 이미 그 카메라를 끄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계를 통해. 정신력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모니터의 9번 화면이 다시 깜빡였다. 이번에는 더 길게. 1.2초.

그 사이에 무엇이 일어났을까. 유진은 상상하지 않기로 했다. 상상하는 것이 가장 위험했다. 감정이 신경계를 흔들고, 신경계가 흔들리면 능력이 불안정해진다. 능력이 불안정해지면 흔적이 남는다.

깜빡임이 끝났다. 화면이 돌아왔다. 9번 구역.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폐기된 건물. 비어 있는 골목. 아무도 거기에 있지 않았다.

유진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더 섬세했다. 모니터를 터치하는 것처럼. 아니, 터치하는 것이 맞았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휘저었고, 녹색 신호선들이 따라 움직였다. 시스템 로그가 역방향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0.1초. 0.2초. 화면 위의 녹색 선들이 뒤로 꺾이기 시작했다. 9번 구역의 기록이 프레임 단위로 역재생되었다. 1.2초 구간의 영상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모든 것. 모든 움직임. 모든 소리. 모든 증거.

사라졌다.

모니터는 깨끗했다. 기술 장애 보고서만 남았다. 시스템 재부팅. 신호 복구. 그것뿐이었다.

유진은 눈을 떴다.

두통이 밀려왔다. 관자놀이에서 시작된 통증이 뒷머리로 퍼져나갔다. 익숙한 고통이었다. 능력을 쓸 때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유진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누르는 순간마다 시각이 살짝 흔들렸다. 오른쪽 눈이 1초씩 떨렸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유진이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 섰다. 형광등 아래서 비친 자신의 얼굴. 창백한 피부. 옅어진 눈썹. 우측 눈 아래의 미세한 떨림. 다섯 해. 5년을 이렇게 버텨왔다. 5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10년? 15년?

거울 속 자신이 웃음을 지었다. 유진은 웃지 않았는데 거울 속 자신은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유진의 오른손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손가락이 거울 표면을 훑었다. 유진은 그 움직임을 멈추려 했지만 팔이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이가 자신의 팔을 조종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거울에 닿았고, 그 순간 거울 속 자신의 입술이 더 크게 벌어졌다.

휴대폰이 울렸다.

유진은 화장실을 나왔다. 보안실의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은 검은색이었다. 아무 표시도 없었다. 하지만 울고 있었다. 아주 작은 진동음. 일반 휴대폰이 아니었다.

유진이 화면을 터치했다. 암호화된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이 켜졌다. 키보드 위의 특정 영역을 누르는 방식으로만 접근 가능한 프로그램. 하나의 메시지만 띄워졌다.

'상품 확인됐다. 금액 맞나?'

김소연이었다. 유진은 빠르게 응답했다.

'맞다. 일정대로 진행.'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1초 뒤 답장이 날아왔다.

'조심해. 최근 보안청에서 이상한 신원 프로필 요청이 늘었다. 누구를 찾는 건지는 몰라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넌 안전한가?'

유진의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을 바라봤다. 글자 하나하나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보안청. 신원 프로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진은 다시 타이핑했다.

'괜찮다. 내 신원은 완벽하다.'

거짓이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완벽해질 것이었다.

메시지는 전송되지 않았다. 유진이 보내기 버튼을 눌렀지만 화면이 반응하지 않았다. 다시 눌렀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휴대폰 화면이 깜빡였다.

그리고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리는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발신자가 없었다. 시간 표기도 없었다. 그저 검은 화면 위의 하얀 글자. 유진의 손이 떨렸다.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화면을 터치해 메시지를 삭제하려 했지만 삭제 버튼이 없었다. 화면 전체가 깜빡였다.

다시 김소연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품 확인됐다. 금액 맞나?'

처음과 같은 메시지였다. 마치 시간이 역행한 것처럼. 유진은 휴대폰을 집어 던졌다.

테이블 위의 모니터들이 모두 깜빡였다.

16개 화면이 동시에 깜빡였다. 0.1초.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유진은 그 순간을 감지했다. 자신의 신경계와 겹치는 다른 신호. 자신이 만든 사각지대가 아닌, 누군가 다른 이가 만든 사각지대. 자신의 조종과는 다른 방식의 조종.

유진이 모니터로 다시 돌아앉았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이번에는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시스템 로그를 역추적했다. 16개 화면의 신호 출처를 분석했다. 녹색 선들이 모니터 위에서 춤을 췄다.

그리고 발견했다.

9번 구역에서 출발한 신호. 하지만 자신이 만든 신호가 아니었다. 자신의 신호와는 다른 패턴. 더 정교했다. 더 섬세했다. 그리고 더 위험했다.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진의 손이 멈췄다. 두통이 폭발했다. 뒷머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전두엽으로 퍼져나갔다. 눈앞이 검어졌다. 시각이 흔들렸다. 우측 눈이 심하게 떨렸다. 좌측 눈도 따라 떨리기 시작했다. 심박이 가속되었고, 호흡이 얕아졌다. 능력이 불안정해지는 신호였다.

유진은 테이블에 엎드렸다. 손가락이 테이블을 긁었다. 손톱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두통이 모든 감각을 삼켜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유진이 다시 일어났을 때 형광등 떨어지는 소리가 여전히 규칙적이었다. 탁, 탁, 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모니터들은 여전히 도시의 야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16개의 화면. 16개의 사각지대. 그 중 한 개는 자신이 만들지 않은 것이었다.

유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2시 47분. 44분이 지났다. 아니, 어떻게 44분이 지났을까. 유진은 자신이 본 마지막 시간을 기억할 수 없었다. 기억이 끊어져 있었다. 또 다시.

보안실의 모니터를 다시 바라봤다. 도시 전역 CCTV 네트워크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초록색 신호선들이 도시를 엮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붉은 점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사각지대들. 자신이 만든 사각지대들. 지난 5년간 만들어온 사각지대들.

그런데 지도 위에 새로운 붉은 점이 생겨 있었다.

자신이 만들지 않은 붉은 점.

유진은 손가락으로 그 점을 터치했다. 모니터 화면이 확대되었다. 도시의 한 구역. 9번 구역 근처. 폐기된 산업 시설. 그 안에서.

영상이 없었다. 그 지점의 모든 CCTV 기록이 삭제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지점을 지나간 모든 신호가 제거되어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만든 조종처럼. 정확히 자신의 방식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모방하고 있었다.

아니. 모방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유진은 손가락으로 신호 백업 로그를 추출했다. 초록색 파형이 모니터 위에 펼쳐졌다. 신호 변동의 기록. 사각지대가 생성되던 시점의 신호 패턴이 표시되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몸이 굳었다.

신호 패턴이 자신의 패턴과 정확히 일치했다. 신경계의 조종 방식. 조종 강도. 지속 시간. 모두 동일했다. 마치 자신의 손으로 만든 사각지대인 것처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신호가 겹쳐 있었다.

아주 미세한 신호. 자신의 신호와 정확히 같은 주파수대에서 작동하는 신호. 마치 음파가 겹치면서 간섭 무늬를 만드는 것처럼, 두 개의 신호가 중첩되어 있었다.

유진의 손이 떨렸다. 두통이 다시 올라왔다. 뒷머리에서 시작되는 통증. 하지만 이번에는 물리적인 통증이 아니었다. 뭔가 인식적인 충격 때문이었다. 심박이 급속도로 가속되었다. 손가락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의식. 자신의 조종과 겹치는 신호. 자신과 같은 종류의 존재.

유진이 지난 시간의 기억을 더듬었다. 새벽 2시 23분. 그 시간에 자신은 무엇을 했나? 보안실에 있었나? 아니면 다른 곳에?

기억이 없었다.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손톱 아래 검은 자국. 옷소매를 확인했다. 왼쪽 팔뚝에 흙자국이 있었다. 신발 밑창을 들어 올렸다. 신발창에는 흙이 깊게 박혀 있었다. 최소 1시간 이상 야외에 있었다는 증거. 하지만 자신은 보안실에 있었던 것 같았다. 기억이 불명확했다.

그 44분 동안 자신은 어디에 있었나? 무엇을 했나? 누구를 만났나? 그리고 왜 자신의 손가락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는가?

보안 단말기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암호화된 채팅 프로토콜. 발신인은 김소연.

[대금 입금 완료. 다음 건은?]

유진은 한 손으로 빠르게 응답했다.

[건 없음. 대기 상태로.]

[?]

[상황 변화. 곧 연락.]

메시지를 전송하고 유진은 단말기를 내려놨다. 김소연은 질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거래. 정보. 신뢰 따위는 없는 순수한 거래였다.

다만 거래 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느낌만 있었다.

유진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도시 전역 CCTV 네트워크 지도가 부드럽게 확대되고 축소되고 있었다. 자동 갱신 모드. 시스템이 5분마다 업데이트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각지대들의 분포. 자신이 만든 15개의 사각지대는 특정 패턴을 따르고 있었다. 낮은 감시 밀도 지역. CCTV 신호 간섭이 심한 지역. 유지보수 시간대에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지역들. 5년에 걸쳐 지도를 학습한 결과였다.

하지만 9번 구역의 새로운 사각지대는 다른 패턴을 보였다. 감시 밀도가 높은 지역. 신호 간섭이 거의 없는 지역. 일반적으로는 사각지대를 만들기 가장 어려운 곳. 그런데 누군가는 그곳에 더 정교하게, 더 완벽하게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보안실 문이 노크되었다. 유진의 몸이 벌떡 일어났다. 손이 모니터 화면을 강제로 종료했다. 도시 전역 CCTV 네트워크 지도가 사라졌다.

"누구?"

유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떨림이 없었다. 능력으로 자신의 신경계를 일부러 억제한 것이었다.

"보안 점검입니다. 정기 순찰."

보안실 밖의 목소리. 야간 보안 담당자. 유진은 이 건물의 모든 야간 보안 요원들을 거래 상대 또는 무시 대상으로만 분류했다.

"들어와."

보안 담당자가 들어왔다. 40대 초반. 피로한 표정. 정기 순찰이라는 명목 하에 실제로는 졸음을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점검 필요한 건 없습니다.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중."

유진은 모니터를 향해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시 전역의 CCTV 피드가 정상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16개의 화면. 16개의 평온한 야간 도시 풍경.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모니터링 부탁합니다."

보안 담당자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유진은 다시 모니터를 켰다. 도시 전역 CCTV 네트워크 지도가 재개되었다.

붉은 점들이 여전히 16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점이 하나 더 생겨 있었다.

17번째 붉은 점. 위치는 10번 구역. 경찰청 건물에서 약 3km 떨어진 주거 지역. 시간은 새벽 3시 4분. 방금 몇 초 전에 생긴 사각지대였다.

유진은 그 점을 터치했다. 확대된 영상. 10번 구역의 한 아파트 건물. 그 건물의 지하 주차장.

영상이 없었다.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모든 기록이 제거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계속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자신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유진은 손가락으로 각 붉은 점을 짚었다. 1번 구역 북쪽. 2번 구역 지하 통로. 3번 구역 폐쇄된 지하철역. 4번 구역... 점들의 위치가 자신의 기억과 정확히 일치했다. 지난 5년간 자신이 만들어온 사각지대의 지도. 신원 위조 거래를 위한 장소들. 거래 상대방 제거를 위한 장소들. 그리고 기억이 끊어진 장소들.

새벽 3시. 보안실의 정적 속에서 유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떠올렸다. 창백한 얼굴. 떨리는 눈. 부러진 손톱. 그리고 그 뒤의 모니터들. 16개의 화면. 16개의 사각지대.

그 중 하나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보안실의 모니터 위에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경찰청 특수범죄수사팀의 긴급 출동 신호. 목적지는 9번 구역. 폐기된 산업 시설. 유진이 방금 확인한 그 장소.

유진이 창문으로 내려다봤다. 도로 아래에 경찰차들이 모여 있었다. 빨간 불이 야간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5대. 6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 중 첫 번째 차에서 내린 남자가 있었다. 짙은 회색 코트. 굳은 표정. 강민호. 특수범죄수사팀 팀장. 유진은 그를 여러 번 마주쳤다. 공식적으로는. 우연히. 보안 회의에서. 조사 협력 자리에서.

강민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10층 높이에서. 야간 도시의 불빛 속에서. 강민호의 눈이 유진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의심이 담겨 있었다. 미세한 찌푸림. 입술의 긴장. 의심의 순간이 얼굴에 각인되었다.

유진은 몸을 숨겼다. 창문에서 물러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강민호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혹은 방금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도 위의 붉은 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유진은 창문 모서리로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강민호는 여전히 하단부에 서 있었고, 그의 시선은 이미 보안실 창문에서 떨어져 있었다.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손짓이 날카로웠다. 긴급성이 묻어났다.

유진이 재빨리 보안실 출입문을 잠갔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고, 뒷머리의 통증은 맥박처럼 규칙적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다시 마주했다. 우측 눈이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과다 사용의 신호였다.

"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독백은 자조적으로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낮았고,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묻는 것처럼 들렸다.

보안실의 모니터들을 다시 스캔했다. 도시 전역 CCTV 네트워크 지도는 여전히 붉은 점들을 표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15개의 사각지대.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자신이 만들지 않은 것이었다.

유진은 손가락으로 각 붉은 점을 짚었다. 1번 구역 북쪽. 2번 구역 지하 통로. 3번 구역 폐쇄된 지하철역. 4번 구역... 점들의 위치가 자신의 기억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런데 9번 구역의 붉은 점. 폐기된 산업 시설. 그 점 옆에 작은 타임스탬프가 표시되어 있었다. 새벽 2시 23분. 약 24분 전. 자신의 능력 사용 기록과는 정확히 맞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기억이 없었다.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손톱 아래 검은 자국. 옷소매를 다시 확인했다. 왼쪽 팔뚝의 흙자국이 더 진했다. 신발 밑창의 흙은 마르고 있었다. 최소 1시간 이상 야외에 있었다는 증거. 그런데 자신은 보안실에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 있었던 것 같았다는 표현조차 정확하지 않았다. 기억이 불명확했다.

그 44분 동안 무엇이 일어났는가? 자신의 신경계가 누군가 다른 이의 신경계와 겹쳤던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두 개의 신경계를 동시에 조종했던 것인가?

새벽 3시 47분. 유진은 보안실을 나갔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출근길로 나서야 했다. 정상적인 일상. 정상적인 행동. 의심받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

건물 로비를 지나갔다. CCTV 카메라가 유진을 비추었다. 유진은 카메라를 감지했다. 능력으로. 신경계의 미세한 진동. 그리고 카메라의 시야를 약간 틀어놨다. 자신의 얼굴이 정확히 기록되지 않도록. 평소의 습관이었다.

건물을 나왔다. 새벽의 도시. 야간 불빛이 여전히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강민호의 경찰차들은 이미 9번 구역으로 향했을 것이다. 폐기된 산업 시설. 자신이 제거한 그 살인 현장. 아니, 자신이 제거한 것인가?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다.

유진은 지하철역 방향으로 걸었다. 평온한 표정. 평온한 걸음. 하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고 있었다.

누가 자신의 능력을 공유하고 있는가? 누가 자신의 방식을 알고 있는가? 누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자신의 기억이 공백인 그 44분 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는가?

지하철 입구 근처에서 유진은 멈췄다. 도로 너머로 경찰차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5대. 6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 빨간 불.

그 중 첫 번째 차에서 강민호가 보였다. 짙은 회색 코트. 굳은 표정.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다시 유진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우연이 아니었다. 강민호는 의도적으로 고개를 들고 유진을 바라봤다. 거리는 약 50미터. 도시의 야간 불빛이 그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강민호의 눈이 좁혀졌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그리고 그의 입이 움직였다.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유진을 가리켰다.

유진은 천천히 지하철 입구로 내려갔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감각은 여전히 강민호를 추적했다. 그 남자는 이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의심을 품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하철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알 수 없는 번호. 암호화된 신호.

유진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 서유진."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남성의 목소리. 하지만 그 음성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음성을 거울에 비춘 것처럼. 정확히 같으면서도 다른 톤. 동일한 음역대이면서도 미묘하게 어긋난 리듬.

심박이 급속도로 가속되었다. 손가락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두통이 다시 올라왔다. 뒷머리에서 시작되는 통증이 전두엽으로 퍼져나갔다.

"누구?"

유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이미 능력을 준비하고 있었다. CCTV 시스템에 접근하는 신경계의 긴장. 호흡이 얕아졌다.

"나를 찾고 있지 않나? 내가 찾았어. 5년간 잘 숨어 있었네. 서유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그 목소리는 유진 자신의 목소리와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유사했다. 음성의 높낮이. 발음. 호흡의 리듬. 모두 같았다.

"뭐하는 짓이야?"

유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두통이 폭발하려는 직전의 압력으로 가득 찼다. 양쪽 눈이 동시에 경련하기 시작했다.

"너와 같은 짓. 다만 더 깨끗하게.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누구야? 정체를 밝혀."

"우리는 같은 종류야. 같은 능력. 같은 신경계. 하지만 다른 목표. 그게 문제야."

"뭐가 목표인데?"

"너를 찾는 것. 그리고 너를 멈추는 것. 혹은..."

목소리가 잠깐 끊겼다. 그 사이에 유진은 지하철 플랫폼의 CCTV를 감지했다. 카메라들이 켜져 있었다. 강민호의 지시 때문인 것 같았다. 신경계를 통해 카메라의 신호를 읽었다. 자신이 이미 만든 사각지대들 중 일부가 해제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시스템에 접근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

"혹은 뭐?"

유진이 물었다.

"혹은 우리가 같은 팀이 되는 것."

전화가 끊어졌다.

유진은 플랫폼에 서 있었다. 손이 떨렸다. 두통이 폭발하려는 직전의 압력으로 가득 찼다. 뒷머리의 통증이 극도로 심해졌다. 양쪽 눈이 동시에 경련하고 있었다. 호흡이 얕아졌다. 심박이 제어 불능 상태였다.

그 순간, 지하철 플랫폼의 모든 CCTV가 동시에 꺼졌다.

0.1초.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유진은 그 순간을 감지했다. 자신의 신경계와 겹치는 다른 신호. 자신이 만든 사각지대가 아닌, 누군가 다른 이가 만든 사각지대. 그리고 그 신호는 자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플랫폼의 어둠 속에서 유진은 눈을 떴다.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었다. 강민호도. 그리고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누군가도.

18개의 붉은 점이 지도 위에 표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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