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세 번째 중독자, 강림하다

대강당의 무대 위에 나타난 신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빛의 교단의 신부였다. 그의 이름은 빅토르 칸. 제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중 한 명.

"우리 제국에는 어둠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무대 전체를 채웠다.

"외형상 밝아 보이지만, 그 속은 부패로 물들어 있는 영혼들. 그들을 우리는 구원해야 합니다."

레이나의 심장이 한 박자 뛰었다. 이것은 일반적인 설교가 아니었다. 이것은 선언이었다.

"특히 아카데미라는 이 거룩한 장소에도 어둠이 침입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순수한 영혼들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그의 시선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직진했다. 레이나를 향해.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그 어둠을 제거할 것입니다. 구원하지 못하면, 제거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레이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서 시온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대강당 곳곳에서 세인, 카일, 에드먼드의 눈이 빛났다. 검은 눈.

***

식당의 수프는 이미 식어 있었다. 숟가락으로 건드린 표면이 반짝였다. 레이나는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검게 물든 눈동자가.

세인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떨렸다.

"레이나."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긴장으로 팽팽했다. 레이나는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금속이 그릇에 닿는 소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인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완전히 검게 변했다.

"뭘 그렇게 봐."

레이나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탄했다. 마치 날씨를 말하듯.

"내 눈이 예쁜가?"

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하얀 자국을 남겼다. 목재가 구부러지는 소리까지 났다.

"그만해."

레이나가 손을 들었다. 세인의 손은 즉시 풀렸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라 제안처럼 들렸어야 하는데, 세인의 몸은 그것을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항상 그렇듯.

손 위에 올라탄 작은 인형. 레이나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능력을 쓸 때마다 자신의 진심이 한 겹씩 묻혀간다는 할머니의 기록. 검은 것이 차오르고 있었다. 지금도.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그것이 가장 위험한 신호였다.

레이나는 손가락을 꾹 주먹 안에 감싸 쥐었다.

***

아카데미 복도는 오후 햇빛으로 황금빛이었다. 창밖으로는 정원의 장미들이 만개해 있었고, 그 아름다움과는 어울리지 않게 레이나는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정확히는 기대고 있는 척하고 있었다. 누군가 올 때까지.

그리고 정확히 3분 후, 황태자 에드먼드가 나타났다.

그는 걷는 방식부터 달랐다. 왕실의 자제답게 어깨를 펼친 걸음이었고, 그 걸음은 통로 전체를 점유했다. 아카데미의 다른 학생들이 자동으로 길을 비켜 주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처음부터 끝까지 레이나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계획하신 건가요?"

에드먼드가 물었다. 그의 음성은 정중했다. 황태자가 평민 영애에게 사용하는 형식적인 톤.

"뭘."

"이렇게 만나는 것."

레이나는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진짜 웃음이 아니었다. 연기였다. 하지만 어느 것이 연기이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이제 구분할 수 없었다.

"우연이에요. 여기를 지날 일이 있어서."

거짓이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시간표를 확인했고, 이 시간에 이 복도를 지나간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거짓은 거짓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핵심이었다.

에드먼드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자유를 원하시는군요."

레이나가 말했다. 그것은 마치 관찰이 아니라 확인처럼 들렸다. 그녀는 이미 그의 진심을 읽고 있었다. 왕실의 정치 게임. 항상 옳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 결혼은 전략이고, 동맹은 거래이며, 마음은 사치품인 그 세계.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에드먼드의 몸이 경직되었다.

"뭘 말하시는 거죠."

그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왕실의 후계자라기보다는 한 명의 남자처럼 들렸다.

"당신은 자유를 원해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고 싶고, 누군가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가기를 바라고 있어."

레이나는 한 발 가까워졌다. 그녀의 검은 눈이 에드먼드의 얼굴을 비추었다. 거울처럼. 동시에 그녀의 능력이 발동했다. 그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마력이 그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나는 그걸 할 수 있어."

에드먼드의 손이 벽에서 떨어졌다. 그가 서 있던 벽에서 물러나며 몸 전체가 노출되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세인의 손처럼. 카일의 손처럼.

"이건 위험해요."

에드먼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은 레이나를 향해 한 발 더 내디디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니까 더 끌리는 거죠."

레이나가 웃었다. 자신의 손 위에 올라탄 또 다른 인형을 바라보는 기쁨. 하지만 그 기쁨도 검은 것으로 물들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말 즐거워하는 건지, 아니면 능력이 즐거워하는 건지.

그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

복도를 빠져나온 레이나는 창가에 멈춰 섰다.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에드먼드를 조종했다. 세인을 조종했다. 카일도 조종했다. 세 명의 남자를 동시에 자신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자신의 의도였나.

손가락을 펼쳤다. 떨리는 손가락 위에 세 개의 인형이 보였다. 검은 눈을 한 세 명의 남자. 그들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자신의 눈과 같은 색이었다.

검은 색.

자신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연기로. 자신의 욕망으로.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의 욕망이었나.

레이나의 손이 떨렸다. 호흡이 더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 자신의 진심이 한 겹씩 묻혀가는 것을 느꼈다. 검은 것이 더 짙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것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

대강당을 나온 후, 아카데미의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이전과 다른 주파수로 울려 퍼졌다. 마치 경고하듯이. 마치 선언하듯이.

아카데미 전체를 감싸는 결계가 발동되었다. 그 안에서는 어떤 마력도 자유롭게 흐를 수 없었다. 심지어 어둠의 마력도.

레이나의 손이 떨렸다. 이번엔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

복도의 한쪽 끝에서 세인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기사의 검이 들려 있었다. 아카데미 규정상 금지된 무기. 그의 눈은 검게 물들어 있었고, 그 검은 눈은 절대적인 결연함을 담고 있었다.

"당신을 지켜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보호자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기운 아래에는 뭔가 다른 것이 숨어 있었다. 소유의 욕망. 지배의 욕망.

세인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검을 들어 올리며. 레이나를 향해.

"당신은 나의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게 해주겠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검의 끝이 공중을 가르며 내려왔다.

그 순간, 다른 한쪽 끝에서 카일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마법 계산판이 들려 있었다. 레이나의 어둠의 마력을 분석하는 도구. 그의 표정은 세인과 달랐다. 냉정하고, 논리적이고, 강박적이었다.

"당신을 이해해야 합니다."

카일이 계산판을 들어 올렸다. 마법을 준비하는 손짓이었다. 그의 눈은 레이나의 마력 흐름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방어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통제의 욕망이 숨어 있었다.

"당신의 모든 것을 계산할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세인의 검과 카일의 마법이 동시에 레이나를 향했다.

레이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검의 끝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옷이 찢어졌다. 카일의 마법이 그녀가 있던 자리를 태웠다.

"당신들은 뭐 하는 거야!"

레이나가 외쳤다.

"나를 보호하는 척하면서 나를 죽이려는 거야?"

세인과 카일은 서로를 노려봤다.

"그녀는 내가 지켜야 한다."

세인이 말했다.

"당신의 감정은 판단을 흐린다."

카일이 대답했다.

"감정이 없으면 뭐가 남는가? 계산뿐인가?"

세인이 검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카일을 향해.

카일도 계산판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세인을 향해.

그들은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레이나는 그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두 남자의 공격이 서로를 향했다. 검과 마법이 충돌했다. 폭발음이 울렸다.

"멈춰!"

레이나가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에 어둠의 마력이 실렸다. 세인과 카일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순간, 중앙 계단 위에서 에드먼드가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왕실의 경호대가 서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무기였다. 왕실의 권위가 현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당신을 잃을 수 없습니다."

에드먼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가장 무거웠다. 그의 검은 눈에는 소유의 욕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세인이 에드먼드를 향해 검을 들었다.

"황태자 폐하, 여기서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카일도 계산판을 들었다.

"에드먼드, 당신의 권위는 이곳에서 효력이 없습니다."

에드먼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오직 레이나만 보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잃을 수 없습니다. 왕실이 어떻게 되든, 제국이 어떻게 되든."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세인과 카일이 동시에 움직였다.

세인의 검이 에드먼드를 향해 휘어졌다. 카일의 마법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에드먼드의 경호대가 앞으로 나섰다.

복도는 전쟁터가 되었다.

레이나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세 남자가 서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각자의 욕망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고 그들 모두가 자신 때문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자신의 연기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자신의 욕망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레이나의 손이 떨렸다.

그 순간, 아카데미의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이전과 다른 주파수로 울려 퍼졌다. 마치 경고하듯이. 마치 선언하듯이.

아카데미 전체를 감싸는 결계가 발동되었다. 그 안에서는 어떤 마력도 자유롭게 흐를 수 없었다. 심지어 어둠의 마력도.

세인의 검이 손에서 떨어졌다. 그의 몸이 무릎을 꿇었다. 보호자의 기운이 산산조각 났다.

카일의 계산판이 부서졌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계산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가 놓친 변수가 있었다. 그것도 결정적인 변수가.

에드먼드의 경호대가 움직이지 않았다. 왕실의 권위도 이 결계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가 떠올랐다.

대강당에서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빛의 교단의 신부들.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복도의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나타났고, 그들의 손에는 성수병이 들려 있었다. 그들의 눈은 모두 같은 색이었다.

광신도의 색.

그리고 그들의 맨 앞에는 빅토르 칸이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옷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의 얼굴에는 구원자의 미소가 떠 있었다.

"레이나 베르그란트."

그의 목소리는 무대에서 내려온 것과 같았다. 차갑고, 절대적이고, 구원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가득 찼다.

"당신의 영혼은 어둠에 물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세인이 검을 집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결계의 압력이 더 강해졌다. 그의 팔이 떨렸다.

"구원하지 못하면, 제거합니다."

빅토르 칸이 손을 들었다. 그 신호에 따라 신부들이 한 발씩 앞으로 나갔다. 성수병에서 흰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름다웠지만 위협적이었다.

그 순간, 옥상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검은 망토를 입은 인물이 마침내 움직였다. 그것은 신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였다. 그 인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깊고, 마치 수천 년을 산 자의 목소리처럼.

"빅토르 칸."

그 목소리에 빅토르 칸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의외의 표정이 떠올랐다.

"당신이... 여기 있었군요."

"내가 항상 여기 있었습니다."

검은 망토의 인물이 말했다. "아카데미가 세워질 때부터. 이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그 인물은 옥상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빛이 그 얼굴에 닿지 않았다. 마치 의도적으로 그림자 속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레이나는 그 인물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공백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닿을 수 없는 영역. 자신의 어둠의 마력이 스며들 수 없는 벽.

그 순간, 레이나는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연기가 모든 것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손 위에 올려놓은 인형들이 누군가의 손 위에 올려놓은 인형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정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그 함정 속에 있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레이나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처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검은 망토의 인물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길어졌다. 복도의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세인과 카일, 에드먼드, 신부들, 빅토르 칸. 모두가 그 인물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 인물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마치 레이나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마치 이 모든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이.

레이나의 손이 떨렸다.

빅토르 칸이 한 발 물러섰다. 그의 광신도의 눈에도 두려움이 스쳤다.

"당신... 정말로 그분이신가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없었다. 다만 검은 망토가 바람에 펄럭였을 뿐이다.

레이나는 자신의 손을 들어다봤다. 그 위에 올라탄 인형들이 보였다. 세인, 카일, 에드먼드. 그들의 검은 눈이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눈들이 누구의 눈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능력이 만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을 통해 만든 것인가.

자신이 연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연기당하는 것인가.

그 구분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