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시온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순간, 레이나는 포크를 놨다.
식당의 소음이 한순간 멈췄다. 모든 시선이 기숙사 복도 쪽으로 향했다. 세인은 벌떡 일어섰고, 에드먼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일만 레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봐야겠네."
레이나가 일어나자마자 세인이 먼저 움직였다. 그 뒤를 에드먼드가 따랐다. 카일은 한 박자 늦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도 레이나의 손가락이 포크를 내려놓는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숙사 3층 복도. 시온의 방 앞에는 이미 몇몇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레이나가 문을 밀고 들어가자 시온은 침대 위에서 떨고 있었다. 팔에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누가 했어?"
레이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진짜 차가웠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시온이 위를 바라봤다. 눈물이 흘렀다.
"모르겠어. 어둠이 너무 빨라서..."
세인이 즉시 방을 뛰쳐나갔다. 에드먼드도 뒤를 따랐다. 카일은 여전히 레이나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레이나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 눈이 검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괜찮아, 시온."
레이나가 동생의 팔에 손을 얹었다. 어둠의 마력이 흘러나갔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시온은 누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누나... 진짜 괜찮아? 얼굴이..."
"응. 다 괜찮아."
레이나는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시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카일이 한 발 다가섰다.
"베르그란트 영애."
레이나가 돌아섰다. 카일은 여전히 그 검은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가 아니라... 너를 봐야겠어."
그것은 요청이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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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저녁, 도서관 지하 3층 연구실. 카일은 여러 장의 종이에 파장 기호들을 그려놓고 있었다. 각 선은 다른 색깔이었다. 빨강, 파랑, 초록. 그리고 검정.
"앉아."
레이나가 의자에 앉자 카일은 첫 번째 종이를 펼쳤다.
"너의 마력 파장이다. 어둠의 마력이지만 일반적인 어둠의 마력과는 다르다. 보통 어둠의 마력은 이렇게 끊어진다."
카일이 파랑 선을 가리켰다. 톱니바퀴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넌 이렇게 연속된다."
검정 선은 파도처럼 부드럽게 흘렀다.
"너의 마력은... 대상을 감싸는 형태다. 제어보다는 침투에 가깝다."
카일의 눈이 반짝였다. 학자의 눈이었다.
"그게 어떤 의미냐?"
"모른다. 그래서 넌 여기 있는 거고."
카일은 다음 종이를 펼쳤다. 이번엔 그래프였다. 시간대별로 레이나의 마력 활동량을 기록한 것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너의 마력 활동을 추적했다. 패턴이 있다."
레이나는 그 그래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언제 누구를 조종했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너한테서 마력 파동이 나타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정서 수치가 급상승했다. 이건... 너의 마력이 직접적으로 감정에 작용한다는 뜻이야."
카일이 한 점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세인의 정서 수치가 가장 크게 올라간 지점이었다.
"저건 누구야?"
"몰라."
"거짓말이지. 너 눈이 변한다. 거짓말할 때."
레이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똑똑한데? 그럼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겠네."
"아니다."
카일이 고개를 저었다.
"알수록 더 모르게 된다. 그게 문제야."
카일은 다시 그래프를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패턴들을 분석하면 너의 능력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마력 파동의 원리를 이해하면 대항 마법도 만들 수 있고. 하지만..."
"하지만?"
"분석할수록 미쳐간다."
카일이 레이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이 조금씩 검어지고 있었다.
"너의 마력이 내 분석 자료에도 스며든다. 이 그래프들이 객관적이지 않아. 내가 너를 원하는 방식대로 왜곡돼 있어."
"그럼 왜 계속해?"
"그건... 넌 알겠지?"
카일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다가섰다. 그의 손이 그래프 위에서 떨렸다.
"넌 내 욕망이 뭔지 알고 있어. 그런데 말 안 해. 대신 그걸 증폭시켜서 날 여기 앉혀놨어.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 나도 모르는데."
레이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물어봤어. 너한테서 마력 파동이 나타날 때마다 내 머릿속에도 파장이 생긴다. 그 파장이 뭐냐고 묻고 싶었어. 넌 내 마음을 읽고 있어.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 해?"
"말하면 뭐 하냐?"
"그럼 넌 뭘 원하는 거야?"
카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자의 냉정함이 사라졌다.
"날 속이고 있어. 넌 내가 뭘 하길 원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계속 날 속이고만 있어."
레이나가 일어섰다. 카일도 함께 일어났다. 두 사람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봤다.
"그래,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지만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레이나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악마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건 진짜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카일을 더 깊은 늪으로 빨아들였다.
카일이 책상을 짚고 몸을 굽혔다. 그래프 위로 손을 뻗었다. 레이나의 손을 잡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레이나는 한 발 물러섰다. 카일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맴돌았다.
"봤어? 이게 넌 할 수 있는데 난 못 하는 거야."
레이나가 말했다.
카일의 눈이 완전히 검어졌다. 그는 책상 위의 그래프를 움켜잡았다. 손가락으로 선들을 그었다가 찢었다. 검정 선이 산산조각 났다.
"이 정도론 부족해?"
레이나가 다시 다가섰다. 이번엔 카일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레이나는 천천히 카일의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 하나, 하나씩.
카일이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이제 알겠지? 넌 절대 날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 그리고 그게 넌 미치게 할 거야."
레이나가 카일의 손을 놨다. 카일의 손이 떨어진 자리에서 멈춘 채 허공을 헤맸다.
레이나는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카일을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이 제어 불능 상태로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쾌감이 아니라 공포였다. 자신도 감정에 빠져 있다는 증거였다.
"너무 오래 있었네."
그렇게 말하고 도서관을 나갔다. 뒤에서 카일이 따라오려는 발걸음이 들렸지만, 레이나는 속도를 높였다. 도서관의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고, 중정의 문을 밀어냈다.
저녁 햇빛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늘이 혈색이었다.
기숙사 방향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시온을 봐야 했고, 어머니에게 받은 연락도 확인해야 했다. 휴대 부적을 꺼냈다. 메시지가 열 개 이상 쌓여 있었다. 모두 어머니였다.
'딸아, 너 괜찮니?' '학교는 어떻게 되고 있어?' '혹시 누가 괴롭혔어?'
마지막 메시지는 두 시간 전이었다.
'엄마가 조사해볼게.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그리고 바로 다음 메시지. 아버지의 비서였다.
'영애님께. 긴급 공지입니다. 황태자 폐하께서 루미나 아카데미를 방문하실 예정입니다. 내일 오후 3시 정문 도착. 영애님의 참석을 요청드립니다.'
내일? 레이나는 정문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황금색 마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들어올 것이었다. 확률로는 100%. 미래가 아니라 필연이었다.
아니다. 이미 들어오고 있었다.
레이나의 눈이 반짝였다. 아카데미 정문의 철제 게이트가 천천히 열렸다. 황금색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실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 황태자의 마차.
계획이 바뀌었다.
레이나는 중정의 분수대 옆에 섰다. 적당히 눈에 띄면서도,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위치. 마차가 정문을 통과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한두 명씩 고개를 들었다. 소문이 순식간에 퍼질 것이다. 황태자가 왔다고.
마차가 중정으로 향했다.
그 순간 레이나의 왼쪽 팔뚝에 따끔한 통증이 흘렀다. 어둠의 마력이 반응하고 있었다. 강한 감정. 누군가의 강렬한 욕망이 이곳에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에 느껴본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마차가 멈췄다.
황태자 에드먼드가 내렸다.
검은 정장, 은색 가문장, 완벽하게 빗어진 검은 머리. 교과서에 나올 법한 왕실의 후계자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교과서 같지 않았다. 눈이 움직였다. 중정의 학생들을 훑고, 분수대 근처를 찾고, 마침내 레이나에게 닿았다.
에드먼드의 발걸음이 멈췄다.
시종들이 몇 발 뒤처져 따라왔다. 아카데미 교장도 서둘러 나왔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레이나 베르그란트."
에드먼드가 말했다. 목소리가 깊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레이나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예의 바른 인사였다.
"황태자 폐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순간, 레이나의 팔뚝의 통증이 극대화되었다. 에드먼드의 욕망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것은 세인이나 카일의 욕망과 달랐다. 세인은 '구원하고 싶음'이었고, 카일은 '이해하고 싶음'이었다. 하지만 에드먼드의 욕망은 더 복잡했다.
'자유로워지고 싶음. 그런데 그 자유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음. 그럼에도 그 위험을 원함.'
레이나는 그 욕망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갑자기 오실 줄은."
"갑자기? 아니, 예정된 방문입니다."
에드먼드가 다가섰다. 주변의 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황태자가 한 학생에게 이렇게 직접 다가가다니.
"내일이 아니라 오늘 온 이유는?"
"궁금하신가요?"
"네."
에드먼드의 얼굴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도 왜 여기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 맞다. 에드먼드의 마력은 정치적이고 완벽했다.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는 종류였다. 그런데 그 통제가 흔들리고 있었다.
"혹시 내가 와야 할 이유가 있나요?"
레이나가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황태자께서 아카데미까지 오실 리 없으니까요."
에드먼드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 순간을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통제를 잃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아카데미 시설 점검입니다."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는..."
에드먼드가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팔 길이 정도였다.
"내가 왜 온 건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레이나의 팔뚝의 통증이 다시 한 번 극대화되었다. 에드먼드의 욕망이 정점에 달했다. '저 여자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을 거야. 알고 있으면서 날 끌어당기고 있어.'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럼 제가 설명해드릴까요?"
레이나가 말했다.
"당신은 완벽하기를 강요받았습니다. 황태자는 올바른 사람이어야 하고, 현명해야 하고, 항상 가문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었나 봅니다."
에드먼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래서 저를 찾은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그 모든 것을 무시하는 사람이거든요. 도덕도, 예절도, 가문의 이익도. 저는 그냥 악한 영애일 뿐입니다. 당신은 저를 보면서 '저렇게 자유로울 수도 있구나' 싶은 거죠."
"그건..."
"하지만 조심하세요. 제 근처에 있으면 당신도 오염될 수 있습니다."
레이나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오염되어 있습니다."
에드먼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교장이 서둘러 다가왔다.
"황태자 폐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아카데미 시설..."
에드먼드는 교장을 보지 않았다. 계속 레이나를 바라봤다.
"내일 다시 올 겁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에드먼드가 돌아섰다. 하지만 발걸음이 느렸다. 마차로 향하는 길 내내, 그는 고개를 돌려 레이나를 바라봤다. 마차 문이 닫혀도, 창을 통해 그의 눈이 레이나를 따라갔다.
마차가 움직였다.
레이나는 그 마차가 아카데미를 빠져나갈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황금색 마차가 정문을 통과했다. 철제 게이트가 닫혔다.
그제야 레이나는 숨을 쉬었다.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니, 전신이 떨리고 있었다. 마력이 제어되지 않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가 검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것은 욕망의 반사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드먼드의 욕망에 감염되고 있었다.
"레이나!"
시온이 뛰어왔다. 여동생은 언제 나왔는지 중정의 반대편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누나! 황태자가 나타났어! 진짜 황태자가!"
시온이 레이나를 안았다. 여동생의 체온이 전해졌다. 따뜻하고 순수한 감정이 전해졌다.
레이나는 여동생의 등을 토닥였다.
"응, 봤어."
"왜 왔어? 혹시 누나 때문에?"
그 순간 레이나의 마력이 폭발할 뻔했다. 시온의 순수한 질문이 자신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건드렸다. 자신이 정말 누군가를 끌어당기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의 연기가 현실이 되어 정말 악의 근원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레이나는 시온을 더 강하게 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자신에게 말하는 것인지, 시온에게 말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 밤, 레이나는 거울 앞에 섰다. 기숙사의 개인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
거울 속의 자신의 눈이 검었다. 아니, 검다를 넘어 검은 공간이었다. 깊이가 없는 검은색. 그 속에 빠져들 것 같은 검은색.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했다. 손가락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제어할 수 없는 어둠의 마력이.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지만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자신이 카일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카일의 눈이 완전히 검어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에드먼드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봤다.
그리고 세인이 자신의 검은 손을 잡으려 하는 것을 봤다.
'이게 현실이 되면?'
거울 속의 눈이 더 깊어졌다. 목이 말라왔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것은 정체성 붕괴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
그 순간, 창밖에서 빛이 깜빡였다. 옥상에서.
레이나의 눈이 위로 향했다. 옥상의 어둠이 더 짙어 보였다. 누군가 있었다. 아니, 누군가가 계속 있었다. 복도에서 느껴본 시선, 마력의 이상 반응. 모두 이 인물이었다.
검은 망토.
그가 기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이나는 그의 표정을 포착했다. 환희. 광신적 환희. 그리고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단계 3. 세 남자의 완전한 중독. 시작.'
그 말과 함께 검은 망토 인물의 눈이 빛났다. 빅토르 칸. 그는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 레이나가 세 남자를 어떻게 자신의 손가락 위에 올려놓는지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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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후, 레이나는 식당에서 세인과 만났다.
"오늘 황태자가 왔다고?"
세인이 물었다. 그의 눈은 이미 검었다.
"응."
"그리고?"
"그리고 뭐?"
레이나가 자신의 우유를 마셨다.
"날 봤고, 가버렸어."
세인의 주먹이 테이블 위에서 쥐어졌다.
"그럼 내일도 올 거야?"
"모르지."
"모를 리가. 넌 알고 있잖아."
세인이 다가섰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넌 다 알고 있어. 왜 말 안 해?"
'아, 이제 세인도 이 정도까지 왔구나.'
레이나는 생각했다.
"알려 줄까?"
"알려 줘."
"황태자는 내일도 올 거야. 그리고 카일도. 그리고 넌 그 둘을 본능적으로 경쟁할 거야."
세인의 얼굴이 굳었다.
"왜 그렇게 확신해?"
"왜냐하면 넌 구원하고 싶으니까. 날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황태자는 자유로워지고 싶고, 카일은 이해하고 싶어. 그 셋이 충돌하면 재밌을 것 같아."
레이나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뭐?"
"넌 이미 내 손가락 위에 올라와 있어. 너희 셋 다."
세인이 일어섰다. 그의 눈이 완전히 검어졌다.
"그래. 그렇게 놀아 봐. 하지만 조심해."
"뭐를 조심해?"
"넌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도 너를 조종하고 있을 수도 있어."
세인의 말에 레이나의 손이 얼어붙었다. 처음이었다. 통제 불능을 느끼는 순간이. 자신이 누군가의 손 위에 올라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세인이 나갔다.
식당에 혼자 남은 레이나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 위에 세 남자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 손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마력이 제어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쾌감인가, 공포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그리고 지금 자신이 누군가의 손 위에 올라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레이나는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