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거울 속의 낯선 얼굴

아침 햇빛이 기숙사 창을 통과할 때, 레이나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의 '역할'을 상기했다. 악한 영애. 냉정하고 비정한 여인. 손가락을 움직여 세 남자를 조종하는 인형극의 주인공.

문제는 그 상기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이었다.

어제는 5분. 그 전날은 3분. 처음에는 눈을 뜨는 순간 곧바로 검은 마력이 피부 아래를 흐르며 몸에 스며들었는데, 요즘은 의식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마치 차가운 물 속에서 헤엄치듯 어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레이나가 침대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다. 거울 앞에 섰다.

화장대의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시 감고 떴다.

'나는 악하다.'

입술이 움직였다.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나왔다.

'나는 그들을 지배한다.'

검은 빛이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 아주 잠깐. 그리고 사라졌다.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손가락이 멈췄다.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설었다. 흰 피부에 검은 눈. 그런데 그 눈이 자신의 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빌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어제 일이 떠올랐다. 식사 후 복도에서 세인이 자신의 팔을 잡았을 때, 자신은 거절했다. 명확하게. 냉정하게. 그런데 그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처럼. 그때 자신이 한 말은 "너 때문에 피곤해"였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가? 아니면 누군가 다른 것이 자신을 통해 그렇게 말하게 한 건가?

그 순간의 기억이 명확했다. 세인의 따뜻한 손이 자신의 팔을 잡았을 때, 자신의 심장은 빨라졌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차갑고 거절적이었다.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기숙사 복도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레이나!"

세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그의 발걸음이 빨랐다. 거의 뛰다시피.

레이나가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거울 속의 검은 눈은 천천히 자신의 눈으로 돌아왔다. 3분이 아닌 5분. 아니, 더 길었다.

"레이나, 아직 준비 안 했어?"

세인이 문을 두드렸다. 가할 힘을 조절하지 못한 노크였다. 마치 언제든 문을 부술 수 있을 것처럼.

레이나가 문을 열었다. 세인의 눈이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악역이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그 악역이 얼마나 얇은 껍질인지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뭐야?" 레이나가 물었다.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의도적으로.

"함께 아침을 먹고 싶어." 세인이 말했다. 그의 손이 레이나의 팔을 잡았다. 따뜻한 손. 하지만 그 온기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

"싫어." 레이나가 말했다.

"왜?"

"너 때문에 피곤해."

세인의 눈이 더 검어졌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는 여전히 레이나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럼 내가 너를 피곤하지 않게 해줄게." 세인이 속삭였다. "너를 원하는 것 말고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어."

레이나가 팔을 뺐다. 세인의 손이 떨어졌다. 처음으로, 그의 손이 자신의 팔에서 떨어져 나갔다. 거절당한 것이다. 명확하게.

복도를 걸어가며 레이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말들.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목소리.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처럼.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식당은 이미 아침 붐비는 시간을 지나 한가로워지고 있었다. 레이나가 식탁에 앉자 카일이 나타났다. 그는 그냥 앉지 않았다. 자신의 의자를 레이나의 의자로 옮겨 더 가까이 앉았다.

"어젯밤 실험 결과를 봤어." 카일이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의 종이 한 장을 밀어냈다. 그 위에는 어둠의 마력의 파동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너의 마력이 점점 강해져. 근데 동시에..."

"동시에 뭐?" 레이나가 물었다.

"너의 신체 반응이 점점 약해져." 카일의 눈이 레이나를 고정했다. 그 안에는 순수한 호기심도, 학자의 열정도 없었다. "넌 뭔가 잃어가고 있어. 감정 표현이 둔해지고 있고,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뭔가 잃어가고 있다.'

그 말이 레이나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카일은 그것을 느껴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레이나의 손을 덮었다.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뭘 잃어가고 있는지 알아내는 거."

"난 도움이 필요 없어."

"거짓말하지 마." 카일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감정이 섞였다. "난 널 봐. 정말로."

레이나가 손을 빼려 했다. 카일의 손이 자신의 손을 덮고 있었다. 그 손을 거절해야 했다. 명확하게. 그리고 그녀는 손을 빼냈다. 카일의 손이 테이블 위에 남겨졌다. 거절당한 손.

그 순간, 식당 입구에서 에드먼드가 들어섰다. 황태자. 아침 일찍부터 평민 식당에. 그의 시선이 곧바로 레이나를 찾았다. 테이블로 향했다.

에드먼드가 도착했을 때, 세인도 함께 들어섰다. 세인은 에드먼드를 보고 눈을 좁혔다. 카일은 에드먼드를 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아, 다들 여기 있네." 에드먼드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왕실의 미소였다. 완벽하고 제어된. 하지만 그의 눈은 검었다. "레이나, 오늘 내 연습실에 오지 않을래?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어."

"난 가지 않아." 레이나가 말했다.

"그럼 내가 널 데리러 갈게."

"난 가지 않아." 레이나가 다시 말했다.

에드먼드는 침묵했다. 처음으로, 그의 명령이 먹히지 않았다. 황태자의 말이 거절당했다. 명확하게.

세인이 일어났다. "에드먼드, 너 오늘 아침 다른 일 있지 않아?"

에드먼드가 세인을 바라봤다. 두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없어." 에드먼드가 대답했다. "넌?"

"난 있어." 카일이 개입했다. "레이나와 실험할 게 있어."

"실험?" 에드먼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 아니었다. "그럼 나는 뭘 하지? 난 뭘 해야 그 아이가 나를 봐?"

세 남자가 테이블 주위에 서 있었다. 식당의 다른 학생들이 눈을 돌렸다.

레이나가 일어났다. 세 남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아무도 따라오지 마." 레이나가 말했다.

세인이 팔을 뻗었다. 카일이 뒤를 따랐다. 에드먼드가 그들을 막아섰다. 순간, 식당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어디 가?" 세인이 물었다.

"너희들한테서 멀어지는 거야."

레이나가 식당을 나갔다. 세 남자는 따라가려고 했지만, 에드먼드의 손이 세인을 막았다. 황태자의 권위였다. 카일은 이미 레이나가 사라진 복도로 향했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 레이나는 그곳으로 달렸다. 옥상의 바람이 차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하늘은 맑았다. 아카데미의 모든 것이 맑게 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검게 보였다.

옥상의 한구석에서 신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아이."

레이나가 돌아봤다. 하얀 신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빛의 교단의 신부였다. 빅토르 칸. 그의 눈은 밝았다. 광신자의 눈.

"넌 이렇게 외로워 보여." 신부가 말했다. 그의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넌 구원받고 싶지 않아?"

"뭘 구원해?"

"너의 영혼을 어둠에서 끌어내는 거지." 신부의 손이 레이나를 향해 뻗었다. 그 손에는 성수가 묻어있었다. "넌 아직도 구원받을 수 있어. 내가 도와줄 테니까."

레이나의 눈이 검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통제 불능이었다.

신부의 손이 멈췄다. 성수가 옥상의 바닥에 떨어졌다. 그 자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너... 정말 악해졌구나." 신부가 중얼거렸다.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신부가 옥상을 내려갔다.

레이나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혼자.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몸 안에 누군가 다른 것이 있었다.

'내가 누구지?'

그 질문이 자신의 가슴 깊숙이 앉아있었다.

---

밤이 되었다. 기숙사의 조용한 밤. 레이나의 방에 편지가 배달되었다. 엄마의 손글씨였다. 아직도 레이나를 '딸'로 부르는 손글씨.

'딸아, 엄마가 너에 대한 소식을 들었어. 좋은 소식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넌 정말 악해진 건가? 아니면 그런 척하는 건가? 엄마는... 정말 넌 누구인지 알고 싶다. 너도 엄마한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편지가 끝났다.

레이나의 손이 떨렸다. 어머니. 자신을 낳은 여자. 그 여자도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레이나가 중얼거렸다. "난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엄마한테 보여줘?"

손이 떨린 채로 편지를 벽난로에 집어던졌다. 불이 붙었다. 종이가 검게 타올랐다. 어둠의 마력이 그 불을 더 검게 만들었다. 검은 불. 검은 연기. 검은 재.

모든 것이 검어진다.

창밖에서 눈이 마주쳤다.

신부의 눈이었다. 빅토르 칸이 기숙사 밖에서 레이나의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저 아이를 구원해야 한다."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입모양은 명확했다. 그리고 신부의 손에는 교단의 문장이 새겨진 편지가 들려있었다. 신부는 밤새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레이나를 감시하듯.

---

다음날 아침. 아카데미의 모든 게시판에 공지가 붙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의 방에 공식 편지가 배달되었다.

'빛의 교단의 영혼 구원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모든 학생은 자발적 참여를 권장합니다. 특히 어둠의 기운에 영향받은 학생들의 참여는 필수입니다.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저녁 대강당에서 진행됩니다.'

필수.

그 단어가 레이나의 가슴을 짓눌렀다.

아침 일찍, 세인이 나타났다. 어제처럼. 언제나처럼. 하지만 오늘은 다른 뭔가가 그의 얼굴에 묻어있었다. 팔을 뻗었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넌 저 프로그램에 가야 해?"

"뭔가?"

"필수라고 했으니까. 아마."

세인의 주먹이 쥐어졌다 풀어졌다를 반복했다.

"가지 마."

"가지 말라고? 내가 안 가면 문제 생기지 않을까?"

"문제 생기면 내가 처리해."

레이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어떤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복도를 걸어가다 카일을 만났다. 카일은 뭔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 작은 수정체. 어둠의 마력을 흡수하는 마법 도구.

"이걸 가져."

"뭐야?"

"너를 보호하기 위한 거야. 신부들의 마법을 차단할 수 있어."

"넌 왜 날 보호하려고 해?"

"왜냐면..."

카일이 입을 다물었다. 그 다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왜냐면 넌 내가 이해하고 싶은 유일한 대상이거든."

카일의 눈이 더 검어졌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누군가를 해부하고 싶은 욕망. 하지만 그 손에 들린 수정체는 진심이었다.

대강당으로 향하는 복도. 에드먼드가 나타났다. 그는 이미 교단의 공지를 분석했을 것이다. 정치적 의도까지.

"저 신부는 위험해."

"알고 있어."

"그럼 넌 왜 가?"

"가야 하니까."

에드먼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왕실의 권력으로 개입할 수 있어. 프로그램을 취소시킬 수 있어."

"그러면 더 의심받지 않을까?"

"그렇긴 해."

에드먼드가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그럼 내가 함께 갈 거야. 너 옆에."

"세인과 카일도 올 거야."

"알고 있어. 우리 셋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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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레이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식당에서 나온 이후, 세 남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따라다녔다. 세인은 물리적으로. 카일은 마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에드먼드는 다른 학생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면서.

그리고 레이나는 그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기숙사의 자신의 방. 창문 밖으로 운동장이 보였다.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저 아래, 그들 중 세 명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세인은 더 빠르게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죽이려는 것처럼. 그의 칼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빨라진다. 어제 자신에게 팔을 뻗었던 손이 오늘따라 더 강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카일은 옥상에서 마법을 그려내고 있었다. 보호 마법. 방어 마법. 공격 마법. 모두 레이나를 중심으로. 어제 자신의 손을 덮었던 손이 오늘따라 더 복잡한 마법을 짜고 있었다.

에드먼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운동장의 한구석에 서 있었다. 그리고 레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정하는 눈이 아니었다. 지배하려는 눈이었다. 어제 명령이 먹히지 않았던 그 순간부터, 그의 눈은 더 차가워졌다.

레이나가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통제 불능이었다. 그리고 그 손이 무의식적으로 세인의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가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뭐 하는 거야?'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신경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누군가는 자신과 다른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팔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흘러나왔다.

저녁 시간. 대강당. 빛의 교단 신부들이 이미 준비를 마쳤다. 제단 위에는 성수가 담긴 대야가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빅토르 칸 신부가 서 있었다.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맨 뒤에, 세 명의 남자가 레이나를 에워싸며 들어왔다.

신부의 눈이 레이나를 찾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환영해, 아이들. 오늘은 너희의 영혼을 정화하는 날이야."

신부의 손이 성수를 집었다.

"누군가는 더 많은 정화가 필요할 수도 있어."

그 시선이 레이나를 향했다.

세인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손가락이 칼의 손잡이에 닿았다. 자신도 모르게.

카일의 손에 마법이 모였다. 보호 마법이 아니라 공격 마법으로 변했다.

에드먼드의 눈이 차가워졌다. 황태자의 눈. 누군가를 없애려는 눈.

하지만 레이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신부가 성수병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레이나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자신의 목소리인지 확신할 수 없는 목소리.

"안 가."

"뭐?"

신부가 물었다.

"프로그램에 안 간다고."

레이나의 눈이 검게 타올랐다. 완전히.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마력이 제어 불능한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눈이 세인, 카일, 에드먼드를 향했다.

"넌 너희들을 원하지 않아. 그런데 넌 날 놓지 않는다. 계속 붙잡아. 계속 원해. 계속 집착해."

레이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걸 다루려고 했어. 넌 내가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레이나가 자신의 손을 봤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더 이상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는 손. 진심을 발화할 수 없는 입.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수 없는 몸.

"난 넌 조종할 수 없어. 넌 날 조종하고 있어. 너희 셋 다."

세인이 움직였다. 레이나 쪽으로. 하지만 레이나가 손을 들어올렸다. 세인은 멈췄다. 그 손에 담긴 어둠의 마력 때문에.

"프로그램에 가지 않겠다. 그리고..."

레이나가 신부를 바라봤다.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넌 여기서 나가."

신부가 웃음을 터뜨렸다.

"넌 내게 명령할 수 없어, 아이. 난 빛의 교단의 신부야."

"그래도 나가."

레이나의 눈이 더 검어졌다. 그리고 신부의 몸이 공중에 떴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신부가 비명을 질렀다. 성수병이 떨어졌다. 대강당의 바닥에 성수가 흩어졌다.

그 순간, 레이나의 몸 안에서 뭔가 폭발했다. 자신의 마력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다. 신부를 공중에 띄운 그 힘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도구가 되어버린 것처럼. 공포가 목을 졸랐다.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의 마력.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의 힘. 그것이 자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세인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신부를 향해. 칼을 들어올렸다.

"세인, 멈춰."

레이나가 말했다. 세인은 멈췄다. 칼은 신부의 목 바로 앞에서 멈췄다.

신부가 대강당 밖으로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그리고 대강당의 문이 저절로 닫혔다.

대강당 안에는 학생들과 세 명의 남자, 그리고 레이나만 남았다.

레이나가 천천히 돌아섰다. 세인, 카일, 에드먼드를 바라봤다.

"넌 왜?"

세인이 물었다.

"왜 뭐?"

"왜 우리한테 이렇게 하는 거야?"

레이나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그 대신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난 모르겠어. 난 내가 뭘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

레이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공포와 혼란이 섞여있었다.

"그래서 안 간다. 프로그램에. 누군가 나를 고치려고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왜냐하면..."

레이나가 세인을 바라봤다.

"왜냐하면 넌 날 고치지 못할 거야. 넌 날 원할 뿐이야."

카일을 바라봤다.

"넌 날 이해하려고 할 뿐이야."

에드먼드를 바라봤다.

"넌 날 지배하려고 할 뿐이야."

세 남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하지만 레이나의 손이 들어올려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멈추게 했다.

"건드리지 마."

레이나가 말했다.

"지금은 건드리지 마."

그리고 레이나는 대강당을 나갔다. 세 남자를 뒤에 남기고. 그들이 자신을 따라올 수 없도록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고.

밤이 깊어갔다. 레이나는 옥상에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들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검게 보였다.

'내가 정말 악한 건가?'

그 질문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니면 누군가 나를 악하게 만들고 있는 건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레이나는 옥상의 가장자리에 섰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카데미의 모든 것이 검게 보였다.

의도적으로, 레이나는 한 발을 더 앞으로 내밀었다. 옥상의 가장자리. 그 너머는 허공이었다. 자신의 몸을 떨어뜨리려는 의지가 명확했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도, 자신의 마력도, 자신의 정체도 모르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순간, 발걸음이 들렸다. 세인이었다.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옥상에 올라왔다. 그 뒤로 카일과 에드먼드가 따라왔다.

"레이나."

세인이 말했다.

"돌아와."

"안 돼."

"왜?"

"왜냐하면 난 이미 떨어지고 있거든."

레이나가 몸을 던졌다. 옥상의 가장자리에서. 자신의 의지로.

그러나 떨어지지 않았다. 공중에 떠 있었다. 자신의 어둠의 마력이 자신을 받쳐주고 있었다.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화된 마력이 자신의 신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다른 것이 자신을 구한 것이었다.

세인, 카일, 에드먼드는 옥상의 가장자리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은 모두 검었다. 하지만 그 검은 눈에는 다른 감정이 담겨있었다.

세인의 눈에는 소유욕이. 카일의 눈에는 이해욕이. 에드먼드의 눈에는 지배욕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제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레이나는 공중에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들을 바라봤다.

"봤어? 난 이미 떨어진 거야. 너희들한테서. 너희들의 욕망에서. 너희들의 집착에서."

레이나가 검은 마력을 모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야."

세 남자는 옥상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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